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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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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4,011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18 18:09
조회
1,334
추천
7
글자
10쪽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서로 죽이고 죽이는 처절한 선상의 박투搏鬪가 마침내 시작되었다.


크-윽-크-악-으-윽-악-악-아-악!


폐부를 비틀어 쥐어짜고, 서로의 영혼을 물어뜯어 뱉어내는 것 같은 처절한 비명이 장강의 유장한 물살 위에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렸다.


무향과 세가의 무사들이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막고 버텼지만, 수적으로 너무 열세였다. 무향은 급한 곳부터 먼저 도우며 이곳저곳을 뛰어다녔지만, 별무소용이었다.


몸은 하난데 도와야 할 곳이 너무 많았다. 아니, 모든 곳이 도와야 할 곳이었다.


이쪽을 도우면 저쪽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저쪽을 살리면 이쪽에서 피를 토하며 누군가 죽어 나갔다.


이쪽에 있을 때는 저쪽에서 팔극도 천수용이 적의 칼에 심장이 관통당해 죽어 나가는 걸 뻔히 보고도 어쩔 수 없었고, 저쪽에 있을 때는 이쪽에서 풍혼검 가여룡의 잘린 목이 갑판에 뒹구는 걸 바로 눈앞에서 보고도 피눈물만 흘렸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갑판 한쪽이 타들어 가는 화염 속에서 들리는 단말마의 비명과 악다구니, 그 비명과 악다구니의 끝자락을 타고내려 발등을 흥건히 적시는 누군가의


피! 피! 피!


이곳이 지옥이 아니면 세상 어디에 지옥이 따로 있단 말인가!


그랬다. 지옥은 저승이 아니라 바로 이곳에 있었다. 그렇다. 지옥은 단 한 번도 저승에 있은 적이 없었다. 진짜 지옥은 늘 힘없고 무력한 약자들 근처, 안 보이는 바로 옆에 있었다.


저승에 있는 지옥은 누구나 이미 다 아는 지옥이었기에 미리 작심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갑자기 나타난 지옥은 아무 대비 없이 온몸으로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생지옥이었다.


악귀처럼 온몸에 피를 흠뻑 뒤집어쓴 무향은 이미 지옥의 나찰보다 더한 나찰이 되어 있었다. 닥치는 대로 마천의 개들을 죽이며 미쳐 날뛰었다.


“모두 멈추어라!”


바로 그때였다. 혈향 가득한 허공에서 밧줄 끝에 달린 쇠갈고리만큼이나 무거운 목소리 하나가 핏물이 흥건한 선상 위에 떨어져 내렸다.


그 웅후한 중저음의 목소리에는 선상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피의 향연을 단번에 끝내게 하는 무거운 권위가 실려 있었다.


난데없이 터져 나온 하나의 무거운 목소리가 만든 정적이 한순간 서로를 죽이고 죽이던 생지옥을 거짓말처럼 고요한 적막에 휩싸이게 했다.


그 정적과 적막의 환대 속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장포를 뒤집어쓴 괴인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어둠의 제왕처럼 선상의 정중앙에 날아내렸다.


검은 장포 속 검은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던 괴인이 무심한 눈빛으로 한동안 무향의 전신을 샅샅이 훑어내렸다. 그 괴인이 지극히 무심하고 느릿한 어조로 입을 뗐다.


괴인의 느릿한 목소리는 마치 바닥의 깊이를 잴 수조차 없는 깊은 우물 속을 웅웅 거리는 메아리 같았다.


“바로 네가 천뢰검이라고도 하고, 무형마권이라고도 하는 그놈이구나! 그 나이에 참으로 대단한 무위를 지녔구나!


무천주武天主가 나보고 이곳으로 한번 가보라고 했을 때, 이런 하찮은 일에 나까지 보내는 것이 영 못마땅했는데, 막상 너를 마주하니 천주가 왜 나를 여기로 가보라고 했는지 이제 알 것도 같구나.


하지만 네놈의 그 질긴 운은 오늘로 끝이다.


알고 나 죽어라!


나는 무천의 묵룡왕墨龍王이다.”


무향은 자신도 모르게 아! 하는 절망의 탄식을 불쑥 내뱉었다.


“무천의 삼왕 중 하나인 묵룡왕이라니!”


이 넓은 강호에서 진정으로 ‘왕王’이란 별호를 붙일 수 있는 자 과연 몇이나 되던가?


무향은 떨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말했다.


“천하의 묵룡왕께서 나 같은 무명소졸 때문에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납시다니 참으로 영광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이곳으로 오는 줄 정확히 알았는지요?”


으-하-하-하-핫!


짧고 묵직한 웃음을 그친 그가 예의 무심하고 느릿한 어조로 말했다.


“네놈만 머리가 있고 다른 사람은 머리 대신 돌을 달고 다니는 줄 아느냐?


강호는 네놈 생각처럼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지금쯤 유 가주를 추적하는 추격조가 천곤산으로 떠났을 것이다.


마천의 눈과 귀는 늘 강호 전체를 보고 듣고 있다.


마천이 나서지 않는 일은 몰라서가 아니라 개입할 가치가 없기에 안 하는 것뿐이다.”


무향은 돌연 깊은 절망감과 자괴감에 몸서리를 쳤다. 천뢰검을 쥐고 있는 손이 저절로 부르르 떨렸다.


천 리 먼 길 떨어진 이 장강의 선상에서 유 가주와 식솔들을 위해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에게 천운이 따라 제발 무사하기를 비는 것 말고는.


