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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815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7.15 11:39
조회
419
추천
5
글자
9쪽

세상에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연자여!


여기 독에 대한 내 최후의 심득心得인 <독황경>을 남긴다. 그걸 익히건 익히지 않


건 그건 전적으로 연자의 자유다. 그대가 익히지 않겠다면 재능있는 누군가를 찾아


서 내 심득을 전해주기 바란다. 그러나 내 심득을 함부로 책으로 전하지는 마라. 모


두 외워서 전해라. 세상에 해가 되는 자의 손에 <독황경>이 잘못 들어가면 아무도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진실로 전할 만한 사람을 찾았을 때


매일 조금씩 구술로 전해라. 전하는 와중에도 그자의 심성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


이 있거든 더 이상 전하지 마라.



연자여!


혹시 사천으로 가는 일이 있거든 <천독경>을 당문에 전해주길 바란다. 너무 늦었지


만 내가 용서를 구한다는 말도 함께 전해주면 고맙겠다. 당문은 은원을 명확히 구분


하는 문파다. <천독경>을 전해주면 당문에서 네가 원하는 한 가지 요구를 반드시 들


어줄 것이다.



이곳 분지에서 나는 열매들은 몇 가지만 빼고 다 식용이 가능하다. 궤짝의 서찰에 먹


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모두 구분해 놓았다. 그리고 이곳 분지의 가장 큰 열천에


는 열어熱魚가 살고 바닥에는 열초熱草가 자란다. 장복하면 몸속 음양의 균형을 잡


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석실 입구에 있는 소나무는 하늘이 내린다는 천송天松이다. 암수 한 쌍이다. 아마


그 수령이 족히 수천 년은 더 되었을 것이다. 내가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는 바로 그


천송 때문이다. 천송은 천 년마다 한 번씩 천복령天茯苓을 암송의 뿌리에 맺는다. 천


복령을 맺기 칠 일 전부터 청아한 향이 사방에 진동한다. 연꽃 모양의 천복령이 머리


를 내밀거든 바로 채취해 화로에 살짝 구워 분말을 만든 후 내 침대 밑의 검은 목함


에 들어 있는 구지삼독초 분말과 섞어 환을 세 개만 만들어라. 그러면 음양의 조화


가 완벽히 섞일 것이다. 욕심이 과해 더 이상 만들면 약효가 떨어진다. 무림인이 복


용하면 일갑자의 내공이 증진될 것이고, 범인이 먹으면 무병장수할 것이다.


그 환을 절맥증 환자에게 복용시키고 십이 경락과 삼백육십오 경혈에 사흘간 별의


기가 담긴 검은 침을 놓으면 모든 절맥증이 완치될 것이다.



연자여!


이곳에서 나가는 길은 <독황경>을 다 외우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부디 나의 심


득을 세상을 망치는 데가 아니라, 구하는 데 사용하기를 바라 노라.】



열천에서 열어와 열초를 배불리 먹고 석실로 돌아온 무향은 당욱천의 시신을 안고 내려가 분지에서 가장 양지바른 곳에 안장하고 두 번 큰절을 했다.


다시 석실로 돌아와 간단하게 청소를 끝낸 무향은 <독황경>을 펼쳐 들고 외우기 시작했다. 워낙 독에 대한 기초가 없어서인지 무공을 익히는 것보다 훨씬 난해했다.


수시로 석실 한쪽 벽면에 쌓아 둔 서책에서 약초에 관한 설명을 곁들어 보면서 읽어야 간신히 이해되었다. 침술은 자신의 몸에 놓으면서 조금씩 익혔다.


<독황경>을 외우고 익히는 데 거의 백일 이상이 걸렸다. 무향이 눈을 감고 독황경을 암송해 보았다. 한 군데도 틀린 곳이 없었다.


무향이 삼매진화를 일으켜 막 독황경을 태우려는 순간 세상에 다시없는 청아한 향이 천지에 진동을 했다.


그 향기의 진원지는 바로 천송이었다.


“아! 천복령!”


무향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칠일! 칠 일만 지나면 어떤 병도 고칠 수 있다는 삼독복령환을 만들 수 있다.


무향은 갑자기 석실이 꺼질듯한 장탄식을 토해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당신을 몇 년만 더 일찍 만났어도 그녀의 다리를 내가 고쳐줄 수 있었을 텐데···.”


삼독복령환을 한 알 삼킨 무향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별의 기가 담긴 침통을 열었다. 번개 같은 손길로 십이 경락과 머리로 이어지는 경혈에 침을 놓았다.


무향은 자신의 심한 두통이 잃어버린 기억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회천소에 빠졌을 때와 다른 옷, 다른 상처 등이 명확한 증거였다.


잃어버린 기억이 얼마나 지독한 것이든 간에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그것 또한 내가 알아야 하고 내가 책임져야 할 내 삶이기에.


무향은 십이 경락과 가슴과 머리로 이어지는 모든 혈에 침을 꽂은 채 기를 백회혈 쪽으로 몰아갔다. 머리가 빠개질 듯한 극심한 두통이 일었다.


어느 순간 십이 경락과 혈맥에 꽂혀 있던 침이 무향의 몸에서 저절로 튕기듯 뽑혀 나왔다.


그 순간 무향은 아-아! 하고 깊은 탄성을 토해내며 웅얼거렸다.


“아! 그랬었구나! 내가 그렇게 회천소에서 구해졌구나! 이곳을 나가자마자 정왕부부터 가봐야 하겠구나.”


