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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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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806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18 15:45
조회
1,289
추천
6
글자
9쪽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드디어 무향이 천뢰검을 빼 들었다. 위치가 노출된 이상 지금부턴 닥치는 대로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적들을 한 명이라도 더 죽여야 반대로 한 명의 아군이 살 확률이 더 높아진다.


조금이라도 주변의 갈대와 다르게 흔들리거나 음영이 다른 갈대숲을 무향은 하나도 놓치지 않았고 그냥 지나치지도 않았다.


천뢰검의 뇌전이 갈대숲에서 한 번씩 번쩍할 때마다 하나의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그렇게 백여 명의 적들이 여지없이 썩은 갈대처럼 쓰러졌을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의 분기에 찬 호통이 지척에서 들렸다.


“이런 머저리 같은 놈들! 기름은 뒀다 퍼마실 생각이냐! 화공火攻 펼쳐라! 서둘러라!”


무향은 아차! 싶었다. 화공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갑자기 초조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적을 도륙하는 것보다 갈대숲을 벗어나는 것이 먼저다. 무향은 서둘러 배가 정박해 있는 곳을 향해 전력으로 경공을 전개했다.


불길이 닿자마자 갈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제 몸을 사르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무향은 전신에 축축한 진흙을 바른 후 거센 불길을 번개처럼 헤쳐 나갔다. 전신이 타는 듯 뜨거웠다. 온몸이 고구마처럼 굽히는 것 같았다.


마른 갈대가 타는 불길이 워낙 거세 순식간에 몸에 바른 진흙이 바짝 말라 쩍쩍 갈라졌다.


무향은 신형을 세차게 흔들어 마른 흙을 떼어내는 즉시 축축한 진흙밭을 뒹굴어 다시 진흙을 전신에 잔뜩 묻혔다.


그러기를 수십 번. 드디어 이백여 장 떨어진 물 위에 정박한 배가 보였다. 잔물결이 이는지 배가 방금 열었다 닫은 대문처럼 미세하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자신의 목적이 배에 오르는 것임을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무향은 일부러 진행 방향을 불규칙하게 하면서 조심스럽게 배로 접근했다.


혈철마가 전수해 준 천원신공으로 천뢰기공과 무무기공을 어느 정도 융합하지 못했다면 이 불길을 견디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무향은 생각했다.


무향은 일부러 불길이 거센 곳을 헤치며 전진했다. 그런 곳에는 적들이 없었다. 얼마나 불길을 헤쳤을까?


드디어 배가 지척이었다. 산짐승이 몸을 세차게 흔들어 해충을 털어내듯 신형을 흔들어 전신에 달라붙은 진흙을 떨구어 낸 무향이 삼십여 장 거리에 있는 배를 바라보며 한 차례 길게 심호흡을 했다.


뜨거운 불길을 박차고 무향은 단숨에 배로 날아올랐다. 팔극도 천수용과 풍혼검 가여룡이 득달같이 달려와 무향을 맞이했다.


무향이 승선하자마자 배는 기다렸다는 듯이 장강의 하구를 향해 출발했다.


배에 탄 무향이 갈대숲으로부터 점차 멀어지자 무향을 쫓던 적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이 넋을 놓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바로 그때 음혈마수가 부하들을 돌아보며 분기에 찬 고함을 꽥 질렀다.


“이 멍청한 놈들 지금 뭘 하고 있느냐! 당장 불화살을 퍼부어라! 어서!”


그제야 등에 활을 맨 삼십여 명의 궁수들이 앞으로 나서더니 활시위에 일제히 불화살을 메기고는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놓았다.


피-피-피-핑-핏!


궁사弓師와 배의 거리 때문인지 화살은 전혀 위력이 없었다. 너무 다급하게 쏘는 바람에 태반의 화살이 배 근처에도 미치지 못했다.


붉으락푸르락 온갖 인상을 쓰며 그 광경을 바라보던 음혈마수가 옆에 있던 궁사의 활과 화살을 빼앗듯이 낚아채 급하게 활시위에 활을 메기고서 팽팽하게 당겼다.


하지만 음혈마수가 활시위를 놓기 직전 공력을 너무 주입한 탓인지 활시위가 티-딕 소리를 내더니 터지고 말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음혈마수가 활을 바닥에 내팽개친 후 옆에 있던 애꿎은 궁사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느닷없이 모진 봉변을 당한 궁사는 팽이처럼 제자리를 빙그르르 돌더니 푹 꼬꾸라졌다.


* * *


잔잔한 수면 위로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몽환적인 수묵화 같다. 바람이 결을 달리할 때마다 그림 속 풍경도 달라졌다.


푸른 비단의 주름 같은 잔물결이 이는 수면에 먼 산정의 구름을 붉게 물들이던 여명의 빛이 비스듬한 각도로 내리꽂힌다.


이 풍광은 진정 아름다운 것인가? 인간의 삶에서 진짜로 아름답다는 건 뭘 의미하는 것인가? 이 배에 탄 사람들은 죽음을 벗어나기 위해 한숨도 자지 못하고 밤새도록 배를 몰았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에도 아름다움은 있는가?


