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복준 님의 서재입니다.

군인시대 명검술사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복준
작품등록일 :
2022.04.02 11:50
최근연재일 :
2022.05.17 22:21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966
추천수 :
16
글자수 :
144,329

작성
22.04.02 11:52
조회
261
추천
2
글자
11쪽

프롤로그: 아수라의 재림.

DUMMY

사건은 전쟁의 막바지를 향하던 중 터졌다.


“소장님!”


한 병사가 허겁지겁 천막의 막을 걷으며 들어왔다.


제프는 아무런 말 없이 천막을 걷은 병사가 거슬렸지만, 일개 병사가 아무런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건 무슨 일이 있다는 것.


그래서 병사를 내쫓지 않고 슬며시 눈을 뜨며 그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지?”


목 끝까지 숨이 차오른 병사는 잠시 땅을 보며 숨을 골랐다.


“커헉. 커헉.”


4번의 들숨과 날숨을 반복한 후 그제야 병사는 입을 뗐다.


“충격적인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에덴 군이 포위선을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에덴의 마지막 수도 라스타까지 몰아넣은 지금 항복만 받아낸다면 아버지 가린샤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포위망이 밀려났다는 말에 제프의 심기는 살짝 불편해졌다.


“정확한 상황은?”


“정예군의 30%가 사망했으며 10%는 치명상에 이르러 군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습니다.”


“그래?”


제프는 병사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단지 에덴 군의 마지막 발악이 예상 밖으로 거칠 뿐, 추가 병력을 요청한다면 길어봤자 오늘 안이다.’


제프는 다시 심기를 가라앉히며 무전기를 들었다.


그런데 옆에선 여전히 할 말이 있는 듯 쭈뼛거리며 병사가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신경 쓰인 제프 소장은 다시 무전기를 내려놓고 물었다.


“더 할 말 있나?”


병사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전체적인 상황을 말씀드렸기에 이것도 말해야 할까 망설였지만, 그래도 알아두셔야 할 거라, 생각했기에···.”


한시가 급한 전자에서 시간을 끄는 병사의 모습에 냉철하던 제프의 인내심도 점점 까여나갔다.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더라도 상황은 언제 바뀔지 모른다. 빨리 얘기해라.”


“사실 전부 단 한병의 에덴 병사가 벌인 짓입니다···.”


그 말에 즉시 소장의 주름은 구겨졌으며 눈썹엔 날이 섰다.


“개X끼 그걸 이제 말해?”


제프에게 멱살을 잡힌 겁에 질린 듯 거래를 돌리며 울먹거렸다.


“하지만 저도 믿을 수 없었단 말입니다! 제 동료가 손도 못 쓰고 목이 잘려나가는 모습을.”


에덴을 포위하던 병사는 총 8,000명.


그것도 에덴의 지형을 고려한 정예사단이다.


거기다, 각각의 여단엔 칼데아 제국의 최고 기술력이라고 자칭할 수 있는 4대의 전차가 배치되어있다.


‘X바 그게 어떻게 한 사람에게 뚫려?’


그 말을 들은 그조차 어이가 없어서 병사의 멱살을 잡은 체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도대체. 도대체. 도대체···.’


그 순간 그의 머릿속으로 한 명의 얼굴이 스쳐 갔다.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던 그 얼굴.


제프는 ‘빠득’하고 이를 꽉 물었다.


“설마···.”


얼굴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으며, 분노와 경계가 오가는 그의 표정은 주변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혔다.


제프는 병사의 멱살을 놓으며 말했다.


“그 녀석의 얼굴은?”


겁에 질린 병사는 제프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외형은 잘 모르지만, 이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병사는 죽지 않습니다. 어떤 짓을 해도 죽지를 않습니다.”


그 말은 제프 소장의 예상을 점점 신빙성 있게 만들었고 그제야 병사의 말이 이해됐다.


‘정말로 그 녀석이라면 여기에서 지체는 정예부대를 전멸로 이끌어 갈 수 있다.’


제프는 천막을 걷어 젓이며 병사에게 명했다.


“당장 트럭을 준비시켜라. 내 예상이 맞았다면 조금의 지체가 모두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들판.


그 위를 달리는 트럭의 유리로 여전히 심각한 표정의 제프가 보인다.


‘40년 전 그 녀석이 부활한 거라면···.’


냉철한 그가 이렇게도 그의 존재를 경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40년 전 그의 소대를 점멸시키고 왼쪽 눈을 앗아간 살인귀 아수라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아직도 잊지 못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자신을 패대기쳐놓고 왼쪽 눈을 뽑아가던 모습을.


그놈은 뒤로 돌아서며 이렇게 말했다.


“가서 너의 어리석은 왕과 백성에게 전해라. 내가 왔다고.”


