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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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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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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5,950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6.27 14:45
조회
490
추천
7
글자
11쪽

낙룡봉 (2)

DUMMY

나는 인상을 구긴 채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 달려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였다.


평소 시력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이 정도의 시력이라고 하면······.


‘천리안··· 아니, 십리안 정도는 되려나···?’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 마치 더 화려하고 선명한 세상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나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보이는 숲의 풍경들은, 전날 보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총천연색의 세상은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했고, 눈이 부실 정도로 선명했다.


“이야··· 절경이구나.”


나는 다시금 이 형문산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크게 심호흡했다.


형문산의 맑고 깨끗한 공기가······.


“컥!”


몸에서 나던 구린내가 코를 찔렀다.


나는 급히 코를 틀어막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계곡을 찾아야 했다.


가까운 거리에 사람이 있었다면, 졸도하거나 죽었을 냄새였다.


나는 급히 계곡을 찾아 발걸음을 돌렸다.


“이쪽이었던 것 같은데······.”


길조차 없는 산길을 해치고 길 반 시진. 굽이치는 골짜기들 사이 자그마한 계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깎아지른 듯한 절벽 사이에 있는 맑고 깊은 계곡이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주변을 살핀 뒤, 계곡에 손을 담갔다.


차가운 물이 손을 쓸고 지나가는 것이 기분 좋았다.


나는 미소를 띤 채 조심스레 옷을 벗었다.


상의는 들고 있었기에, 벗을 필요가 없었고 하의와 속곳만 벗으면 됐다.


옷가지들을 나뭇가지에 걸어 물가에 담가두고, 나는 전라의 상태로 망설임 없이 계곡을 향해 몸을 던졌다.


풍덩!


“으하!”


날씨는 후덥지근했지만, 계곡물은 정말 차가웠다. 계곡을 찾느라 뜨거워진 몸이 단숨에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곳에서 나는 손으로 몸을 박박 닦아냈다. 몸에서 나는 이 지독한 냄새는 한참을 닦아야만 사라질 냄새였다.


아니나 다를까. 땟국물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는 이 계곡에 사는 물고기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열심히 몸을 닦아냈다.


그러다 문득 사부의 말이 떠올랐다.


고수들에 대해 설명하며, 지나가듯 내게 했던 말.


-무공을 수련하다 보면, 가끔 기적과도 같은 일이 생기기도 한단다. 그중 하나가 바로 환골탈태(換骨奪胎)지. 임독양맥이 타통되면 자연스레 닿을 수 있는 경지인데, 애초에 고수의 조건 중 하나가 임독양맥의 타통이다. 그러니 대개 왕이나 황, 제, 선 같이 으리으리한 별호를 쓰는 놈들은 전부 환골탈태를 거친 놈들이라고 보면 된다.


“······,”


문득 기억이 떠오르긴 했지만, 나는 지금도 임독양맥이 뭔지 잘 모른다. 물론, 당시에도 알아먹은 체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사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환골탈태란 말 그대로의 뜻을 가지고 있단다. 무공을 익히고, 사용하기 적합한 신체로 변하게 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키가 크기도 하고, 반대로 줄어들기도 한다. 신기하지? 게다가 기의 순환이 활발해져 피부가 깨끗해짐과 동시에 눈동자가 맑아지는 미용 효과도 있다. 어떠냐?


“······.”


나는 인상을 구겼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생각이 잘 안 났다.


산새들이 노래하는 소리와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


계곡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나는 마침내 기억해냈다. 사부가 설명하던 그때에도, 옆에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옆에 물이 흐르고 있으니, 정말 완벽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네가 원하면 지금 벌모세수(伐毛洗髓)를 통해 환골탈태를 시켜주마. 가장 빠르게 고수가 되는 길이다. 어떠냐? 솔깃하지? 응? 왜 물이 있어야 하냐고? 아··· 환골탈태를 하게 되면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고, 좋은 일이다. 몸에 쌓인 노폐물들이 나와서 나는 냄새이니 말이야.


어렸던 나는 노력 없이 강해진다는 말에 거부감을 느꼈고,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말에 사부의 제안을 거절했었다.


그 후 나는 겁도 없이 사부에게 물었었다.


-혹시 사부 몸에서 나는 냄새가 환골탈태 때문이에요?


-안 씻어서 그런다! 왜!


퍽! 퍽!


먼지 나게 두들겨 맞았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 잠시 웃던 나는 문득 깨달았다.


사부가 말한 환골탈태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지독한 냄새였기 때문이다.


나는 말없이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내 몸을 본 나는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무공수련을 게을리한 지 어언 세 달. 정확히는 악규를 만나고 나서부터 수련을 일절 하지 않았다.


왈패 놈들에게 얻어터지고 난 뒤, 오랫동안 해온 수련이 부질없다고 느낀 탓이었다.


악규의 돈으로 산 술과 기름진 음식들을 마구 위장에 쑤셔 넣고, 통통해진 뱃살을 두드리는 것이 내 새로운 습관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몸은, 과거 수련했을 때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때보다 훨씬 훌륭해졌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완벽해 보였다.


물이 묻어 번들거리는 피부는 백옥처럼 잡티 하나 없었고, 도드라지게 솟아오른 근육들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정말 완벽한 검수의 몸이었다.


나는 한참 동안 내 몸을 바라보다, 몸 이곳저곳에 힘을 줘봤다.


신기하게도 몸의 근육들이 내 의지에 따라 춤추듯 움직였다.


