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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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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991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16 17:23
조회
1,376
추천
5
글자
9쪽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기당주가 예를 갖추며 말했다.


“가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기당주가 무향에게 가볍게 읍을 하고는 말했다.


“이분이 바로 무형마권 이 호법이시지요. 맹에서는 먼발치에서 뵈었습니다. 그날 천무대주와의 비무는 아직도 맹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 나이에 어떻게 천무대주와 맞서서 그만큼이나 버티시다니···. 저는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향이 민망해하는 표정으로 기 당주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건 당주님께서 한참 잘못 보신 것이지요. 천무대주께 일방적으로 밀렸습니다. 그건 비무라고 할 수도 없지요. 잠시 가르침을 받았을 뿐입니다.


대주께서 손속에 인정을 두지 않았다면 지금 저는 아마 이 자리에 없을 것입니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유 가주가 무향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 호법! 그런 일이 있었는가? 왜 말하지 않았는가? 천무대주와의 비무라니! 세상이 화들짝 놀랄 일일세.


이 호법의 무위가 대단한 줄은 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천무대주와 비무를 할 정도 일줄이야! 참으로 대단하네.”


민망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무향은 바쁜 일이 있다고 말하고는 먼저 자리를 벗어났다.


밖으로 나온 무향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며칠째 날씨가 계속 흐렸다. 이런 날에는 달도 뜨지 않을 것이다. 내일도 이렇게 날씨가 흐렸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무향은 생각했다.


맹에서 파견된 조사단은 내일부터 세가의 선단과 표국, 전장 등을 돌아다니며 조사를 시작할 것이다. 마천과의 연관성에 중점을 두고서.


그래, 내일이다. 무향은 맹의 조사단이 조사를 시작한 날을 택해 마천의 강소 지부를 털기로 마음을 먹었다.


은밀하게 잠입하려면 날씨가 오늘처럼 우중충해야 좋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일 날씨도 딱 오늘만 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철저히 준비했다. 건물의 구조는 눈을 감고도 훤히 꿸 수가 있다. 상주 인원은 이백여 명 정도이고, 지부장은 절광살검 반운소다.


그의 무위는 절정 초입이지만 별호처럼 기습적인 한 수로 사람을 죽이는 살검의 절대 고수다.


뭔가를 얻으려면 어차피 부닥쳐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진정한 삶에 무임승차란 있을 수 없다.


* * *


누군가 하늘 전체를 검은색으로 도배해버린 것 같다. 매일 밤 별과 달이 뜨던 자리에 깜깜한 어둠이 두껍게 쌓여 있다. 지상에 불만이 있는 하늘이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린 것 같다.


칠흑처럼 깜깜한 자시子時 경.


마천의 강소지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드리 노송의 가지 위에 복면까지 한 흑의인이 중앙의 한 전각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흑의인이 혼잣말을 내뱉듯 중얼거렸다.


“저곳이 정보실이 있는 건물이다. 내가 원하는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어차피 삶에는 운이 따라야 한다. 오늘 밤 어둠이 내 편인 것처럼.


정보는 은밀할수록 더 가치가 있다. 내가 이곳에 왔다 간 걸 아무도 몰라야 한다. 잠입한 당사자인 나조차 모를 정도가 되어야 정보로서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


발각되면 모조리 죽여 살인멸구殺人滅口해야 한다. 오늘 내가 모질지 못하면 내일 더 많은 죽음이 나를 저주할 수도 있기에.


아직은 마천과 정면 충돌해서 좋을 게 없다. 자칫하면 나 때문에 유씨세가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겁화劫火를 당할 수도 있다. 그건 피해야 한다.”


발끝으로 노송의 가지를 살짝 밟은 흑의인이 먹줄을 튕기듯 조금 전 노려보던 전각의 지붕으로 곧장 쏘아져 갔다.


흑의인의 신법이 얼마나 표홀한지 그가 밟았던 노송의 가지는 어떤 미동도 없이 흑의인이 사라진 자리에 딱 그 무게만큼의 칠흑의 어둠을 가만히 올려놓는다.


전각의 지붕 위에 내려선 흑의인은 어떤 미적거림도 없이 몇 장의 기와를 들어내더니 밤의 그림자처럼 건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둠의 주인 같은 그 흑의인은 바로 무향이다.


서류들은 제법 정리가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이곳 지부장인 절광살검 반운소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부분의 서류들은 <천지회>에서 보고용으로 올라온 문서들이었다. 천지회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기록한 장부들도 여럿 있었다.


정보실을 꼼꼼히 살펴보던 무향은 오른쪽 벽면과 왼쪽 벽면이 맞닿는 구석에서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한쪽 벽면의 판자가 미세하게 다른 판자와 달랐다. 아니, 다르게 느껴졌다. 같은 물의 다른 물결무늬처럼.


주변 판자와 결과 무늬는 똑같은데 묘하게 명암이 살짝 차이가 났다. 손때가 묻은 자국 같았다. 무향이 그곳에 손을 대고 살짝 밀었다. 역시 그랬다.


