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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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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4,008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7.06 11:34
조회
763
추천
4
글자
9쪽

본능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한 발짝 한 발짝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그자가 뿜어내는 벼린 칼날 같은 날카로운 예기가 동굴 내부의 공기마저 응축시키는 것 같았다.


그 기운은 바로 살기였다.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지독했다. 아주 위험한 자라고 본능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무향은 당하기 전에 선제공격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세 자루의 비도를 오른손 손가락 사이사이에 단단하게 끼웠다.


오십 장, 삼십 장, 십 장. 무향이 막 비도를 날리려고 오른손에 진기를 모으는 순간 가운데 있는 자가 무향이 은신한 곳을 정확히 노려보며 일갈했다.


“웬 놈이냐! 당장 나서라!”


무향은 은신처에서 뛰쳐나옴과 동시에 무흔비도술을 전개했다. 무음, 무적의 세 자루 비도가 먹줄을 튕기듯 세 사람의 심장을 노리며 날아갔다.


“위험하다! 피해라!”


윽-으-윽!


가운데 있는 자가 다급하게 경고의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자의 경고보다 무향의 무흔비도가 조금 더 빨랐다.


가운데 있는 자는 간신히 피했으나 왼쪽에 있는 자는 어깨를 관통당했고, 오른쪽에 있던 자는 허벅지가 갈라져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한순간 먼지 가득한 매캐한 갱도에 비릿한 혈향이 확 퍼졌다.


세 자루의 비도가 오른손을 떠나는 순간 천뢰검을 뽑아 든 무향은 조금 전 비도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천뢰섬을 전개하며 가운데 있는 자를 짓쳐갔다.


순식간에 십여 초를 교환했다. 무향이 천뢰섬, 천뢰파, 천뢰환을 연달아 전개하며 매섭게 놈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무향은 자신이 공격을 퍼붓는데도 자신이 손해를 더 보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공격을 당하는 상대는 멀쩡한데 공격하는 무향은 어느새 몇 군데 자상을 입었다. 옷과 함께 살이 베어진 곳에서 피가 송골송골 배어 나오고 있었다.


놈의 검초는 더 이상 단순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했다. 최단 거리로 베고 찌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놈의 검로가 눈에 뻔히 보였다. 하지만 뻔히 두 눈으로 보면서도 도무지 피할 수가 없었다. 놈이 검을 움직이기도 전에 이미 무향의 몸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놈의 검은 불필요한 인간의 모든 동작을 철저히 배제한 지극히 단순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단순함은 그냥 단순함이 아니었다.


모든 복잡한 과정이 내포된 동작을 오로지 살인만을 위해 극도로 통제하고 제어한 무서운 단순함이었다.


심지어 인간이면 본능적으로 굽히고 펴는 관절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검로의 최 단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제어하고 있었다.


검법이라기보다 살예殺藝의 경지였다. 다시 십여 초식을 더 교환했을 때 잠시 두 사람의 거리가 살짝 벌어졌다. 그 몇 합의 교환으로 무향의 옷과 몸은 걸레처럼 변해 있었다.


마치 아무 성격도 없는 사람처럼 무심하고 무감한 표정으로 무향을 응시하던 놈이 마치 자신에게 말을 하듯 웅얼거렸다.


“대단한 놈이구나! 내 살법殺法에 이십여 초 이상을 견디다니···.


하지만 나 살천왕殺天王을 대면한 이상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랬다, 그는 바로 흑천黑天이 자랑하는 삼대 살수 중 하나인 살천왕이었다. 호흡을 한 차례 가다듬은 무향이 마지막 승부를 결하기 위해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파-츠-츠-츠-츳!


천뢰검의 검 끝에서 시퍼런 불꽃 같은 뇌전이 일 장 이상이나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무향이 서 있는 동굴 주변의 어둠이 푸른색의 점멸을 반복했다.


한동안 무향의 모습을 가만히 주시하던 살천왕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네놈은 바로 천뢰검 이무향!


묵룡왕에게 당해 장강의 회천소에 떨어져 죽은 줄 알았는데 이런 곳에서 나와 맞닥뜨리다니···.


참으로 명줄이 고래 심줄만큼이나 질긴 놈이로구나!


하지만 네놈의 그 질긴 명줄을 오늘 내가 확실히 끊어 주마!”


살천왕을 노려보던 무향이 막 공격을 퍼부으려고 신형을 움찔하는 순간 갑자기 동굴이 심하게 흔들거리며 요동을 쳤다.


갱도를 받쳐 둔 갱목들이 일제히 이리저리 기우뚱거렸다. 천장에서 어른 대갈통만 한 돌들이 투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살천왕이 번개처럼 선제 공격을 퍼부었다. 급작스러운 놈의 검초를 무향이 막는다고 막았으나 찰나에 어깨가 관통당하는 심한 검상을 입고 말았다.


