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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악마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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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J
작품등록일 :
2022.07.25 18:14
최근연재일 :
2022.08.05 22:38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896
추천수 :
22
글자수 :
87,783

작성
22.07.2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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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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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Episode 1. 고블린 케이브 (1)

DUMMY

1.



《인간 정시우와 악마 바싸고의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분명 시스템 메시지를 들었어.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정말 나는 과거로 돌아온 건가? 그렇다면 여기는 던전인 건가?’


“상태창.”


시우는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상태창》


[기본정보]

이름: 정시우

랭크: F


[스탯]근력: 5

체력: 5

민첩: 5

마력: 5

정신: 5

감각: 5


상태창은 인간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하여 보여준다.

너무나 평범한, 그야말로 평균적인 능력치.

특별한 구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반투명한 상태창을 빠르게 훑어본 시우는 확신했다.


‘확실히 그날의 상태창. 내가 처음 던전에 진입한 날의 상태야. 후··· 과거로 돌아왔다지만 보잘것없는 능력치는 그대로군. 스킬은 뭐 볼 것도 없겠지···’


시우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일단 상태창을 끄고 주위를 둘러봤다.

시야는 아직 어두컴컴해 아무것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우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눈을 어둠에 적응시켰다.


띠링!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환경 적응 [F]》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울리자, 시우는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뜬 시우는 달라진 시야를 확인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시야는 이제 흐릿하게나마 던전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두운 던전의 정체는 동굴이었다.


‘스킬은 던전에서 수행한 내 행위에 따라 생성된다. 당장 능력치는 허접해도 나는 B급까지 던전에서 구른 헌터! 어지간한 스킬 따위는 바로 생성할 수 있어.’


시우는 조금씩 어둠에 적응해가는 눈으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처음 겪는 포털 이동으로 정신을 잃은 상태.

하지만 시우의 눈은 곧 한 방향으로 고정되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민아야···’


평온하게 잠든 듯한 그리운 얼굴들을 시우는 한참 동안 바라봤다.

과거 시우는 이 던전에서 부모님을 잃었고, 동생 민아는 다리까지 잃었다.

그때는 워낙 경황이 없어,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 내겐 모든 걸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 위험요소는 사람들이 깨어나기 전에 미리 다 정리한다!’


시우는 부모님과 민아의 잠든 모습을 보고는 각오를 불태웠다.

모두의 얼굴을 눈에 담은 그는 입고 있던 윈드브레이커를 벗어 조심스럽게 덮어두고, 홀로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2.



시우는 동굴을 걸으며 한 손에 쥘만한 적당한 크기와 무게의 돌멩이를 몇 개쯤 집어 들었다.

계속 걷던 시우가 어느 순간 멈춰섰다.


‘이쯤인 것 같은데?’


멈춰선 시우는 손에 쥔 돌멩이들을 전방으로 펼치듯이 뿌렸다.


툭!


돌멩이가 바닥에 떨어지자.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쐐액!


순식간에 무언가가 동굴 안쪽에서 날아와 박혔다.

그와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시우는 예상한 듯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띠링!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함정 간파 [F]》


띠링!

《감각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시우는 무언가가 박혀있는 곳 근처로 이동했다.

그리곤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두 손을 안전하게 감싼 뒤, 박힌 물건을 움켜쥐고 뽑아냈다.

시우의 손에 들린 것은 나무 창, 아니 그보다는 한참 하찮은 물건이었다.

길이는 1M가 채 안 되고, 끝이 날카롭게 깎인 나무 꼬챙이였다.

손질도 제대로 안 되어, 가시가 잔뜩 돋아 있었다.


“웃차”


시우는 돌멩이 하나로 가시들을 대충 처리한 뒤 꼬챙이를 꽉 움켜쥐었다.

손에 미리 묶어둔 손수건 덕분에 손은 상하지 않았다.


간단한 함정이지만, 전생에는 어둠 속에서 날아온 창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창이 그 자체로 목숨을 앗아가는 일은 드물었지만, 창끝에는 마비를 일으키는 독까지 발라져 있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함정을 회피할 수만 있다면 창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지. 게다가···’


이번에는 꼬챙이가 날아온 방향으로 향한 시우는 창을 거꾸로 잡고 창대 끝으로 벽을 조금 파헤쳤다.

안쪽에는 꼬챙이를 날리기 위한 조잡한 장치가 있었다. 시우는 장치를 해체해 밧줄을 챙겼다.


띠링!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함정 해체 [F]》


시우는 밧줄을 촘촘하게 오른팔에 감았다.

창을 날릴 정도이니, 탄성과 내구도도 충분했다.

기본적인 무기와 팔을 보호할 보호구를 확보한 시우는 더 빠른 속도로 동굴 안쪽으로 나아갔다.

그러면서도 함정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 해체했다.

꼬챙이를 휘둘러 날아오는 창을 쳐내기도 하고, 아예 함정을 작동하기 전에 해체해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해체한 함정만 십여 개가 넘었다.