한쪽 벽 전체가 돌아가면서 공간이 나타났다. 정보실 뒤에 다른 정보실이 또 있었다. 아주 교묘한 눈속임이었다. 건성으로 보면 절대로 발견할 수 없는 은밀한 공간이었다.


상자 여러 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자물쇠를 수도로 부수고 뚜껑을 열었다. 은전이 가득했다. 다른 상자도 마찬가지였다.


실망한 무향이 그냥 나오려는데 상자들 사이에 조금 더 작은 상자 하나가 얼핏 보였다. 자물쇠를 부수고 열었다. 몇통의 서찰이 들어 있었다. 펼쳐보았다.


<운영자금만 남기고 즉시 본천本天으로 모두 보낼 것. - 天>


<역사役事에 필요한 토목기술자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할 것. - 天>


<무림맹 조사단이 철수하는 즉시 유씨세가를 병합倂合할 것. - 天>


<거사 일이 정해지면 본천의 고수 다수가 지원할 예정임 - 天>


서찰을 제자리에 놓고 무향이 다시 지붕으로 막 올라섰을 때 비상종이 다급하게 울렸다.


뎅-뎅-뎅-뎅-뎅 -------.


“누군가 정보실에 침입했다!”


누군가 다급하게 외치는 고함이 들렸다.


“놈이 지붕 위에 있다! 포위해라!”


유등이 훤하게 밝혀졌다. 백여 명이 훨씬 넘는 사내들이 정보실 전각을 포위했다. 십여 명이 무향이 있는 지붕으로 곧장 날아왔다.


핏 – 핏 – 핏 – 핏 – 핏 –피 – 피 - 융 – 핏!


무향의 소매에서 십여 개의 비도가 발출되었다.


으 – 악 – 악 – 악 – 악 – 악!


지붕을 향해 날아오르던 십여 명의 사내들이 비도를 맞고 지붕 아래로 돌처럼 떨어졌다.


으 – 하 – 하 – 하 – 핫!


칠흑 같은 밤하늘에 별안간 앙천대소를 터트린 무향이 유령 같은 신법을 펼치며 유씨세가가 있는 반대쪽 산을 향해 한 줄기 섬광처럼 날아갔다.


단숨에 십여 리를 날아온 무향이 산 중턱의 공터에 잠시 내려섰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바로 그 순간, 십여 장쯤 떨어진 시커먼 바위 뒤에서 무시무시한 검기가 가슴을 향해 벼락처럼 쏘아져 왔다


너무나 돌발적인 암습에 무향은 한차례 다급한 헛바람을 뱉으며 상체를 물수건 짜듯이 비틀어 가까스로 검기를 피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다 피하지는 못했다. 왼쪽 어깨 한쪽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급습에 상처를 입은 무향은 발연대노勃然大怒했다.


검기가 발출된 바위를 향해 무향은 최근 천원신공으로 조금씩 융합해가고 있던 무무천뢰기를 극성으로 발출했다.


무향의 오른손 장심에서 쏟아진 푸르스름한 자색의 장력이 그대로 바위를 강타했다.


콰-콰-콰-콰-콰-앙!


집채만 한 바위가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 순간 바위 뒤에서 검은 인형 하나가 새처럼 허공으로 치솟았다.


허공으로 치솟은 상태에서 그 괴한이 무향을 향해 벼락처럼 검기를 다시 발출했다. 무향은 무무천뢰공으로 전신을 보호하면서 마마무형의 권과 장으로 상대의 검기를 맞받아쳤다.


콰-콰-콰-콰-앙!


무무천뢰공의 가공할 경기에 휘말린 괴한은 허공에서 삼 장 이상이나 뒤로 밀려나 간신히 바닥에 착지했다.


상대에게 조금의 틈도 허용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무향은 상대를 바짝 따라붙으며 연속해서 무무마형의 권과 장을 퍼부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각도와 방위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투명한 자색의 권영과 장영이 스친 곳마다 어김없이 새로운 폐허가 탄생했다.


무향의 가공할 권장법에 대경실색한 괴한은 무림인들이라면 수치로 여기는 뇌려타곤의 초식을 연달아 펼치며 간발의 차로 권영과 장영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등줄기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간신히 신형을 바로세운 괴한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절광살검을 그렇게 쉽게 피하다니···.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미친놈! 네놈에게 그걸 알려 줄 생각이었다면 내가 미쳤다고 복면까지 했겠느냐?


옳아! 네놈이 그 멍청하다는 마천의 강소지부장 반운소로 구나!”


이죽거리는 무향 말에 분기탱천한 반운소이 이를 빠드득 갈며 검을 고쳐 잡더니 곧장 무향을 짓쳐왔다.


놈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무향은 무무보허의 보법으로 놈의 검로 속 허점을 미꾸라지처럼 유영하며 철퇴 같은 권과 장을 폭포수처럼 퍼부었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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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52 3 9쪽
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51 3 9쪽
50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46 4 9쪽
49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32 7 10쪽
48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22.06.18 1,292 6 9쪽
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301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5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7 6 9쪽
»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7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5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6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399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7 6 9쪽
39 숲을 때리다 보면 뱀이 나올 것이다. 22.06.14 1,430 5 10쪽
38 봄의 실수처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1 22.06.13 1,461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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