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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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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5,951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6.15 13:15
조회
593
추천
9
글자
10쪽

각성의 전조 (1)

DUMMY

비급을 감싸둔 천을 풀고 나서도, 나는 감은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앞으로의 일을 고민했다.


비급을 다시 무당에 돌려줄지, 아니면 가지고 갈지. 그것도 아니라면 어딘가에 숨겨두고 도망칠지.


‘비급을 들고 무당에 찾아가면······ 죽겠지.’


무림맹은 나를 첩자 취급하며 죽이려 했었다.


정파의 대표라던 놈들의 꼬라지가 그 모양인 걸 보면··· 무당은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가지고 갈 수도 없었다. 분명 누군가에게 들키고, 결국 뺏기게 될 것이 뻔했다.


‘그럼 그냥 버려?’


눈을 감고 생각해보니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입만 닫고 평생 살아간다면, 딱히 위험한 일이 생기진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조심스레 비급을 쓰다듬었다.


아주 오래된 것 같은 종이의 질감이 느껴졌다.


‘그래. 태극혜검이든 제운종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둘 다 내겐 너무 과분한 물건이다. 버리자. 땅속 깊이 묻어두면 찾을 사람도 없겠지······.’


나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버릴 생각을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눈을 뜨지 못했다.


그럼에도 태극혜검이 아니길 바라는 내 마음은 변함없었기 때문이다.


태극혜검은 무림인이 아니었던 나조차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무공이다.


소림의 반야신공이나 화산의 자하신공, 마교의 천마신공처럼 신공으로 일컬어지는 무공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일도가 내게 태극혜검을 넘겼을 리가 없었다.


태극혜검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미 사일도는 무당산을 홀랑 태워버린 전공을 세운 녀석인 만큼, 구패문의 문주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거기에 태극혜검 비급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안 그래도 빠르게 세를 확장하는 구패문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고, 제대로 된 주인이 없는 복건과 광동지역까지 손에 넣을 수 있을 터였다.


‘그래······. 어차피 버릴 거라지만, 그래도 제운종이 낫다.’


결심을 마친 나는 눈을 떴다.


눈을 너무 오래 감고 있었던 탓에 시야가 흐릿했다.


“······.”


누렇게 변색 된 비급의 앞엔 일필휘지(一筆揮之)의 글씨로 비급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태··· 태극혜검······.”


태극혜검(太極慧劍).


무당 무공의 정수이자, 무당의 혼 그 자체가 지금 내 앞에 있었다.


“이··· 이 미친 새끼가!”


나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사일도는 내게 벽력탄을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천으로 비급을 감싸려 했다.


그때 비급의 뒤편에서 고이 접힌 종이 한 장이 툭 떨어졌다.


오래된 태극혜검 비급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얀 종이.


“······?”


나는 종이를 주워 펼쳤다.


글을 읽어보니, 사일도가 내게 쓴 편지였다.


내게 할 말이 뭐 그리 많았는지, 한 면 자체가 전부 빼곡히 글씨로 채워져 있었다.


『선배님. 저 사일도입니다. 우선, 제가 태극혜검을 선배님께 드린 이유에 대해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몇 자 적어 봅니다.』


“······.”


『태극혜검의 필사(筆寫)는 끝났습니다. 물론 선배님께 드린 것은, 무당의 비밀 서고에서 가지고 온 태극혜검의 원본이 맞습니다.』


역시 철두철미한 녀석이었다. 이 녀석이 생각 없이 내게 태극혜검을 건넸을 리가 없었다.


『본디 선물이란 가치가 있는 것을 줄 때 효과가 배가 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제아무리 태극혜검의 비급이라 할지라도, 필사본으로는 제대로 된 선물이 될 리가 없지요. 그래서 선배님께 원본을 드린 겁니다.』


나는 그런 호의를 바라지 않았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며 글을 읽어 내려갔다.


『선배님께서 천산으로 먼 길을 가시는 동안 틈틈이 비급을 읽어보시리라 생각하니··· 선배님께 어떤 비급을 드려야 할지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태극혜검과 제운종. 두 무공 모두 신공이라 불리는 무당의 절기들이니 말입니다.』


··· 그래. 웬만해선 받고 싶지 않았단다.


『선배님께선 밝히지 않으셨지만, 저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선배님이 사파의 거두이신 독마님의 제자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 이제야 알았다. 이놈은 나를 독마의 제자라 생각했구나.


강소의 패자로 불리는 독마의 제자라 생각했다면, 내게 그리도 깍듯하게 대했던 이유들이 이해됐다.


내가 절강성에 살았을 때부터, 독마의 명성은 이미 자자했다. 정사 대전을 치른 전대의 노고수이면서, 아직까지도 쌩쌩한 현역인 괴물 중의 괴물.


독마의 명성에 비하면, 신생 문파인 구패문은 달빛 아래 반딧불 수준이나 다름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읽어나갔다.


『독마님의 만독뇌신장(萬魔雷神掌). 선배님께서 배우셨을 그 무공은 신장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무서운 무공이지요. 그래서 천하의 태극혜검이라 하여도 선배님의 눈에 차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다면 제운종을 줬어야지! 나는 자리에 없는 사일도에게 쌍욕을 뱉었다.


하지만 사일도는 내 의문에 답하듯 적어 두었다.


『하지만 저는 태극혜검만한 우호의 증표가 없다고 여겼습니다. 마교는 이미 무당이 비급을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마교의 세작이 곳곳에 숨어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니 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운종의 비급을 가져가신다면, 가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하는 짓은 완전히 미친놈이었는데, 은근히 순진한 구석이 있었다. 마교에 간다는 내 말을 철석같이 믿은 모양이었다.


