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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축구 천재의 슬기로운 풀백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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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8
최근연재일 :
2024.01.03 08:30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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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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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4
글자수 :
201,814

작성
23.12.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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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
11쪽

이란? 부숴드렸습니다.

DUMMY

035.


수혁이 셀틱 원정을 떠나기 전, 가야 할 곳이 한 군데 더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월드컵 최종 예선 3차전인 이란과의 경기가 사흘 뒤였다.


멍한 표정으로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나타난 케빈과 수혁을 보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하나, 그 둘은 사람들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저벅저벅,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야, 넌 도대체 비행기를 몇 번을 타냐?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셀틱 원정이네. 그냥 바로 스코틀랜드로 와.”


“한국에 스코틀랜드 직항이 있겠냐고요, 런던 들렸다가 가는 게 제일 빠른 항공편입니다요. 이래서 유럽 놈들이 안 돼.”


“크큭, 이제 곧 박싱데이인데 너 몸 남아나겠냐?”


“이정도야 뭐, 거뜬하지.”


“아휴······, 네가 체력이 좋아서 망정이지. 나였으면 이 스케줄 못 버틴다. 아무튼 조심해서 다녀와.”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 간다-!”


게이트 문이 열리고 닫혔다.

수혁의 걸음은 가벼웠지만, 그 뒷모습을 보던 케빈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분명히 힘들 텐데······.”


주중에 바르셀로나와 챔스 경기를 치렀고, 주말엔 리그 경기가 있었다. 수혁은 그 두 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저 정도 스케줄이면 언론에서 혹사니, 뭐니 해서 기사가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금 잉글랜드 언론은 조용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저 미친놈이 하도 쌩쌩하게 돌아다녀서 아무도 못 알아채는 거야.”


수혁이 전혀 지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수혁의 폼은 제트 기류를 탄 비행기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 모든 경기에서 최고 활동량을 찍고 있었다.


다들 그의 빠른 성장과 압도적인 실력에 놀라고만 있었지, 수혁의 몸에 쌓이고 있을 부담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후우······.”


케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혁이 얼마나 힘들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자신은 알고 있다, 난 수혁의 베프니까.


“나한텐 말해 주면 좋을 텐데······. 힘들다고 왜 말을 못 해, 바보같이.”


***


“지민아-!!”


“오ㅃ······, 꺄악! 왜 그래, 엉큼하게!”


“맞아, 난 엉큼한 사람이야.”


“오빠, 안 피곤해?! 좀 쉬다가 하는······, 꺄악!”


케빈의 걱정은 기우였다.

신발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친 채, 지민을 벌떡 안아 든 수혁이 곧장 침실로 향했다.


“오빠, 좀 쉬는 게 좋지 않을까? 공항에서 여기로 곧장 온 거 아냐?”


“······하기 싫어?”


수혁의 아련한 표정, 지민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수혁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니, 나도 오빠 보고 싶었으니까.”


수혁의 봉인이 해제되었다.

그리워했던 만큼 서로를 세게 끌어안는 둘,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자타임을 맞이한 수혁이 멍한 눈으로 천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신감에 가득 차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침대 위에선 내가 메시가 아닐까······?”


“메시, 그분은 전반만 뛰어?”


“응? 그게 무슨 말······.”


“일루 와, 후반전도 해야지.”


슬며시 이불을 걷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두드리는 지민, 오늘도 풀타임을 소화하는 수혁이었다.


한 시간 후,


샤워를 끝마친 수혁이 지민의 옆에 늘어지게 누웠다. 따뜻한 방 안에 누워 맞이하는 겨울 햇살은 자애롭기 그지없었다.


노곤해진 수혁의 눈이 감기려던 찰나, 지민이 폭탄 발언을 투하했다.


“오빠, 나 이란전 멤버들이랑 매니저 오빠랑 같이 보러 가기로 했다? 오빠 유니폼도 샀어, 잘했지?”


지민의 말에 수혁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며 말했고.


“경기를 멤버들이랑 다 같이 보러 온다고? 괜찮아?”


수혁의 그런 반응에 지민이 입술을 삐죽이며 대답했다.


“열애도 인정했는데, 안 될 게 뭐가 있어. 왜? 경기 끝나고 딴 여자랑 놀려고 했어?”


“에이, 무슨······. 난 그냥 너희 멤버들이 무서워서 그러지.”


“세연 언니도 이제 아무 말 안 하는데, 뭐가 무서워. 다른 언니들은 괜찮아!”


“그런가······.”


“응! 헤헤! 걱정하지 마! 오빠한테 뭐라 그러면 내가 막아 줄게!”


