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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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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레디 플레이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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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드’란 단어가 있습니다.


이걸 딱부러지게 1대1로 등가교환할 한국단어 찾기가 어렵습니다.


한국말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는 

‘오타쿠’라는 단어하고는 또 좀 다릅니다.


‘서브컬처’라는 단어도 많이 쓰던데,

저는 ‘스타워즈’나 ‘팩맨’을

‘하위문화’라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무언가 하나에 푹 빠져 있고,

거기서 재미를 찾는 것인데,

그 빠져 있는 것이,

소위 반에서 잘 나가는 아이들이 선택하는 것과는 

대상이 어긋나 있다고 해야할까요?


잘생기고 운동도 잘하는 영식이가 농구에 빠져

다른 많은 아이들과 함께 마이클 조던 비디오를 빌려보며

함께 열광하고 즐기는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면,


반 한구석의

별로 잘하는 것도 없이 특출난 것도 없이 조용한 만수는

집에서 혼자 새로 나온 ‘스타트렉’ 에피소드를 챙겨보고

1년 전에 돈 모아서 산 ‘파이널 판타지 3’을

혼자서 다섯 번째 클리어하고 있다는 차이일까요?


이 영화에서 전지구인들이 플레이하고 있는

‘오아시스’라는 가상공간을 만든

‘할리데이’라는 인물이

바로 저 위 사진 속의 ‘너드’ 였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스필버그 감독도

‘너드’ 였습니다.


영화에서 비중있게 나오는

‘빽 투 더 퓨처’를 만든

제멕키스 감독도

‘너드’ 였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소설 작가도

‘너드’ 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드디어 ‘너드’들이 세상을 장악한 겁니다.


시대를 앞서 갔던 ‘너드’로서

타고난 언변과 외향성과 외모까지 뒷받침 되었던

스티브 잡스 정도를 제외하고,

(빌 게이츠는 잠깐 생략하기로 . . . )

이렇게 ‘너드’ 들의 전성시기가 있었던가요?


제프 베이조스에 일론 머스크에 . . .


‘너드’ 들이 나오는 시트콤이 

저 미국의 국민 시트콤이라는 ‘프렌즈’의 아성을 뒤흔들었던


그래서 드디어 이런 21세기에!


‘킹 너드’ 이신 스필버그 감독께서는

이 영화로 자랑스레 ‘너드’임을 ‘커밍 아웃’ 하시게 됩니다.


영화가 나오게 된 시기가,

‘스트레인저 씽즈’로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불러왔던

80년대로 회귀가 주류문화의 트렌드가 된

생각지도 못 한 시장변화가 컸습니다.


그래서 80년대의 오락영화의 귀재께서

자신의 작품들에다

온갖 대중문화의 요소들을 바로 직전인 21세기의 것들까지

싸그리 모아 버무려 주셨는데,

하하, 애매하지요.


그래서 7점으로 끝날 뻔 했던 영화를 살려낸 것은,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야,

‘나 성공한 영화감독이야!’란 방패를 걷어낸,

할리데이의 어릴 적 방안의 모습입니다.


그래요,

이렇게 진짜 ‘너드’의 삶을 영화로 만들었다면 누가 보러 와주었을까요.


내일 학교에 가봤자 친구도 없어 괴로운 인생을 잊을 수 있는건,

지금 내 앞의 TV 화면 속에 펼쳐지는

어느 기사와 전사와 우주전투기 조종사의 모험이란

또다른 삶이었는데요.


그렇게 저 투박한 도트 덩어리들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는데요.


이런 얘기를 하면 누가 대단하다! 라고 할까요?


그래서 이 영화의 이 장면에서,

이 영화를 그냥 아바타 흉내나 낸 거장의 실패작으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그래도 정말 힘든 주제로 어렵게 사람들 앞에 무방비로 나서주었네요 라는 감동이 생기는지,

둘 중의 하나가 결판나는데,


아직도 세상은 이런 민낮의 ‘너드’를 받아들이기에는 아주 조금 일렀나 봅니다.


하지만 두 번째 시청을 끝내고 둘러보는 요즘 세상은

‘너드’ 들을 향해 더욱 활짝 열리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8/10


댓글 4

  • 001. Lv.44 뾰족이언니

    22.08.14 22:36

    작가님, 혹시!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영화 블로거 하시나요? ㅎㅎㅎ 영화 추천 너무 감사합니다. ^^)!!

  • 002. Lv.28 ji******..

    22.08.16 19:42

    아늉, 십 몇 년만에 온라인에 글 남기는 건 여기가 오랜만이여융!! ^0^

  • 003. Lv.44 뾰족이언니

    22.08.22 23:07

    작가님 영화 블로그 활동 하셔도 인기 좋으실 거 같아요. ㅎㅎ 저는 영화 보기 전에 블로그 먼저 보고 보거든요. 스포 된 거 주로 봐요. ㅎㅎㅎ 스포 있어도 재밌는 영화는 정말 찐이 거든요. ㅎㅎㅎ^^)>

  • 004. Lv.28 ji******..

    22.09.13 18:05

    워메, 여기 게시판은 댓글이 알림이 안 뜨니,

    적어주신 댓글을 이제 봤네융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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