다시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 보자니 왼쪽의 의안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덜컹. 덜컹. 덜컹.


땅으로 파고든 절벽형태의 지형이 드러나며 그 안으로 칼데아의 군대가 보인다.


절벽의 끝에 도착한 병사는 차를 세웠다.


“여기서라면 망원경으로 보이실 겁니다.”


아직은 정확히 정체를 모르는 상황.


긴장과 분노가 오가는 제프는 아무 말 없이 서둘러 망원경을 움켜잡고 차에서 내렸다.


‘아수라(阿修羅)···.’


절벽 끝에 선 그는 망원경으로 전장을 둘러보았다.


‘분명 죽었다고 들었다. 제노스 전투에서.’


그때, 마치 자신을 봐 달라고 하는 듯 어디선가 폭발음이 일어났다.


-쾅!


제프는 전차가 폭발하는 소리임을 알아챘고, 재빨리 망원경을 돌렸다.


폭발로 인해 깔린 자욱한 황토색 연기.


그곳엔 총을 겨눈 체, 한 곳만을 응시하고 있는 칼데아의 병사들이 보인다.


‘정말로 그 녀석이 살아난 거라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서히 연기가 걷혔고, 드디어 녀석의 정체가 드러났다.


머리카락에 가려 눈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얼핏 외형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잦은 폭발로 검게 그을린 얼굴.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역시 네놈이었군.’


제프는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옆에 병사에게 말했다.


“퇴각하라.”


제프 소장에게 걸었던 일말의 희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퇴각 명령에, 병사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되물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겠습니까? 드디어 고지에 다다랐는데 퇴각이라니.”


병사의 되물음에 그는 돌아보며 한이 섞인 목소리로 조용히 분노했다.


“지금 퇴각하라는 말 못 들었나?”


솔직히 말하자면 병사도 이 상황이 아쉽겠지만, 정말로 아쉬운 것은 제프 소장 본인이다.


60년을 종지부로 아버지의 염원인 에덴 정복을 완수하고, 군사 정변을 일으키려 했던 그의 계획이 모두 수풀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이를 꽉 깨문 체 병사를 바라보는 제프의 얼굴은 여느 때, 보다도 분노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병사 또한 하려던 말을 멈추고 서둘러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제1사단. 퇴각하라. 다시 한번 명령한다. 퇴각하라!!”


명령을 수행하는 모습을 본 제프는 다시 망원경으로 눈을 가져갔다.


40년 전에도 지금도 성공의 끝에 나타나, 자신에게 절망을 선사한 아수라.


그 녀석이 죽었다는 소식에 나태해진 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오늘부터 그 녀석의 얼굴을 똑똑히 머리에 새겨넣을 거다.


패배감에 시달려 밤잠을 설치도록.


‘지금은 이렇게 물러나지만, 오늘이 끝이 아니다. 이후 다시 맞닥뜨린다면 반드시 내 손으로 널 죽여버리겠다.’


분노에 들끓으며 제프 소장이 아수라를 응시하고 있을 때.


드디어 전장에 바람이 불며 산발 사이로 아수라의 눈은 드러났다.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3갈래의 핏줄기 사이로 살육 탐하는 두 눈.


여전히 기분 더러운 눈이었다.


핏줄이 가득 서린 그 두 눈은 이미 자신이 최상위 포식자인 듯 주변의 병사들을 휙 둘러봤고.


제프 소장의 망원경과 마주치자.


씩 미소를 지으며, 주변의 병사들을 하나씩 사냥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땅을 짚고 도약한 그는 순식간에 병사들을 스쳐 지나갔다.


단 한 번의 스침이었다.


단도는 병사의 헬멧과 장갑복 틈새로 파고 들어갔고, 후두부를 정확히 베어내며 즉사시켰다.


그렇게 첫 번째 병사를 시작으로 제프 눈앞의 병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갔다.


제프 소장은 현재 퇴각 명령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이 치가 떨렸고 움켜쥔 망원경엔 점점 금이 갔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 속 병사들은 모두 전멸당했다.


제프 소장은 한때 아수라를 타도하기 위해 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 전혀 특별함이 없는 싸움 법.


총알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일부러 맞으며 고통을 즐기는 듯 짓는 미소.


그 모습을 바라보면 그저 이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미친 새끼’


아수라가 돌진해 가는 방향을 따라 망원경이 도착한 곳은 또 다른 전차였다.


‘전차를 노리는 건가?’


아까의 폭발로 인해 남은 전차는 3대.


이것들마저 사라지게 된다면 확실히 포위망이 뚫릴지도 모른다.


‘무식한 놈이지만 전략은 잘 짰군.’