지민을 와락 껴안았다.

지민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졌다.

따사로운 햇빛, 간지러운 숨결, 그래, 걱정할 게 뭐가 있겠나······.

수혁이 눈을 감았다.

평화로운 겨울의 한낮이었다.


수혁은 아예 까먹고 있었다, 자신 말고 지민에게 미친 인간이 한 명 더 있다는 걸.


***


지민과의 행복한 하루를 보낸 수혁이 파주 NFC에 도착하자마자 본 건, 포항에서 같이 뛰었던 최철우의 화난 표정이었다.


“너 내가 포항에 오면 뒤진댔지? 네가 감히 지민이랑 사겨?”


“······여기가 포항이냐, 미친놈아?”


“포항의 주장이 있는 곳이 곧 포항이다, 몰라? 너 스틸러스의 정신을 다 까먹었구나. 안 되겠어, 내가 정신 개조를 시켜 주지.”


“포항 요새 성적이 영 안 좋다더니, 네가 주장이 돼서 그런 거였어. 내년에 아챔도 못 나간다며?”


“도망가지 말고 여기로 와!”


도망치는 수혁과 그를 잡으려는 철우의 소동극, 선수들부터 코치들까지 그들을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허허, 웃으며 ‘저놈들 또 지랄이구나.’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 저번엔 엔트리에 없길래 드디어 국대에서 빠졌구나, 싶었는데! 왜 갑자기 뽑혔대?”


“저번엔 내가 부상이어서 안 뽑힌 거고, 인마! 도망가지 말라 했다!”


포항에서 같이 오른쪽 윙어와 오른쪽 풀백으로 데뷔한 뒤, 주전으로 아챔 우승까지 거머쥐었던 수혁과 철우.


포항 팬들 왈, 포항 역사상 최고의 오른쪽 라인이었던 둘이었다.

신인 시절을 같이 보낸 동갑내기 친구인 둘이기에 각별한 사이였는데······ 문제는 철우가 지민의 광팬이라는 것이었다.


“네가, 네가 뭔데······! 지민이랑 사귀냐고, 지민이랑······. 으허헝······.”


“너 설마 우는 거야? 미친, 우락부락한 몸으로 그러지 마. 소름 끼쳐.”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하루 종일 지민의 영상을 보던 철우와 그 옆에서 몰래 지민과 사랑을 속삭이던 자신이.


미안한 마음에 살며시 철우에게 다가가는 수혁.

메시를 막을 때보다 더 신중한 모습이었다.


“야, 진짜 울어? 울 거까지 있냐? 내가 무슨 못된 짓 한 것도 아니고 성인들끼리 사귄다는데······.”


“잡았다, 요놈. 이런 연기에 속다니 너도 많이 물러졌구나?”


“아······. 철우야, 내일 지민이 온다 했거든?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게 해 줄게, 응? 우리 대화로 풀자.”


“지민 님이 오신다고?”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 보러 오는 거잖아.”


끄덕끄덕-


“······X발, 이걸 좋아해야 해, 싫어해야 해.”


“좋은 거 아닐까······?”


자신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수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철우가 입을 열었다.


“난 지민 님이 연애하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네가 남자친구인 게 싫은 거야. 네가 EPL 가서 울린 여자가 몇 명인지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


지민이랑 사귈 때, 그랬다는 걸 알면 난 진짜 맞아 죽겠군.


“하하······.”


수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이란은 절대 만만히 볼 팀이 아니었다.

애초에 피파 랭킹으로 따지자면 이란은 언제나 아시아 최상위권 레벨이었다.

일본, 대한민국과 더불어 아시아 3대장 중 하나가 이란이었다.


더군다나, 현재 두 국가 모두 1승 1무로 최종 예선 성적이 똑같았다.

오늘 결과에 따라 1, 2위가 정해질 터라 박 터지는 경기가 예상되었다.


다행인 건, 오늘 경기가 수원 월드컵 경기장, 통칭 빅버드에서 펼쳐지는 홈경기라는 점이었다.


필드 위에 나서서 몸을 풀고 있는 태극전사들.

한창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때 관중석에서 ‘와아아-!’하고 큰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민 님 오신 거 아냐?”


철우의 질문에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시작 전에 이 정도 함성이 나오려면 지민 정도의 연예인이 화면에 잡히는 것 말곤 불가능했으니까.


“그런가 본데······. 어, 저기 있네.”


수혁이 연신 고개를 돌리다가 VIP룸에 자리를 잡은 지민을 찾았다.

지민을 향해 손을 흔드는 수혁.

