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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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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816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24 14:36
조회
1,149
추천
3
글자
9쪽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자신이 하던 말을 끊고 한동안 먼 산을 바라보던 그녀가 한 차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하던 말을 다시 이어 갔다.


“이럴 때 두 오라버님만 계셨다면!


두 오라버님이 오랑캐를 토벌하러 갔다 한꺼번에 횡액만 당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런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었을 텐데!


아버님은 워낙 연로하여 기력이 쇠하신 탓에 그런 위험한 곳엔 가실 엄두도 못 내시고!


이런 험한 일을 대신할 자식은커녕 대를 이을 자식도 하나 없으니 장차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


자칫하면 칠 대째 내려오는 왕부의 지위마저 잃게 생겼으니!


유일한 방법은 양자를 들여 대를 잇는 것뿐인데.


유모. 어디 적당한 사람 없는지 적극적으로 좀 알아보세요.”


정소초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무거운 심경을 토로하자 왕녀의 무거운 근심이 부담스러운 두묘량이 은근슬쩍 화제를 돌렸다.


“왕야님과 아가씨의 덕이 크시니 모든 게 다 잘 될 겁니다.


일단은 왕야님 말씀대로 아가씨께서 이 호위와 함께 가는 수밖에 없겠군요.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저주의 절맥증絶脈症만 타고나지 않았다면 무공이라도 익혀 오라버님을 대신했을 텐데!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정소초가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박복한 신세를 한탄했다.


* * *


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투명한 대기 위, 푸른 하늘이 매일 더 파랗게 제 깊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말똥 냄새를 말리며 관도로 불어오는 서풍에 시들어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의 마른 소리가 시끌벅적 요란하게 함부로 길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작고 사소한 것에도 괜히 기분이 울적해지는 소멸의 계절이다.


이른 아침 정왕부를 떠난 마차 한 대와 말을 탄 이십여 명의 병사들이 점점 가을빛이 바래어가는 관도를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두 명의 마부가 교대로 몰고 있는 마차 속에는 정소초와 이 호위 그리고 용두괴장을 움켜쥔 두묘량이 타고 있었다.


갈수록 길이 점점 험해졌다. 정소초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가 점점 더 시끄럽게 짤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정소초의 눈치를 가만히 살피던 두묘량이 마차 안에 가득 찬 침묵을 참지 못하고 입을 뗐다.


“아가씨. 길이 많이 험해졌습니다. 아무래도 마차를 돌려보내고 말로 갈아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게 더 낫겠지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부에게 그만 마차를 세우라고 하세요.”


마차가 즉시 멈추어 섰다.


이 호위가 가장 먼저 내리고 두묘량과 정소초가 차례로 내렸다. 아직 완전한 산길은 아니었다. 한참 동안은 말을 타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녹음을 완전히 벗어던진 나무들의 초라한 형상이 마치 말라버린 여름의 시체 같았다.


갈색의 가랑잎들이 수북이 쌓인 길섶에는 한해살이풀들이 일제히 마른 무릎을 꺽고 주저앉아 있었다. 마치 곧 다가올 동장군 앞에 부복한 패잔병들 같았다.


두 식경쯤 산길을 올랐을까. 앞서가던 갑룡대주 허무영이 왼손을 들어 행렬을 멈춰 세웠다. 말에서 내린 그가 정소초 이 장 앞까지 다가오더니 멈추어 섰다.


정소초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이호위가 칼을 뽑아 든다는 걸 그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가 정소초에게 가볍게 읍을 하고는 말했다.


“아가씨, 이제 부터는 걸어가셔야 합니다. 벼랑을 타고 산허리를 끼고 두 시진 정도 가면 우리가 조사할 마을 암하리가 나옵니다.”


모두 자신이 타고 온 말을 줄을 최대한 길게 해서 노송의 밑동에 맸다. 조사를 마치고 올 동안 주변의 풀을 맘껏 뜯어 먹으라는 작은 배려였다.


벼랑길은 가팔라도 너무 가팔랐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날 수 있는 그 길은 너무나 위태로워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가파른 벼랑 아래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무공을 모르는 정소초가 많이 힘들어 했다. 하지만 그녀는 실질적으로 이 조사단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이기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표정에는 전혀 힘든 내색을 비치지 않았다.


한 발 한 발 간신히 내딛는 벼랑은 산이 물을 비키고 물이 산을 갈라치는 협곡이 거대한 암벽을 깍아 세운 것 같은 단애斷崖였다.


단애를 타고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며 회오리치는 바람 소리가 새끼를 잃고 슬퍼하는 짐승의 울부짖음 같았다.


아찔한 벼랑길을 두 시진 이상 끼고돌자 저 멀리 목적지 마을인 암하리가 보였다. 아니, 과거 마을의 흔적과 잔해만 보였다. 마을이 있던 자리엔 마을 대신 폐허와 잿더미만 가득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더 처참했다. 불길에 그을린 인골과 가축의 뼈들이 수시로 조사단의 발길에 차였다.


