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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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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5,949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6.20 13:56
조회
572
추천
6
글자
11쪽

움직이는 무림 (1)

DUMMY

쏴아아아아!


하늘에서 내리는 빗소리와 거세게 흐르는 장강의 물소리가 섞여, 엄청난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며칠째 내린 장대비로, 장강의 물은 완전히 흙탕물이 되어버렸다. 높아진 강물은 금방이라도 범람해 주변을 집어삼킬 듯 거셌다.


그 거센 물길의 근처. 장강의 야트막한 둔덕 위에, 한 무리의 무인들이 죽립조차 쓰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들은 장대처럼 쏟아져 내리는 비를 맞으며, 말없이 거세게 흐르는 장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두의 노인은 발이 장강에 잠길 정도로 앞서있었고, 무인들은 그저 말없이 서서 노인의 뒤를 지키고 있었다.


노인의 고운 백발 머리와 수염이 비에 젖어 추하게 흘러내렸다.


하지만 노인은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았고, 오히려 눈빛은 더욱 날카로운 기세를 발하고 있었다.


극렬한 살기. 노인은 지금 분노하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장강을 노려보길 한 시진. 마침내 노인의 입이 열렸다.


“원시천존이시여······.”


“······.”


뜬금없이 원시천존을 찾는 걸 보면, 노인은 무당의 사람이었다.


무당의 도사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도호가, 바로 원시천존이기 때문이다.


그랬다.


노인은 무당의 장문인. 태청진인이었다.


태청진인의 짧은 도호에. 도열해있던 무인들이 고개를 떨궜다.


태청진인의 심정이 어떠한지 그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청룡단과 함께 구패문의 잔당을 토벌하다가, 무당산이 화를 입었다는 이야기에 허겁지겁 돌아온 무당의 무인들이었다.


하지만 무당산에 돌아온 그들을 반긴 건 새까맣게 변해버린 무당산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많은 영봉과 건물들은 화마에 휩쓸려 잿더미가 되어 있었고, 개파조사께서 창안하셨다는 태극혜검과 제운종의 비급은 도둑맞아 버렸다.


기세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듯, 점점 강해지던 태청진인의 살기가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격렬하게 꿈틀거리던 증오와 분노를 온전히 자신의 안에 품은 것이었다. 태청의 눈에 슬픔이 가득했다. 하늘마저 그들이 비급을 되찾길 원치 않는 것 같았다.


태청진인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모든 감정을 삼킨 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도 무심하시구나······.”


태청진인의 포기하는 듯한 말투에,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나타난 늙은 도사 하나가 태청진인에게 말을 붙였다.


“장문인.”


축 처져 선해 보이는 눈매와는 달리, 그의 검에서는 짙은 혈향이 진동했다.


검사들의 성지라 불리는 무당산 해검각(解劍閣)의 각주이자, 태청진인의 사제. 태을진인(太乙)이었다.


태을은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태청에게 말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을 듣고 왔습니다. 강을 건넌 것은 확실합니다.”


“······.”


태청진인은 태을진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장강을 바라보았다. 태을은 태청의 속내를 짐작한 듯, 그의 곁에 서서 말했다.


“이건 더 나은 문파,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선인들께서 내리신 시련입니다. 사형, 마음 약해지시면 안 됩니다.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


태청진인은 태을진인의 말에, 장강을 등지며 자신의 사제 태을을 바라봤다.


그곳엔 사제인 태을과 자신을 바라보는 무당의 젊고 늙은 도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올곧은 눈빛으로, 자신에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었다.


태청진인은 그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고갤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옳다. 이건 시련이다. 우리 무당이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시련······.”

“그렇습니다.”


태을은 태청의 표정이 굳건해지자,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포기는 아직 이릅니다. 비각의 정보원들이 그들의 흔적을 찾고 있습니다. ”


“······.”


태을의 말을 듣던 태청의 표정이 대번에 어두워졌다.


비각이 이번 사건에 도움을 주는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그들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두 인물 중 하나가 무림맹에서 사천당가로 이송되다 도망친 사파의 첩자였다.


“그들도 책임을 느끼고 있으니, 사태 수습을 위해 전력으로 도움을 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림에서의 맹의 위신이 크게 떨어질 테니 말입니다. 그들이 도움을 주는 지금이야말로, 비급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우리가 포기해선 안 됩니다.”


“네 말이 옳다.”


태청진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태을진인을 바라봤다.


그의 사제, 태을은 이치에 밝고 현명한 사람이었다. 사형인 자신이 없었다면, 능히 장문인에 올랐을 만한 인재.


해검각을 그에게 맡긴 이유도, 그가 단순히 항렬이 높기 때문이 아니었다.


태을은 눈을 빛내며 상황을 정리해가기 시작했다.


“일단, 비각에서 받은 정보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주모자는 구패문의 소문주 사일도와 청룡단에 입단했었던 사파의 첩자 비룡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들이 서안까지 함께 움직인 것도 이미 확인했습니다. 구패문의 소문주가 서안에서 무당의 속가제자 셋을 참살한 것을 목격한 이가 많습니다.”


“비각에서 밝힌 정보에 따르면··· 그렇지.”


“허나, 지금은 누가 비급을 가졌는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태청이 고개를 끄덕이자, 태을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우리는 비룡의 얼굴을 모르니, 비룡의 추적은 무림맹에게 맡기고 우리는 사일도의 뒤를 쫓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비각에선 비룡을 제대로 이송하지 못한 잘못이 있으니, 열과 성을 다해 추적할 겁니다.”


“······.”


