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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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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4,002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21 15:31
조회
1,247
추천
4
글자
9쪽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마치 높고 푸른 하늘의 쾌청한 기분처럼 초가을의 투명한 대기가 전각의 용마루마다 일렁거리는, 낙양 정왕부鄭王府의 대전 앞마당.


“이런 육시랄 놈을 봤나! 미쳐도 제대로 미쳐야지!


내가 분명히 아무한테나 함부로 칼을 뽑지 말라고 그랬냐? 안 그랬냐? 벌써 몇 번째냐?


도대체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말귀를 알아 먹겠느냐?


밤마다 까마귀 고기를 구워 처먹는 것도 아니고···”


용두괴장으로 바닥을 쾅, 쾅, 쾅 찧으며 길길이 날뛰고 있는 노파를 한 젊은 사내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


키가 보통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멀쩡한 젊은 사내가 노파의 심한 욕지기에도 아랑곳없이 마치 석상처럼 노파를 마주 보며 떡 버티고 서 있다. 노파의 욕설은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듯이.


그 사내의 바로 옆에는 녹의 경장을 입은 이십 대 초반의 여인이 대략난감한 표정으로 노파와 사내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다.


울분을 터트리는 노파와 석상처럼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무심한 사내의 얼굴을 번갈아 살피는 경장 여인의 눈빛과 태도 하나하나에는 그 나이 때의 보통 여인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품과 고아함이 철철 흘러넘친다.


그녀는 바로 정왕부의 하나뿐인 왕녀 정소초다.


노파가 당장이라도 사내를 잡아먹을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폭갈을 터트렸다.


“방금 네놈이 함부로 칼을 뽑은 그분이 대관절 누구인지 알기나 하느냐!


그분은 바로 황제폐하의 어명을 전달하러 오신 광록대부光祿大夫시다.


그런 분에게 감히 칼을 뽑다니 역적으로 몰려 사거리에서 능지처참을 당하고 싶은 게냐!


저 미친놈은 그 누구라도 아가씨 근처만 접근하면 칼을 뽑아 대니 이거야 원, 어디 불안해서 살 수가 있나.


어디서 배웠는지 무공은 또 어찌 그리 강한지···.”


“두파파! 그만 하세요! 그분이 제정신이면 그러겠어요!


과거에 저를 구해주신 귀한 분입니다. 아무리 파파라도 그렇게 함부로 대하면 안 됩니다.”


사내 옆에서 두묘량의 욕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정소초가 사내의 역성을 들 듯이 말했다.


그녀와 두 파파는 작년 늦가을 병사들과 함께 배를 타고 정왕부의 관할지역 중 하나인 장강 지류를 정기순찰하는 도중에 시체 하나를 건져 올렸다.


완전히 죽은 줄 알았던 시체는 간신히 심장만 뛰고 있었다. 온몸이 퉁퉁 불어서 얼굴도 알아 볼 수가 없는 상태였다.


신분을 알아내기 위해 사내의 품속을 뒤지던 왕녀는 자신이 잃어버린 옥패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 시체 같은 사내는 바로 낙양의 뒷골목에서 봉변을 당할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날로부터 왕녀는 사내를 살리기 위해 지극정성을 다 했다. 낙양에서 좀 이름이 있는 의원이란 의원은 죄다 왕부로 불러 사내의 상세를 살피게 했다.


몸에 좋다는 약재는 천금을 주고서라도 구해 달여 먹였다. 그녀의 가장 믿을 수 있는 측근인 두파파마저 이제 제발 그만하시라고 왕녀를 말릴 정도였다.


그녀의 정성이 하늘에 가 닿기라도 했는지 사내는 거의 열 달 만에 간신이 깨어났다. 하지만 너무 중한 상처 때문인지 사내는 간신히 깨어나기만 했을 뿐 기억을 깡그리 상실한 상태였다.


사내는 왕녀를 못 알아보는 것은 물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왕녀가 자신을 구한 줄 어떻게 아는 것인지 사내는 깨어나자마자 갓 태어난 새 새끼가 어미를 따라다니듯 왕녀만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다 누구라도 왕녀 근처에 접근하기라도 하면 사내는 그녀를 지키는 개처럼 사납게 검을 뽑아 들고 접근을 차단했다.


“고슴도치처럼 등에 화살을 십여 대나 맞고 장강의 물살에 떠내려가는 시체를 건져 올려놨더니, 보는 의원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영 가망이 없다고 하길래 죽을 줄 알았더니···.


그런데도 기어코 살아난 걸 보면 저놈이 명줄 하나는 타고난 모양이야!


그렇게 살아나면 뭘 하누!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벌써 열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기억이 전혀 돌아오지 않으니, 대체 이 일을 어이할까?


이상한 건 어찌 무공은 하나도 까먹지 않고 전부 기억하는지 몰라!


