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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의 영주, 세상을 정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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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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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류수.
작품등록일 :
2024.09.18 13:07
최근연재일 :
2024.09.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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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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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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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화. 미러클 힐러.

DUMMY

쉬잉쉬잉쉬잉쉬잉~

콰콰쾅, 콰쾅, 쾅쾅쾅~

“아악, 크아악!”

소름이 돋는 비명, 사방으로 날아가는 수천 개의 살 조각과 뼛조각들!

조금 전까지도 살아있던 병사들의 몸이다. 흩뿌려진 뼛조각과 살점들은 성벽에 철썩철썩 달라붙고 바닥으로도 떨어졌다.

성벽 위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생지옥이다.


그래도 세와스토폴요새의 남쪽에 있는 요새인 말라코프요새 러시아군 병사들은 프랑스군을 향해 대포병사격을 하고 있었다.

“화약 장전 끝.”

“포탄 장전 끝.”

포병들이 외쳤다. 그러자 포대장이 목이 터질 듯이 외쳤다.

“바곤(발사)”

콰앙~ 쾅쾅쾅~

성벽이 부르르 떨며 요새포들이 불을 뿜었다.

시커멓게 뒤덮은 화약 연기, 그러나 병사들은 다시 포에 달라붙었다.


“화약을 재장전하라!”

“예, 화약 재장전!”

병사들이 화약을 포신 안에 쏟아붓고 커다란 장전봉으로 재빠르게 화약을 꾹꾹 눌러준다.

“포탄 장전.”

“예, 포탄 장전합니다.”

“장전 끝!”

“바곤.”


쾅쾅쾅쾅~

또다시 포탄들이 대기를 가르며 날아간다. 그러나 말라코프요새의 포는 80문, 요새를 공격하는 프랑스군이 보유한 포는 400문이다.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1855년 6월 10일, 세와스토폴 요새의 가장 중요한 요새 중 하나인 말라코프요새는 포위한 프랑스군 6만 명과 400문의 포에 맞서 싸우고 있다.

바로 크림전쟁의 세와스토폴요새 공방전이다.

세와스토폴요새는 1개 성채가 아니라 여러 개 요새가 서로 상호보안하고 있었다.


말라코프요새의 러시아군이 80개의 포탄을 쏠 때 프랑스군은 한 번에 400개의 포탄을 날려온다.

콰콰쾅, 콰쾅, 콰쾅, 쾅쾅쾅~

포탄이 작렬하고 포병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성가퀴에 몸을 바짝 붙이고 상황을 보던 말라코프 요새 간호병 엘비나가 외쳤다.

“모든 의무병은 부상자들을 이송한다.”

“예. 중사님.”

내달리는 간호병 엘비나중사가 달려간 뒤를 따라 간호병들이 내달렸다.


철퍽철퍽철퍽~

바닥이 온통 피다. 달려가는 간호병들의 신발이 피로 흠뻑 젖어 들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달려간 간호병들이 부상자들을 응급조치하고 후송하기 시작했다.


말라코프요새 야전 병원.


“군의관님. 제독님께서 다치셨답니다.”

그러자 환자의 수술을 끝낸 군의관이 소리쳤다.

“구급용 가방을 가져와라.”

그런데 소령의 계급을 단 군의관은 동양인이었다.

키는 180㎝ 정도, 떡 버그러진 어깨에 탄탄한 육체의 소유자다.

피부는 러시아인보다 더 해맑고 뽀얗다.

훤칠한 이마. 새카맣게 반짝이는 머리칼, 크고 서글서글해 보이는 눈의 안속에 흑진주처럼 새카만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다.

정형적인 동양인으로 너무 잘 생겼다.

마치 신이 섬세하게 조각하여 세상에 내놓은 듯···.


“예. 군의관님.”

간호병이 구급용 가방을 가져오자, 어깨에 걸친 군의관이 내달렸다. 그의 뒤를 두 명의 간호병이 맹렬하게 따라 달렸다.


말라코프요새 지휘부엄페호.


“하사, 제독님은 어디에 있나?”

“엄페호안에 있습니다. 소령님.”

“알았다!”

동양인 군의관이 달려 들어가고 뒤따라 간호병들이 달려 들어갔다.

안에는 남포등 수십 개가 어둠을 걷어낸다.

그 안에 침통한 모습으로 서 있던 부관과 참모장교들이 획 머리를 돌렸다.

