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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993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28 11:20
조회
1,052
추천
3
글자
9쪽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이 호위에게서 눈길을 거둔 허 대주가 혹시 살아 있는 흑의인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장내를 두루 살펴보았다.


사오 장 정도 떨어진 관목숲에 널브러진 흑의인 하나가 피가 철철 흐르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괴로운 신음을 흘리며 토막 난 뱀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허 대주는 급히 그 흑의인에게 다가가 지혈을 하고 등에 장심을 대고 진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일순간 꿈틀하던 흑의인의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축 늘어졌다.


허 대주가 급하게 흑의인을 바로 눕히고는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미 절명한 것 같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자신이 진기를 불어넣고 있을 때 흑의인은 분명히 살아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절명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이 호위가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이 호위는 아무 말 없이 흑의인의 입을 벌리고는 이빨을 하나 뽑아냈다.


허 대주는 그제야 흑의인이 왜 갑자기 죽었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흑의인은 이빨 사이에 있던 독단을 깨물어 자결한 것이었다.


허 대주는 상처가 그리 깊어 보이지 않은 다른 흑의인 몇 명도 살펴보았다. 모두가 똑같았다. 흑의인들은 적에게 사로잡혔을 경우, 자결하라는 무서운 암시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사로잡아봐야 결국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었구나, 하고 허 대주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허 대주가 실망감에 젖어 한숨을 내쉬던 바로 그 순간 이 호위가 살기가 번뜩이는 눈으로 산정의 한 지점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이 호위의 눈길이 가닿은 그곳에서 검은 인형 하나가 흐릿한 연기처럼 잿빛 암봉을 넘어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 호위의 눈에만 보이는 광경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 호위가 왜 갑자기 산정을 노려보며 지독한 살기를 일으켰는지 영문을 몰랐다.


허 대주 일행은 조금 전 하다가 그만둔 마을을 좀 더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하산했다.


* * *


【- 본천本天 장로전 친전


약 열 달 전 묵룡왕의해 회천소回天沼에 빨려들어 죽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던


천뢰검 이무향과 비슷하게 생긴 자가 정왕부의 갑룡대와 함께 암하리에 나타났음.


그곳에 은신하고 있던 장안 천지회 소속 이십여 명의 무사를 살해함.


그의 무위는 과거와 비슷했으나 뇌성과 뇌전이 울리는 독문검법과


투명한 자색의 회오리가 이는 특유의 권장법은 사용하지 않았음.


특이한 점은 눈빛에 초점이 없고, 이지를 상실한 사람처럼 보임.


-장안의 天】



【- 답신


그자가 천뢰검 이무향으로 확인되면 반드시 추살追殺할 것.


지원이 필요하면 즉시 本天에 고수를 요청할 것.


암하리의 비밀은 반드시 지켜져야 함.


그 비밀을 아는 자는 누구라도 살인멸구할 것.


가능하면 정왕부와 직접적인 충돌을 회피할 것.


- 本天】



* * *


폐허의 마을에서 찾아낸 것은 처참함뿐이었다. 눈을 씻고 살펴봐도 사건의 단서라곤 하나도 없었다. 막막했다. 정소초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번지는 노을에 밀린 붉은 구름이 어둑한 밤을 향해 시체처럼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이 호위를 바라봤다. 그는 산굽이를 돌아 흘러가는 먼 계곡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기까지 했다.


무향의 눈에 방금 흰 옷을 입은 아이 하나가 감쪽같이 절벽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었다.


아까의 일도 있고 해서 정소초도 이 호위가 바라보는 계곡을 주시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깍아지른 협곡을 따라 굽이굽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물길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호위가 턱짓으로 그녀에게 그쪽으로 가보자고 했다. 이 호위는 기억을 잃으면서 말도 잃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말이 하기 싫어 아예 안 하는 것인지 정소초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전혀 말을 하지 않는 이 호위보다 그 침묵을 오롯이 견뎌야 하는 자신이 더 죽을 지경이었다.


낙양에 의원이란 의원은 죄다 왕부로 불러 진단을 하게 했고, 좋다는 약이란 약은 전부 처방했다. 하지만 그는 깨어난 것 말고는 어떤 차도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뭘 더 해보지 않았는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더 이상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착잡하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이 호위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던 정소초가 고개를 돌려 두묘량과 허 대주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고개를 끄떡이며 한번 가보자고 동의했다. 모두들 사건의 단서만 찾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이 호위. 아니 기억을 잃은 무향이 앞장을 섰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서 길이 더 험하게 느껴졌다. 특히 무공을 모르는 정소초가 가파른 길을 따라오느라 애를 먹었다.