『필사본을 선물하면 그 진심을 의심받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다소 가치가 떨어지는 제운종을 선물로 건네면, 태극혜검까지 가지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을 마교 측에서 성의를 의심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사일도가 무슨 말을 하는진 알겠다. 마교에서도 이 소식을 알고 있는데, 제운종 비급을 가져다주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마교에 갈 생각이 없는 나에겐, 태극혜검은 짐 덩이에 불과했다. 그것도 아주 무겁고 아주 비싼 짐.


태극혜검을 땅에 묻을 생각을 하니, 죄책감과 온갖 부정적 감정들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먼 길. 무탈하게 다녀오시고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배 사일도 올림.』


“······.”


편지를 모두 읽은 나는 조용히 편지를 접었다. 찢어서 버리자니, 누군가 찢어진 종이들을 맞춰볼 것 같다는 불안함 때문이었다.


편지를 접어 손에 쥔 채, 나는 말없이 태극혜검의 비급을 내려보았다.


웅혼한 필체로 적힌 태극혜검이라는 네 글자.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사가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 비급이 눈앞에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런 물건을 내게 건넨 사일도 녀석도 미친 것이 틀림없었다.


‘설마··· 가짜인가···?’


아무리 독마의 제자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해도, 태극혜검 원본 비급을 넘기는 건 이상했다.


하지만 오래된 비급의 모양새를 보면, 가짜로 만들려고 해도 무리일 것만 같았다.


저 오래된 종이의 색깔이며 멋들어진 글자체는 진품이 아니고선 설명할 수가 없었다.


문득 무림에 떠돌던 한 가지 소문이 생각났다. 고강한 무공, 흔히 신공이라 불리는 무공을 담은 비급들은 혼을 품게 된다는 소문이다.


갑자기 그 소문이 기억나고 보니, 태극혜검이라 적힌 글씨가 마치 의지를 가진 생명체처럼 꿈틀대는 것 같았다.


사실 나도 태극혜검의 내용이 궁금했다. 역대 무당의 장문인들은 모두 검선이라 불리던 대단한 고수들이었다.


‘이 무공을 익히면 나도 검선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순간 스스로의 멍청함을 깨닫고 허탈하게 웃었다.


왜 나는 이 무공을 익힌다는 선택지를 배제했던 걸까?


약해서 무시당한 일들.

약해서 해결하지 못한 상황들.

약해서 구할 수 없었던 사람들.


비가 오지도 않는데, 문득 죽어가던 사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내가 강했더라면······.’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태극혜검 비급에 손을 가져다 댔다. 눈을 감고 만졌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무당의 유구한 역사가 손끝에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태극혜검의 글자들이 꿈틀댔다.


“응?”


나는 잠시 눈을 껌뻑이며 비급을 내려다보았다.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비급서의 표지에 적힌 태극혜검이라는 글자가 꿈틀대고 있었다.


“으악!”


나는 기겁하며 비급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이미 꿈틀대던 글자들은 내 손가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이 미친! 뭐야!”


마치 내 피부에 먹으로 글을 남긴 것처럼, 글자들은 내 손가락에 들러붙었다.


문제는 피부에 달라붙은 글자들이 얌전히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글자들은 오히려 격렬하게 꿈틀대며 내 손가락을 타고 팔을 향해 올라왔다.


글자들이 타고 올랐던 길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으아악!”


나는 글자들을 떼어내기 위해 정신없이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글자들은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다른 손을 사용해 글자들을 털어내기 위해 손을 댔다.


하지만 글자는 내 반대편의 손가락에도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두려웠다. 비급 자체가, 자격이 없는 자가 무당의 정수를 엿보려 한 것에 분노한 것만 같았다.


순식간에 양팔을 타고 올라온 글자들을 보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한순간의 욕심으로 인해, 비급의 저주를 받아 죽는 운명이라니.


정말 멋없고 하찮은 인생이었다.


거짓말로 연명해왔던 내 인생이 서글퍼지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놈아!


사부의 목소리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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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사라진 마두와 비급 (3) 22.07.12 368 8 11쪽
46 사라진 마두와 비급 (2) 22.07.11 365 7 10쪽
45 사라진 마두와 비급 (1) 22.07.07 454 7 10쪽
44 형문산 혈사 (3) 22.07.06 420 8 9쪽
43 형문산 혈사 (2) 22.07.05 443 7 10쪽
42 형문산 혈사 (1) 22.07.04 462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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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낙룡봉 (5) 22.06.30 465 7 10쪽
39 낙룡봉 (4) 22.06.29 47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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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낙룡봉 (1) 22.06.24 517 5 10쪽
35 움직이는 무림 (4) 22.06.23 504 6 10쪽
34 움직이는 무림 (3) +1 22.06.22 511 5 9쪽
33 움직이는 무림 (2) 22.06.21 511 7 12쪽
32 움직이는 무림 (1) 22.06.20 573 6 11쪽
31 각성의 전조 (3) 22.06.17 618 9 9쪽
30 각성의 전조 (2) 22.06.16 591 8 10쪽
» 각성의 전조 (1) 22.06.15 594 9 10쪽
28 기묘한 동행 (5) 22.06.14 501 8 10쪽
27 기묘한 동행 (4) 22.06.13 49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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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기묘한 동행 (2) 22.06.09 550 9 11쪽
24 기묘한 동행 (1) 22.06.08 613 11 10쪽
23 고요한 밤 (4) 22.06.07 641 12 12쪽
22 고요한 밤 (3) 22.06.06 648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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