신형을 심하게 비틀거리며 무향이 서너 걸음 뒤로 물러났을 때 돌연 살천왕이 번개처럼 몸을 돌리더니 동굴 입구를 향해 섬전처럼 날아갔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자신을 내팽개친 채 놈이 왜 동굴 밖으로 그렇게 갑자기 뛰쳐나간 것인지 무향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놈에게 당한 상처도 심하고 자신이 획득한 증거물도 지켜야 한다는 집착에 사로잡힌 무향은 한동안 아무런 판단도 내리지 못한 채 우물쭈물했다.


우-르-르-르-콰-콰-쾅-쾅!


바로 그 순간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더니 동굴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향은 본능적으로 입구라 생각되는 곳을 최대한의 속도로 신형을 날렸다.


단번에 이십여 장을 날아간 후 다시 도약하기 위해 착지를 하는 순간 무향의 발에는 아무것도 밟히지 않았다. 무향의 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까마득한 지하로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귓바퀴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뇌성 같았다. 몸을 가볍게 해 속도를 줄여보려고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렸지만, 내공은 추락하는 바닥의 깊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얼마나 그렇게 떨어졌을까? 거의 정신줄을 놓을 때쯤 온몸이 부서지는 충격을 받은 무향은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 * *


그녀가 아름드리 노송 앞에 넋을 놓고 서 있다. 팔을 있는 대로 뻗어도 닿지 않는 팔뚝만 한 나뭇가지를 초점 없는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흑호가입가에 한 가닥 비릿한 웃음을 베어 문 채 그 가지에 굵은 밧줄을 매고 있었다.


밧줄을 다 매고 손바닥에 묻은 송진까지 털어낸 흑호가 날선 비도를 그녀의 목젖에 갖다댔다.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은데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나뭇가지에 축 늘어진 밧줄을 올려다보던 그녀가 끝내 견디지 못하고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을 몹시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버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가장 지붕 위에서 챙이 긴 죽립을 쓴 흑의인 하나가 그 모든 상황을 흉광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통제하고 있었다.


무향은 그녀가 나뭇가지를 바라보던 바로 그 자리에 서서 그녀가 바라보았던 그 가지를 보고 또 보았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녀의 고통이 자신에게 전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스스로 자신을 버리려는 그녀를 말리기 위해 무향은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을 때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악몽을 깨고 나니 자신은 여전히 연못 위에 누워있었다. 머리가 깨어질 듯이 아팠다. 검에 관통당한 어깨 부위에서 흘러내린 피가 주변을 벌겋게 물들였다.


이곳이 바로 회천소의 바닥이구나 하고 무향은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이상해도 많이 이상했다. 이곳은 강이 아니라 산속 같았다. 어깨의 상처와 전신에 있는 자상도 묵룡왕에게 당한 상처 부위와는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 그는 검을 전혀 쓰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도, 머리 모양도 회천소에 빠질 때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자신이 또 이상한 시공간 속에 떨어진 것인가 하고 무향은 생각했다.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 없는 두서없는 혼란이 그를 시나브로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또 머리가 빠개질 듯 아팠다. 어깨마저 떨어져 나갈 듯이 들쑤셨다. 전신의 자상도 참기 힘들 정도로 욱신거리며 고통스러웠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놈인가? 나는 내가 맞기는 맞는가?”


자신에게 물어보듯이 무향이 혼잣말을 웅얼거렸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이상해서 무향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도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상처가 너무 심해 몸을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었다. 다행히 연못의 물이 솜이불 만큼이나 따뜻하고 포근해 시간이 지날수록 전신의 피로가 조금씩 풀어지는 것 같기는 했다.


지금 자신이 빠져 있는 곳은 사시사철 뜨거운 물이 샘솟는 열천熱泉 같았다. 무향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찬찬히 둘러 보았다.


호리병 모양의 깊은 분지였다. 그리고 깊은 밤이었다. 뚜껑 열린 호리병 속으로 달빛과 별빛이 깔때기를 따라 흘러들 듯 소복하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몸은 참을 수 없이 쑤시고 머리는 깨질 듯 아팠지만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것이었다. 뜨거운 열천에 몸을 담근 채 무향은 다시 깊은 잠이 빠져들었다.


귓바퀴를 울리는 시끄러운 새소리에 무향은 천천히 눈을 떴다. 또다시 어지러운 머릿속으로 더 어지러운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고,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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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능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22.07.06 764 4 9쪽
54 아주 기분 나쁜 이상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22.07.04 834 2 9쪽
53 자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22.07.01 965 3 9쪽
52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54 3 9쪽
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52 3 9쪽
50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48 4 9쪽
49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33 7 10쪽
48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22.06.18 1,292 6 9쪽
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303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6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8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8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6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7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400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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