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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오징어

내 일상


[내 일상] Shall we 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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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타의만빵’으로 배운 지혜가 있다면,

니 울분을 아무리 친한 사람에게 토해보았자,

니가 다른 사람의 울분을 들을 때처럼,

그 반응은 결코 진실하지 않다, 입니다.


배운 지혜는,

이 정나미 떨어지는 사실보다는,

차라리 혼자 조용히 영화 한편을 보는게 낫다는 것이죠.


1996년작,

그러니까 한창 꿈과 희망에 부풀어,

원하는 대학은 아니었어도,

그래도 최선이라 생각하며 새 시작을 할 무렵,

이웃 일본에서 개봉했던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그러니까 암울했던 저의 현실이 시작할 대학 졸업 직후 개봉한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는 볼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이제 갖 23살의 꿈에 부풀어 있던 저에게,

40줄을 넘긴 중년 아저씨의 이야기는 ‘현실’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다,

2022년 올해,

남들에게 울분을 토하기 보다는 혼자 조용히 볼 영화로,

이 영화를 드디어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먹은 나이가 되어서 입니다.


한 여자의 ‘남편’이 되고,

한 여자와 남자의 ‘아버지’가 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고독’의 의미입니다.


당신의 ‘아들’이었을 때는,

당신과 당신의 아내, 그리고 남편에게,

기댈 수 있는 세상의 울분과 설움이었는데.


스스로 ‘남편’과 ‘아버지’가 되니,

이것은,

오롯이 나 스스로 감당해야 할,

‘고독’이 되더군요.


때에 따라서는,

뼈에 사무치는,

생존을 위한 ‘고독’ 말입니다.


가족이 너를 보고 있고,

너에게 기대고 있는데,

너는 슬퍼할 수도,

낙담할 수도,

실망할 수도,

그 어떤 표정도,

함부로 마음대로 지을 수 없다는,

‘고독’이,

때때로 ‘절대 고독’이 됩니다.


영화에서 중년의 주인공이 이야기합니다.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해서,

안정적인 삶과,

이어서 ‘마이홈’을 마련했는데,

가슴 한켠이 시리더라.


그럴 때,

주인공은 ‘일상’의 지하철 퇴근길에서,

미녀 댄서를 보게 되죠.


영화는,

당신들 나라의 ‘미덕’을 위해,

중년의 남성이 잃어버린 ‘꿈’ 처럼 치장하지만,

솔직해 집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은근히 매우 솔직합니다.)


당신의 잃어버린 ‘꿈’의 안에는,

저기 아름다운 젊음을 잃지 않은,

미녀의 댄서가 있습니다.


그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당신의 젊은 날의 ‘유령’일까요?

‘낭만’일까요?

‘후회’일까요?


아니면 ‘미련’일까요.


영화 속 주인공은 그녀 앞에서,

나의 목표는 당신이 아니라,

댄스 그 자체였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거짓임을,

현실 속의 ‘아내’와 ‘경건한’ 춤을 추고 있는 당신의 모습과,

‘그녀’와의 마지막 댄스에서 ‘찬란히 웃고 있는’ 당신의 모습의 대비로,

보여줍니다.


이건 현실에 지친,

당신,

중년의 이름 없는 당신을 위한 영화라고.


12만원 상당의 중고 댄스 구두도 함부로 살 수 없고,

시간당 1만원의 댄스 교습 티켓도 함부로 끊을 수 없는,

죽을 때까지,

세상의 노예가 된 당신을 위한 영화라고.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지금 보니 펑펑 눈물이 나네요.


잘 가요,

나의 청춘.


잘 가요,

내 마지막 사랑.


‘블랙 락’에서

당신은 꼭 당신의 사랑과,

꿈을 이루기를.


나는 내일도 여기 세상 속에서,

남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나갈 겁니다.


여기가 나의,

‘현실’이니까요.


8/10


P.S.1 


타이틀 스크롤에서,

영어 ‘Shall we’에 이어서,

가타가나로 ‘단스’가 이어지는 것을 보며,

매우 웃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 영화의 타이틀이 촌티나는 미국 악센트 ‘쉘 위 댄스’가 아니라,

본토 악센트로,

‘샬 위 <단스>’니까요.


영국에서 살기 전에 이 영화를 봤다면,

꼭 ‘블랙 락’의 댄스 토너먼트를 보러 갔을 것 같습니다.


P.S.2


여기 나오는 아내의 반응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제가 혜택받지 못한 사람이라서일까요?


예전,

어릴 때라면 너무나 아름다웠을 장면들이,

지금 제 입장에서는,

참 생뚱맞아 보이는 것이,

씁슬한 기분이 드네요.


P.S.3


오늘 당장,

꼭 배우고 싶었는데 시간을 핑계로 시도 못하던,

탭댄스를 시작하려 합니다.


댓글 3

  • 001. Lv.41 뾰족이언니

    22.08.03 22:40

    작가님 작품이 왜 좋았는지 알 거 같아요. ^^)/ 여기 추천 해 주신 영화 주말에 챙겨 보고 싶습니다.

  • 002. Lv.27 jinthepa..

    22.08.04 07:25

    헉, 이거 정신차리고 지워야지 하고 왔다가,
    댓글이 달려있어 못지우겠네요.
    탭댄스는 . . .
    시간이 맞는 곳이 없어융 ㅠㅠㅠ

  • 003. Lv.41 뾰족이언니

    22.08.22 23:09

    아!! ㅎㅎ 저도 배워 보고 싶은 거 있어요. 시간에 쫒기다 보니 못 하는...ㅜ,,ㅜ); 스쿠버 다이빙! ㅎㅎㅎ 정작 수영도 잘 못하는데 말이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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