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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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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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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5,946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6.28 14:19
조회
469
추천
6
글자
11쪽

낙룡봉 (3)

DUMMY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광채에 나는 한껏 인상을 구겼다. 눈을 감았음에도,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결국 참다못한 나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마치 몸 전체에서 자체적으로 빛이 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큭!”


눈알을 굴려도, 손바닥으로 눈을 가려도 빛은 전혀 사그라들 기색이 없었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눈알을 뽑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고통은 점점 커져, 결국 내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나는 어느새 정좌를 풀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전라의 몸은 흙바닥을 뒹굴어 흙과 풀투성이가 되었다.


“끄아아악!!”


꾹 참아왔던 비명을 토해내자, 산세에 부딪힌 비명이 형문산을 쩌렁쩌렁 울리게 만들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눈부시게 빛을 발하던 오방색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로 조금 전 비명을 지른 것이 민망할 정도로, 순식간에 고통은 사라졌다.


“······.”


눈을 뜬 나는 급작스럽게 찾아왔던 고통과 회복에 의아함을 느끼며 일어섰다. 온몸이 흙투성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주변을 살피며 조금 전의 강렬한 빛이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닌지 살폈다.


하지만 계곡은 아무런 변화 없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눈 주위를 만지작거리며 혹시 어떤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살폈다.


하지만 시력도, 외견도 멀쩡했다. 조금 전 고통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오히려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뭐람······."


몸에 묻은 흙들을 대충 털어낸 나는 계곡에서 옷을 건져 물기를 짜낸 후, 옷이 마르길 기다렸다.




* * *




산 아래의 형문촌은 제사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제사에 돌입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형문산에서 상서로움을 가득 품은 찬란한 오방색이 번쩍 터져 나왔다.


골짜기 사이에서 번쩍이며 나온 빛은, 어두컴컴한 하늘을 순간 환하게 물들일 정도로 강렬하고 밝았다.


"오오!"

"신수께서 만족하셨나 봅니다!"

"아아··· 다행입니다······."


주민들의 온갖 반응이 터져 나왔다. 제사를 반대하던 이들도, 그 순간만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색찬란한 빛이 형문산에서 터져 나오는 모습은 그만큼 장관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만족은 오래가지 못했다. 빛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절규하는 듯 끔찍한 소리가 형문산 전역에 울려 퍼졌기 때문이었다.


-끄워어어어!! 어어어! 어어!


"히익!"


갑자기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에, 형문촌의 주민들이 혼비백산 집으로 뛰쳐들어갔다.


산 아래 제사를 돕던 주민들도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고통에 차서 절규하는 이 소리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드, 들으셨소!?"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서로워 보이는 찬란한 오방색을 뿜어내던 형문산을 보며 제사를 마무리 지으려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들려온 절규에,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산 노인도 젊은이들의 대표를 자처하던 청년도 충격에 빠진 듯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자 청년 몇몇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쳤다. 모두 형문산에 직접 오를 용기도 없었으면서, 곳간을 비워 제사를 지내는 데에는 회의적이던 이들이었다.


"제사를 지내면 괜찮을 거라고 하지 않으셨소!?"

"그렇소! 죽은 용이 어찌 비명을 토해낸단 말이오? 이건 다른 문제임이 틀림없소!"


마을은 순식간에 제사를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로 나뉘었다.


"용이 아직 죽지 않은 모양이지!"

"아까는 용이 죽었다며! 그리고, 제대로 보지도 않고 도망쳐 내려왔는데 어찌 확신하나!?"

"그럼 너희가 직접 올라가던지!"


언쟁이 심해지자, 흥분한 주민 몇몇이 이미 차려진 제사상에서 곡식 포대를 들쳐메고 다시 곳간으로 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곡식을 다시 곳간에 넣으려는 자와 제사를 이어가려는 자들로 산자락 아래의 작은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때, 엄청난 수의 무인들이 마을로 들어섰다.


푸른 무복의 무인들. 무림맹의 청룡단이었다. 비룡을 잡기 위해 장강을 건넜던 이들이, 마침내 형문산 아래까지 온 것이었다.


"멈추시오!"


내력을 담은 웅혼한 목소리에, 주민들은 모두 자리에 멈춰 섰다.


주민들은 멍하니 걸어오는 청룡단을 바라봤다.


평소 무인들이 들어올 일이 전혀 없는 작은 마을에, 갑자기 번쩍이는 무복의 무인들이 떼거리로 들어오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느새 다가온 무인들이 주민들의 앞에 섰다. 그리고 잘생긴 중년 무인 하나가 한걸음 나서며 입을 열었다.


"나는 무림맹 소속 무인 양휘요. 실례가 안 된다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겠소?"


양휘의 낮은 목소리에 지레 겁먹은 몇몇 주민들이 쭈뼛거리며 물러섰다.


개중엔 어깨에 곡식 포대를 들고 있던 청년들도 있었다.


그러자 청룡단원들이 그들을 포위하듯 둘러쌌다.


"왜, 왜 이러십니까?"

