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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준 님의 서재입니다.

군인시대 명검술사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복준
작품등록일 :
2022.04.02 11:50
최근연재일 :
2022.05.17 22:21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974
추천수 :
16
글자수 :
144,329

작성
22.04.11 18:20
조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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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그녀의 보육원(2)

DUMMY

“어련히 그러시겠네요. 그럼 전 설거지마저 해놓고 원장님이랑 청소해야 하니, 그동안 아이들이랑 놀아 주고 오세요.”


“뭐?!···”


내가 싫다는 표정을 짓자, ‘벌이에요.’라는 말과 함께 그녀는 다 먹은 그릇을 들고 갔다.


‘아이들은 질색인데.’


내가 아이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많다.


고집불통에다가 무한으로 배려를 해줘야 하고 사회화가 안 돼서 싸가지도 없다.


‘벌 맞네.’


“그럼 이 고집불통 아이들을 어떻게 놀아 줄까나? 아까 공놀이하고 있던데 밥도 먹은 겸같이 축구나 한판 땡길까?”


난 현관에서 공을 들고 아이들에게 갔다.


‘포커페이스. 포커페이스. 아무리 싫더라도 웃으면서.’


“나랑 공놀이할 사람~?”


“······”


‘이게 아닌가?’


왁자지껄하던 아이들에겐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저 사람 뭐야?”


“아. 저 아저씨? 아까 그 초이한테 화내던 못생긴 아저씨잖아.”


‘못생긴?···’


“정말?”


-수군수군. 수군수군.


진짜 밀리제만 아니었으면 한바탕 시원하게 훈계해 줬을 거다.


한명 한명당 앞에 세워놓고 오만 꼰대 짓 다 하면서.


‘그래도 밀리제의 부탁이니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미소를 지었다.


“아까는 미안해. 아저씨가 장난으로 그런 거야. 응? 그러니까 공놀이하자?”


‘제발 넘어와라.’


“야. 장난으로 찐텐 부리는 사람 봤냐?”


“없지···”


“그러니까 저 아저씨 뻥치는 거야.”


‘찐텐? 뻥? 거리에서 강하게 자랐는지 못하는 말이 없네?’


거기다가 순진무구할 나이에 의심도 많다.


“하··· 그런 어쩔 수 없지. 이건 통해야 할 텐데.”


왕년에 뽈 좀 찼던지라 학교에선 축구 잘하기로 유명했고, 점심시간만 되면 여자애들이 잔디에 좌르르 앉아 내 전용 응원단도 있기도 했다.


내가 트래핑을 시작하자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우와. 저 아저씨 좀 봐.”


“저래 봤자지. 저런 건 나도 한다구.”


‘자, 그럼 이건 어떠냐?!’


공을 차올라 이마에 얹진 뒤 물개처럼 묘기를 부렸다.


“초이야 저거는?”


“저건···”


내 묘기에 아이들은 시선을 빼앗겼고 이내 하나둘 내 주변으로 모여들어 구경했다.


“우와아아아. 아저씨. 아저씨. 그럼, 머리로 트레핑 하는 것도 가능해요?”


“당근이지. 그 대신 마당으로 나가서 같이 축구 한판 하면 보여줄게.”


“좋아요!!”


그 말과 함께 나와 아이들은 마당으로 나왔고 보육원 안에는 초이 한 명만 남았다.


“쳇 어린애 같기는 저런 게 뭐가 좋다고.”


그래도 신경 쓰였는지 창문으로 밖으로 힐금거렸다.


‘에휴. 남자 녀석이 자존심만 쎄가지고.’


그래서 아까 초이랑 이야기하던 친구 한 명과 함께 보육원을 다시 들어갔다.


“초이야. 너도 나와서 같이 놀자.”


“그래~. 아까는 아저씨가 미안했어. 남자들끼리는 싸우면서 친해지는 거지. 초이는 남자니깐 이해해 줄 수 있지?”


“됐어요.”


“에이. 만약에 같이 와서 놀면 아저씨가 머리로 트레핑 어떻게 하는지 가리켜 줄 게.”


뭔가 맘에 들었는지 이번엔 눈빛이 바뀌었다.


“정말요?”


“그럼~.”


그 후, 잠시 망설이더니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말했다.


“정, 그렇게 부탁하신다면 알겠어요.”


“오케이~.”


운동장에서는 아이들과 한바탕 축구 경기가 벌어졌고 청소하던 원장이 창문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동료분이 아이들이랑 잘 놀아 주시네요.”


