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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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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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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5,991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6.08 13:59
조회
613
추천
11
글자
10쪽

기묘한 동행 (1)

DUMMY

"흐아암."


나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짚을 넉넉하게 넣어둔 침상이 부드러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잔 것 같았다. 이미 해가 하늘 높이 걸려있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아, 나는 눈을 감은 채 바람을 느꼈다.


바람? 어찌 실내에 이런 바람이 분단 말인가?


나는 의아함을 느끼고 침상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응?"


텅 빈 터에, 내가 잠들었던 침상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뭐, 뭐야?"


나는 놀라서 주변의 지형들을 확인했다.


언덕같이 낮은 산이 우측으로 뻗어있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내가 서 있는 여긴 장촌마을의 한복판이 맞았다. 전날 도망치기 위해 눈에 담아두었던 지형과 일치했다.


믿기지 않는 광경에 나는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사방을 살폈다. 다시 보아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자고 일어나니 마을이 사라진 상태라니?


쥐똥만 했던 숙소도, 다닥다닥 붙어있던 집들도, 심지어 깊게 파여 실제로 물을 뜰 수 있었던 우물마저 모두 사라졌다.


나는 멍하니 마을이 있던 곳을 바라봤다. 텅 빈 공터의 흙바닥만이, 그곳에 마을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였다.


그러자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온 사일도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피곤하신 것 같아서, 주무시는 동안 뒷정리를 끝내놨습니다. 이제 출발하시지요.”


“뒷정리······?”


나는 의아함을 느끼며 사일도를 바라봤다. 그러자 사일도는 생긋 웃으며 자랑스레 말했다.


“장촌마을은 선배님을 구출하기 위해 저희가 만든 위장 마을이었습니다. 오시는 길에 만난 차상인 또한 제 수하지요.”


사일도의 말을 들은 나는 엄청나게 놀랐다. 하지만 겉으로 티를 낼 수 없었기에 급히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생각에 잠긴 척을 했다.


나를 하나 구하겠다고 마을을 짓고 없애는 짓을 벌인다니···. 내가 생각했던 규모의 작전이 아니었다.


사일도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마치 내 칭찬을 기대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사일도의 밝은 미소를 보며 알 수 없는 괴리감을 느꼈다. 사일도가 사람 좋게 웃어도 계속해서 느껴지던 괴리감.


나는 이제야 이 괴리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바로 광기였다. 이런 계획은, 미치지 않고선 실행할 수 없는 작전이었다.


‘이건 미친놈이야··· 엮이면 좋을 게 없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화제를 돌렸다.


“수하들은 어디 갔는가? 안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눈을 뜬 이후, 그 많던 사일도의 수하들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마을 주민을 연기하던 녀석들이었으니, 적은 수는 아닐 터.


하지만 지금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내 물음에 사일도는 다시 생긋 웃어 보였다.


"모두 돌려보냈습니다. 여럿이 우르르 몰려다니면 당연히 시선을 끄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일도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궁리했다. 이 녀석이 순순히 돌아갈지는 미지수였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


하지만 사일도는 오히려 딱딱하게 굳은 내 표정이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사일도는 내 눈치를 보며 아주 조심스레 물었다. 마치 차이가 크게 나는 손윗사람을 대하는 태도였다.


"혹시··· 이번 임무에 사람이 많이 필요하십니까?"


"아, 아닐세."


나는 급히 고개를 저었지만, 사일도의 오해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습니다.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금방 모일 겁니다."


"정말 괜찮네."


나는 다급히 손을 저어 부정했다. 이놈들의 수하들이 몰려오면 도망치기 더욱 곤란해졌기 때문.


하지만 내 행동에서 느껴지는 불안함을 느낀 건지, 사일도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부담을 느끼고 계시는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원하시는 걸 편하게 이야기해 주십시오. 저희 사파는 사해동도가 아닙니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말을 마치며 멋쩍은 표정으로 씩 웃는 사일도. 웃기게도, 이 미친놈은 사해동도라는 말을 이야기할 때 진심으로 웃는 것처럼 보였다.


식구를 아끼는 사일도의 모습에, 내 안의 사일도의 평가가 조금 바뀌었다.


진짜 미친놈에서 조금은 괜찮은 미친놈으로 말이다.


"······."


내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자, 사일도는 원치도 않았던 정보들을 줄줄 쏟아냈다.


"제 수하들은 무당의 영역으로 잠입한 뒤, 장강을 통해 무한에 지원하러 갈 예정입니다. 아시다시피 무한에 고립된 저희 문파 식구들이 많지 않습니까? 사실 그 때문에 수하들을 돌려보낸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배님께서 원하신다면 지금이라도······."


"괜찮네."


나는 사일도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미친놈이 부담 갖지 말라면서 더욱 부담을 주고 있었다. 고립된 식구들을 구하겠다고 보내놓고 다시 부른다니?


