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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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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4,435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7.19 10:58
조회
253
추천
2
글자
10쪽

상처 입은 사람은 괄호를 치듯 자신을 그 안에 가둔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술 없이도 사람을 취하게 하는 홍등의 붉은 빛, 어딘가에 배설하지 못해 안달하는 날것의 욕정들, 잡놈들의 체향이 묻은 비릿한 밤바람,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일에도 발끈해 목숨까지 거는 살풍경···.


잊고 싶어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넌더리 나는 광경들이었다. 너무나 익숙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무향은 이곳의 밤거리를 걷고 있는 자신이 야화로의 어린 무향이 된 것 같다고 느꼈다.


도박장 앞에서 설레발을 치며 호객하는 소년도 과거의 자신이었고, 기루 앞에서 지나가는 술꾼의 소매를 슬그머니 잡아당기며 얄얄거리는 아이도 옛날의 자신이었다.


모든 상처는 외부의 드러난 상흔보다 더 심각한 휴유증을 남긴다. 그것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은 괄호를 치듯 자신을 그 안에 가둔다. 그 속에서 상처의 그림자가 되어 평생을 산다.


살면 그렇게라도 살아지는 것이 물론 인생이다. 하지만 그림자로만 살다 보면 일순간 빛에 의해서 사라지는 것 또한 삶이다.


아~!. 내가 나를 구원하려면 나는 나에게 어떤 대가를 더 치러야 하는가?


과거의 깊은 상념에 잠긴 무향이 허적허적 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 갑자기 길모퉁이에서 툭 튀어나온 열두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 하나가 무향의 소매를 잡아끌며 너스레를 떨었다.


“공자님. 아주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구경은 구경대로 하고 돈은 돈 대로 벌 수 있습니다요.


정말입니다. 이런 구경 다시 없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아예 자리도 없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 오시죠.”


입에 풀칠하기 위해 내가 어쩔 수 없이 흑호 밑으로 들어갈 때의 바로 그 나이 또래의 아이였다.


아직 소년티를 채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이었다. 하지만 세파에 닳고 닳은 능구렁이처럼 처신술에 능숙한 애어른이었다.


“그래, 그곳이 대체 뭘 하는 곳이냐? 뭔지를 알아야 들어갈지 말지 결정을 하지.”


무향은 자신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조금 살갑게 소년을 대했다. 무향이 호기심을 보이자 소년이 희색이 만면한 표정으로 무향에게 귀엣말을 속삭였다.


“그게 정말이냐? 중원에 그런 것이 있었단 말이냐?”


무향이 어디 한번 가보자고 했다. 소년이 앞장섰다. 막다른 골목 끝에 다다른 소년이 커다란 철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형님! 손님 들어가십니다.”


철 - 커 – 덩! 끼-이-익!


몇 차례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커다란 철문이 빼꼼히 열렸다. 텁수룩하게 구레나룻을 기른 이십 대 중후반의 산도적 같은 사내가 무향에게 안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무향이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철문을 걸어 잠그며 그자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은자로 닷냥이오!”


무향이 은자를 건네자 사내가 오른손으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가리켰다. 무향이 유등이 켜진 계단에 막 한 발 내려놓았을 때 사내가 무향의 등 뒤에 대고 툭 던지듯이 말했다.


“공자에게 큰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지하로 오장 정도를 내려가자 귀청을 웅웅 울리는 함성이 들려왔다. 다시 삼 장 정도를 더 들어가자 함성의 진원지가 나타났다.


무향은 깜짝 놀랐다. 직경이 족히 삼십여 장 정도 되는 지하광장에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광장의 중앙에는 직경이 오장 가까이 되는 둥근 단壇이 설치되어 있었다. 단을 빙 둘러 곳곳에 쇠말뚝을 박혀 있고, 위에서 아래로 한 척 간격으로 쇠사슬이 둘러쳐져 있었다.


격투장이었다. 잠시 후 백삼을 입은 삼십 대 초반의 사내가 단 위로 올라왔다. 사내가 장내를 한 차례 쓱 훑어보더니 목소리를 가다듬고 소리를 질렀다.