‘전생에 사람들은 무기 하나 없이 무장한 고블린들에게 기습당했지. 고블린이 아무리 약한 몬스터라고 해도 그땐 정말 무서웠어···’


시우는 과거를 떠올리며, 사람들의 함정을 해체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무기를 준비했다.

꼬챙이의 가시를 대충 제거해 한 줄로 늘어놓으면 조잡하지만 무기고처럼 보일 터.

시우는 벽이나 땅에 박히거나 널린 창들을 일일이 뽑아 벽에 일렬로 기대어 놓았다.

함정의 흔적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꼬챙이를 늘어놓은 시우는 더욱 깊은 곳으로 향했다.



3.



‘이제 슬슬 나오겠군.’

‘녀석들도 함정이 작동된 걸 눈치챘을 테니’


예상대로였다.

낄낄거리는 소리가 동굴 한편에서 작게 울렸다.


“캭캭캬캬”

“아가가캭”


시우는 발소리가 나지 않게 주의하며, 동굴이 꺾이는 부분에 몸을 숨겼다.

어둠 속에서 작은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최소 여러 마리!


몸을 숨긴 시우의 앞을 땅딸막한 녹색의 괴생명체들이 떠들며 스쳐 지나갔다.


고블린!


조잡하게 무장한 6마리의 고블린 정찰 소대는 완전히 방심한 채 함정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더 이상 뒤편에서 들려오는 걸음 소리는 없었다.


시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냅다 꼬챙이를 집어 던진 시우는 동시에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달려든 시우는 가장 뒤에 있던 고블린의 머리를 걷어차고, 즉사한 고블린의 머리에 박혀있는 꼬챙이를 뽑아, 그대로 다른 방향으로 내질렀다.


“케엑!”


꼬챙이에 꿰인 고블린 두 마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걷어차인 고블린만이 그나마 비명을 내지르며 나가떨어졌다.


띠링!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은신 [F]》


띠링!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무기 투척 [F]》


띠링!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기습 [F]》


띠링!

《크리티컬 히트!》

《일격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띠링!

《기습의 효과로 대상이 ‘혼란’에 빠집니다.》

《군중제어기(Crowd Control) 숙련 [F]의 효과로, 상태이상 ‘혼란’의 지속시간이 50% 증가합니다.》


시우의 머릿속에 정신없이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스킬 생성 뿐만 아니라, 능력치도 제법 오른 듯 했다.

하지만 시우의 동작은 차분했고, 정확하게 사냥감의 급소만을 노렸다.


‘한 마리도 살려두지 않아.’


기습당한 고블린들은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뿔뿔이 흩어졌다.

시우는 한 마리씩 고블린을 추적해 확실하게 숨통을 끊었다.

겁에 질려 ‘혼란’에 빠진 고블린 3마리 따윈, 식은 죽 먹기였다.


기습으로 고블린 여섯 마리를 처치한 시우는 먼저 전리품을 챙겼다.

고블린들은 저마다 나무 꼬챙이나, 단검 따위를 들고 있었지만, 휘둘러보지도 못한 채 시우의 손에 들어갔다.

시우는 쓸 만한 단검 두 개를 벨트 뒤쪽에 꽂고, 다른 꼬챙이도 하나 챙겨 들었다.

그리고는 고블린들의 시체를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곳으로 옮겨두었다.


‘던전에서의 모든 행위는 평가의 대상, 스탯도 스킬도 모두 신경써야 해.’


때문에 그동안 시우는 일부러 함정을 쳐내기도 하고, 회피하기도 하면서 힘과 감각, 민첩 능력치를 골고루 상승시켰다.

능력치가 오를 때마다 신체의 변화가 느껴졌다.

근육의 힘, 움직임의 유연성, 감각의 날카로움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가 6가지 능력치로 수치화되는 것이 능력치.

때문에 능력치가 상승할 때마다 몸의 변화가 체감되었다.


‘F랭크의 함정과 몬스터 대부분을 혼자 처리했다. 이 정도면 F랭크 일반 몹은 수월한 수준.’


시우는 고블린을 직접 처리할 때는 정확하게 급소만을 노려 일격에 해치웠다.

이 모든 것은 시스템을 의식한 행위였다.

능력치가 상승하고 은신과 기습, 무기 투척 스킬까지 생성한 시우의 전투력은 고블린 정찰대를 훨씬 상회 하는 상태.

하지만 시우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최고의 평가를 얻을 수 있어.’


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 시우에게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목소리’는 아니다.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뇌 속에서 생각이 울려 퍼지는 듯한 기이한 감각.


【인간, 제법이군. 과거로 돌아온 기분은 어떤가?】


‘악마, 어떻게 된 일이지? 너는 그곳에 갇혀있는 것 아니었나?’

시우는 깜짝놀라 악마에게 되물었다.