지민도 그런 수혁을 봤는지 곧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와아아-!!”


둘의 애정 행각에 아까보다 더 큰 함성이 터졌다. 물론 철우의 분통도 함께였다.


“와, 진짜 사귀는 거였네. 아오, 열 받아.”


“그럼 가짜로 사귀는 줄 알았냐?”


“진짜 믿을 수가 없다, 하아······.”


“크큭, 끝나고 지민이 보러 가자. 지금은 경기에 집중하고.”


“지면 어떡하지, 나 그럼 지민 님 볼 면목이 없는데.”


“포항의 주장이라는 놈이 질 생각을 하고 있냐? 그러니까 성적이 그 모양이지, 쯧쯧.”


“X까, 내년에 너 없이도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 줄 테니.”


잠시 몸풀기를 멈춘 수혁이 철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아챔 전승한 팀의 오른쪽 라인이야. 이란 개박살 내놓고 지민이 보러 가자.”


“당연히 그래야지.”


“이제야 스틸러스의 주장답네.”


후우, 수혁이 짧게 숨을 내쉬곤 관중석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포항의 검붉은 유니폼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유니폼, 오랜만에 서는 윙어, 그리고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는 풀백까지······.

긴장될 건 없었다.

우리는 언제나 이겨 왔으니까.

수혁이 철우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가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퍼엉-!


킥오프로 선공권을 가진 대한민국이 천천히 빌드업을 시작했다.

중원을 거쳐 수혁에게 연결된 공.

수혁이 철우에게 고갯짓을 하며 공을 건네주었다.

공을 받은 철우는······.


“오케이!”


퍼엉-!


수혁의 의도대로 뒷공간으로 공을 뿌렸고, 그곳엔 수혁이 있었다.

포항에서 보여 주었던 완벽한 합을 똑같이 재현하고 있는 둘.


‘이제 철우가 오버래핑을 하겠지······, 지금!’


자신의 등 뒤로 돌아 들어가는 철우를 보지 않고도 정확하게 패스를 건네는 수혁.


타다닥-!


그리고 곧바로 박스 안으로 움직임을 가져갔다.

수혁의 움직임에 따라오는 이란의 풀백, 철우는 그 공간을 이용할 줄 아는 풀백이었다.


아무 방해 없이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한 철우가, 그대로 퍼엉-! 공을 걷어찼다.


수혁은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보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스트라이커, 지동원과 이란의 센터백의 경합 끝에 공은 박스 안에 떨어졌고, 대한민국엔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여우, 정수혁이 있었다.


퍼엉-!


이런 찬스는 질질 끌 필요가 없다, 그대로 발리슛.

수혁의 왼발에 제대로 맞은 슈팅은 이란 골키퍼의 옆구리를 통과해 그대로 총알처럼 박혔다.


“와아아-!!”


이른 시간에 터진 대한민국의 선제골.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수혁이 철우와도 진한 포옹을 했다.

포항 스틸러스 시절처럼.


“지민 님한테 잘해 줘라, 울리지 말고······.”


“응······, 걱정 붙들어 매.”


미안한데, 철우야. 이미 많이 울렸어.


어찌 됐든 1대0, 실시간으로 조 1위에 올라서는 대한민국이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선호작 부탁드려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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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시라노 풀백 조작단 +5 24.01.03 1,247 55 11쪽
37 티어니, 너도 내 푸푸풀백이 될래? +6 24.01.02 1,623 48 12쪽
36 이란은 부쉈는데……, 나도 부숴지겠네? +3 24.01.01 2,114 52 11쪽
» 이란? 부숴드렸습니다. +2 23.12.30 2,853 47 11쪽
34 메시 사랑개 정수혁 +1 23.12.29 3,108 57 11쪽
33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아구에로! +2 23.12.28 3,397 52 11쪽
32 첼자르 vs 정수혁 +2 23.12.27 3,827 46 12쪽
31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4 23.12.26 4,136 54 12쪽
30 파리생제르맹이요? 또?! +1 23.12.25 4,346 49 12쪽
29 내가 이래서 카탈루냐를…… +3 23.12.24 4,365 49 12쪽
28 더비 경기에서 빅맨하기 +3 23.12.23 4,377 53 12쪽
27 도발은 넘 재미썽-! +3 23.12.22 4,381 53 11쪽
26 '커서 뭐가 될 거니?' 즐라탄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2 23.12.21 4,371 54 12쪽
25 김덕배, 그 입 다물어! +2 23.12.20 4,370 54 12쪽
24 내가 본 풀백 중에 최고였어요 +3 23.12.19 4,337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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