“네···”


“정말 좋은 동료를 두신 것 같아요.”


“아···”


원장은 말하면서 내심 기뻤다.


항상 외로워 보이던 밀리제 소령에게 괜찮은 동료가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호날두 메시다!!!”


“아저씨. 호날두면 호날두지. 호날두 메시는 뭐에요?”


“내 맘이다. 이 자식아.”


“더구나 개그감도 있으시고요. 호호호.”


여전히 무표정으로 바라보던 밀리제였지만, 기분 나빠 표정은 짓지 않은 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


“하- 죽겠네.”


“수고하셨어요.”


주방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나에게 다가가 와 밀리제는 물 한 컵을 건넸다.


“오. 쌩큐.”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이 장면 어디서 보지 않았나?’


이곳도 한 번 온 적이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처음 왔을 때는 몰랐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움직였기에.


아까만 해도 그랬다.


원장이 자신은 잠깐 화장실을 갔다 온다고 했을 때, 난 알고 있다는 듯이 알아서 주방을 찾아갔다.


그리고 밀리제와 설거지할 때도 그녀가 세제가 다 떨어졌다고 하자 자연스럽게 밑에 선반에서 세제를 꺼내어 주었다.


아이들이 있는 놀이방까지도.


‘도대체 뭐지?’


이제와서 깨달은 것도 웃기긴 하지만, 찝찝한 이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 미치겠네.’


보통 영화 보면 기억을 잃은 사람이 과거와 관련된 물건 같은 걸 보면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혹시나 뭔가 기억이라도 해낼 수 있을까 싶어.


밀리제한테는 잠시만 볼 게 있다고 말한 후, 자리를 떴다.


그러곤 거실에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


-끼익


“저기 동료분. 찾으시는 거라도 있나요?”


보육원장이었다.


‘원장? 잠시만··· 저 사람이면 알지도 모르겠다.’


“혹시 저 본 적 없으세요?”


“동료 분을요?”


‘아··· 그래 다짜고짜 물어보면 모르겠지. 더구나 처음에 못 알아봤으면 당연히 날 알 리도 없고.’


“제가 너무 이곳이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요. 제가 과거에 이곳과 관련되어 있었는지에 대해 알 방법이 있을까요?”


갑작스런 질문에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민하던 원장은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흠··· 제가 모르는 걸 보니 만약 관련됐다면 제가 부임하기 전 50년 전이라고 생각돼요. 그럼, 이리로 따라와 보세요.”


‘50년 전이나? 저기 원장님 제가 그때 있을 리가 없잖아요?’


원장의 눈이 의심됐다.


‘그래도 원장 말고는 물을 사람은 없고··· 저렇게 움직이는 걸 보면, 생각이 있겠지.’


그녀는 원장실로 들어가 손잡이가 달린 램프를 들더니 날 어딘가로 인도했다.


다다른 곳은 구석진 곳에 있는 어느 문 앞.


잘 열리지 않는지 몇 번을 뒤척거리다가 뿌연 먼지를 흩날리며 문은 열렸다.


“콜록, 콜록, 콜록. 한동안 문을 열지 않은 지 오래돼서, 먼지가 많네요.”


어둠이 자욱한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언제부터 이곳이 있었는지 모를 치렁치렁한 거미줄들.


흡사 고대 피라미드의 통로를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여기 스위치가 있었는데···”


원장은 이리저리 램프를 휘두르다가 무언갈 누르는 소리와 함께 방에는 빛이 들어왔다.


“허··· 이게 다 뭡니까?”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과 여기저기 쌓여있는 책들.


엄청난 양이었다.


“아. 전부 사진첩들에요. 보육원을 졸업한 아이들은 마지막에 사진을 찍는데 그걸 전부 모아두다 보니 이렇게 쌓이게 됐네요. 어디보자···”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책을 확인하던 그녀는 4권 정도를 뽑아 앞에 놓았다.


“제가 이걸 확인할 테니 동료님은 이걸 확인해 주세요.”


아주 오래되 보이는 사진첩.


이미 안의 사진들은 빛이 바래 누레져 있었다.


‘더럽게 많네. 여기서 어떻게 나를 찾으란 말이야?’


그래도 열심히 찾고 있는 원장의 모습을 보자 하니 귀찮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긴 하다.


‘그리고 이 궁금증을 해결 못 하면 며칠은 찜찜함에 잠을 못 잘 거 같기도 하고.’