“정말 내가 환골탈태를 한 건가······? 임독양맥이 도대체 뭔데? 언제 뚫린 거지······?”


만약 이것이 환골탈태라면, 말로만 듣던 임독양맥이 나도 모르는 새에 뚫려버린 상황이었다.


“임독양맥의 타통은 고수의 조건 중 하나라고 하셨었지···.”


사부의 말을 떠올린 나는 물기를 뚝뚝 흘리며 계곡을 빠져나왔다.


어깨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니, 지독하던 구린내는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물가에 담가두었던 옷을 건져 올렸다.


옷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은 나는 다시 옷을 물가에 담갔다. 아직 덜 빠졌다.


“이 냄새가 빠질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좋아··· 해보자···!”


만약 내게 일어난 이 일이 정말로 환골탈태라면, 그간 불가능했던 운기행공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나는 눈을 감고 정좌한 채 정신을 집중했다.


흐르는 물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엉덩이에 닿은 까슬까슬한 흙과 돌, 억세게 자란 풀과 나무뿌리가 느껴졌다.


등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이 느껴졌고, 차갑게 식은 몸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혈맥의 고동이 느껴졌다.


바깥에서 점차 안으로. 나는 내 감각들을 점점 내 안 깊숙이 끌어들였다.


혈맥을 더듬고 들어가길 한참. 마침내 내 의식이 아랫배 부근, 단전이 있던 곳에 닿았다.


‘······!’


나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 떨었다.


돌덩이처럼 무겁고 딱딱하게 굳어있던 단전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찾을 수가 없었다.


그곳엔 짙은 내력만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단전에서 내력을 느껴본 것이 얼마만의 일이던가? 감격스럽고 경사스런 일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마냥 웃을 수 없었다. 단전이라는 내력의 방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뭐지? 단전이 사라지다니? 어디 간 거지?’


나는 더욱 집중하며 아랫배 부근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단전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찾을 수가 없었다.


‘젠장··· 이건 또 무슨 일이람······.’


결국 나는 단전 찾기를 포기하고 의식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아랫배에 닿아있던 감각을 천천히 바깥으로 내모는 작업.


‘응?’


감각이 단전을 벗어나 명치 부근에 닿았을 때. 나는 이질적인 무언가를 느꼈다.


아주 얇은 막 같은 것이, 흐물거리며 명치 아래를 모조리 감싸고 있었다.


나는 그 얇은 막을 천천히 살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것을 깨달았다.


‘설마··· 이거 단전인가···?’


그랬다. 내 무겁고 단단하던 단전은 얇은 막처럼 변해버렸다.


어찌나 얇은지 흐물거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바늘로 찌르면 펑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은 두께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단전의 둘레를 더듬어 가며 그 크기를 가늠했다.


얇은 막은 명치 바로 아래부터, 아랫배까지 커다란 구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금 그 단전의 안으로 감각을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내 감각은 그 어떠한 저항도 없이, 단전의 중심에 도달했다. 마치 단전이 길을 열어 내 감각을 인도해주는 것만 같은 감각이었다.


처음 의식을 집중할 때도, 너무 저항 없이 들어와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았다.


나는 넓고 깊은 호수와 같은 단전의 중심에 서서 손가락 하나를 담갔다.


고요한 수면에 동그란 파동이 만들어졌다.


고인 내력들이 내 의지에 반응하는 것을 본 나는 환하게 웃었다.


‘좋아······.’


나도 이론과 감각은 알고 있었다. 사부에게 배우기도 했었고, 어렸을 때는 실제로 운기행공을 하기도 했었다.


다만 사부가 죽은 직후, 내 내력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단단하게 굳어버린 바위처럼, 단전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먼 과거에 실제로 운기행공을 했을 때처럼, 고여있는 내력들이 느껴졌다.


차이가 있다면 작은 옹달샘에서, 강서성의 파양호(鄱陽湖) 정도의 크기로 변했달까?


과거의 기억들이 두서없이 떠올라, 나는 자연스레 다음 과정을 향해 운공을 이어갈 수 있었다.


‘천천히······’


이젠 고인 내력들을 흘려보낼 차례였다.


단전의 벽을 뚫어, 고인 내력들의 물길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얇아진 내력은 그 과정조차 필요 없었다.


내력을 움직이려 하자, 단전의 내력들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요하던 단전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널뛰는 내력들이 단전의 벽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전신을 향해 뛰쳐나갔다.


중간중간 무언가에 가로막히는 기분이 들었지만, 거센 내력의 해일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얇아진 둑이 터지듯, 내력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이 산산이 조각나며 터져나갔다.


“······!”


고통이 찾아오기도 전. 순식간에 사지와 머리끝에 닿은 내력들이 빙글 방향을 틀더니 다시 단전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오래 걸리기로 유명한 운기행공 대주천이 그렇게 순식간에 끝났다.


몸이 달아오르는 듯한 묘한 쾌감에 나는 눈을 감은 채 한참을 앉아있었다.


“······.”


그리고, 눈을 감아 까만 시야에 찬란한 오방색이 번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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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기묘한 동행 (4) 22.06.13 49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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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기묘한 동행 (2) 22.06.09 550 9 11쪽
24 기묘한 동행 (1) 22.06.08 613 11 10쪽
23 고요한 밤 (4) 22.06.07 641 12 12쪽
22 고요한 밤 (3) 22.06.06 648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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