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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 신의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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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요로운
작품등록일 :
2020.06.07 00:04
최근연재일 :
2021.09.0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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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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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VIP 클럽 -3

DUMMY

하나 확실해 진 건 있다.


타타는 VIP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런 그가 자연스럽게 이 단어를 쓴다는 건, 누군가가 이 단어를 그에게 알려줬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그 뜻은 누가 알려주신 건가요?”


“누구겠습니까.”


WOM을 만든 사람이지요. 타타가 싱그럽게 미소지었다.


“밤새도록 이걸 팔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산다는 뜻이라고 했었죠. 그런 분들은 상인의 입장에서 아주 귀하게 대해 드려야 하는 것이고요.”


좀 어긋난 것 같은데 의미는 같다.


굳이 그에게 지적해 줄 필요는 없다.


WOM을 쓰면서 가지고 있던 위화감들이 퍼즐처럼 짜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터페이스, 메시지, 배송 시스템, 카드, 쿠폰, 그리고 VIP까지.


WOM을 만든 놈은.


‘이곳 사람이 아니다.’


나와 같은 곳에서 왔을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높다.


아니면 평행세계라던가.


허무맹랑하던 영화의 컨셉들을 생각하며 나는 고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나는 타타에게 마주 미소지었다. 작은 단서지만, 그걸로 됐다.


무엇보다, 타타가 VIP를 귀히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상황이라면.


WOM을 만든 놈도 올 확률이 크다.


고객센터 따위를 뒤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효율이 좋니.


치밀어오르는 욕지거리를 꾹꾹 눌러 담았다. 지금은 분노를 말하기 이르다.


타타는 상인의 신일 뿐.


이 빌어먹을 구조를 실제로 만든 건 WOM의 창업자이다.


일전에 봤던 그 개발자도 한편일 것이고.


‘운영자는 잘 모르겠네.’


카라윤이 있었다.


그리고 하루카가 있었다.


그는 내게 따로 만날 것을 시사하듯, 쪽지를 남겼다.


WOM의 아래에서는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있다.


그가 WOM의 하에 자의로 있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하루카는 반신이라고도 불렸던 영웅이라고 했다.


반신이라면 꽤 강력한 것이 틀림없는데.


그런 그게 WOM에게 붙들려 있을 만한 무언가가 있을까?


‘아니다.’


나는 그가 내게 내민 쪽지를 떠올렸다.


만약 운영자라고 불리던 하루카도 같은 편이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내게 쪽지를 건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운영자는 보류.’


결론을 내린 나는, 타타가 내민 명찰을 받아들었다.


[둘]


아, 나 ‘둘’이었지.


이제야 새록새록 기억이 떠올랐다.


오래되지 않았지만,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졌던 건 내 착각일까.


가슴팍에 명찰을 달았다.


타타의 취향인지, 흰색으로 바뀐 정장 위에 달린 금빛 명찰이 찬란히 빛났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호텔에 취업한 것 같네요.”


벨보이 복장이 아니라 컨시어지 전담 직원 같은 복장인걸. 중얼거리자 타타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난 진심인데.


활동하기 더럽게 불편하다고.


“그럼, 이동하기로 하겠습니다. 다음 분이 기다리고 계셔서요.”


딱.


타타가 손가락을 퉁기자, 시야가 물결처럼 일렁였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오랜만에 뵙....]


타타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잦아들었다.


어지럽게 흔들리던 시야가, 차츰 하얗게 물들었다.



***



“이야기는 들었지만, 기분이 나쁘군.”


나는 한쪽 팔을 잡힌 채 눈을 꿈뻑였다. 한 쌍의 날개가 화려하게 펼쳐진 천사 하나가 근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근엄이라기 보단 기분이 나쁘다는 듯한 얼굴인 게 더 맞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천사가 앉아 있던 천막을 바라보았다.


[카르넬 신전]


타타의 감정소에서 벗어나 눈을 몇 번 깜빡였을 뿐인데 이곳이었다.


아마도, 가장 많은 물건을 구매했던 곳 앞에 떨어뜨려주는 모양이었다.