군의관의 발걸음 소리를 들은 것이다.


“소령님, 여깁니다. 여기요!”

“조용히 해라. 무슨 큰일 난 것처럼 떠들지 말고!”

위엄있는 목소리가 부관의 귀를 울렸다.

부관의 바로 앞, 야전 침대에 말라코프요새 방어를 맡은 이반 코르닐로프 제독이 누워 있었다.

그의 허벅지가 시뻘겋게 물들어 있고 의무병이 두꺼운 고무줄로 꽁꽁 묶어서 지혈한 상태였다.


“제독님, 군의관 이무진입니다. 상처를 치료하겠습니다.”

“부탁하네!”

제독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무진은 구급용 가방에서 주사기와 병을 꺼냈다. 그리고 병 속의 약물을 주사기로 빨아들였다.

“약간 따끔할 것입니다. 하지만 10초면 하나도 아프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이다. 주사를 놓고 말하는 사이에 허벅지의 극심한 고통이 사라져 버렸다. 제독이 신기한 표정으로 이무진을 보며 말했다.


“참 신기하군! 소령의 의술은 동양의 의술인가?”

“이건 국부마취라고 합니다. 상처 난 부위만 아픔이 사라지게 하죠, 그리고 이 부위를 수술하면 환자는 아픔 없이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집안에만 내려오는 비술(祕術)입니다. 제독님.”


“허, 그렇군! 크림전쟁 2년 동안 말라리아와 콜레라. 티푸스, 이질, 폐렴에 걸렸던 우리 병사들과 장교들은 자네를 미러클 힐러(기적의 치료사)라 하더군! 고맙네!

연합군(영국군, 프랑스군, 오스만제국군, 사르데나왕국군)은 2년 동안 전염병으로 11만 7천 명이 죽었더군, 그런데 우리 러시아군은 5,000명밖에 죽지 않았어.

이게 모두 자네의 공일세, 내 사령관으로서 자네에게 감사를 드리지, 고맙네, 그 수많은 장교와 병사들을 살려주어서···.”


“제독님. 난 공짜로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전염병을 치료해 준 덕에 저는 소위에서 단번에 영관급 장교인 소령으로 승진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더 이득이죠, 하하하.”

“그렇게 되는가? 허허허.”

그러면서도 이반 코르닐로프 제독은 이무진이 참 흥미로운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가 불치의 병으로 인정하는 전염병들을 거침없이 고친 의사다.


‘참, 흥미로운 인간이야! 정말 불가사의하거든!’

이무진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군사대학에서 의학부를 전공으로 공부했다.

원래 상트페테르부르크 군사대학은 러시아의 왕족이나 귀족들, 그리고 러시아 최상층의 자녀들만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무진은 러시아귀족도 아니고, 상인이나 경제인, 러시아관리 중 최상류층도 아니다. 그런데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주교의 추천을 받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군사대학에 입학했다.

군사정보부에 보관된 그의 극비 정보를 보면 이무진은 조선인이라고 한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간 조선인의 후예로 현재는 대청제국 최고의 재벌로 상하이의 7호 항구와 조선소, 공작기계공장, 제철소와 제강소를 운영하며 상하이와 청국 전체에서 가장 큰 민간 은행인 “단군 은행”의 주인 이종천이 바로 이무진의 아버지다.


앞뒤를 맞추어 보면 이해할 만하다.

대주교는 젊었을 때 중국에 가서 정교를 포교했다.

그가 훗날 대주교가 되어서 이종천의 아들, 이무진을 군사대학에 추천한 것은 중국에 있을 때 엄청난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주교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군사대학은 이무진이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입학 불허를 결정했다.

그러자 이종천은 대학에 100만 달러(현재 돈으로 3천4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러니 어떤 자가 반대하겠나?

군사대학 이사회는 다시 열었고 이무진의 입학을 허락했다. 돈은 어떤 나라든, 어떤 인종이든 다 삶아 놓는 괴물이다.

그렇게 군사대학에 다닌 이무진이다.

그런데 이무진은 의학만 공부한 것이 아니다.


그는 각 학부의 강의를 들었고 스스로 공부하여 의학부, 전술 및 전략학부, 군사 역사학부, 공병학부, 포병 학부, 수학 및 물리학부, 지리 및 지형학부, 외국어학부, 법학부 등 전 학부 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군사대학이 세워진 후, 처음으로 나온 만점 졸업생이다. 만약 이무진이 슬라브족이라면 대학을 졸업할 때 벌써 소령의 계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크림전쟁이 일어나면서 전선에 나온 이무진은 소위였다.