대화를 이어갈수록 이 녀석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점점 궁금해졌다. 대체 나를 누구라 여기고 이렇게 극진히 대접한단 말인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무한의 상황을 물어봤다. 그곳에서 있을 악규의 상황이 궁금했다.


"무한의 구패문은 어떻게 됐지?"


내 질문에 사일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한의 이남까지 전선이 많이 밀린 상태입니다. 무림맹의 청룡단이 합류한 이후, 무당의 말코 놈들이 총력전을 선언하고 공격해와서 저희만으로는 전선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나는 듣던 중 의아함을 느껴 물었다.


"무당이 총력전을 선언했다고?"


"예."


"자네 수하들이 무당산을 통해 장강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


"······."


내 말을 듣던 사일도가 두 눈을 부릅뜬 채,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 설마! 그런 방법이!"


사일도가 갑자기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내력을 담은 듯 길고 낮게 울려 소름이 끼치는 휘파람이었다.


휘파람이 낮은 산에 부딪혀 메아리치고, 산 중턱에서 갑자기 새 한 마리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커다란 매였다. 매는 빠르게 하늘을 가르며 날아와 사일도의 왼팔에 내려앉았다.


위풍당당한 매의 모습에 놀라 쳐다보자, 사일도가 자랑스레 말했다.


"제가 어릴 때부터 키워온 녀석입니다. 수천 리를 날아 정확한 대상에게 전서를 전해줄 만큼 영리한 녀석이지요."


자부심이 묻어나는 사일도의 말에 차마 부정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사일도의 매는 윤기가 흐르는 멋진 녀석이었기도 하고 말이다.


"사람보다 낫군."


"그렇지요."


짧게 대답한 사일도는 갑자기 자신의 약지를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피가 줄줄 흘렀다.


하지만 사일도는 여전히 웃는 낯으로 품속의 종이를 꺼내 급하게 몇 자를 적어 내려갔다.


나는 사일도가 매의 발목에 달린 작은 목함에 전서를 넣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망했다······.'


싱글벙글 웃는 이 녀석의 표정을 보면, 사일도가 전서에 무얼 써서 보냈는지 대충 예상이 갔다.


얌전히 기다리던 매가 갑자기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사일도를 바라봤다. 그러자 사일도는 아직 흐르고 있는 자신의 피를 매에게 먹였다.


매는 갈증이 심했던 것처럼 사일도의 피를 받아마셨는데, 양이 차지 않은 모양인지 사일도의 손가락을 쪼아댔다.


날카로운 부리가 손을 쪼아대자, 순식간에 사일도의 손이 피투성이로 변했다.


하지만 사일도는 그 와중에도 웃으며 자신의 손을 쪼아먹는 매를 쓰다듬었다.


나는 그 기괴한 광경을 보며 충격에 빠졌다. 사일도는 자신의 피와 살을 먹이로 사용하고 있었다.


'미, 미친놈이야! 역시 이놈은 미친놈이 틀림없어!'


나는 사일도를 조금 괜찮은 미친놈이라 평가했던 것이 완전히 오산임을 알아챘다. 이놈은 그냥 완전히 미친놈이었다.


배불리 피를 마신 매가 얌전해지자, 사일도는 매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아마 전서를 보낼 대상의 이름인 듯했다.


나는 조용히 그 광경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어제오늘.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힘든 광경을 많이 본 탓에, 심신이 미약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매가 커다란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가자 사일도는 내게 웃으며 다가왔다.


"가시지요 선배님."


"응? 어딜?"


"맡은 바 임무가 있으시지 않습니까? 제가 모시겠습니다."


"······."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현실도피라 해도 좋다. 하지만 이 미친놈과 동행할 생각을 하면 벌써 무서웠다.


이 녀석은 분명 나를 높은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만약 들킨다면 곱게 죽진 못할 터.


지금 헤어져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네는 수하들을 도우러 가게."


"전서를 보내뒀으니 알아서 할 겁니다. 그 정도 일머리는 있는 녀석들입니다."


"······"


어쩔 수 없었다. 나를 향한 사일도의 맹목적인 모습을 보면, 당장은 떼어놓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시간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물론 그동안 내가 사파의 첩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된다. 내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놈은 나를 찢어 죽일 녀석이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사일도가 어미를 쫓는 새끼오리처럼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며 소리쳤다.


“선배님! 어디 가십니까? 선배님!”


구패문의 소문주, 강서패검 사일도와의 기묘한 동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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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각성의 전조 (2) 22.06.16 591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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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기묘한 동행 (5) 22.06.14 502 8 10쪽
27 기묘한 동행 (4) 22.06.13 49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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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기묘한 동행 (2) 22.06.09 551 9 11쪽
» 기묘한 동행 (1) 22.06.08 614 11 10쪽
23 고요한 밤 (4) 22.06.07 641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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