에이! 저놈의 품속에 아가씨의 옥패만 없었더라도 다시 장강 물살에 던져버리는 건데!”


두묘량이 여인의 나무람에 변명이라도 하듯이 투덜거렸다.


“그런데 광록대부께서 무슨 일로 아버님을 뵈러 오셨을까? 혹시 파파는 짐작 가는 일이라도 있는지요.”


여인이 아직도 씩씩거리는 파파의 표정을 살피며 의아해하고 있을 때 그녀 앞으로 노복 하나가 총총걸음으로 다가왔다. 노복이 여인에게 가볍게 읍을 하더니 말했다.


“왕야님께서 지금 아가씨를 찾으십니다.”


여인은 알았다고 말하고는 곧바로 대전 뒤 내당 쪽으로 걸어갔다. 키 큰 사내는 혹여라도 여인을 놓칠까 봐 성큼성큼 뒤따랐다.


사내는 여인을 따라가면서 아주 미세하게 살짝 절고 있는 그녀의 왼쪽 다리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내를 전각 앞에 잠시만 대기하고 있으라고 말하고는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부터 사내는 여인의 말이 지상명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제자리에 붙박힌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약 한 식경 후 그녀가 전각을 다시 나왔을 때 두묘량이 용두괴장으로 툭, 툭 땅을 짚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두파파가 입을 뗐다.


“아가씨. 왕야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요?”


그녀가 상당히 곤혹스럽게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산서와 산동의 접경지역에 운악산이란 곳이 있습니다. 이곳 낙양에서는 상당히 멀지만 정왕부의 관할지역이기는 합니다.


달포 전 그곳에서 무림인들 수백여 명이 죽고 다치는 큰 싸움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무림인들 끼리 싸우는 일이야 정왕부가 전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요.


문제는 그들의 싸움 때문에 주변의 여러 부락이 쑥대밭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백여 명이 넘는 무고한 양민이 죽었다고 합니다.


관과 무림이 서로 침범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합의는 어디까지나 무림인들 간의 죽고 죽이는 싸움에 관이 눈을 감아준다는 것이지 그들이 함부로 양민을 죽여도 된다는 건 아니지요.


그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지요. 만일 무림인들이 양민을 마음대로 죽이는데도 관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면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정왕부가 그곳에 직접 가서 무엇 때문에 무림인들이 싸움을 했는지 그리고 양민들이 얼마나 죽고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구체적으로 조사를 해서 보고하라는 것이 황궁의 명령입니다.


아버님께서는 그 사태가 무림인들이 개입된 것이 영 찝찝한 모양입니다.


파파도 알다시피 왕부의 무사들은 대부분 군인으로 상부의 명령을 잘 수행하는 사람들이지 탁월한 무공을 지닌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버님께서는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이 호위를 그 조사단에 딸려 보내면 어떻겠냐고 저의 의견을 물어왔습니다.


파파도 알다시피 지금의 이 호위는 저 아니면 아무도 통제를 못하지 않습니까? 이 호위가 간다면 나까지 같이 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승낙도 거절도 못하고 얼버무리다 그냥 나오는 길입니다.”


“석 달 전 정왕부와 무림맹의 무사들이 그렇게 추포하려고 해도 잡지 못했던 천면음마를 구여산 계곡까지 추적해 기어이 명줄을 끊은 사람이 바로 이 호위 아닙니까?


그의 무공과 감각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지요. 그때도 이 호위와 함께 아가씨도 동행했었지요.


당시 아가씨께서 천면음마의 미혼약에 중독되어 납치되었을 때는 정말 아찔했습니다.


모두가 우왕좌왕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침착하게 천면음마의 흔적을 추적해 아가씨를 구한 것이 바로 이 호위 아닙니까.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도 자칫 놓치기 십상인 실낱같은 단서들을 하나하나 꿰맞추어 사건을 해결하는 걸 보면서 당시에 저는 이 호위가 정말로 기억을 잃은 것인지조차 헷갈렸습니다.


이번 일은 조사만 하는 것이니까 오히려 천몀음마 사건 때보다 훨씬 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왕부의 정예인 <갑룡대> 무사들도 출동한다면서요.


게다가 갑룡대주 허무영은 무림에서도 알아주는 일류 고수가 아닙니까? 그런데도 왕야께서 이 호위를 조사단에 딸려 보내려고 하시다니···.


왕야께서 지나친 염려를 하시는 게 아닌지···.”


두묘량이 용두괴장을 자신의 몸쪽으로 바짝 당기면서 그녀를 쳐다봤다.


“유모.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지금 운악산 근처에는 상당한 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고 합니다.


자칫 조사 중에 그들의 역린을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살인멸구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절대로 만만히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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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52 3 9쪽
»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4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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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5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7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7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6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7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400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7 6 9쪽
39 숲을 때리다 보면 뱀이 나올 것이다. 22.06.14 1,43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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