그러나 불과 2년 동안에 부상자들과 전염병을 치료한 공로로 러시아 최고 훈장인 <성 안드레이 1세 훈장>과 단숨에 3계단을 뛰어넘어 소령으로 승진했다.


‘인재야, 아니, 천재야!’

이반 코르닐로프 제독은 ‘이 친구가 러시아 슬라브족이었다면,’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 이무진은 러시아제국 국민이며 최고 훈장 수훈자에 영관급 장교가 된 것이다.

‘후, 표도르대제께서는 흑인도 천재라면 기꺼이 귀족으로 인정해 주셨는데···.’


표도르대제는 루스 대공국을 러시아제국으로, 세계열강 국가의 하나로 등극시킨 사실상 첫 번째 차르였으며 러시아인들이 극찬하고 존경하는 차르였다.

그는 중동전쟁에서 오스만제국에 포로가 된 흑인 청년이 천재인 것을 알아보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데려왔고 제국 군사 아카데미에서 공부시켰다.


러시아 근대 문학의 거장 푸시킨의 외증조부가 바로 아브람 페트로비치 간니발로 흑인으로서 러시아 최고의 귀족이 된 사람이다.

그 때문에 푸시킨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백인과 흑인 혼혈인 것이 뚜렷이 나타난다. 그만큼 푸시킨의 외증조부는 운이 좋았지만, 이무진은 순수하게 자신의 노력으로 저만큼 출세한 것이다.


‘아까워, 정말 아깝군!’

제독이 속으로 그렇게 곱씹고 있을 때였다.

“제독 각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대체 무슨 약을 가지고 어떻게 수술하는지 하나도 아픔을 모른 채 수술이 끝났다.

역시 이무진소령은 기적의 치료사였다.

“고맙네, 소령!”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각하. 제가 한 가지 제안을 올려도 될까요?”

정색한 표정으로 하는 이무진의 말에 이반제독은 머리를 끄덕였다.


“말해보게.”

“지금의 방어만으로는 프랑스군의 공격을 끝까지 막아내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요새에 포위되어 군량과 화약이 얼마 후에는 고갈될 것입니다.

반면 적은 해상권을 확보했기에 군량과 화약을 계속 들여올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육로까지 막혔습니다.


우리 러시아제국이 승리하자면 이들의 화약과 대포, 군량을 없애 버려야 합니다.

저들도 오랜 전쟁과 엄청난 군인들의 사망으로 본국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쟁을 계속할 수단을 없앤다면 우리가 승리를 못 해도 지지는 않을 것이며 평화조약도 대등한 입장에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맺을 것입니다.”


“그래, 그건 나도 아네, 하지만 포위를 뚫고 나가서 적의 배후에서 게릴라전을 해야 하는데 그걸 해줄 장교가 없네. 혹시 소령, 자네가 해주겠나?”

이반 제독의 서늘한 눈빛을 마주 보던 이무진이 대답했다.

“1만의 기병을 주시면 목숨을 걸고 놈들의 화약과 화포, 군량을 없애버리겠습니다. 각하.”

이무진의 담담한 말에 이반 제독은 빙그레 웃었다.


“그럴 줄 알았네. 자네에게 1만 기병여단을 주고 대령으로 임관하겠네, 1만 기병여단을 지휘하자면 그 정도의 계급은 되어야지!”

이반 제독은 흡족한 표정으로 이무진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요새 방어전에서 기병은 쓸모가 없다.

그러나 기병을 이끌고 정말로 적의 포대와 화약고, 군량 기지를 공격하여 없앤다면 장기전으로 갈 수 있고 그건 우리 러시아군에게 유리하다!’

그러니 이무진을 대령으로 승급시키고 독립 기병여단장에 임관시켜서 나쁠 일은 하나도 없다.


이번 전쟁에서 진다면 러시아제국의 평판은 땅바닥에 떨어질 터, 승리를 위해서라면 유색인종이든 흑인이든 이용해야 한다.

그러니 이무진에게 주는 대령에 여단장 자리 따위 하나도 아까울 것도 없었다.

화면 캡처 2024-09-18 1713577.png

1855년 크림 전쟁 중의 러시아 세와스토폴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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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3화. 독립기병여단. 24.09.19 20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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