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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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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5,992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6.07 14:07
조회
641
추천
12
글자
12쪽

고요한 밤 (4)

DUMMY

‘서··· 선배?’


나는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는 와중에도 의아함을 느꼈다. 초면에 선배라니?


나는 쓰러진 상태에서 눈을 부릅뜨고 다시금 눈앞의 얼굴을 확인했다.


확실했다. 무림맹 무인들에게 은자를 받고 숙소까지 안내를 맡았던 그 청년이 분명했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나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며 짧았던 이번 생을 포기했다.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 아등바등 살아남으려 그렇게 노력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이유도 모른 채 죽는 운명이었던 거다.


점점 흐려지던 시야엔, 이제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칠흑과도 같은 어둠 속에 던져진 기분이 들었다.


익숙한 기분이었다. 그 검은 연기를 피워내던 독에 당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얼굴에 감각이 없었다. 하지만 왠지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흑무에 당했던 때처럼, 이번에도 사부를 만나려나?


감각이 없어진 내 입을 누군가 강제로 벌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언가 걸쭉한 액체가 목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시야가 밝아져 왔다. 감각이 사라졌던 몸과 얼굴에도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가뭄이 찾아온 듯했던 목구멍도 제 기능을 찾아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어······?”


죽음을 각오했던 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내 몸은 순식간에 멀쩡해졌다. 조금 몽롱한 느낌이 남아있긴 했지만, 그래도 훨씬 나아졌다.


그리고 나는 나를 보며 웃고 있는 청년과 마주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효과가 괜찮지요?”


“예···?”


내가 의아하다는 듯 되묻자, 청년은 나를 부드럽게 일으키며 말했다.


“아직 약효가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여기 해독제입니다. 조금 더 드시지요.”


청년은 내게 작은 호리병을 건네며 생긋 웃어 보였다. 얇은 눈이 더 얇아지면서 눈알이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호리병을 받아든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손가락 정도의 길이를 가진 아주 작은 호리병이었다. 짧은 고민을 마친 나는 호리병을 입에 꽂고 단숨에 들이켰다.


조금 전 입에 들어왔던 것처럼 눅진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달큼하면서 씁쓸한 것이, 질 좋은 백밀(白蜜)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양이 많지 않아서 나는 괜히 입맛을 다셨다.


"어엇···!"


내가 단숨에 호리병을 비우자, 청년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른 명 분의 해독제입니다만······."


"······."


나는 쥐고 있던 작은 호리병을 청년에게 건네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호리병이 작아서 그만······. 미안합니다."


내 사과에 청년은 파안대소를 터뜨리며 웃었다.


"하하! 괜찮습니다!"


나는 갑자기 웃어대는 청년을 바라보다가 주변을 살폈다. 내가 쓰러지기 전까지만 해도, 무림맹 무인들이 차례차례 쓰러졌던 것이 떠올랐다.


고개를 돌려 숙소 내부를 살피니, 쓰러져있던 무인들은 모두 죽어있었다.


게거품을 물고 죽은 것이 아니라, 모두 몸에 검이 꽂혀 죽어있었다.


"······."


멍한 표정으로 무림맹 무인들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자, 마른 멸치처럼 마른 주민 하나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쥔 채 다가왔다.


"소문주님. 끝났습니다. 전부 처리했습니다."


멸치의 보고에, 청년이 빙긋 웃으며 답했다.


"그래. 잘했다."


나는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눈알을 굴렸다. 저 멸치가 청년을 소문주라고 부른 것으로 보아, 저 청년은 한 문파의 소문주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느 문파의 소문주가 무림맹의 무인들을 이렇게 죽인단 말인가?


내가 바쁘게 눈알을 굴리는 것을 눈치챈 모양인지, 청년이 내게 포권하며 말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구패문의 소문주 강서패검(江西悖劍) 사일도(蛇佾桃)입니다."


청년의 소개를 들은 나는 놀라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구패문이라면, 얼마 전 호북까지 넘어왔다던 그놈들이 아니던가?


게다가 눈앞의 놈은 그 구패문의 소문주란다.


나는 놀란 표정을 감추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이놈들이 여기 있는 상황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구패문의 소문주가 나를 선배님이라 부르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그 오해 덕에 지금 내가 살아날 수 있었음은 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나는 분위기를 살피며 최대한 이들의 오해를 부추겨야겠노라 굳게 다짐했다.


구패문의 소문주 사일도는 내 굳은 표정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무림맹엔 저희의 눈과 귀가 많습니다. 첩자로 잠입해 있던 사파의 식구가 정체를 발각당해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하러 온 겁니다."


응?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나를 구하기 위해 왔다고?


그러자 내 표정을 살피던 사일도가 다급히 손을 저었다.


"주제넘었음을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사지로 가는 식구를 두고 볼 수 없어서 이렇게 찾아오게 된 겁니다. 물론 선배님께선 홀로 상황을 타개하실 계획이 있으셨을지도 모르지만······."


사일도의 얇은 눈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나를 살피는 것이 느껴졌다.


사일도의 말을 들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놈들이 도대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가 없었다.


정보가 더 필요했다.


나는 장단을 맞추기 위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괘, 괜찮네. 감시가 워낙 삼엄한 탓에 곤란하던 차에, 큰 도움을 받았네."


그러자 사일도의 표정이 눈에 띄게 환해졌다.


