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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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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4,452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7.04 13:19
조회
844
추천
2
글자
9쪽

아주 기분 나쁜 이상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그녀는 대나무 끝을 바로 옆에 있는 돌에 몇 차례 눌러 문질렀다.


대나무 끝이 어느 정도 붓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지자 그녀는 숯과 흙을 갈아서 갠 물에 대나무 끝을 푹 적신 후 광목에다가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자가 쓰인 접은 광목과 품속에서 꺼낸 오각형의 붉은 옥패 하나를 종하의 손에 꼭 쥐어주며 그녀가 말했다.


“이 서찰을 낙양에 있는 정왕부에 전하면 된다. 그리고 그 옥패는 나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다.


서찰과 옥패를 보여주면 네 말을 무조건 믿어줄 것이다. 잘 해낼 수 있겠느냐?”


그녀의 간절한 말에 종하가 자신에게 다짐을 놓듯이 대답했다.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그것이 여기 있는 모두를 살리는 길이니까요. 촌각이 급하니 저는 지금 당장 정왕부로 출발하겠습니다.”


종하가 그녀와 촌장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서둘러 동굴을 빠져나갔다. 동굴을 떠나는 종하의 뒷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던 그녀는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복받치는 감정을 억눌러 간신히 삼킨 그녀가 얼굴을 돌려 허 대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허 대주님 예상으로는 병사들이 언제쯤 이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천여 명의 병사들이 움직인다면 아무래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입니다. 빠르면 내일 미시未時 경, 늦으면 신시申時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허 대주의 말에 고개를 한 차례 끄떡이며 수긍한 정소초가 조금 걱정스러운 눈빛을 내비치며 다시 말했다.


“멀리서 병사들이 오는 것을 눈치챈 역도들이 증거를 모조리 없애버리고 도주하면 어쩌지요. 무슨 방도가 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대주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정소초의 물음에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하던 허 대주가 확신이 서지 않는 얼굴로 대답했다.


“본진이 도착할 시각보다 한두 시진 정도 일찍 저와 몇몇 날랜 병사들이 광산으로 먼저 가서 은밀히 증거가 될만한 것들을 미리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일을 도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호위님과 동행하도록 하세요.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정소초의 지시에 허 대주가 예를 갖추며 대답했다.


“예, 왕녀님의 당부를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날 사시四時경. 허 대주와 병사들 십여 명이 무향과 함께 은밀히 광산으로 향했다.


하늘로 치솟은 절벽은 아득했고 아래로 깍아지른 벼랑은 아찔했다. 어디를 봐도 눈이 핑핑 돌고 머리가 어질거렸다.


광산의 입구는 계곡 건너편에 있었다. 돌무지를 대충 쌓아서 징검다리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십여 명의 흑의들이 입구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놈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다 이따금 서로를 창끝으로 쿡쿡 찌르며 시시덕거리기도 했다.


바로 그때 째찍을 오른손에 둘둘 감아쥔 사내 하나가 광산 밖으로 나오더니 흑의인 중 하나에게 뭔가를 은밀히 말하고는 다시 광산 안으로 들어갔다.


무향과 허 대주는 잠시 주변의 동태를 면밀하게 살펴보았다. 광산 입구에서 죄측으로 오십여 장 떨어진 평평한 분지에 얼기설기 지은 세 채의 가건물이 보였다.


수백여 명이 한꺼번에 머물 수 있는 큰 규모였다. 지금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가건물은 무향과 허 대두가 몸을 숨기고 있는 곳에서 백여 장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미시未時가 거의 다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슬슬 움직일 때였다. 왕부에서 병사들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행동을 개시하기로 허 대주와 정소초는 약조를 했었다.


그래야 혹시라도 있을, 아니 틀림없이 있을 수밖에 없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증거의 보존과 징벌은 그다음 일이라고 정소초는 신신당부를 했었다.


무향과 허대주 일행이 동굴을 나서려고 할 때 입구까지 따라온 그녀가 무엇보다 사람이 죽거나 상하지 않아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작전은 단순했다. 계책이랄 것도 달리 없었다.


병사들의 본진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허 대주와 병사들이 광산 입구를 지키는 사내들에게 정왕부에 왔다고 말을 거는 사이, 무향이 광산 안으로 재빨리 잠입해 안에 있는 적들을 제압하고 본진이 도착할 때까지 금을 캐는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작전의 전부였다.


정왕부에서 왔다고 하면 저들도 함부로 사람을 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허 대주는 자신했다.


허 대주가 무향에게 턱짓으로 신호를 보내고는 몸을 숨기고 있던 바위 뒤에서 걸어 나와 병사들과 함께 먼저 광산 입구로 향했다.


그 사이 무향은 무무보허로 바위와 바위 사이를 은밀히 옮겨 다니며 한 번의 도약으로 광산 속으로 잠입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했다. 이십여 장이 조금 넘는 거리였다.