【하하하... 인간 나도 10년을 손가락만 빨면서 기다리고 있을 순 없지 않겠나. 계약은 ‘거의’ 그대로 이행됐네. 나는 다만, 자네를 10년 전이 아니라, 10년 하고도 ‘하루’ 전으로 보냈네.】


‘하루 전이라고? 그래서 나만 깨어있었던 건가··· 하지만 어째서 그런 짓을?’


【말했듯 내 목표는 해방, 뭐 자네를 조금 이용했다고 봐도 무방하겠네. 지긋지긋한 던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지.】


‘던전에서 벗어났다고?’

시우의 마음속에 불길함이 치솟았다. 악마가 나를 속인 건가? 어떻게?

‘하지만 ··· 나는 어떤 계약도 어기지 않았다고?’


【후후, 너무 걱정하지 말게. 계약을 어긴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아닌가? 자네는 원하는 대로 과거로 돌아오게 되었고. 미묘한 위반이지만 의식적인 위반이니 시스템은 이를 계약 위반으로 처리한 걸세.】


‘계약 위반? 하지만 시스템을 통한 계약 위반의 페널티는 분명 ···’


시우도 바보는 아니었다.

악마든 신이든 시스템이든 누구의 힘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건 사실이었지만, 안전장치 하나 없이 호구 잡힐 생각은 전혀 없었다.

때문에 계약 내용은 몇 번이나 곱씹었고, 위반에 대해서도 막대한 페널티를 설정했다.

악마와 시우가 설정한 계약 위반에 대한 페널티는 바로 ‘영혼의 귀속’이었다.


【크크 그래, 페널티는 ‘영혼의 귀속’이지. 하지만 그게 정말로 내게도 페널티일까? 나는 육신과 영혼이 모두 그 던전에 메어있던 상태. 하지만 지금 내 영혼은 자네와 함께 있지.】


‘영혼 귀속이 페널티가 아니라고? 오히려 그걸 의도했다는 건가? 내 노예가 되고 싶은건가 악마?’


【인간 너무 매정하게 대하진 말게나. 나는 어쨌든 자네가 바라는 걸 이뤄주지 않았나? 게다가 자네에게 원래 계약한 것 이상의 특별한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네. 내가 바라는 것은 여전히 나의 해방(解放)뿐일세.】


‘후··· 정리해보자고. 그러니까 너는 특별히 내게 손해를 입힐 생각은 없고, 그래서 약속보다 몇 시간 정도 당겨서 다를 과거로 보냈다 이건가?’


【바로 그걸세. 자네의 손해는 전혀 없다네.】


‘뭐··· 확실히 그렇기는 한데. 그렇다면 네가 바라는 건 지금 내게 귀속된 상태에서 해방시켜 달라는 건가? 하지만 굳이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너는 이미 계약을 위반했고 내게 귀속된 상태인데.’


【뭐··· 자네 말이 맞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머릿속에서 자네를 귀찮게 할 수 있다네.】


‘고작 할 수 있는 게 그 정도야? 내게 큰 위협이 될 것 같진 않은데.’


【사실 별로 상관은 없다네. 던전에 갇혀있는 것보다야 자네와 함께 지내는 것이 훨씬 재밌을 것 같으니 말일세.】


‘하··· 태평한 악마구만. 그래. 나도 SS급에 달하는 악마를 이 세상에 함부로 풀어 놓을 정도로 정신머리가 없진 않다고.’


【좋을대로 하시게. 인간은 필멸의 존재, 자네의 평생도 내겐 그리 긴 시간은 아닐세. 오히려 즐거운 유희에 가깝지. 던전에서 보낸 약 3천년을 생각하면··· 그건 정말 치가 떨리는군.】


‘3천년? 그렇게 오랜 기간 던전에 갇혀있었다는 건가?’


【그렇다네. 그런 곳에 갇혀있을 거면 육신이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나. 차라리 영혼뿐이라 할지라도 자유를 누리는 게 더 낫지 않나?】


······


그렇게 나와 악마의 기묘한 동거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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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pisode 3. 코볼트 광산 (2) 22.08.03 28 1 13쪽
12 Episode 3. 코볼트 광산 (1) 22.08.02 40 2 13쪽
11 Episode 2. 악마와의 계약 (完) 22.08.01 42 2 13쪽
10 Episode 2. 악마와의 계약 (4) 22.07.31 38 1 13쪽
9 Episode 2. 악마와의 계약 (3) 22.07.30 42 1 13쪽
8 Episode 2. 악마와의 계약 (2) 22.07.29 43 1 13쪽
7 Episode 2. 악마와의 계약 (1) 22.07.28 63 2 14쪽
6 Episode 1. 고블린 케이브 (完) 22.07.27 57 2 15쪽
5 Episode 1. 고블린 케이브 (4) 22.07.27 73 1 13쪽
4 Episode 1. 고블린 케이브 (3) 22.07.26 91 2 16쪽
3 Episode 1. 고블린 케이브 (2) 22.07.26 77 2 13쪽
» Episode 1. 고블린 케이브 (1) 22.07.25 121 2 13쪽
1 Prologue. SS랭크 던전 22.07.25 137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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