"정말입니까?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기쁩니다. 어서 이 더러운 정파 놈들의 땅에서 벗어나시지요."


"응?"


"··· 설마 아직 돌아가실 생각이 없으신 겁니까?"


이건 또 뭔 소린가? 나는 입을 닫고 분위기를 살폈다.


사일도의 곁에 있던 주민들. 아니, 구패문 놈들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나는 눈알만 굴리며 사일도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자 사일도가 걱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의 얼굴은 이미 무림맹에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태입니다. 더 임무를 진행하시다가는 경을 치르실 겁니다."


"그, 그렇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합니다. 이놈들을 모두 죽였으니, 무림맹에서 알아채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추격대가 편성될 겁니다."


이놈들, 나를 데리고 강서로 넘어갈 생각이었나보다.


하지만 애초에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던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네."


"······ 선배님."


사일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감명받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사람의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사일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먼저 돌아가게. 일이 끝나는 대로 돌아가겠네."


나는 승리를 확신하고 속으로 쾌재를 내뱉었다. 이놈들을 돌려보내고, 나는 인적이 드문 곳에 틀어박혀 조용히 살아가는 계획.


하지만 내 말이 오히려 사일도를 자극한 듯했다. 사일도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응?"


"선배님를 두고 떠날 순 없습니다."


"그럼 어쩌자고···?"


당황한 내가 묻자, 사일도가 당연하다는 듯 소리쳤다.


"선배님의 임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


완벽해 보이던 내 계획. 완전히 망하고 말았다.



* * *



해가 중천인 시각. 사일도와 수하들이 장촌마을의 건물들을 허물고 있었다.


수십의 무인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건물을 부수고, 다시 그 잔해를 산속 깊은 곳에 던져넣길 반복한 지 어느덧 세 시진.


길 한복판에 있던 장촌마을은 서서히 그 존재가 사라지고 있었다.


"북쪽 구역은 끝났습니다."


"서쪽도 끝났습니다."


수하들에게 보고를 받은 사일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구역을 도와라. 지금쯤 무림맹놈들이 눈치를 챘을거다."


"알겠습니다."


수하들이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비우자, 사일도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작업은 착착 이루어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었지만, 마음이 급했다.


언제 쫓아올지 모르는 무림맹의 추격대가 걱정이었다.


"소문주님."


그때, 사일도의 곁으로 비쩍 마른 무인이 다가왔다. 몇 시진 전. 쓰러진 무림맹 무인들의 목에 칼을 꽂아 넣은 그 멸치였다.


"응?"


"정말 이곳에 남으실 겁니까?"


멸치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사일도가 강서로 돌아가지 않고 남겠다고 선언한 탓이었다.


하지만 사일도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의 임무를 돕고 같이 돌아간다."


"···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사일도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큰 구름이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었다.


"자네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구패문의 소문주님이십니다."


"그렇지. 그렇다면 내가 다음 문주가 될 수 있을까?"


"······."


멸치는 사일도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홉 문파가 연합한 구패문은 다른 문파와는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패문의 소문주라는 자리는 현 문주의 가장 높은 직계 제자라는 증명일 뿐, 차기 문주 자리를 약속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구패문에서는 문주의 직계라 할지언정, 문파 내에서 가장 강하지 않다면 문주의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철저한 실력주의의 문파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일도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을 아끼다 입을 열었다.


"저분을 돕고, 저분이 나를 도와주신다면··· 내가 문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일도의 말을 들은 멸치가 주변을 살피며 듣는이가 없는지 확인하고 물었다.


"저분의 정체를 아십니까? 첩자의 정체는 그분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었습니까?"


멸치의 물음에 사일도가 옅은 웃음을 지었다.


"나도 모른다. 하지만 유추할 수는 있지."


"······?"


멸치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사일도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수하들은 다 좋은데, 조금 멍청한 것이 흠이었다.

"젊은 나이에 독왕과 비슷한 경지에 오른 고수. 이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나는 것 없나?"


"··· 잘 모르겠습니다."


"정파에 독왕이 있다면, 우리 사파에는 독마(毒魔) 선배님이 있지."


사일도의 말에, 멸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설마······."


사일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분은 독마님의 직계 제자가 틀림없다. 필시 독마님의 명으로 무림맹에 잠입하신 걸거다. 임무를 목숨보다 중하게 여기는 걸 보면 틀림없지."


"확실히··· 독마님의 성격은 불같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음··· 그냥 돌아가도 죽음뿐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저렇게까지 하시는 거겠지."


멸치가 무언가를 깨우친 듯 눈을 반짝였다.


"강소의 패자 독마님의 제자라면, 아군으로 삼았을 때 큰 힘이 되어줄 겁니다."


사일도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이건 미래를 위한 투자다. 내가 문주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투자."


"··· 소문주님의 지혜에, 제 부족함을 느낍니다."


사일도는 멸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 조금 멍청하면 어떤가. 배우면 될 일.


"멀리 보거라. 저 구름들을 보아라. 느리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가고 있다. 이것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충!"


멸치는 감복한 듯 사일도의 발치에 이마를 찧었다.


이 모든 대화는 밤잠을 설친 독룡 고추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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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기묘한 동행 (3) 22.06.10 527 10 10쪽
25 기묘한 동행 (2) 22.06.09 551 9 11쪽
24 기묘한 동행 (1) 22.06.08 614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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