태청의 표정이 다시금 어두워지자, 태을이 조심스레 물었다.


“무엇이 걱정이신지, 소제에게 알려주십시오.”


“··· 우리가 사일도를 쫓았는데, 만약 비룡이라는 자에게 비급이 있다면 어찌하겠느냐?”


"······."


태청의 물음에 태을이 잠시 말을 잃었다. 그는 비로소 태청의 우려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혹··· 무림맹에서 비급을 회수한 후, 모르는 척할까 걱정하시는 겁니까?"


"··· 그렇다. 물론 무림맹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사형."


태을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무도 믿지 마십시오. 우리가 잃어버린 물건은, 그 누구라도 탐낼 물건입니다. 사형의 의심은 타당합니다. 무림맹에선 욕심을 부릴 것이 틀림없습니다. 무림맹이 아니더라도, 그 휘하의 무인들은 분명 욕심을 낼 겁니다."


"······."


무림맹이 무당의 비급을 탐낸다고 해도, 그들을 질타하기 힘들었다.


선한 사람들조차, 욕망에 집어삼켜지게 만드는 비급. 그들은 그런 것들을 도둑맞았다.


하지만 태을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형. 그 무공들이, 단순히 비급을 읽었다고 익힐 수 있는 무공이 아님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태극혜검과 제운종은 주인을 선택하는 특별한 무공들입니다."


태을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무당의 신공이라 불리는 태극혜검과 제운종. 그 두 무공의 비급들은, 스스로 주인을 선택해 자신을 전하는 신물(神物)이었다.


애초에 비급의 글귀들을 읽는다고 익힐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만약 비룡에게 비급이 있어서 무림맹에서 회수한다 해도, 비룡은 물론이거니와 그 누구도 익히지 못할겁니다.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태을의 말에, 오히려 태청진인의 표정이 착잡해졌다.


"······그렇지. 그렇기에 나도···."


"사형. 제자들이 많습니다."


태을이 태청의 말을 자르듯 가로막았다. 그러자 태청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했다.


"모두 나의 죄로다···. 원시천존······."


쏟아지는 빗물에 태청진인의 한숨까지 모두 쓸려 내려갔다.




* * *




서안에서 멀지 않은, 장강의 또 다른 유역.


사룡, 쌍각의 무림맹 정예들이 모여 그 수가 족히 기백이 넘는 무인들이 야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비각의 정보원들이 쉴새 없이 야영지를 들락거리고, 중앙의 지휘 막사에서는 정보원들이 가져온 정보들을 취합해 사일도와 비룡의 동선을 예측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지휘 막사 중앙에는 커다란 탁상이 있었는데, 그 탁상 위에는 거대한 중원 전역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지도 자체만으로도 수백 냥은 될만한 엄청난 크기와 정확도를 자랑하는 지도였다. 그리고 그 지도 위에는 사일도와 비룡의 이름이 적힌 자그마한 목패가 올라가 있었다.


비각의 제 일 각주, 흑우가 비룡의 목패를 쥐고 장강의 이남 지역으로 이동시키며 말했다.


"비룡은 장강을 건넌 것이 확실하네. 서안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나룻배를 타고 건넌 것이 이미 확인됐네. 뱃삯을 받은 사공의 증언을 확보했네."


검각의 제 이 각주, 현오가 진중한 표정으로 흑우에게 물었다.


"목적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강서나 절강 지역이겠지. 거리상 지금쯤 호북의 형문산(荊門山) 초입에 들어섰을 걸세."


현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일도의 목패를 쥐었다.


"사일도가 장강을 타고 다시 무한에 돌아갔다는 정보는?"


"맞는 것 같네. 장강의 수류를 이용해서 빠르게 강서로 돌아간 것 같네. 의창 인근에서, 여러 무인이 커다란 배를 타고 움직이는 것을 목격한 이가 있네. 인상착의를 확인한 결과 사일도가 맞는 것 같다고 하더군."


현오는 사일도의 목패를 무한까지 옮기며 말했다.


"간도 큰 놈이군. 미친놈이거나."


"미친놈이지."


현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일도는 강서로 빨리 돌아가기 위해, 서안 이남의 장강에서 배를 타고 동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청룡단과 구패문의 잔당들이 싸움을 벌이던 무한으로 말이다.


청룡단이 그곳에 계속 머물렀다면 스스로 묫자리를 찾아 돌아온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으나, 운 좋게도 당시 청룡단은 무한을 벗어나 맹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양휘가 문을 들춰 막사에 들어서며 말했다. 오랜 시간 잠을 설친 듯, 안색이 좋지 못했다.


"운도 좋은 놈이지. 무당은? 무당은 어떻게 됐나?"


"무당에선 사일도를 추격하겠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자신들은 비룡의 얼굴을 모르니, 저희에게 맡기겠다고 하더군요."


"하! 그럼, 사일도의 얼굴은 안다던가?"


"······."


흑우와 현오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양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차라리 잘됐네. 어차피 자네들 모두 비룡의 얼굴을 알고 있으니 말일세."


"맞습니다."


양휘가 지도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도하의 준비는?"


"이곳에 남을 인원을 제외하면, 준비는 모두 마쳤습니다만··· 장강의 수위가 너무 불어난 탓에 쉽사리 이동할 수가 없습니다."


"서둘러야 하네. 방법이 없겠나? 지금도 비룡 그놈은 계속 도망치고 있네."


"······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후우··· 알겠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 양휘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막사의 밖을 향해 소리쳤다.


"악규를 불러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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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고요한 밤 (4) 22.06.07 641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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