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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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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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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5,967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6.23 13:55
조회
504
추천
6
글자
10쪽

움직이는 무림 (4)

DUMMY

해가 저물고, 어느덧 밤이 찾아왔다.


은은한 빛을 내는 달이 아니었다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을 정도의 짙은 어둠이 형문산에 내려앉았다.


나는 형문산의 정상에 서서, 그 산세를 감상했다.


산 위의 나무들이 마치 머리카락을 며칠 밀지 못한 소림승의 머리카락처럼 보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발아래, 저 멀리 흐르는 계곡물은 옅은 달빛을 받아 마치 은하수처럼 반짝였다.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니, 밤하늘 위를 노니는 신선이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름답구나······.’


은하수처럼 흐르는 계곡과 수줍게 고개를 내민 초승달.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이 느껴지는 산세를, 나는 말없이 눈에 담았다.


“······.”


낮에 들려오던 새들의 노래와 불어오던 바람 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형문산은, 마치 우주와도 같았다.


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좋은 날이었다.


선선한 날씨에 고요한 적막, 그리고 산을 감싸듯 내려앉은 이 어둠이 무척이나 좋았다.


금방이라도 헤져서 떨어질 것만 같은 신발에 대한 걱정도, 당장 누울 곳이 없다는 걱정도 모두 사라지게 할만한 그런 절경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이 기분을 즐기려다, 다시 눈을 떴다.


눈을 감으면, 태극혜검의 비급을 만졌을 때 보았던 사부의 검무가 눈에 아른거렸다.


몇 날 며칠 동안 그 꿈을 보았는지 모른다.


‘그래··· 어차피 보는 눈도 없는데.’


나는 피식 웃었다. 도망치듯 산에서 내려와 형문산까지 오는 동안, 단 한 번도 그 검무를 따라 추지 않았다.


어딜 가든 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엔 나와 하늘에 뜬 달, 그리고 은하수처럼 반짝이며 조용히 흐르는 계곡뿐이었다.


나의 부끄러운 검무를 볼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다.


자리를 옮겨 널찍한 공터로 자리를 옮긴 나는 조심스레 검파(劍把)를 쥐었다.


무림맹에 시험을 치르기 위해 저잣거리에서 산 뒤, 단 한 번도 뽑지 않았던 그 검이었다.


스르릉.


관리를 안 한 탓일까? 검신과 검집 사이에 모래 알갱이 같은 것들이 걸려,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옅은 달빛에, 군데군데 녹이 슬어버린 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


사실상 검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검.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한참 검을 바라보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훈풍을 타고 노니는 나비와 같이, 부드럽고 아름다웠던 검무.

삭풍을 일으키는 겨울날의 눈보라와 같이, 무겁고 맹렬하던 검무.


그 모든 장면이 강렬히 뇌리에 남아, 아직도 선명했다.


‘사부님이 내게 그 검무를 보여주신 이유가 있겠지. 그것도 완전히 다른 형식의 검무를······.’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 그곳에서 나는 조용히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응?'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검무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만큼, 나는 그 검무를 금방 따라 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기억 속 사부의 검무와 지금 내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낯설고 어설프다는 개념의 차이가 아니라, 본질적인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


나는 다시 처음부터 사부의 검무를 떠올렸다.


나비와 같던 사부의 검무는 깃털처럼 가벼웠었다. 부드럽게 땅을 딛던 발은, 소리도, 자국도 남기지 않았었다.


느릿느릿 움직이던 검은, 떨어지는 꽃잎을 받으려는 듯 차분했었다.


나는 기억 속 사부의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툭!


내디딘 발이 소리를 냈다.


‘아냐. 이게 아니야.’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더 천천히······.’


나는 조심스레 한 걸음을 내디뎠다.


“······.”


디딘 발이, 마침내 소리 없이 바닥에 닿았다.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다음 걸음을 옮겼다.


툭!


다시금 들려온 발소리에, 나는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


‘뭐가 문제지?’


나는 심호흡하며 생각했다. 사부의 나풀거리는 것처럼 보이던 움직임은, 단순히 걸음걸이를 쫓는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드럽고, 가볍게.’


나는 포기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춤추듯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느리고, 차분하게.’


나는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풀과 흙내음을 물씬 풍기는 여름날의 바람처럼.


형문산은 여전히 고요했다. 발소리도, 검이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소리 없이 검을 들고 춤추는 나만 있을 뿐이었다.


나는 하늘에서 날 지켜보고 있을 달님에게, 내 검무를 보여주듯 땅을 딛고 검을 뻗었다.


맥동하는 대지의 생명처럼, 이 부드러운 검무가 가지고 있는 흐름이 느껴졌다.


그러자 미동조차 없던 단전의 내력들이, 부드럽게 녹아내려 조금씩 혈도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나는 순간 검을 놓칠뻔했다.


당장이라도 검무를 멈추고 단전을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나는 이미 검무의 거대한 흐름에 올라탄 상태였다.


