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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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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6,414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7.01 14:00
조회
497
추천
8
글자
10쪽

낙룡봉 (6)

DUMMY

나는 천천히 나를 둘러싼 무인들의 면면을 살폈다.


놀라는 이와 분노하는 이, 그리고 당황하는 이까지.


나는 그 다양한 반응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꿈이 사실이었나······.’


태극혜검 비급을 만지고 보았던 그 환상과도 같은 꿈.


나는 그 꿈에서 본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보고 싶은, 믿고 싶은 것을 본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반응으로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이놈들은 내 사부를 알고 있다.


나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양휘에게 물었다.


“어째··· 반응들을 보니, 다들 내 사부를 알고 계신 모양이오?”


“······.”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양휘는 말없이 창을 움켜쥐고 내게 겨눴다. 그가 흘리던 적의가 살기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는 나를 이 자리에서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살기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쿵쾅거리며 뛰던 심장도 어느새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애초에, 청룡단 모두와 싸워도 질 것 같지 않았다.


'이제 막 내력을 깨우친 탓에 자만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양휘의 공격을 막기 위해 내력을 끌어올렸다. 내 의지에 따라 노도와 같은 내력들이 기혈을 타고 내달렸다.


쉽게 삶을 포기하던 나는 이제 없다. 나는 있는 힘껏 발버둥 칠 생각이었다.


"단주."


무거운 적막을 깨고 악규가 양휘의 옆으로 나섰다.


나는 악규의 등장에, 내력을 거뒀다. 녀석과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악규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부디 내게 기회를 주십시오."


"······."


모두의 시선이 악규에게 향했다.


악규의 눈은 핏발이 서 눈을 마주치기가 무서울 정도로 충혈되어있었다. 분노로 타오르는 그의 눈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에. 이상한 기분이 들 따름이었다.


악규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단 내에서도 나를 의심하는 자들이 아직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내 저자를 쳐죽임으로써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 좋네. 허락하지."


양휘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걸음 물러섰다.


청룡단원들을 원으로 한 작은 비무대에, 나와 악규. 단둘이 남게 되었다. 더 이상 빠져나갈 곳은 없었다.


나는 악규의 핏발선 눈을 마주했다.


"······."


살심(殺心이 가득한 눈빛. 녀석은 나를 죽일 생각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양휘를 바라봤다.


나는 지금 검도 없는 상태였다. 애초에 알몸에 옷만 움켜쥐고 도망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내 검은 지금 형문산의 정상에 덩그러니 놓여있을 터.


나는 정파 특유의 공명정대함을 자극해, 검을 빌리려 했다.


"무기도 없는 사람을 핍박하는 것이 정파요?"


"··· 네놈의 더러운 손에 검을 빌려줄 이는 아무도 없다."


"··· 더럽다니. 꽤 입이 거치시오."


"그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마두 놈의 제자인 주제에, 혓바닥이 길구나."


"······."


나는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원래 남의 말을 안 듣는 놈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젠 그 정도가 너무 심해졌다.


내 사부 때문인 것 같긴 한데, 당최 사부가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비급을 찾기 위해 정상에 올랐던 제갈길이 내려왔다.


"찾았습니다."


제갈길의 손에는 천으로 고이 감싸둔 태극혜검 비급과 내 검이 들려있었다.


양휘는 제갈길에게 건네받은 비급을 말없이 살펴보더니, 다시 천으로 감쌌다. 보자마자 진품임을 알 수 있는 물건이었으니, 확인이 빠른 것도 이해가 됐다.


"그 검은?"


"이 검도 정상에 있었습니다. 혹, 무당이 도둑맞은 기물 중 하나인 것이 아닌가 싶어······."


제갈길이 내 싸구려 검을 조심스레 양휘에게 건넸다.


녹이 핀 싸구려 검을, 무당의 보물인 마냥 조심스레 대하고 있는 꼴이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제갈길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다,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 그건 내 검이오. 저잣거리에서 닷 냥이나 주고 산 명검이지. 내 손이 더러워 검을 빌려주지 못하겠다면, 이미 더럽혀진 내 검이라도 주시오."


양휘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검이 자네 것인 건 이미 알고 있었네. 자네가 맹에서부터 늘 차고 다니던 검 아닌가? 자네를 눈여겨보고 있었기에 이미 알고 있었지."


나는 양휘의 말을 듣고, 손을 뻗었다. 당연히 검을 돌려주리라 생각하고 말이다.


하지만 양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하지만 거절하겠네. 검이 없는 편이 상대하기 쉽지 않겠나?"


양휘는 느물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


나는 멍한 표정으로 양휘를 바라봤다.


이것이 정파의 민낯이었다. 공명정대? 그딴 건 이놈들에게 없다.


겉보기에만 신경 쓰느라, 속이 시커멓게 썩어버린 놈들. 그것이 바로 이놈들이었다.