허 대주와 병사들이 광산 입구로 접근하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사내들이 창을 움켜쥐며 바짝 긴장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찬 서리가 내린 듯 저희끼리 희희덕거리던 소리도 딱 멈췄다.


그들 앞에선 허 대주가 품속에서 왕부의 상징인 패를 꺼내 사내들 앞에 들이밀며 뭐라고 말을 걸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발끝에 최대한 진기를 모은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무향의 신형이 도약과 동시에 마치 한 줄기 바람처럼 광산 속으로 훅 빨려 들어갔다.


무향은 박쥐처럼 천장에 거꾸로 달라붙은 채로 안으로 조금씩 들어갔다. 동굴은 엄청나게 길었다. 이백여 장쯤 들어가자 곡괭이로 벽을 때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무향의 귀에 들려왔다.


백여 장쯤 더 들어가자 자연적 동굴이 끝나는 지점에 갱도가 보였다. 갱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어른 다리통만 한 갱목이 빼곡하게 천정을 떠받치고 있었다.


바위벽을 때리는 곡괭이의 쇳소리가 쩡쩡 울렸다. 백여 장 정도 더 들어가자 금맥을 캐는 현장이 드디어 무향의 눈에 들어왔다.


웃통을 벗어젖힌 수십여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연신 곡괭이로 동굴 벽을 찍고 있었다. 벽을 때리는 곡괭이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마치 당목撞木에 타종打鐘 당한 거대한 쇠종이 쉼 없이 계속 울리는 것 같았다.


그 시끄러운 소음의 와중에도 십여 명의 사내들은 머리에 허연 돌가루를 가득 묻힌 채 한쪽 구석에 퍼질러 앉아 쉬고 있었다.


양가죽 물주머니를 들어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자도 있었고, 동굴 벽에 온몸을 기대고 꾸벅꾸벅 조는 자도 있었다.


그들 옆에는 오른손에 채찍을 말아쥔 십여 명의 감시원들이 작업 현장 이곳저곳을 이 잡듯이 둘러보며 뭐라고 연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갱도 한쪽 벽면에 걸어놓은 모래시계를 힐끔 쳐다보던 감시원 중 하나가 돌연 소리를 질렀다.


“교대다! 사조四組 들어가고 일조一組 쉬고! 서둘러라!


오늘 할당량을 채우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힘들면 집에서 너희들이 보내 주는 돈을 기다리는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생각해라!”


감시원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한쪽 구석에서 쉬고 있던 사내들이 곡괭이를 쥐고 주섬주섬 일어섰다.


그들이 일어서자 동굴 벽을 찍고 있던 한 무리의 사내들이 곡괭이를 발밑에 내려놓고 이마의 땀을 훔치며 뒤로 물러났다.


무향은 저 모든 것이 증거라고 생각했다. 무향은 무무마형의 장법을 지법으로 변형해 감시원들부터 하나둘 제압하기 시작했다. 모조리 마혈을 짚어 본진이 올 때까지 기절시킬 작정이었다.


바로 옆에 있던 동료가 별안간 중풍에라도 걸린 것처럼 전신을 부르르 떨면서 픽픽 쓰러지자 감시원 중 하나가 다급하게 고함을 질렀다.


“여기 환자가 생겼다. 빨리 밖에다 연락을···.”


그자 역시 고함을 채 다 지르지도 못하고 썩은 짚단처럼 제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순식간이었다. 감시원을 다 쓰러뜨리자마자 무향은 똑같은 방법으로 일꾼들을 점혈했다.


마혈을 짚어 혼절시킨 감시원과는 달리 일꾼들에게는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수혈을 짚어 깊이 재워버렸다.


감시원과 일꾼들을 모조리 제압한 무향은 그들을 한쪽 구석에 끌어모은 후 그들이 내일 아침까지 옴짝달싹 못하도록 다시 한번 수혈을 깊게 짚어버렸다.


무향이 갱도 안을 모두 정리하고 막 몸을 돌렸을 때 입구 쪽에서 세 명의 사내가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게 희미하게 보였다.


밖에서 안으로 비치는 햇빛에 가려져 얼굴 윤곽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아군은 아니었다.


무향은 본능적으로 움푹 파인 동굴의 한쪽 벽면에 서둘러 몸을 숨겼다. 그들이 이따금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점점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발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 경쾌한 걸음걸이와 형형한 눈빛. 상당한 경지의 고수들이었다. 특히 가운데 있는 자는 아주 기분 나쁜 이상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그자의 몸놀림은 그냥 보기에도 다른 두 명보다 훨씬 더 가볍고 경쾌했다. 삼십 대 중후반 정도로 근육질의 탄탄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작가의말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이번 주만 월(4일)과 수(6일) 게제 합니다. 다음주부터는 다시 원래 대로 화, 금 연재합니다. 계속적인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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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기분 나쁜 이상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22.07.04 845 2 9쪽
53 자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22.07.01 975 3 9쪽
52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64 3 9쪽
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6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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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33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47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85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75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85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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