“안녕하십니까! 손님 여러분!


오늘도 저희 지하 격투장을 찾아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격투장은 절대로 손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천급 시합에 드디어 묵혼이 출전합니다. 그전의 인급, 지급 시합에도 대단한 강자들이 출전합니다.


규칙은 종전과 같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인급 격투에는 은자 스무 냥을, 지급 격투에는 은자 오십 냥을, 천급 격투에는 은자 백냥 이상을 걸어야 내기가 성사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커다란 행운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묵혼’이라는 이름에 사람들이 일제히 커다란 함성을 질렀다.


“자, 지금부터 인급 시합을 시작하겠습니다. 청룡좌에는 혈불, 백호좌에는 마권이 출전했습니다.


청룡좌에 행운을 거실 분은 왼쪽으로 가셔서 이름을 적고 돈을 맡기시고, 백호좌에 행운을 걸 분은 오른쪽입니다.


아~! 혈불과 마권이 저기 걸어 나오고 있습니다! 열렬한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혈불이란 자는 민머리에 상체를 벗고 있었다. 키는 조금 작달막했지만, 온몸이 근육 덩어리였다. 반면에 마권은 혈불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호리호리했지만, 눈빛만은 형형했다.


심사관이 혹시 몸에 흉기를 숨기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기 위해 두 사람의 몸을 검사했다. 수색이 끝나자마자 심사관이 두 사람을 단의 정중앙에 불러 모았다.


양쪽 모두에게 뭐라고 몇 마디 말을 건넨 후, 심사관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내리며 소리쳤다.


-결전決戰!


혈불과 마권이 서로를 노려보며 탐색을 시작했다. 마권이 먼저 혈불의 얼굴을 향해 벼락처럼 주먹을 휘둘렀다.


마권의 주먹을 허리를 살짝 숙여 피한 혈불이 숙였던 탄력을 이용해 박치기를 시도했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는 순수한 체술體術로 하는 격투기였다. 무향의 눈에는 혈불과 마권의 동작이 느려도 너무 느리게 보였다.


아무 재미도 없었다. 시답잖은 지난날의 향수 때문에 아이의 꼬드김에 빠져 은자만 닷 냥 날린 자신을 자책했다. 한시라도 빨리 일어서서 나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꿀뚝 같았다.


그때, 또다시 와~! 사람들의 함성이 질렀다. 단을 올려다보니 마권이 바닥에 큰 大자로 널브러져 있었다. 혈불이 이긴 것 같았다.


지급 격투도 그게 그거였다. 인급보다 수준이 조금 낫기는 했으나 무향의 눈에는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천급 시합 전에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주최 측에서 인급 격투와 지급 격투에서 승자를 맞춘 사람들에게 은자를 배분하고 있었다. 잠시의 휴식이 끝난 후 드디어 천급 격투가 벌어졌다.


묵혼이란 자와 흑면이란 자였다. 확실히 인급, 지급 격투와는 수준이 조금 달랐다. 저 동작에 내공만 가미된다면 충분히 일류 고수 수준은 될 것 같았다.


막상막하였다. 때로는 묵혼이 우세를 점하다가 또 어떤 때는 흑면이 공격의 주도권을 잡았다. 무향은 누가 이기든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흑면이란 자의 몸동작이 어딘가 몹시 눈에 익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생각날 듯 말 듯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검은 가면을 목까지 뒤집어쓰고 있어 도통 알아볼 수가 없었다.


무향은 ‘흑면’ ‘흑면’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불현듯 어떤 생각이 번뜩 뇌리를 스쳤다. 무향은 깜짝 놀랐다. 흑면은 바로 흑호였다.


틀림없었다. 자신에게 당한 단전의 검상까지, 확실했다. 저놈의 인생도 참으로 기구하구나, 하는 생각에 어쭙잖은 동정심마저 살짝 일었다.