“저, 아픈데요.”


서서히 피가 통하지 않는 팔을 이러저리 뒤틀며 간절한 표정으로 천사를 올려다보았다.


천사는 한숨을 푹 쉬더니 손을 놓았다.


“카르넬님과 정말 똑같이 생겼군.”


이게 다 아티팩트 덕분이다. 천사마저 착각할 정도라면.


나는 대답 대신 감각이 없는 팔을 주물렀다.


“나는 카르넬님의 신전을 관리하는 주교, 비네롯사이다.”


“아, 반갑습니...”


“인사는 할 필요 없다.”


딱딱한 천사 같으니라고.


카르넬과 다른 느낌의 주교를 보며 나는 툴툴거렸다.


“날개가 참 풍성하시네요.”


그래도 명색이 천사인데, 잘 대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최대한 사람 좋은 얼굴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칭찬이 최고다.


“...”


비네롯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잘못 짚었나보다.


정정하자. 칭찬은 최고일 때가 많다.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이걸 가져가라.”


어물거리고 있을 때, 비네롯사가 책상 위에 덮힌 보자기를 걷어냈다.


“....구슬?”


“타타는 믿음직한 자가 아니다.”


돈에 휘둘리는 자라고 하는 게 오히려 맞지.


비네롯사가 말을 이었다.


“두 번 두드리면 발광하고, 깨뜨리면 카르넬님이 호출된다. 네게 전해달라고 하시더군.”


카르넬님이 최고십니다.


나는 예의 말을 내뱉으며 구슬을 집었다. 비네롯사의 입가가 미세하게 꿈틀거리다, 다시 근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하나 더.”


비네롯사의 손가락 끝이 내가 가지고 있는 책자에 닿았다.


“나는 그 안에 어떤 게 있는지 모른다. 카르넬님도 모르신다. 우리는 단지, 우리가 낸 물건들만 알고 있다.”


오, 그런 구조로 가는 경매구나.


고개를 끄덕거리자, 비네롯사가 입을 열었다.


“카르넬님이 그러시더군. 그 안을 보면, 필요한 것 하나쯤은 있지 않겠냐고.”


툭, 책상 위에 올려진 주머니가 무심히 내 쪽으로 밀려왔다.


나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주신다는데, 받아야지.


히죽거리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제 수상할 정도로 힘이 많은 카르넬 분장은 완료다.


“내 새끼가 배고픈 건 싫다고 하시더군. 유용하게 쓰기를 바란다.”


베풀어 주는 천사는 언제나 환영이다.


나는 미소를 짓고 비네롯사를 쳐다보았다. 비네롯사의 입가가 조금 씰룩였다. 그는 이내 머리를 털어내며 내 쪽으로 손짓했다.


귀를 가까이 대라는 듯한 그의 모습에, 나는 조금 긴장한 채로 몸을 숙였다.


“카르넬님으로부터의 전언이 있다. ‘수틀리면 일단 빌리고 와라. 신의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지 너보다 신의 힘이 없다.’ 그렇게 전하라고 하셨다.”


음. 요컨대, 내가 여기서 제일 세다는 소리인가.


“그리고, ‘그렇다고 나대다가는 죽을 수 있으니 잘 해.’라고도 하셨다.”


그건 아닌가 보군.


겸손하게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말이다.


잠깐의 자기객관화 오류를 극복했다. 내가 이렇게 대단하다.


조금은 뿌듯한 얼굴로 몸을 일으키려 하자, 내 머리통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졌다. 머리를 들어올리지 못하게 꼭 잡은 채 비네롯사가 내 귀에 속삭였다.


“이건 내가 전하는 말이다. 카르넬님의 얼굴에 먹칠할 짓은 하지 마라.”


카르넬님의 얼굴로 그런 짓을 한다면, 내가 너를 찢어버릴 것이다.


덧붙인 비네롯사의 말에 나는 몸을 잘게 떨었다.


천사의 얼굴을 한 불한당이 따로 없다.


비네롯사가 손을 놓자, 나는 비로소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의 손이 머물던 뒤통수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다른 신전의 부탁을 받는 것은 자유라고 한다.”


