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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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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812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17 17:24
조회
1,322
추천
6
글자
9쪽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하지만 대전의 탁자에 홀로 앉은 사내는 그들이 자신을 향해 오든지 말든지 무아지경에 빠진 채 계속 금琴을 탄주彈奏했다.


그 사내가 뜯는 애절한 금琴의 음률은 전각 지붕 위로 분분히 날리는 눈발과 어우러지며 세가 전체를 메아리치듯 휩싸고 돌았다.


자신들이 세가로 들어서는 것을 두 눈으로 빤히 보고도 금琴의 탄주를 그치지 않는 대전의 사내에게 심한 모멸감을 느낀 유가량이 분기에 가득 찬 고함을 내질렀다.


“이런 시건방진 놈을 봤나!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그러거나 말거나 대전의 사내는 첫눈이 날리는 이 좋은 날 어떤 똥개가 짖는가 하는 표정으로 계속 금琴을 뜯었다.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으로 대전의 사내를 응시하던 유가량이 마침내 분기를 이기지 못하고 대전의 탁자를 향해 맹렬한 일장을 쳐냈다.


금琴을 뜯던 흑의의 사내는 그제야 탁자에서 벌떡 일어나 왼손을 부드럽게 흔들어 유가량이 발출한 사나운 장력을 단숨에 와해시켜 버렸다.


금琴을 탄주하다 일어서서 유가량의 분기탱천한 장력을 가벼운 손짓으로 소멸시킨 사내는 바로 무향이었다.


무향이 대전의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며 말했다.


“아니, 이게 누구시오!


바로 유씨세가의 기둥이신 유가량 수석장로님이 아니시오!


모두가 떠나고 아무도 없는 본가本家에는 또 무엇을 챙기려고 오셨소.”


자신을 희롱하는 것 같은 무향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민 유가량이 고함을 꽥 질렀다.


“또 네놈이구나! 그래 좋다!


유 가주는 본가를 네놈에게 맡기고 어디로 내뺐느냐!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당장 목줄을 뽑아버리겠다!”


능글맞은 미소를 입가에 베어 문 무향이 느긋하게 유가량의 말을 받았다.


“유가량 수석장로님!


내가 가주님이 행적을 이실직고하면 내 목줄을 뽑지 않고 고이 보내주시겠소.


대단한 고수를 셋이나 대동하고 온 걸 보면 절대로 날 살려줄 생각이 없으신 것 같은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죽는 건 마찬가지인데, 내가 가주님의 행선지까지 굳이 말할 필요가 뭐 있겠소.”


시나브로 쌓이는 눈처럼 적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대전 마당에 꽉 들어찬 눈에 보이는 수백여 명의 적들보다 세가 외부에 잠복한 눈에 보이지 않는 적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적들 사이사이에서 드문드문 느껴지는 살을 에는 듯한 강한 살기와 강력한 기감이었다.


유가량과 함께 온 대전 앞에 있는 세 명의 사내를 포함해 대충 어림잡아도 절정 이상의 무위를 가진 자가 거의 십여 명이나 되는 것 같았다.


정면충돌은 필패라고 무향은 판단했다. 이길 가능성이 전무한 적들과 생사生死의 결전을 벌이는 것은 투혼도 용기도 아니다. 그건 무지고 오만이다.


그것은 앞뒤를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무모함일 뿐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잘 후퇴하는 것도 훌륭한 병법이다. 어차피 저들은 알짜가 사라진 세가의 빈 건물만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으-하-하-하-핫!


판단에 대한 실행은 빠를수록 좋다. 별안간 앙천대소를 터트린 무향이 허공으로 신형을 솟구치며 내공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일갈했다.


웅후한 무향의 목소리는 세가 전체를 쩌렁쩌렁 울렸다. 자신의 귀를 틀어막는 채 서둘러 운기를 하며 내기가 진탕되는 것에 저항하는 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수석장로님! 당신은 오늘 싸우지도 않고 이겼으니 진정한 상중상上中上의 장수외다!


난 그런 영웅과 대적할 능력도 자신도 없으니 이만 이곳에서 꺼지겠소.


오늘부터 당신이 유씨세가의 가주외다! 세가를 잘 부탁하오!”


“저놈을 쫓아라! 절대 놓치지 마라! 저놈을 잡아 유 가주의 행방을 알아내야 한다!”


수석장로의 발악하는 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세가의 담장을 넘은 무향이 바람처럼 내달리고 있을 때 등 뒤쪽에서 무시무시한 파공음과 함께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의 으스스한 살기가 밀려왔다.


“감히, 우리 흑천삼라 앞에서 도주를 꿈꾸다니! 아주 맹랑한 놈이구나!”


그 살기의 주인은 자신의 머리 한 척 위에서 눈송이를 수증기처럼 증발시키던 바로 그자들이었다.


그들은 무향이 허공으로 신형을 솟구칠 때 무향이 도주할 줄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는 듯이 즉시 무향을 추적했다.


그들 뒤에는 수십 명의 무사들이 뼈다귀를 발견한 개떼처럼 뒤따르고 있었다.


흑천삼라의 경공은 섬전 같았다. 무향의 무무보허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무향은 경공의 속도를 조금 더 높였다. 그들과 조금 격차가 벌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바로 그때였다. 십여 장 앞 풀숲으로부터 가슴을 짓뭉갤 것 같은 가공할 장력이 무향을 향해 별안간 쏘아져 왔다.


