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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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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810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15 17:19
조회
1,373
추천
6
글자
9쪽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술이 거나하게 취해 지부로 돌아오던 늦은 시각에 후미진 골목에서 어떤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들었다.


다섯 명이나 되는 흉악한 놈들이 막 가녀린 여인 하나를 겁탈하려던 순간이었다.


나는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골목을 나가기 위해 내가 막 몸을 돌렸을 때 그 여인이 애원하듯이 말했다. 중원천지 어디에도 자신이 정 붙일 곳이 없다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여인을 마천으로 데려왔다. 그러다 그녀와 정이 들어 늦은 나이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하나 얻었다.


딸이 태어난 후 나는 무공도 팽개친 채 딸한테 푹 빠져 살았다. 딸이 열다섯 살이 되던 해였다. 하도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도 졸라서 나는 딸과 함께 중원을 유람하게 되었다.


낙양에 도착해 객잔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때였었다.


나는 반주 삼아 천천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먼저 밥을 다 먹은 딸아이가 잠시 대로 노점에서 파는 노리개를 구경하고 오겠다고 먼저 객잔을 나갔다.


하지만 딸 아이는 내가 술 한 병을 다 마실 때까지도 객잔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아차! 싶어서 다급하게 딸을 찾아 나섰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도 딸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성도에서 십여 리 떨어진 야산에 소녀의 시체가 버려져 있다는 어떤 나무꾼의 이야기를 듣고 부리나케 그곳으로 갔다.


그 소녀는 바로 내 딸 아이였다. 나는 피를 토하며 통곡했다. 그렇게 예쁜 내 딸이 한 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어떤 흉악한 자에게 능욕까지 당하고 그만 시체가 되고 말았다.


나는 범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식음도 전폐하고 단서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을 뛰어다녔다. 사건이 있고 석 달 가까이 지난 어느 날 밤이었다.


당시 나는 폭음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날도 단서를 찾아다니다 지칠 대로 지쳐서 기루에서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옆 탁자에서 술을 마시던, 값비싼 비단옷으로 치장한 이십 대 초반의 젊은 놈 하나가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자랑삼아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걸 우연히 들었다.


그놈이 횡설수설하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온몸에 전율이 돌았다.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딸애와 관련된 이야기 같았다,


만취해서 기루를 나가는 그놈을 미행했다. 한적한 골목에서 마혈을 짚어서 납치했다.


나는 놈을 딸 아이가 죽어서 버려졌던 바로 그 현장으로 끌고 가서 모진 고문을 해서 기어이 실토를 받아냈다.


그놈은 낙양 도독都督의 둘째였다. 무두 네 놈이었다. 낙양표국 국주의 셋째, 공부시랑工部侍郞의 둘째 그리고 주동자는 다름 아닌 당시 무림맹주였던 독고무천의 장남 독고운천이었다.


나는 한 놈 한 놈 납치해 내 딸 아이가 죽어서 버려진 바로 그곳에서 놈들의 사지를 찢어 죽였다.


그런데 무슨 눈치를 챘는지 주동자인 독고운천이 그때부터 무림맹밖으로 통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단신으로 무림맹을 처들어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복수를 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죽을 게 뻔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맹주 독고무천이 황제의 명령으로 동해에서 날뛰는 동영의 닌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천무대를 비롯한 맹의 주력을 데리고 맹을 비운다는 소식이었다.


사실 그런 일에는 맹주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독고 맹주는 황실과도 연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의 여동생 중 하나가 바로 황제의 다섯째 첩이었으니까.


독고 맹주 또한 황제의 진상품을 약탈하는 닌자들을 소탕해 공을 세우고 싶었던 것이지. 독고무천이 동해로 떠나고 삼 일째 되던 날 삼경에 나는 무림맹에 단신으로 잠입을 했다.


놈을 죽이기 위해 맹의 구조를 속속들이 외우고 있던 내가 놈을 찾아내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놈을 죽이고 나오다가 그만 놈을 지키는 수신호위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처절한 격전이 벌어졌다.


나는 밤새도록 격전을 치르며 거의 이백여 명 이상을 죽이고 피투성이가 된 채 간신히 맹을 도망쳤다. 그날 이후로 나는 무림에서 사라졌다.


무림맹과 관에서는 나를 무림과 나라의 공적公敵으로 공표하고 나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딸 아이의 복수를 끝내자마자 나는 삶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았다. 나는 그 어떤 것에도 의미도 미련도 두지 않았다. 그렇게 미쳤던 무공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돌밭을 일구고 약초나 캐며 딸아이를 잊기 위해 세월을 보냈다. 아예 강호에는 얼씬도 안 했다.