손과 발이 기억 속 사부의 자취를 따라 자연스레 움직였다.


‘아······.’


어느새 시냇물처럼 흐르기 시작한 내력이 온몸의 혈도를 타고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몸을 흐르던 내력들은 손과 발끝에 닿자 느리게 밖으로 빠져나갔다. 마치 손끝과 발끝에서 마치 화사한 꽃이 피어나는 것만 같은 감각이었다.


내 발이 닿은 대지는 푸른 싹을 틔워 냈고, 허공을 가르는 검 끝에는 꽃이 피어났다.


나는 웃었다.


발을 디딘 자리에서, 풋풋한 흙내음이 물씬 풍겨왔다.


검이 지나간 자리에서, 싱그러운 풀 내음을 머금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첫여름의 훈풍(薰風)이었다.


나는 그 따스한 바람에 몸을 맡겼다.


시냇물처럼 흐르던 내력들이 조금씩 거세졌다. 눈덩이 불어나듯, 온몸에 기운이 충만했다.


혈도를 타고 내달리는 내력들이 마치 해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둑이 무너지듯 내 안에 무언가 터지듯 허물어졌다.


나는 그에 맞춰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거세게 발을 디뎠다.


쿵!


지축을 울리는 엄청난 굉음이 발밑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굉음은 험한 산세에 부딪혀 다시 내게 돌아왔다.


-쿵! 쿠쿵!


검무를 본 형문산이 내게 보내는 답가였다.


산의 답가를 들은 나는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즐거웠다.


나는 산과 함께 춤추듯, 더욱 격렬하게 움직였다.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산은, 나의 격렬한 검무도 능히 받을 수 있으리라.


쿵! 쿠쿵!


우레와 같은 발걸음이 하늘에 닿을 때. 나는 검을 질렀다.


노도(怒濤)와 같이 전신에서 날뛰던 내력들이, 일순 사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손끝과 발끝에서 엄청난 양의 내력이 느껴졌다.


쿠르릉!


허공을 지른 검 끝에서 천둥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무겁게 엉겨있던 내력이 포효하는 소리였다.


검이 핥고 지나간 자리에,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더 빠르게!’


사부의 검은 이보다 배는 빨랐다. 나는 사부의 검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더욱 빨라진 검에 맞춰 내력의 흐름 또한 더욱 빨라졌다.


내 단전은 마치 무한한 내력을 품고 있었던 것처럼, 엄청난 기세로 내력을 쏟아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함과 상쾌함이 전신을 지배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후끈하게 달아오른 몸을 식혀주는 것 같았다.


쿠르릉! 쿠릉!


휘둘러진 검 끝에서 천둥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며,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냈다.


한겨울의 삭풍(朔風)처럼, 차갑고 건조한 바람.


나는 더욱 기세 좋게 검무를 이어나갔다. 사부의 걸음과 동작들이 머릿속에서 폭발하듯 떠올랐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던 형문산에,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 *




말없이 장강을 내려다보는 양휘에게 흑우와 현오가 다가왔다.


“유속이 느려진 지금이 적기입니다. 상류에 비가 내리면, 언제 다시 거세질지 모릅니다.”

“강폭이 제일 좁은 곳입니다. 순식간에 건널 수 있습니다.”


양휘도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인지,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도하!”


“도하!”


양휘의 명령에, 무림맹의 무인들이 뭍에 올라와 있던 작은 나룻배들를 밀며 장강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룻배의 머리가 강가에 닿자, 무인들이 몸을 던져 나룻배에 올라탔다.


수십의 나룻배가 무인들을 태우고 장강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빠르게 나아갔다.


빠르게 나아가는 나룻배들을 지켜보던 양휘가 흑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비룡의 위치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건가?”


“예. 장강 이남에도 각원들이 있지만··· 비가 많이 와 강을 건너지 못하는 통에 제대로 된 정보를 주고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


“하지만 충분히 추측할 수 있습니다. 호북을 벗어날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니, 몸을 숨기는 선택을 했을 겁니다. 아마 강을 건너 호북 서쪽의 의창(宜昌)이나 형문산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제일 크겠지요.”


흑우의 합리적이고 합당한 추론에 양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양휘의 표정을 살피던 흑우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강을 건너기만 하면, 잡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장강 이남의 각원들이 이미 비룡의 소재를 파악해놨을 겁니다.”


“알겠네. 소림과 남궁의 소식은?”


“소림은 숭산에서 내려와 무당산을 지나 남진 중이고, 남궁세가는 조금전 무한을 지났다고 합니다.”


“곧 도착하겠군.”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중이니, 내일이면 합류할 겁니다.”


양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우리도 이만 가지.”


비룡이 춤을 추는 동안, 무림맹의 추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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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묘한 동행 (1) 22.06.08 613 11 10쪽
23 고요한 밤 (4) 22.06.07 641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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