전차가 제거된다면 지원사격을 에덴 병사들이 치고 들어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여긴 에덴의 마지막 남은 최후의 기지.


총력전도 마다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지금 상황에선 서둘러 퇴각하고 정비를 통해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패닉에 빠진 채 움직이질 않는 병사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답답함을 느낀 제프는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옆을 향해 소리쳤다.


“아니 퇴각하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퇴각하라고. 퇴각!”


제프 소장의 외침에 병사는 벌벌 떨며 대답했다.


“소. 소장님. 퇴각하라고 했습니다. 했는데···.”


그때 병사의 무선기에선 비명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익-. 여기는 델타 A! 절벽 곳곳에서 수천에 달하는 에덴 군이 기어 나오고 있습니다!! 빨리 명령을··· 커 헉.”


제프의 표정은 굳어졌다.


개미귀신의 굴처럼 지표면에서 내려앉아 있는 여기의 유일한 탈출구는 현재 제프가 서 있는 곳뿐이다.


그러니 여기서 포위라는 말은 전멸과도 같았다.


“절벽?!”


제프는 서둘러 다시 망원경을 눈에 대고 절벽을 훑어봤다.


그곳엔 무전의 말처럼 구멍을 통해 기어 나오고 있는 에덴 군이 보였다.


“이런 쥐 새끼 같은 에덴 놈들. 땅굴을 뚫어?!!”


뒤이어 2번째 전차가 폭발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투-쾅!


장전되어있던 탄두 탓에 전차가 터진 자리 위론 용암 형태의 검은 구름이 피어올랐다.


이젠 남은 전차는 2대.


옆에서 겁에 질린 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프 소장님···. 이제 도망치셔야 합니다.”


그도 안다.


이젠 자기 사단이 전멸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을.


하지만 도저히 발걸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여기서 도망친다면 오늘이 아니라 후일에도 세웠던 모든 계획이 수풀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가 꽉 쥐었던 망원경은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찌그러졌고.


입술을 꽉 깨문 제프의 턱밑으론 붉은색 피가 뚝뚝 떨어졌다.


분에 미친 제프는 시뻘건 피로 적신 이빨을 드러내며 소리 질렀다.


“아수라 개새끼 죽여버리겠어!!!”


한편 폭파된 전차 앞.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멍하니 바라보던 상현은 허리춤을 뒤적거리더니, 폭탄 하나를 더 꺼내 들었다.


그러곤 둘러싼 병사들을 향해 돌아서며 살기 어린 미소와 함께 핏덩이를 뱉어내었다.


“퉷. 너무 쉬운 거 아니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군인시대 명검술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프의 칭호는 하얀 불꽃으로 변경됬습니다. 22.04.29 8 0 -
공지 혜자가 아니라 해자 입니다 22.04.21 11 0 -
공지 16화 수정 입니다. 22.04.14 10 0 -
공지 바다 쪽에 위치한 포는 곡사포가 아닌 평사포입니당~ 22.04.14 21 0 -
28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13) 22.05.17 15 0 10쪽
27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12) 22.05.15 12 0 13쪽
26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11): 자이안트의 후손들 22.05.13 17 0 11쪽
25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10) 22.05.11 22 0 10쪽
24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9) 22.05.09 33 0 11쪽
23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8): 아수라의 정체. 22.05.03 30 0 9쪽
22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7) 22.04.28 39 0 11쪽
21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6) 22.04.23 36 0 11쪽
20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5) 22.04.20 40 0 12쪽
19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4) 22.04.18 47 0 11쪽
18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3) 22.04.16 48 0 11쪽
17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2) 22.04.15 51 0 12쪽
16 천혜 요새 라이노 세로스(1) 22.04.13 51 0 11쪽
15 바하루스의 제안. +1 22.04.12 54 1 11쪽
14 그녀의 보육원(2) 22.04.11 51 1 11쪽
13 그녀의 보육원(1) 22.04.09 58 1 11쪽
12 종전: 각성기-요도흡혈(腰刀吸血) 22.04.08 59 1 11쪽
11 개전(2): 위기 +2 22.04.07 56 1 11쪽
10 개전(1) 22.04.06 56 1 13쪽
9 새로운 동료와의 식사 그리고 전쟁의 냄새. 22.04.05 59 1 13쪽
8 왕이 되랍니다. +2 22.04.04 73 1 12쪽
7 짜릿한 피니쉬. +2 22.04.03 81 1 11쪽
6 리버 대위의 도전장. 22.04.02 97 1 13쪽
5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무쌍을 찍다. 22.04.02 128 1 12쪽
4 전장을 향해. 22.04.02 127 1 13쪽
3 게임 속에 떨어졌더니 전쟁 통에 일단 굶어 죽게 생겼다. 22.04.02 153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