분노가 극에 달해 거의 무기력한 체념 상태에 빠진 무향이 마지막을 결심하며 천뢰검에 무무천뢰기를 극한까지 주입했다.


콰-콰-콰-르-르-릉!


오늘 따라 유난히 천뢰검이 낯설고 길게 우는 것 같았다.


무향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흑룡왕이 진정으로 경탄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참으로 대단하구나! 아이야, 너는 내 예상을 몇 배나 뛰어넘는구나!


내가 그에 걸맞는 대접을 해 주마!


너는 나로부터 충분히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무향은 마치 성격 자체가 없는 사람처럼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격으로 하나 물어보겠소. 마천에서는 누가 무슨 연유로 ‘마경’을 원한 것이오?”


묵룡왕이 쓸데없는 것을 묻는다는 짜증 섞인 표정을 잠시 짓는 것 같더니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장로원의 늙어빠진 귀신들의 꿍꿍이를 내가 어찌 알까?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중원의 돈이란 돈은 다 긁어모을 작정인 모양이야.


이 귀찮은 일도 알고 보면 다 그놈의 돈 때문이지.


곧 죽을 노인네들이 무슨 노욕老慾이 그리도 많은지.


에이! 늙으면 빨리 죽어야 다른 사람이 편해!


답이 됐는지 모르겠구나. 자, 이제, 그만 정리하자. 갑자기 목이 마르구나.


빨리 끝내고 시원한 술이나 한 잔해야 겠다.”


세상에서 가장 이기기 힘든 적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적이다. 그런 자를 진정으로 이기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비슷한 수준과 차원의 적을 만났을 때나 통용되는 상식적인 금언일 뿐이다.


용과 이무기는 생김새는 비슷해도 전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다른 힘과 능력을 가진 존재다.


용과 마주한 이무기에겐 ‘포기를 모르는’ 혹은 ‘필사적인’이란 말 자체가 언어도단일 뿐이다.


용이 이무기를 향해 한 발짝 다가오자 이무기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입을 최대한 벌리며 자신의 가장 치명적 무기인 송곳니를 전부 드러냈다.


흑룡왕을 무심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무향이 천뢰검을 천천히 가슴께로 들어 올리며 혼잣말을 했다.


“죽음! 그 자체는 전혀 두렵지 않다. 이미 한번 죽어보기도 했었다.


다음 생이 없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내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나는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아니 나보다 더 소중했던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오늘은 나와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료들을 또 지키지 못할 것 같아서 심장이 도려내지는 듯 아프다.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여태껏 자신이 지키지 못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무향은 오늘 자신을 마지막까지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래야 오늘뿐 아니라 내일까지 지킬 수 있다.


묵룡왕의 공격을 받아치는 순간 무향은 ‘하늘마저 휘돌린다’는 회천소回天沼로 뛰어내리기로 작정을 했다.


“잘 가거라! 아이야!


한 개인의 운명은 절대로 시대의 운명을 이길 수 없다.


다시는 이런 험한 세상에 나오지 말거라!”


묵룡왕이 시커먼 옷소매 속에서 삐쩍 마른 시커먼 손을 느릿하게 밖으로 한 차례 내밀었다 거두어들였다.


묵빛의 거대한 환環이 주변의 모든 공간을 쪼그라뜨리며 무향의 전신을 짓눌러왔다. 묵빛의 환은 무향의 신형에 가까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거대해졌다.


가공할 환의 압력에 주변의 대기마저 바스러지는 것 같았다.


무향은 극한의 무무천뢰기를 주입한 천뢰검을 거대한 묵빛 환의 정중앙에 전력으로 찔러넣었다.


퍼-퍼-퍼-퍼-엉!


가공할 폭발음의 여파를 반동 삼아 무향은 회천소回天沼로 몸을 던졌다. 또 한 번 운명의 선택을 하늘에 내맡긴 채.


추락하는 무향이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회천소回天沼의 물굽이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웅얼거렸다.


“이것은 싸워보지도 않고 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일을 전부 포기하지 않기 위해 오늘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일 뿐이다.


나와 그녀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회천소로 떨어지는 무향의 등짝을 향해 마천의 개들이 무수한 화살을 퍼부었다. 고슴도치가 된 무향이 회천回天의 소용돌이 속으로 몇 개의 하얀 포말로 사라졌다.


무향의 추락하는 몸을 수면이 받아 앉을 때, 높이 치솟았다 되 떨어지는 하나하나의 물방울들이 물의 묘혈墓穴 위로 떨어지는 무수한 흐느낌 같았다.


무향의 추락이 만든 잔물결들이 되돌아가는 묵룡왕이 탄 흑선을 수십 리나 쫓아가고 있었다.


까마득한 하늘 위에서 한 마리 솔개가 새털구름과 나란히 줄무늬를 그리며 실타래를 감듯 천천히 회천소 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다시 잔잔해진 수면이 오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제 맑은 눈에 오롯이 담아내고 있었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작가의말

오늘 세 편 올립니다. 내일(19일)은 수정을 할 수 없어 오늘 전부 올립니다. 이로써 심사에 필요한 작품을 모두 올린 것 같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주 2회씩 꾸준히 올릴 예정입니다. 독자님들의 지지와 질책을 거름 삼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독자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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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자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22.07.01 965 3 9쪽
52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54 3 9쪽
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52 3 9쪽
50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48 4 9쪽
»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35 7 10쪽
48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22.06.18 1,293 6 9쪽
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303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6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8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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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6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7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400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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