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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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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5,994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6.16 15:07
조회
591
추천
8
글자
10쪽

각성의 전조 (2)

DUMMY

“사! 사부님!”


나는 눈물을 질질 흘리며 반갑게 외쳤다.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다니··· 상당히 꼴사나운 몰골이겠지만, 어쩔 수 없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꼼짝없이 죽는 줄로만 알았으니 말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부의 목소리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살 수 있어! 사부님이라면 무언가 해결책을···!’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사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야에 들어오는 건, 산 중턱의 우거진 초목들과 내가 잠시 앉았었던 커다란 바위와 그 위의 태극혜검의 비급뿐이었다.


나는 사부를 찾기 위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소리쳤다.


"사부님! 어디 계십니까!?"


-사부님! 어디 계십니까! 어디 계십니까! 계십니까···!


사부님을 찾는 내 목소리가 공허하게 메아리칠 뿐, 사부의 목소리는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깊은 슬픔이 다시금 찾아왔다.


죽는 줄로만 알았다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는데, 다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기분이었다.


"흐흑···!"


너무도 극심한 감정변화 때문일까. 나는 부모를 잃은 아이처럼 흐느끼며 주저앉아 버렸다.


하지만 나는 흐르는 눈물을 훔칠 수조차 없었다. 이미 내 손과 팔은 비급의 글자들 때문에 새까맣게 물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간, 얼굴마저 새까맣게 물들까 걱정되었다.


내 팔을 새까맣게 물들인 이 저주받은 글자들은, 아직도 꿈틀대며 내 살점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글자들이 지나간 피부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사부님······!"


나는 목놓아 사부를 부르다, 문득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나는 참 멍청했다. 죽은 사부님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지 않은가?


흑혈무독에 당해 정신을 잃었을 때 만난 사부도 사실은 환각과 비슷한 것이었겠지.


"이 또한 주마등인가······."


나는 조용히 읊조리며 미소 지었다.


최근 참 여러 번 생을 포기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나는 이번에도 생을 포기했다.


이젠 한 줌의 미련조차 남지 않았다. 이 세상은 나 같은 약자가 살아가기엔 참 빡빡하고 힘든 곳이니 말이다.


힘이 논리인 이 세상에서 내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고,

힘이 권력인 이 세상에서 내 몸짓은 몸부림에 불과했다.


결국 힘이 전부인 이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이 설 자리 따윈 없었다.


저승이 이승보다 편할지도 몰랐다.


내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사부. 배운 것도 없는 고아를 거두고 길러준 나의 사부. 그 또한 나와 같은 약자였다.


약한 주제에, 사람은 좋았던 사부.


"어떻습니까? 그곳은 좀 편하십니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사부를 추억하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눈앞에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 사부와 내가 함께 살았던 오두막.


저 멀리 사부와 어린 내가 보였다.


어린 나는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웃으며 산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구겼다. 사부가 죽던 그날이었다.


나는 멀어지는 어린 나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사부를 봤다.


기억 속 사부는 산속으로 들어가는 내 뒷모습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곧 죽을 운명인 줄도 모르고, 어린 제자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답답했다.


나는 사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때 갑자기 그들이 찾아왔다. 사부를 때려죽인 거지들과 왈패들 말이다.


다시 보니 그 수가 꽤 많았다. 거지는 모두 열셋이었고, 왈패들은 열이었다.


사부는 말없이 그들을 맞이했다.


나는 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사부의 앞을 막아섰다. 두려움에 질려 숨어있기만 했던 어린 날의 내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죽음조차 결심한 내 의지를 무시했다. 선두의 거지가 나를 스쳐 지나가 사부에게 향했다.


내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그 거지를, 나는 다시 쫓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나는 눈앞의 거지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휙!


내 손은 허공을 가르듯 거지를 통과해 지나갔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나는 앞서가 버리는 거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무, 무슨······.’


내가 잡으려던 거지는 평범한 거지가 아니었다. 흔들리는 허리춤의 여덟 매듭이 그가 차기 용두방주(龍頭幇主), 후개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쓰러진 나를 스쳐 지나가는 거지들과 왈패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사부를 향해 다가가는 거지들의 허리춤 매듭은 전부 일곱이었다.


‘칠, 칠결개······.’


몰려온 거지들은 후개와 개방의 장로들이었다.


사부의 앞에 도착한 거지들과 왈패들이 무서우리만치 짙은 살기를 뿌렸다.


팔결의 후개가 한걸음 나서며 사부에게 말했다.