당연히 어떠한 아름다움도 죽은 사람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그것은 전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에게 속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건 새벽 물안개 피어오르는 이 장강의 풍광이 아니라 그 처절한 상황에서도 기어코 살아남아 여기까지 온 이 배에 탄 저들이다.


공포와 두려움을 이긴 피로에 절어 곤히 잠든 바로 저들이다.


최선도 마찬가지다. 죽은 사람에게는 최선도 해당되지 않는다. ‘최선’이란 말조차 죽은 사람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혼신의 힘으로 스스로를 지켜낸, 최선 뒤에 따라오는 치열한 삶이 바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저들의 저 노곤한 잠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내 찌질한 삶을 전적으로 이해해 주던 그녀의 가치관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듯이.


새벽 갑판 위에서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사내는 어제 하루 내내 죽음의 사선을 돌파하고 바로 이 배에 승선한 무향이다.


무향 일행이 탄 배가 어느새 장강 초입에 다다랐다. 배가 장강의 본류와 가까워질수록 수량이 많아지고 물살은 빨라졌다.


이곳만 조심하면 된다. 장강의 물과 회수의 물이 만나 소용돌이치는. 하늘마저 집어삼킨다는 회천소回天沼만 잘 우회해 장강의 본류를 타기만 하면 일단은 안심할 수 있다.


뚫어져라, 수면만을 바로 보던 무향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오백여 장 떨어진 장강의 본류에서 시커먼 배 한 척이 무향 일행이 타고 있는 배를 향해 수면을 미끄러지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흑선의 크기는 어림잡아도 무향이 타고 있는 배의 서너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이런 이른 새벽에 저렇게 바쁘게 운항을 하는 걸 보니, 저 배에 탄 사람들도 무척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겠구나 하고 무향은 생각했다.


흑선은 점점 무향 일행이 탄 배 가까이 다가왔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그 배에는 통상적으로 있어야 할 자신들의 소속을 나타내는 표식도 깃발도 없었다.


흑선과 무향 일행이 탄 배와의 거리가 이제 거의 오십여 장 밖에 되지 않았다. 채 일각도 안 되어 저 흑선이 자신이 탄 배를 스쳐 지나가겠구나 하고 무향은 생각했다.


하지만 흑선은 무향 일행이 탄 배를 스쳐 지나가지 않고 그대로 들이박았다. 그 충돌을 신호로 불화살이 비처럼 갑판 위로 쏟아졌다.


아! 마천의 개들이 우리의 행로를 어찌 알고 이곳까지!


흑선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한 자책과 장강까지 쫓아온 놈들의 집요함에 무향은 분노와 절망감이 뒤섞인 탄식을 뱉어냈다.


흑선과의 충돌로 인한 엄청난 진동 때문에 선실에서 곤한 잠을 자고 있던 세가의 무사들이 화들짝 놀라 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한 채 우르르 갑판으로 뛰어 올라왔다.


윽-윽-으-악!


큭-크-윽-큭-큭!


쿠-궁-쿵-풍덩!


갑판에 올라오기도 전에 무사들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막기에 급급했다. 일각도 채 안 되어 십여 명의 세가 무사들이 고슴도치가 되어 강물로 떨어지거나 바닥에 쓰러졌다.


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있는 마천의 궁수들을 향해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민 무향이 벼락처럼 무흔비도를 발출했다.


피-피-피-핏-핏!


무향의 손을 떠난 십여 줄기 은빛 비도는 마치 빛이 어둠의 틈을 파고들 듯 정확하게 활을 들고 있던 궁수들의 이마와 목젖을 꿰뚫었다.


무향의 비도에 궁수들이 작살에 맞은 물고기처럼 픽, 픽 쓰러지자 갑판에서 싸움을 지휘하고 있던 마천의 상급 무사 하나가 짧고 강하게 호각을 불었다.


그 신호음을 들은 궁수들이 썰물이 빠지듯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궁수들이 물러나자 이번엔 마천의 개들이 끝에 커다란 쇠갈고리가 달린 굵은 밧줄을 무향 일행이 탄 배에 수십 개나 던져 걸었다.


어른 팔뚝만큼 굵은 동아줄 끝에는 말의 머리만 한 시커먼 갈고리가 달려 있었다. 마치 이계異界에서 저승사자가 죽은 영혼을 추포하기 위해 던지는 혐오스러운 기물奇物 같았다.


무향과 세가의 무사들이 필사적으로 밧줄을 잘라냈지만, 마천의 개들은 이런 상황을 수없이 반복 연습이라도 한 듯 잘라내는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밧줄을 무향 일행이 탄 배에 던져 걸었다.


어떤 대처도 역부족이었다. 마천의 개들이 밧줄을 바짝 잡아당겨 그들의 배를 무향 일행이 탄 배 옆에 바짝 붙였다.


바로 그 순간 수백여 명이 훨씬 넘는 마천의 개떼들이 밧줄을 타고 무향 일행이 탄 배로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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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자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22.07.01 963 3 9쪽
52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51 3 9쪽
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49 3 9쪽
50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45 4 9쪽
49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31 7 10쪽
»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22.06.18 1,290 6 9쪽
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299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2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4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4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2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3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396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3 6 9쪽
39 숲을 때리다 보면 뱀이 나올 것이다. 22.06.14 1,425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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