퍼-퍼-퍼-퍼-엉!


천뢰검을 뽑을 찰나조차 없었다.


너무 다급한 나머지 무향은 임기웅변의 수법으로 경공의 속도를 급속도로 줄여 장력이 몸을 강타하기 직전 돌이 떨어지듯 아래로 툭 떨어져 내렸다.


“내 구성의 음혈마수를 경공의 속도를 조절해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내다니···.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경탄과 불신이 뒤섞인 웅얼거림과 함께 풀숲에서 핏빛 장포를 입은 두 명의 괴한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두 사람의 외모는 아주 특이했다.


둥글 넓적한 얼굴은 형제처럼 서로 닮았으나 한 사람의 눈동자는 푸르스름한 유리구슬 같았고, 다른 한 사람은 불그스름한 유리구슬 같았다.


외모가 너무 특이해 나이를 짐작하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보면 서른 남짓 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마흔이 훌쩍 넘은 것 같기도 했다.


불그스름한 유리구슬이 홍광을 희번덕거리며 입을 뗐다. 마치 붉은 구슬이 말하는 것 같았다.


“네놈이 천뢰검 이무향이냐! 소문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하지만 우리 쌍혈마수를 만난 이상 이곳이 너의 무덤 자리가 될 것이다!


올해의 첫눈에 덮여 죽는 것도 복이라면 복이겠지!”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지만, 무향은 속으로는 적잖이 놀랐다.


무천십혼 중 다섯째, 여섯째인 쌍혈마수! 푸르스름한 눈동자가 음혈마수, 불그스름한 눈동자가 양혈마수다!


눈앞에는 쌍혈마수! 등뒤에는 흑천삼라!


도대체 유씨세가를 집어삼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천의 고수들이 이곳에 출동했단 말인가? 자칫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무향의 뇌리를 스쳤다.


그나저나 내가 한시라도 빨리 회수에 대기시킨 선박으로 적들을 유인해야 가주와 식솔들이 무사히 천곤산을 넘어 안휘의 안가로 갈 수 있을 텐데···.


전혀 예상치도 않은 강적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자꾸만 시간이 지체되는 것 같아 무향의 마음이 갈수록 초조해졌다.


쌍혈마수와 흑천삼라는 혈천마로부터 전수 받은 천원신공으로 천뢰기공과 무무기공을 융합시킨 후 처음 만나는 고수 같은 고수들이다.


그래, 좋다! 어디 한번 부닥쳐보자! 실전보다 더 나은 수련은 없다. 흑천삼라가 당도하기 전에 최대한 속전속결로 저들을 처리해야 한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무향은 천원신공으로 무무기공과 천뢰기공을 극성으로 운기하기 시작했다. 순간 푸르스름한 자색의 기가 무향의 전신을 휘돌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무향의 모습에 쌍혈마수도 즉각 진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음혈마수의 눈동자의 푸른 기운이 더 새파랗게 짙어졌고, 양혈마수의 눈동자도 더욱 시뻘건 붉은색을 띠기 시작했다.


별안간 무향이 쌍혈마수가 마주하고 있는 한가운데를 파고들었다. 음혈마수에게는 극강의 권기를, 양혈마수에게는 가공할 장력을 번갯불처럼 내질렀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각도와 순서로 마른 하늘에서 벼락이 치듯 가공할 권영과 장영이 자신의 전신요혈로 쇄도하자, 당황한 쌍혈마수가 헛바람까지 뱉으며 자신들의 독문절기인 음양혈마수를 전개했다.


콰-콰-콰-콰-쾅-쾅!


장내의 대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파열음이 주변의 숲을 뒤흔들었다.


쌍혈마수가 뒤로 주르륵 밀려나며 피를 토하는 걸 목도한 무향이 잠시 휘청하던 신형을 재빨리 곧추세우고는 그들의 머리를 살쾡이 같은 몸놀림으로 타고넘어 회수를 향해 번개처럼 내달았다.


내기가 진탕되어 비릿한 핏덩이가 목젖을 타고 넘어오는 것을 억지로 꿀꺽 눌러 삼키며 무향은 경공을 최대한 전개했다.


바로 그 순간 흑천삼라가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는 쌍혈마수가 있는 곳에 바람처럼 날아내렸다.


쌍혈마수의 상세를 잠시 살피던 흑천삼라가 서둘러 무향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다시 신형을 날렸다.


비록 가벼운 내상이었으나 그래도 무향의 경공 속도가 아까보다는 조금 떨어진 것 같았다.


이백여 장 정도 떨어진 야산으로 들어가는 무향의 뒷모습을 발견한 흑천삼라가 경공의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들의 경신술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흑천삼라에게 따라잡힐 게 뻔하다고 무향은 생각했다.


무향은 앞으로 달리던 경공의 속도를 도약의 탄력으로 삼아 돌연 신형을 허공으로 솟구쳤다.


주변의 가장 커다란 나무의 가지 위로 단숨에 뛰어오른 무향은 숨까지 멈춘 채 완벽하게 몸을 숨겼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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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299 5 9쪽
»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3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4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4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3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4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396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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