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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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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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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5,988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6.09 13:15
조회
550
추천
9
글자
11쪽

기묘한 동행 (2)

DUMMY

섬서(陝西)의 서안(西安).


서쪽으로는 종남이, 북쪽으로는 화산이 있는 곳.


어떻게 보면 유서 깊은 정파의 검맥이 이어져 내려오는, 정파 무림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 바로 이곳 서안이었다.


그리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답게, 밤거리를 화려하게 수 놓는 등불들 옆으로 커다란 건물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후우······.”


나는 한숨을 내쉬며 거리를 둘러봤다.


거리의 초입부터, 거리의 끝까지 전부 객잔이었다. 그리고 거리는 그 객잔들을 찾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힘들 지경인 상황.


심지어 객잔의 손님들은 대부분이 칼을 찬 무인들이었다.


나는 불안함을 느끼며 굴에서 나온 토끼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인파를 헤쳐 나갔다.


언제 무림맹의 무인들이 들이닥칠지 몰랐으니, 내가 느끼는 불안함은 당연했다. 하지만 사일도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 태연한 표정으로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오가는 무인들을 피해 들어선 한 객잔.


이 층으로 이루어진 객잔은 이미 만석에 가까웠는데, 앉아있는 무인들이 소란스레 떠들어대는 소리가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객잔에 막 들어선 나와 사일도를 본 점소이 하나가 소리치며 달려왔다.


"어서옵쇼!"


웃으며 다가온 점소이가 능숙하게 우리를 일 층의 중앙으로 안내했다. 구석 자리가 모두 만석이라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나와 사일도가 자리에 앉자, 점소이가 물었다.


"주문은 뭐로 하시겠습니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술이 너무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술을 마셔도 될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괜히 술을 마시고 헛소리를 해서 사일도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죽엽청주. 선배님은······?"


내 고민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일도가 술을 주문해버렸다. 나는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죽엽청주 두 병."


"죽엽 두 병이요!"


점소이가 큰 소리로 주문을 외치며 돌아가자, 사일도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역시 선배님도 죽엽청주를 즐기시는군요."


"그렇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내가 죽엽청을 마시기 시작한 건, 절강성에 살았을 때부터였다.


열 살 무렵. 깨진 술병에 남은 죽엽청주를 핥아 마신 이후. 나는 죽엽청주만을 고집해왔다.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마신 그 술맛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았다.


사일도는 점소이가 내온 죽엽청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병마개를 열었다.


"죽엽청은 대부분 맛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절강성에서 만드는 죽엽청을 최고로 치지 않습니까?"


"······."


나는 말없이 잔에 채워지는 술을 바라봤다. 옅은 누런색 액체가 잔 가득 담겼다.


사일도는 오랜만에 술을 본 듯 해맑게 웃었다.


"보통 산서의 죽엽청을 최고로 친다고들 많이 하지요. 하지만 절강성에서 만든 죽엽청은 그 결이 다릅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나는 사일도를 바라봤다. 얇게 찢어진 눈 뒤로, 나를 관찰하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잡았다. 다행히도, 절강성에 살았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절강에선 오죽(烏竹)을 사용해 술을 만들지."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사일도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술의 색이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을 띠지요. 맛과 향도 다른 지역의 죽엽청에 비해 더 자극적이고요."


사일도가 가득 채운 술잔을 조심스레 들어 올리며 미소 지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배님."


"그래."


나는 자연스레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붙어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연기는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이젠 말도 더듬지 않았고 자연스레 사일도에게 하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일도는 단숨에 술잔을 비워내곤 내게 속삭이듯 물었다.


"선배님. 이곳에 오신 이유··· 임무 내용을 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분명 제가 도울 일이 있을 겁니다."


"······."


나는 말없이 술잔을 채웠다.


이곳에 온 이유? 그딴 건 없었다. 무작정 걷다 보니, 어느새 서안이었을 뿐이다.


걷는 내내 그럴싸한 변명거리를 만들어내려 고민했지만, 마땅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곳은 검맥으로서 의미가 있는 곳 아닙니까? 저희에겐··· 지옥이나 다름없지요."


"이유라······"


나는 술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을 끌었다. 사실 이유쯤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화산이나 종남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함이라 둘러대도 되었고, 감숙에 있는 공동파를 조사하러 가는 길이라 해도 괜찮았다.


문제는, 뭐라고 말해도 이 녀석이 전부 따라올 기세였기에 쉽사리 말을 지어낼 수가 없었다.


사일도가 눈빛을 빛내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그때, 옆자리 무인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그 소식 들었나?"


"무슨 소식?"


"무당파가 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말일세!"


"뭐? 그게 무슨 소린가?"


대화를 엿들은 사일도의 시선이 무인들로 향했다. 사일도의 얇은 눈 덕분일까? 무인들은 사일도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고 떠들어댔다.


"구패문의 정예들이 무당파의 본거지를 습격해서 불을 질렀다고 하네! 대부분의 비급들은 모조리 불타고, 태극혜검(太極慧劍)과 제운종(梯雲縱)의 비급은 도둑맞았다고 하네!"


"뭐···? 거짓말하지 말게! 태극혜검이나 제운종이나 모두 무당의 진산 절기 아닌가!"