조사단 일행이 이곳이 얼마 전까지 정말로 사람이 살았던 마을이 맞는가 하는 회의감과 절망감에 잠겨 모두가 깊디깊은 침묵에 잠겨 있을 때 돌연 이 호위가 폐허가 된 마을 뒷산 중턱의 한 지점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이 호위의 이상한 태도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곳을 자세히 응시했다. 뭔가 까만 점 같은 것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칼을 빼 든 이 호위가 번개처럼 그 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이 호위의 표홀한 신법을 멍하니 바라보던 갑룡대주 허무영이 입을 딱 벌렸다. 그가 혼잣말 하듯 웅얼거렸다.


“이 호위의 무위가 대단하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기는 했지만, 세상에 저런 신기막측한 신법이 존재하다니···.”


웅얼거림을 멈춘 갑룡대주 허무영과 병사들도 일제히 이 호위가 날아간 곳을 향해 내달았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니, 일방적인 살육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십여 명이나 되는 흑의인들 중 이미 반 이상이 이 호위의 검에 주검이 되어 있었다.


갑룡대주 허무영은 몹시 걱정스런 어조로 혼잣말을 읊조렸다.


“이 호위가 저들을 다 죽이면 안 되는데···. 그러면 사건의 진상을 알아낼 단서를 모두 잃어버리는데···.”


허무영이 이 호위에게 소리쳤다.


“이 호위님. 적들을 다 죽이면 안 됩니다. 몇 명은 사로잡아 취조를 해야 합니다.”


이호위는 허 대주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었는지 처음과 똑같이 계속 흑의인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그의 검이 한 차례 번쩍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폐부를 쥐어짜는 단말마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허 대주가 부하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저들을 사로잡아라!”


허 대주의 명령에 대원들이 칼을 빼 들고 우르르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대원들은 흑의인들의 적수가 아니었다.


싸움판에 끼어들자마자 서너 명의 대원들이 흑의인들의 칼날에 중상을 입고 널브러졌다. 허 대주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모두 물러나라!”


대원들이 뒤로 물러나자 이번에는 정왕야로부터 하사받은 용천검을 뽑아 든 허 대주 자신이 직접 싸움판에 뛰어들었다.


흑의인 두 명과는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였으나, 흑의인 두 명이 더 합세하자 허 대주는 순식간에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졌다.


연신 뒷걸음질 치며 간신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흑의인의 칼날에 베인 가슴 앞 갑주甲冑가 뒷걸음질 칠 때마다 넝마처럼 너덜거렸다.


한순간 가슴을 베어오는 흑의인의 칼날을 피하느라 뒤로 물러서던 허 대주의 목젖을 향해 다른 흑의인이 번개처럼 검을 찔러넣었다.


도저히 흑의인의 검날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허 대주가 이 낯선 곳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자신의 생을 마치는구나, 체념하며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목젖이 찔리고도 충분히 남았을 시간인데도 목젖에는 아무 느낌도 없었다.


허 대주가 다시 눈을 번쩍 떴다. 흑의인의 시퍼런 칼날은 자신의 목젖 한 치 앞에서 딱 멈추어 있었다.


화들짝 놀란 허 대주가 용천검으로 있는 힘을 다해 흑의인의 칼날을 다급하게 쳐내고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바로 그 순간 몸통에 가만히 붙어 있던 흑의인의 목이 익은 감이 떨어지듯 땅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렸다. 곧바로 목을 잃은 흑의인의 목에서 피분수가 치솟더니 몸통이 썩은 고목처럼 픽 쓰러졌다.


그 광경에 너무 놀란 허 대주가 갑자기 숨이 컥 막히는지 연달아 심호흡을 뱉어냈다. 세상에 볼 만한 죽음이란 없었다.


허 대주가 칼날을 쳐내기 전에 흑의인은 허 대주의 목젖을 찔러가던 그 자세 그대로 이미 죽어 있었던 것이다.


허 대주는 이 호위가 어디 있는지 찾기 위해 주변을 급하게 두리번거렸다. 이 호위는 이미 흑의인들을 모조리 처치하고 이십여 장이나 더 떨어진 정소초 앞에 눈을 부릅뜬 채 서 있었다.


혹여라도 정소초가 다치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왕녀 때문에 오늘 이 호위의 검이 더 잔인했던 것 같다고 허 대주는 생각했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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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자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22.07.01 963 3 9쪽
52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51 3 9쪽
»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50 3 9쪽
50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45 4 9쪽
49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31 7 10쪽
48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22.06.18 1,290 6 9쪽
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299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3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4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4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3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4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396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3 6 9쪽
39 숲을 때리다 보면 뱀이 나올 것이다. 22.06.14 1,426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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