녀석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보니, 여태 당해왔던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남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제멋대로 첩자라 오해하고, 결국엔 죽이려고 했던 녀석들.


나도 슬슬 열받기 시작했다.


"하하. 자네 표정이 이제야 볼만해졌구먼."


양휘는 일그러진 내 표정이 재밌는지 껄껄 웃었다. 그때 조용히 대화를 듣던 악규가 양휘에게 부탁했다.


"단주. 검을 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전력의 저자를 상대하고 싶습니다."


양휘는 악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 저자는 독고천의 제자일세. 내 자네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부탁드립니다."


악규는 그제야 양휘와 눈을 맞췄다. 양휘는 악규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은 듯,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알겠네."


양휘가 던진 내 검이, 빙글빙글 돌며 내게 날아왔다. 나는 검을 낚아챈 뒤 주저 없이 검을 뽑았다.


관리 안 된 검이 뽑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스르릉!


"······."

"······."


나는 말없이 악규와 눈을 맞췄다. 악규와 진심으로 싸울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당해줄 생각도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우와의 재회. 나는 꽤 감성적으로 변했다.


악규라면, 눈빛만으로도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악규는 내가 눈을 맞추자, 분노로 이성을 잃어버린 듯 내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악규의 창이 번쩍이는 섬광을 토해내며 눈앞을 환하게 물들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섬광 속에 검을 뻗었다. 섬광 속, 악규가 내지른 창의 궤적이 선명했다.


-시이익!


캉!


금속끼리 맞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악규의 손이 더욱 빨라졌다. 분노한 뱀이 공격하듯, 악규의 공격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카카카캉!


하지만 그 모든 궤적이 선명히 보이니, 막고 싶지 않아도 안 막을 수가 없었다.


"역시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악규가 핏발선 눈으로 기함을 터뜨리며 창이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커다란 창이 붕붕거리는 소리를 내며 회전하자, 맹렬한 바람이 일어났다.


"오해다! 나는 실력을 숨기지 않았어!"


"웃기지 마라! 내공도 못 쓰던 녀석이 어찌 내 공격을 막는단 말이냐!"


자욱하게 피어난 흙먼지 속에서 수십의 섬광이 번쩍였다. 내력을 가득 실은 창날이 빛살처럼 쏟아졌다.


이름 날리는 무인들조차 감히 함부로 받을 수 없는 맹렬한 일격. 하나같이 급소를 노리고 짓쳐 드는 일격이었다,


하지만 그 공격들조차, 지금의 내겐 너무 느렸다.


나는 놀라울 정도로 쉽게 그 공격들을 모두 쳐냈다.


카카카카가각!


나는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정말이다! 나는 기연을 얻었다!"


내 말을 들은 악규의 눈이 뒤집혔다. 악규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개소리하지 마라!"


녀석의 몸 주변에 뇌운 같은 흑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과거, 악규가 내게 보여줬었던 악가의 비전 창법. 일격으로 산을 무너뜨린다는, 묵운섬전창(墨雲閃電槍)이었다.


"끝이다!"


어두운 하늘이 순간 밝아질 정도로 강렬한 섬광이 악규의 창끝에서 터져 나왔다. 번쩍이던 섬광이, 한줄기 섬전이 되어 내게 쏟아졌다.


나는 날아오는 섬전에 검을 가져다 대었다.


떨어지는 꽃잎을 받으려는 것처럼, 내 검이 악규의 창끝을 부드럽게 쓸고 지나갔다.


사부가 보여줬던, 한 여름날의 나비처럼.


"······!"


악규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녀석의 감정이 창끝을 타고 전해졌다.


악규가 당황한 듯 창을 거두고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녀석의 창과 내 검과 하나가 되었다.


나는 부드럽게 검을 휘두르며 녀석과 춤을 추었다.


악규가 창을 휘두르는 방향으로, 아니면 내 검이 이끄는 방향으로. 내 검과 녀석의 창은 애초에 한 몸이었던 것처럼 움직였다.


악규의 창에서 점점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녀석은 전의를 잃은 듯 멍한 표정으로 창을 쥐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악규를 보며 씩 웃었다.


"이제 믿어줄 거냐?"


"······."


악규는 여전히 놀란 눈으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힘없이 늘어진 창을 부드럽게 받아넘기며 다시 물었다.


"이게 내가 얻은 기연이다."


그때, 나와 악규의 비무를 바라보던 청룡단원 하나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태, 태극검?"


청룡단원의 말을 듣고 놀란 악규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던 순간, 어느새 다가온 양휘가 악규의 뒷덜미를 잡고 뒤로 내던졌다.


악규가 볼썽사납게 바닥을 구르며 내동댕이쳐졌다.


"······!"


갑자기 끼어든 양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양휘가 분노에 사로잡힌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움직임···. 설마 네놈··· 태극혜검을 익혔나?"


"······."


사부가 독고천이라 밝혔을 때보다, 더욱 강렬한 적의가 내게 쏟아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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