-이런 곳에 숨어있었군. 독고천. 찾느라 아주 고생했다네.


나는 놀란 눈으로 대화를 들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내게 이런 기억은 없었는데?


그들의 짙은 살기에도, 사부는 전혀 미동 없이 그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왈패 녀석 하나가 후개의 옆에 서며 사부에게 말했다.


-우리 혈룡문을 그렇게 만들어놓고 무사할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사부는 그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조용히 서서 그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출 뿐이었다.


그런 사부에게 후개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네가 여기서 화려하게 날뛰어준 덕에, 정사가 처음으로 연합을 하게 됐다. 이제 도망칠 곳은 없어. 산 아래. 정파와 사파의 천라지망이 두 겹으로 펼쳐져 있다.


사부는 여전히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멍하니 사부를 지켜보던 나는 사부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자그마한 그루터기가 보였다.


‘아아······.’


작은 그루터기 뒤로, 몸을 숨긴 채 떨고 있는 어린 내가 보였다.


나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공포에 떨고 있는 어린 나의 모습을 바라봤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숨조차 죽이고 있는 과거의 나.


‘설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쏟아지듯 머리에서 흘러나왔다.


‘설마··· 사부님은······.’


사부는 저항의 의지가 없음을 보이듯, 검을 풀어 바닥에 던졌다.


빗물이 고인 웅덩이에 검이 떨어지며 소리를 내었다.


철퍽!


-······.

-······.


사부를 보던 거지와 왈패들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사부는 그런 그들을 보며 빙긋 웃었다.


-죽여라.


사부의 말을 들은 녀석들의 표정이 대번에 험악하게 변했다.


그들은 저항을 포기한 사부를 무자비하게 구타하기 시작했다. 오갈 데 없어진 분노와 증오를 쏟아내는, 끔찍하리만치 잔혹한 폭력이었다.


나는 그 참혹한 장면을 마주할 수 없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저 멀리, 아직도 숨어있는 어린 내가 보였다. 작은 그루터기 뒤에 쪼그려 앉아 어떻게든 몸을 숨기려는 꼴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사부는 이런 나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한 것이었다. 비겁하고, 나약한 나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저항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아아······.’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꿈속에서 나를 찾아와 괴롭히던 사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악몽을 꿨다며 투덜댔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꿈속에서나마 죽어버린 사부를 볼 수 있음에 늘 감사하고 있었다.


흉하게 망가진 사부의 얼굴이 참으로 그립고 반가웠다.


'아아··· 좋은 꿈이구나.'


나는 어느새 쓰러진 사부를 보며 미소 지었다. 울음을 참느라 환한 미소는 아니었다.


비록 기억 속 사부일 뿐이지만,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부를 만나는 것이다 보니 슬픈 표정으로 사부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기억 속의 사부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랬다. 사부는 죽기 전,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꿈이기 때문일까? 사부의 흐린 눈동자가 향한 곳이 어린 내가 아닌, 지금의 내게 향해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사부의 입이 달싹였다.


뻐끔대는 입에서 피거품이 흘러나왔지만, 사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무언가를 말했다.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사부는 내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당시 사부가 남긴 마지막 말을 듣지 못했다. 그저 그가 나를 보고 웃고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나는 눈에 힘을 주고 사부의 마지막 말을 알아보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사부가 한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잘했다.


흉하게 일그러지고, 망가진 얼굴로 사부는 웃으며 내게 말하고 있었다.


잘했노라고.


나는 멍하니 사부를 바라보다, 사부에게 소리쳤다.


"무얼? 무얼 잘했단 말입니까!?"


스스로에 대한 혐오와 분노가 터져 나왔다.


"숨어있던 것이!? 아니면 비겁하게 살아남아, 이런 말도 안 되는 멸시와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약자로 살아가는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도대체 무얼 잘했다는 겁니까!"


한때나마 삶의 전부였던 것을 잃어버린 슬픔이 쏟아지듯 흘러나왔다.


"왜 그러셨습니까······."


하지만 사부는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나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그런 사부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는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작은 그루터기 뒤에 몸을 숨긴 어렸던 나처럼.

그리고 나는 흐느껴 울었다. 소중한 이를 잃고 울던 어렸던 나처럼.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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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성의 전조 (2) 22.06.16 592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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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기묘한 동행 (5) 22.06.14 502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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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묘한 동행 (1) 22.06.08 614 11 10쪽
23 고요한 밤 (4) 22.06.07 642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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