마천에 있을 때 원래 내 별호가 ‘무천마武天魔’였는데 무림맹에서의 혈겁으로 ‘혈천마血天魔’로 바뀌고 말았다. 별호 따위야 어떻게 바뀌든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무림맹이라면 이가 갈린다. 네가 나에게 다가올 때 내공을 운기하고 있기에 나는 네가 무림맹에서 내게 보낸 인물인 줄 착각했다.


그래서 이런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자네가 이해해 주게.”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이해하고도 남았다. 무향은 자신이라도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더 잔인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의 무위가 왜 그렇게 터무니없이 강한지도 이제 알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향은 ‘마경’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어르신 혹시 마경이라는 서책에 관해서 아시는 게 있습니까?”


그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운을 뗐다.


“당시 마천의 천주인 황주묵에게서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하구나.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이 왠 마경? 그것과 너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


다시 살아난 일만 빼고 무향은 자신이 당한 일과 이가장의 멸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무향을 말을 다 들은 혈천마가 뭔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뗐다.


“그 책의 비밀을 풀면 ‘절대적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수천 년 동안 무림은 뒤집어져도 수백 번도 더 뒤집어졌을 것이다.


세상에는 완전한 비밀이란 있을 수가 없다.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그리고 비밀은 숨길수록 소문이 더 무성하게 되어 있다.


아마 현 마천의 천주에게 틀림없이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 나는 무오대사의 말이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소림사에 있어야 할 서책이 왜 소주에 있는 이가장까지 흘러 들어갔는지 그 연유를 먼저 밝혀야 모든 진상이 드러날 것 같구나.”


연륜과 경험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혈천마는 오랜 세월 강호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강호 정세에 대한 판단과 통찰이 탁월했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무향이 인면지주에 관해서도 물었다. 혈천마가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무향에게 되물었다.


“그걸 어디서 봤더냐?”


무향이 무덤 속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요약해 설명했다. 무향의 말에 몇 차례 고개를 끄떡이던 혈천마가 입을 뗐다.


“인면지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네가 말한 그것은 정확히 말해 인면토지주다. 그것은 다른 인면지주와 다르다.


네 말을 듣고 보니 이제야 이해가 가는 것이 있다. 내공도 아니면서 네 몸속에 있는 그 신비한 기운은 바로 지기地氣였구나.


그래서 단전에 있지 않고 전신 세맥에 골고루 산재해 있었구나. 엄청난 복이다. 너는 전신이 갈가리 찢기지 않는 한 죽지 않을 것이다.


인면토지주는 지기地氣가 모이는 공간을 지키는 영물이다. 네가 도망가지 않아도 너를 잡아먹지 않았을 것이다.


인면토지주는 지기를 흡수한 너를 보호하기 위해 너에게 다가갔을 것이다. 인면토지주는 천 년을 살면 새끼 한 마리를 낳은 후 내단을 토하고 죽는다.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어미가 뱉어놓은 내단을 먹고는 다시 천년을 산다. 천년이 되기 전의 인면토지주의 내단은 영약이 아니다. 그냥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물毒物일 뿐이다.


내단 또한 새끼가 삼키는 그 찰나의 순간만 영약이다. 그러니 인간은 인면토지주 내단에서 영약은 얻을 수 없다. 독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내단을 탐해 인면토지주를 죽이면 지기가 모이는 그 공간도 무너지고 만다. 인면토지주와 함께 토장土葬되고 만다. 괜한 탐욕을 부리지 마라.


“무향이라 했던가. 오늘은 늦었으니 예서 자고 내일 일찍 떠나거라!”


무향이 떠날 때 혈천마가 한참을 따라 나오며 말했다.


“아주 힘든 일이 있거든 나를 한 번 찾아오너라. 큰 도움은 몰라도 작은 도움은 줄 수 있을 것이다.”


혈천마는 무향이 굽어진 산길을 돌아 사라질 때까지 초가 앞에 서서 바라보았다.


* * *


유 가주는 무향이 세가에 당도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만큼 유씨세가가 처한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유 가주는 무향이 세가를 비운 사이 특별한 사태는 발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게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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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31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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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299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2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4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4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3 7 9쪽
»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4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396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3 6 9쪽
39 숲을 때리다 보면 뱀이 나올 것이다. 22.06.14 1,425 5 10쪽
38 봄의 실수처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1 22.06.13 1,458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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