"아니, 내가 왜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겠는가? 무당파에서 구패문에게 총력전을 선언하지 않았나? 그들이 산을 비우고 내려간 사이에, 구패문의 정예가 몰래 무당파를 쳤다고 하네! 살아남은 이가 없어, 지금 무당산엔 까마귀들이 몰려와 하늘이 까맣게 물들었다고 하더군."


"구패문 따위가 어찌 무당을······?"


"무당의 장문인이 싸울 수 있는 모든 인원을 데리고 무한에 직접 가지 않았나! 무림맹에서 청룡단을 파견했으니, 그들도 그 정도는 해야 성의 표시가 될 거로 생각했겠지!"


무인들의 대화를 들은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내 우려가 사실이 되었다. 그날 사일도는 수하들을 시켜 텅 빈 무당산을 공격하게 한 것이 틀림없었다.


사일도는 기분 좋은 듯 킥킥 웃으며 술잔을 잡았다.


사일도의 웃음이 작지 않았기에, 그 소리를 들은 무인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우리를 향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뭐가 그리 웃기시오?"


"아. 미안합니다. 재미있는 일이 생각나서···."


"······."


사일도의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들은 무인들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정파 무림에서 무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파인들에게 이번 일은 큰 사건인 듯 보였다.


나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사일도에게 눈짓했으나, 사일도는 여전히 킥킥 웃으며 술잔을 채울 뿐이었다.


"무당파가 당한 것이 웃기시오?"


"재미있는 일이 생각나 웃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킥킥거리며 웃어대던 사일도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더 이상 시비를 걸어대면 참지 않겠다는 뜻이 내포된 행동이었다.


"······."


무인들이 말없이 사일도의 시선을 피했다.


사일도가 쏘아대는 날카로운 기세에 무인들의 적의가 사그라든 것처럼 보였다.


내 앞에선 헤실헤실 웃기만 하기에 얕봤는데, 확실히 구패문의 소문주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는 녀석이었다.


무인들에게 기세를 뿌려대던 사일도는 나를 보며 다시 생긋 웃었다.


"이게 다 선배님 덕분입니다. 덕분에 제 출셋길이 활짝 열렸지요."


"······."


나는 말없이 술잔을 비웠다. 술이 유난히 썼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무당이 화를 입은 건 내 탓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구파일방이라는 거대한 무림 세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무당이 봉문에 들어갈 정도로 타격을 입을 줄은 몰랐다.


사일도의 수하들은 겉으로 보기엔 너무 허접해 보였기 때문이다.


"수하들이 능력이 좋은 모양일세."


"물론이지요. 정예 중의 정예들만 추려왔었습니다. 가시밭길이나 다름없는 곳 아닙니까?"


사일도의 기세에 기가 죽은 무인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우리의 대화를 엿듣는 것이 느껴졌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누다가는 오해를 살 수도 있었기에, 나는 자리를 파하기 위해 술병을 비웠다.


"마지막 잔이군. 그만 일어나지."


사일도 역시 술잔에 마지막 술을 채우고 잔을 들었다.


"예."


우리는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자리의 무인들은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사일도의 기세가 어지간히 강했던 모양이었다.


나와 사일도는 그들을 짧게 일별하고 객잔을 나섰다.




* * *



무한(武汉) 동호(東湖) 인근의 야영지에 전서구 한 마리가 내려앉았다.


전서를 받아든 건 무림맹 청룡단주 양휘였다. 전서를 읽어 내려가는 양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당이······."


양휘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그러자 그의 곁에서 작전을 구상하던 다른 이들의 시선이 양휘에게 향했다.


부단주 남궁연과 제갈길, 그리고 총력전을 선언하고 제자들을 모두 이끌고 무한까지 내려온 무당의 장문인 태청진인(太淸)도 자리에 함께 있었다.


양휘의 입에서 무당의 이름이 나오자, 태청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단주."


양휘는 어두운 낯빛으로 전서를 태청진인에게 건넸다.


전서를 받아든 태청진인의 표정이 어둡다 못해, 새까맣게 죽어버렸다.


멋들어지게 기른 태청진인의 하얀 수염과 눈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이··· 이 내용은 사실입니까?"


"비각의 전서입니다. 내용엔 틀림이 없을 겁니다."


"······ 우리는 돌아가야겠소."


"이미 무당산은 화마에 휩싸여 본 모습을 잃었다고 합니다. 장문인. 차라리 이곳에 남아 복수를···."


"돌아가겠소."


태청진인이 단호한 눈으로 양휘를 바라봤다. 그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본 양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장문인께서 가신다면 말릴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태청진인은 볼일이 끝났다는 듯 몸을 돌려 막사를 벗어났다.


태청진인이 나가고 나서야, 남궁연과 제갈길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무당산이 화마에 휩싸였다니요?"


양휘는 이번에도 말없이 전서를 그들에게 건넸다.

말없이 전서를 읽어 내려가던 그들의 얼굴도 흙빛으로 변했다.


무당이 멸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것도 모자라, 태극혜검이라 불리는 진산 절기와 신법이라 칭해지던 제운종의 비급을 도둑맞았다는 내용.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엄청났다. 무당은 정파 무림의 한 축이자, 그 자체로 거대한 검맥이었으니 말이다.


무거운 침묵이 막사에 감돌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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