그건 내가 이미 들었거든요?


나는 입을 삐죽 내밀고 속으로 꿍얼댔다. 비네롯사는 그런 내 모습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명심해라. 타타는 믿을 만한 놈이 아니다.”


타타에 대한 적대감이라도 있는 모양인지, 경고가 꽤 무시무시하다. 나도 그걸 흘려 들을 생각은 없다.


그는 내게 과도하게 친절했으니까.


세상을 원투데이 살아본 게 아니니, 나도 알 것은 안다.


친절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게 무어든, 나는 항상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타타, 그는 신이니까.’


내가 다른 신들을 대할 때 물렁하지 않았듯, 타타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가 내게 물렁하게 대해준다고 해서 마음을 놓는 순간 잡아먹히는 건 내가 될 수 있다.


“조언 감사합니다.”


사실 다른 신들의 부탁을 받는 것도 내키지는 않는다. 내가 WOM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저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WOM에게 좋은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나는 허벅지에 달린 가방에 주머니를 집어넣으며 생각했다.


타타에게는 부탁을 받았으니, 할 예정이다.


타타는 WOM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출처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가능하다면 훔치는 게 더 낫고.’


경매가 시작되기 전 창고에 잠입할 방법을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곧바로 문으로 향했다.


“고객님! 저희 신전에서!”


“저희 의뢰를 받아주시면!!”


가게를 지날 때 귀청이 떨어지는 호객 소리가 귓가를 울렸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커다란 문 앞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소리는 천천히 멀어졌다. 무심코 바라본 뒤쪽은,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축지법을 쓴 것도 아닌데.’


타타의 광장에는 무언가 걸려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긍정하면서, 문 앞으로 다가섰다.



[카드를 투입구에 넣어 주세요.]



익숙한 기계음이다.


타타와 WOM의 콜라보다, 이건가. 나는 딱 봐도 카드를 넣고 싶게 생긴 입구에 천천히 VIP라고 쓰인 까만 카드를 밀어넣었다.



[‘둘’님, 입장이 확인되었습니다.]



쿠쿠쿵


기계음이 긍정을 알림과 동시에, 굉음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약간 움찔거렸지만, 나는 겨우 버티고 섰다.


명색이 VIP 클럽인데, VIP를 해칠 리가 있겠나. WOM이 막장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예상보다 더 막장일 리는 없다.


잠시간 흔들림을 버티고 나자, 은은한 꽃향기가 열린 문으로 잔잔하게 퍼졌다. 나는 홀린 듯 발을 내딛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는 색색의 꽃잎이 떠내려왔다. 시냇물 사이사이 뾰족하게 솟은 돌멩이 위에는 이끼가 군데군데 낀 채였다.


스칸답서스 같이 생긴 덩굴 식물이 여기저기를 푸르게 물들였고, 처음 보는 꽃들이 연회장을 수놓았다. 얼굴을 간지럽히는 작은 바람의 끝에는 작은 분수가 돌돌거리며 물을 흘려보냈다.


새하얀 나비가 꽃잎처럼 흩날리고, 짙푸른 녹음이 눈을 가득 메웠다.


무의식적으로 붉은 카펫 위를 걸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투명한 테이블이 길쭉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몇 몇의 인영들이 그 주위를 배회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분명, 내가 아는 얼굴들이 섞여 있었다.


‘라, 라, 라, 그리고 또 라.’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하나 세어봤더니, 무려 5명의 라가 있다. 깎아지른 듯 아름다운 외모에 넘실대는 금발과 금안. 목소리마저 그 ‘라’의 것이다.


‘그리고 저쪽은.’


한 명의 레이트라.


새까만 착장의 화려한 여자 둘과 재수 없어 보이는 은발의 꼬마들.


‘시스가 셋이라니!’


상상만 해도 세 배로 고통스러운 삶이다.


시스의 보모로 시간을 보냈던 이전이 생각났다. 소름이 오소소 돋아올랐다.


좋지 않은 생각은 빨리 떨치는 게 좋다.