* * *


비가 그치자 말고 투명한 햇빛을 반사하는 오후의 대기 아래로 비에 말끔히 씻긴 깨끗한 세상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세상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한껏 충만해진 것 같았다. 비가 갠 싱그러운 세상의 풍광이 마치 자신의 행운을 예감하는 앞날 같다고 무향은 제멋대로 생각했다.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분지의 출구는 맞은편 절벽 동굴에 있었다. 땅에서 오십여 장 높이에 있었다. 주변에 발을 디딜 바위들이 많아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독황경>을 삼매진화로 태우자 뒤표지에서 종이 한 장이 툭 떨어졌다. 무슨 약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종이는 불에 전혀 타지 않았다. 출구는 거기에 적혀 있었다.


삼독복령환을 복용해서인지 몸이 날아갈 것 같았다. 확실히 내공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충만해진 것 같았다.


천뢰기공과 무무기공도 최소한 두 단계는 더 상승한 것 같았다.


천원신공으로 두 기공을 융합하다 깨달은 것도 하나 있었다. 천뢰섬, 천뢰파, 천뢰환은 굳이 따로 세 초식으로 나누어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그 세 초식은 원래 하나가 나누어진 것이었다. 세 초식은 별도의 초식이라기보다는 천뢰기를 효과적으로 단전에 쌓기 위해 임의적으로 구분한 동작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것을 굳이 세 초식으로 나눈 것은 초보자가 난해한 천뢰기공의 심법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주고자 하는 배려에 가까웠다.


세 초식을 하나로 합치니 위력이 두 배는 더 강한 초식이 하나 만들어졌다. 그 초식의 이름은 천뢰천天雷天이다. 분지를 빠져나오면서 무향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분지로 떨어질 때 바깥은 분명 겨울이었는데 그새 또 계절이 한차례 바뀐 것 같았다. 분지는 열천으로 인해 바깥의 계절과 상관없이 사시사철 봄 날씨였다.


무향은 겨울을 훌쩍 건너뛰어 봄에서 다른 봄으로 나온 것 같았다. 같은 계절에 봄을 두 번 맞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지에서 우연히 광자귀독의 유진을 접한 것은 평생에 다시 없는 행운이었다. 덕분에 앞으로 독에 대한 걱정 없이 강호를 주유할 수 있겠다 싶었다.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오후 느지막이 분지를 빠져나오는 바람에 어느새 날이 어둑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까운 동천의 성도에서 자고 가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았다.


무향은 굳이 밤 세워 산을 넘고 싶지가 않았다. 먼 산정 너머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능선들을 따라 드리워진 붉은 석양이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자신을 그윽하게 바라보던 그녀의 눈시울 같은 붉은 일몰의 순간이 그동안 삶에 오염된 오감을 일순간에 해독시켜주는 것 같았다.


주변에서 가장 깨끗해 보이는 객잔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아직 이른 저녁이어서 그런지 객잔은 무척 한산했다.


무향은 점소이에게 삶은 고기와 소홍주 한 병을 시킨 후 이 층으로 곧장 올라갔다.


대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창 쪽 자리가 마침 비어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었다. 꿀처럼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땅거미가 거리에 깔리기 시작하자 객점이 점차 사람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문득 야화로가 생각났다. 딱 이맘때쯤이면 욕망으로 팽창될 대로 팽창된 몸을 질질 끌며 사람들이 야화로의 거리를 가득 메웠었다.


취기가 오르자 그때의 생각이 더 오롯이 났다. 그녀에 대한 아련하고 애틋한 기억이 점차 달아오르는 취기처럼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점소이가 헐레벌떡 자신에게 다가오더니 필요 이상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공자님. 너무 죄송한데···. 자리가 모자라 그러는데 합석을 좀···.”


주변이 너무 시끄럽고 번잡해서 안 그래도 무향은 곧 일어설 참이었다. 무향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나는 그만 나갈 참이었소. 마음대로 하시오”


밖으로 나온 무향은 기루와 도박장이 즐비한 동천 성도의 뒷골목으로 향했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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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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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상처 입은 사람은 괄호를 치듯 자신을 그 안에 가둔다 22.07.19 244 2 10쪽
» 세상에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22.07.15 420 5 9쪽
56 여태껏 나는 이보다 훨씬 더한 것도 겪고 살아남았다 22.07.12 546 3 9쪽
55 본능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22.07.06 762 4 9쪽
54 아주 기분 나쁜 이상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22.07.04 833 2 9쪽
53 자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22.07.01 963 3 9쪽
52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51 3 9쪽
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49 3 9쪽
50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45 4 9쪽
49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31 7 10쪽
48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22.06.18 1,290 6 9쪽
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299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3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4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4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3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4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396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3 6 9쪽
39 숲을 때리다 보면 뱀이 나올 것이다. 22.06.14 1,426 5 10쪽
38 봄의 실수처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1 22.06.13 1,458 8 9쪽
37 내가 저 그림을 전부 이해하면 그녀가 나에게 올까? +1 22.06.13 1,453 7 9쪽
36 자네 방금 마경魔經이라 했는가! 22.06.12 1,466 6 9쪽
35 어떤 이유로도 절대 마천과 엮이지 마시오. 22.06.12 1,451 5 9쪽
34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개새끼들은 다 어디 갔느냐! +1 22.06.11 1,483 5 9쪽
33 마치 액운을 방지하게 하는 부적 같기도 한. 22.06.10 1,501 6 9쪽
32 때론 자비를 베푸는 것도 죄를 짓는 것이다. 22.06.09 1,534 6 9쪽
31 그녀가 지금 이 세상에 없는, 바로 그 일만 제외한다면…. 22.06.08 1,562 6 9쪽
30 그가 떠난 자리에 한 줄기 서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22.06.07 1,587 6 9쪽
29 흐르는 물에 머리를 박고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삼켰다. 22.06.06 1,62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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