아주 가파르거나 위험한 곳에선 두묘량이 거의 그녀를 안다시피 했다. 바위와 나무의 구분이 잘 안 될 정도로 날이 컴컴해지고 나서야 그들은 간신히 그곳에 도착했다.


무향은 어떤 멈칫거림도 없이 곧장 나지막한 관목과 덩굴식물의 넌출이 빽빽한 절벽 쪽으로 걸어갔다. 무향이 한 손으로 넌출을 슬쩍 옆으로 밀치더니 바위틈으로 쑥 들어갔다.


의아한 눈빛으로 잠시 서로를 살피던 정소초 일행이 고개를 끄떡이고는 무향이 들어간 바위틈 속으로 따라 들어갔다. 천연 동굴이었다.


동굴 천장에서부터 자라나 땅바닥에 닿은 어른 몸뚱어리만 한 석순들이 사원의 주춧돌 위에 세워진 기둥 같았다. 무향의 뒷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동굴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조금씩 더 넓어졌다. 길이도 엄청 길었다. 백여 장쯤 들어가자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그곳은 어지간한 세가의 연무장처럼 넓었다. 직경이 오십여 장은 족히 될 것 같았다.


낮과 곡괭이를 쳐든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무향을 둘러싸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상대를 패 죽일 태세였다. 정소초는 그쪽으로 급하게 달려가면서 큰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요! 그는 여러분을 헤치러 온 사람이 아니라 도우러 온 사람입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저는 여러분을 도우러 낙양 정왕부에서 나온 사람입니다.”


곡괭이를 치켜든 자가 정소초를 향해 삿대질하면서 고함을 질렀다. 그는 덥수룩하게 턱수염을 수염을 기른 삼십 대 초반 정도의 농부였다.


“그들도 처음에는 우리 마을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했소. 그러던 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해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했소.


우리가 또 속을 줄 아시오! 어떻게 이곳까지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죽읍시다!


가족들을 모두 잃은 우리도 이제 삶에 대한 미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소. 우리가 죽든지 아니면 당신들이 죽든지 둘 중 하나 일테지!”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정소초는 차분하게 흥분한 사내를 달래듯이 말했다. 어릴 적부터 흥분한 민원인을 숱하게 상대해 본 왕녀라는 신분이 가지는 경험과 진중함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여러분! 저를 한 번만 더 믿어보세요. 우리는 무고한 암하리의 양민들이 학살되었다는 급작스러운 보고를 받고 그걸 조사하기 위해 정왕부에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포위하고 있는 그분은 제 호위이고, 제 옆에 갑주를 입고 있는 무사들은 낙양 정왕부의 정예 병사들입니다.


자, 자, 모두들 농기구를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누가 당신들의 마을을 저렇게 만들고 가족들을 학살했는지 우리에게 차근차근 하나도 빠짐없이 말씀해주세요.”


정소초의 외침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며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자신의 말이 조금 먹힌다고 판단한 정소초는 다시 한번 불신에 찬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가며 침착하면서도 간곡한 어투로 설득을 계속했다.


“여러분! 언제까지 이런 동굴에서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이 자초지종을 저에게 말씀해주셔야 관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해하고자 했다면 아무런 설득이나 설명도 없이 곧장 일을 저질렀을 겁니다. 저를 한 번만 믿어보세요.”


정소초의 말이 끝나자 육십 대 초반 정도의 늙수그레한 노인이 가래가 끓는 탁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이 보게들! 모두 농기구를 내려놓고 뒤로 한걸음 물러나게. 저분들은 그 흉악한 무리와는 좀 다른 것 같네.


자, 자 어서. 내 말을 듣게. 일이 잘못되면 내가 전부 책임을 지겠네.”


마을 사람들이 농기구를 내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나자 그 노인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정소초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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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아주 기분 나쁜 이상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22.07.04 834 2 9쪽
53 자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22.07.01 965 3 9쪽
»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53 3 9쪽
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51 3 9쪽
50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46 4 9쪽
49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32 7 10쪽
48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22.06.18 1,292 6 9쪽
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301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5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7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7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5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6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400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7 6 9쪽
39 숲을 때리다 보면 뱀이 나올 것이다. 22.06.14 1,430 5 10쪽
38 봄의 실수처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1 22.06.13 1,461 8 9쪽
37 내가 저 그림을 전부 이해하면 그녀가 나에게 올까? +1 22.06.13 1,45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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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어떤 이유로도 절대 마천과 엮이지 마시오. 22.06.12 1,454 5 9쪽
34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개새끼들은 다 어디 갔느냐! +1 22.06.11 1,48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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