다행히 예상보다 나를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말 있어요!”


“네?!”


원장의 옆에 가, 그녀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봤다.


정말이다.


이 왕국 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소문난 흙발에, 뱀처럼 찢어진 눈.


틀림없는 내 어린 시절 모습이다.


그리고··· 그 옆에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띈다.


내 옆에서 브이를 한 채 웃고 있는 백발에 흰색 속눈썹, 은색 눈.


“얘 밀리제 아니에요?”


“밀리제 님이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정말이네요?!!!”


‘왜 이런 곳에···’


분명 50년 전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와 나는 20살도 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과거에 우리 둘은 존재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만약 그녀에게 알려진다면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전쟁통으로 바쁜 와중에 말이다.


그래서 일단은 이유를 설명한 뒤 원장에게 이 사실을 숨겨달라고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올라가죠. 시간이 오래됐어요.”


“그렇네요. 밀리제 님이 기다리실 거에요.”


계단을 올라와 현관으로 나가자 밀리제가 서 있었다.


“도대체 어딜 갔던 거예요?! 갑자기 어디 갔다 온다 했다가 사라지고.”


“아. 미안. 미안. 원장님이랑 잠깐 상담한다고.”


“그게 굳이 숨길 일이에요? 갑자기 두 분 다 사라져 버리니까 제가 얼마나 찾았는데.”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데만 뭘.”


“네?!”


또 나왔다. 특유의 눈썹을 세우며 그늘진 모자 아래로 야려보는 눈.


“하- 아닙니다~. 평소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네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


“저도 가보겠습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돌아서는 둘을 보며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 생애에는 부디 행복하세요. 밀리제님···’


****


다시 돌아온 병원.


많은 생각으로 피곤에 쩔은 난 침대를 향해 몸을 던졌다.


-푹


“하아- 역시 집이 최고지. 나가면 개고생이야.”


다시 돌아 누우며, 모자를 벗는 밀리제를 쳐다봤다.


‘닮았던 게 아닐까? 그것도 아주 우연으로 말이야. 도플갱어 일 수도 있잖아?!’


“내가 뭔 얘기를 하고 있냐?··· 그럴 리가 없지.”


나이도 20조차 되어 보이지 않는 우리 둘이 50년 전에 만났다는 이 초현실적 상황.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그 보육원에서 느꼈던 감정이랑 내가 봤던 사진을 모두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다.


“밀리제.”


“네?”


“예전에 나 만났던 적 있어?”


“네.”


“뭐? 만나 적 있다고?!”


“뭘 놀라시는 거죠? 저흰 3일 전에 이미 만났습니다. 이 병원에서.”


‘하- 그럼 그렇지 너한테 기대한 내가 바보다.’


매우 실망한 표정을 짓자, 외투를 벗던 그는 나를 흘깃 봤다.


“사람한테 질문해놓고 그런 표정을 짓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보는데요. 뭐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아니다.”


내 시원찮은 대답이 신경도 안 쓰이는지 ‘아. 그래요?’라는 말만 하고 그녀는 씻으러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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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10) 22.05.11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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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8): 아수라의 정체. 22.05.03 31 0 9쪽
22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7) 22.04.28 39 0 11쪽
21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6) 22.04.23 3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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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4) 22.04.18 48 0 11쪽
18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3) 22.04.16 48 0 11쪽
17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2) 22.04.15 51 0 12쪽
16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1) 22.04.13 52 0 11쪽
15 바하루스의 제안. +1 22.04.12 54 1 11쪽
» 그녀의 보육원(2) 22.04.11 52 1 11쪽
13 그녀의 보육원(1) 22.04.09 58 1 11쪽
12 종전: 각성기-요도흡혈(腰刀吸血) 22.04.08 59 1 11쪽
11 개전(2): 위기 +2 22.04.07 56 1 11쪽
10 개전(1) 22.04.06 56 1 13쪽
9 새로운 동료와의 식사 그리고 전쟁의 냄새. 22.04.05 59 1 13쪽
8 왕이 되랍니다. +2 22.04.04 73 1 12쪽
7 짜릿한 피니쉬. +2 22.04.03 81 1 11쪽
6 리버 대위의 도전장. 22.04.02 97 1 13쪽
5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무쌍을 찍다. 22.04.02 128 1 12쪽
4 전장을 향해. 22.04.02 127 1 13쪽
3 게임 속에 떨어졌더니 전쟁 통에 일단 굶어 죽게 생겼다. 22.04.02 1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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