"저희는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요!"


주민들이 다급히 손을 저으며 말하자, 양휘의 미간이 좁아졌다.


"우리가 보기엔 곡식을 약탈하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주민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이고, 아닙니다요! 전부 우리 형문촌의 주민들입니다요!"

"잠깐 언쟁이 있었던 것뿐입니다!"


주민들의 격한 반응에, 양휘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 순순히 물러났다.


"제가 오해한 모양입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양휘가 정중한 포권으로 사과를 건네자, 주민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양휘는 그런 주민들을 바라보다 품속에서 둘둘 말린 종이 하나를 꺼냈다.


"그럼 혹시··· 이렇게 생긴 자를 본 적은 있으십니까?"


차락하는 소리를 내며 펴진 종이엔 꽤 잘생긴 청년의 초상이 그려져 있었다.


주민들은 인상을 구긴 채 한참이나 초상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못 봤습니다."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요."


양휘는 게슴츠레 눈을 뜨고 주민들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이들 중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모두 순진한 눈빛을 가진 시골 사람들이었다.


한숨을 내쉰 양휘는 다시 종이를 둘둘 말아 품속에 집어넣었다.


아무래도 꽝을 뽑은 모양이었다. 비룡은 형문산으로 오지 않았다.


형문산 인근에 마을은 이곳 하나뿐이다. 만약 산에 틀어박힐 작정이었다면, 마을에서 생필품이나 식량을 어느 정도 구해서 올라갔을 터.


주민들이 비룡을 모른다면, 이곳에 비룡이 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후···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방금 그자를 보게 된다면, 근처 무림맹 지부로 꼭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마친 양휘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


비룡이 이곳에 없다면, 서둘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며칠간 쏟아지던 장대비로 인해, 추격은 이미 상당히 지체된 상태였으니 말이다.


"저기··· 나으리!"


웬 노인 하나가 양휘를 불러 세웠다.


양휘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았다. 노인 하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양휘는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정중히 노인에게 물었다. 정파의 대협과도 같은 풍모가 물씬 풍기는 순간이었다.


"나리의 고견을 듣고 싶어, 몇 가지 여쭙고 싶은데··· 혹시 괜찮으십니까? 저희는 산에만 틀어박혀 사는 필부들인지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요."


노인의 물음에 양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예에··· 며칠 전부터 저 형문산에서······."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 며칠 전부터 벌어진 형문산의 괴현상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리던 굉음과 번쩍거리며 산을 덮던 백색 섬광.


그리고 정상에서 흘러 내려오는 악취와 조금 전까지 찬란하게 터져 나오던 오방색, 그리고 마지막에 들려 온 절규에 가까운 포효까지.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은 노인은 초조한 눈빛으로 양휘를 바라봤다. 그로서는 양휘의 도움이 간절했다.


갑자기 생긴 형문산의 이상 현상은, 그들에게는 무척이나 두렵고 우려되는 일이었다.


"혹시 나리께서는 짐작 가는 바가 있으신지요?"


양휘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조금 전 그 낮게 울리던 소리는 저도 들었습니다. 그것이 형문산에서 들려온 소리였습니까? 마을에서 들려오는 소리인 줄로만 알고, 도적 떼가 마을을 습격하는 줄 알았습니다."


양휘의 말을 듣고 놀란 노인이 급히 부정했다.


"아닙니다요! 그 소리는 형문산에서 울려 퍼진 소리였습니다요."


그러자, 제사를 반대하던 청년들이 넙죽 고개를 숙이며 양휘에게 말했다.


"나리! 제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저희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맞습니다! 제사를 지내 죽은 용의 한을 풀어주고자 했는데, 이러면 당장 저희는 겨울조차 나지 못합니다!"


청년들의 말을 들은 양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용? 용이 죽었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노인이 양휘의 말을 받아 설명을 이어갔다.


"산에서 풍기는 고약한 악취 때문에, 저희는 용이 떨어져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요. 우레와 같은 소리, 벼락같은 섬광··· 영락없이 청룡이 떨어진 줄로만 알았지요."


"······."


노인의 말을 들은 양휘가 심각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봤다. 청룡단주의 입장에선, 청룡이 떨어져 죽었다는 말은 흘려듣기 어려운 소리였다.


하지만 눈치 없는 노인은 계속해서 말을 쏟아냈다.


"그래서 저 봉우리에 낙룡봉(落龍峰)이라는 이름을 짓고, 제사를 지내고 있었지요."


결국 양휘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노인장··· 혹시 우리가 청룡단임을 알고 하는 말이오?"


"예에······?"


노인이 놀란 표정으로 되묻자, 양휘가 노인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물었다.


"아까 산에 청룡이 떨어졌다고 하지 않으셨소? 우리가 청룡단임을 알고 그 말을 한 건지 묻고 있소."


"아, 아닙니다요!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요!"


"······."


노인이 급히 손사래를 치자, 양휘가 한숨을 내쉬며 형문산을 올려다보았다.


불길한 색을 띤 하늘이 꾸물거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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