갑자기 와-아! 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일었다. 묵혼의 승리였다. 흑면, 아니 흑호는 묵혼의 현란한 각법脚法에 정통으로 턱을 얻어맞고는 바닥에 고꾸라졌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무향이 막 몸을 돌리던 찰나였다. 연단 위에 중년의 금포인이 올라왔다. 풍채가 좋았다. 풍채만큼 행동이 거만했다. 그자가 목소리에 공력을 살짝 실어 말했다.


“오늘은 년 중 딱 한 번 있는 거래 날입니다. 제가 장담하건대 오늘 상품은 여러분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도 남을 특상만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거래에 참여하실 분은 남으시고 나머지는 돌아가셔도 됩니다. 다음 시합은 다음 달 보름에 있습니다.”


무향은 몹시 의아한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가려던 걸음을 잠깐 멈추고는 자신에게 질문을 하듯 혼잣말을 웅얼거렸다.


“거래는 뭐고, 상품은 또 뭔가?”


무향은 밖으로 나가려던 생각을 잠시 미루고 도대체 무슨 거래와 상품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한 식경쯤 지나자 격투기로 어질러졌던 장내가 거의 정리가 되었다.


삼십여 명의 사람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빠져나갔다. 곧이어 몇 개의 커다란 탁자와 사람 숫자만큼의 의자가 단 아래 놓였다.


탁자 위에는 찻주전자와 찻잔 그리고 지필묵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아까 그 중년의 금포인이 다시 단상에 올랐다. 목소리를 몇 차례 가다듬은 그가 운을 뗐다.


“탁자 위에 차려진 차는 멀리 서역에서 온 아주 귀한 것입니다. 차는 충분하니 마음껏 드십시오. 거래는 일각 후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일각 후 단상 바로 앞에 놓인 화려한 의자에 흰 장포를 입고 머리에 흰 천을 두른 서역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막을 건너온 대상이었다. 모두 다섯 명이었다.


서역인들이 모두 제자리에 앉자 중년의 금포인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상품은 모두 열 개입니다. 뒤로 갈수록 값지고 귀한 상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자, 첫 번째 상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은자 백냥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금포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단상 뒤의 금빛 휘장이 활짝 젖혀지더니 반라의 색목여인色目女人하나가 하늘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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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 입은 사람은 괄호를 치듯 자신을 그 안에 가둔다 22.07.19 254 2 10쪽
57 세상에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22.07.15 429 5 9쪽
56 여태껏 나는 이보다 훨씬 더한 것도 겪고 살아남았다 22.07.12 555 3 9쪽
55 본능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22.07.06 772 4 9쪽
54 아주 기분 나쁜 이상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22.07.04 844 2 9쪽
53 자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22.07.01 975 3 9쪽
52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64 3 9쪽
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61 3 9쪽
50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57 4 9쪽
49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44 7 10쪽
48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22.06.18 1,303 6 9쪽
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311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33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47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85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75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85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407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24 6 9쪽
39 숲을 때리다 보면 뱀이 나올 것이다. 22.06.14 1,439 5 10쪽
38 봄의 실수처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1 22.06.13 1,469 8 9쪽
37 내가 저 그림을 전부 이해하면 그녀가 나에게 올까? +1 22.06.13 1,463 7 9쪽
36 자네 방금 마경魔經이라 했는가! 22.06.12 1,476 6 9쪽
35 어떤 이유로도 절대 마천과 엮이지 마시오. 22.06.12 1,461 5 9쪽
34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개새끼들은 다 어디 갔느냐! +1 22.06.11 1,493 5 9쪽
33 마치 액운을 방지하게 하는 부적 같기도 한. 22.06.10 1,513 6 9쪽
32 때론 자비를 베푸는 것도 죄를 짓는 것이다. 22.06.09 1,546 6 9쪽
31 그녀가 지금 이 세상에 없는, 바로 그 일만 제외한다면…. 22.06.08 1,574 6 9쪽
30 그가 떠난 자리에 한 줄기 서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22.06.07 1,601 6 9쪽
29 흐르는 물에 머리를 박고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삼켰다. 22.06.06 1,637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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