나는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은하수를 담뿍 담은 남색 머리의 다른 꼬맹이가 눈에 들어왔다.


‘.... 저쪽은 보나마나 상트겠고.’


신들의 분장을 하고 만나는 팬미팅 같은 느낌이다.


나는 내게 맡겨졌던 또다른 꼬마에게서 눈을 뗐다. 우락부락한 덩치의 남자 하나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씩 웃어보였다.


이상하게 소름이 돋아서 몸을 돌렸다.


“어머! 참 귀엽구나!”


아니, 몸을 돌리려 했다.


내 머리에 손을 올린 채 생글거리는 이 여자가 아니었다면.


올려다본 여자의 눈 아래는 짙은 다크서클이 훈장마냥 자리잡았다. 올리브색 눈동자는 조금 탁했고, 동색에 가까운 머리칼이 정돈되지 않은 채 내 얼굴을 간지럽혔다.


“누구...”


“나는 열둘이야!”


여자가 해맑게 자기를 소개하면서 가슴팍의 이름표를 가리켰다.


“레이파 신전에서 물건을 많이 샀단다!”


탄피처럼 둘러맨 약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들이 출렁였다. 나는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카르넬님이 이렇게 귀엽다니!”


레이파의 모습을 한 여자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희미하게 리큐르 향이 끼쳐왔다.


레이파.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행복해지는 초록색 약물?”


“레이파님의 물건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지!”


왜 내 주변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꼬이는 걸까.


입을 막아도 새어나오는 한숨에, 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 간절하면 전 우주가 도와준다고 하지 않나.


“어?”


오히려, 얼빠진 소리가 한쪽에서 흘러나왔다. 한 사람이 허리춤을 몇 번 더듬더니, 내 쪽을 향해 손가락을 세웠다.


“저, 저놈이 내 주머니를 훔쳐간 게 틀림없어!”


“예?”


나는 방금 들어왔을 뿐인데.


그리고 댁이랑 내 거리가 엄청나다고.


“카르넬이잖아! 도둑의 신!”


기왕이면 도둑과 사냥꾼의 신이라고 해 줄래요?


카르넬의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에 절로 혀를 찼다. 카르넬이 이런 취급을 받지는 않았겠지만, 그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런 상황이 생기는 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리 와. 확인해 봐야겠어!”


급발진이라니, 선넘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봐도 이건 억지다.


방금 들어와서, 이 여자에게 머리를 헌납한 채로 서 있는 상황에서, 저놈의 주머니를 훔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아무도 나서서 내 편을 들지 않는다.


내 머리를 짚고 있던 여자마저도, 손을 떼고 딴청을 피우고 있다.


“안 오겠다면 내가 가지.”


성큼거리며 라가 걸어온다.


이 자가 이러는 이유가 뭘까?


‘주머니.’


이 남자는 주머니에 집착했다. 칩이 들어있는 주머니는 타타가 시작 전에 나누어 준 것이다. 당연히 그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칩의 개수는 사용 금액과 관련이 있다고 했지.’


그가 정말로 주머니를 잃어버린 게 아니라면, 그가 원하는 것은.


“내 칩 내놔!”


그럼 그렇지.


이놈은 칩이 턱없이 부족한, 구매금액이 낮은 VIP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황도 다분하게 의도된 것이리라. 누구든 털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도둑의 신이 있으니 씌우기도 딱이고.


“윽.”


그것과는 별개로 너무 아프다.


라의 모습을 한 ‘열다섯’이 꼬나쥔 멱살이 목을 조인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다.


‘분명히 닿아야 하는데!’


손을 휘저어도, 짧아진 탓인지 닿지 않는다.


턱, 누군가가 열다섯의 치켜든 팔을 붙든 모양인지 진동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바닥에 나동그라졌지만, 통증보다는 폐부 가득 채울 공기가 더 소중했다.


“헉, 헉.”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제 행사에서 소란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포마드를 바른 상아색 머리가 내쪽으로 기울어졌다.


“괜찮으십니까?”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타타가 내민 손을 붙잡았다.


작가의말

넉넉한 총알에서 넉넉한 소비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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