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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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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883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14 16:01
조회
1,414
추천
6
글자
9쪽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그 위급한 순간에도 사자란 자는 몸을 홱 돌려 흑의 복면인들의 귀싸대기를 한 차례씩 올려붙이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이런 바보 멍청이 같은 놈들!


이런 일은 은밀함이 가장 중요하거늘! 꼬리까지 달고 오다니!


일이 잘못되면 네놈들은 모두 죽은 목숨인 줄 알아라!”


무향이 마치 깃털이 떨어지듯 가볍게 장내로 날아내리며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내가 안 이상 이미 일은 틀어 질대로 틀어졌다.


이번 모반의 주동자가 누구냐? 당장 불어라!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반성하는 자는 선처를 받을 것이다.


내가 종리 가주께 그리되도록 부탁할 것이다.”


“으-하-하-하-핫!”


갑자기 사자란 놈이 앙천대소를 터트리고는 비웃듯이 말했다.


“미친놈! 네놈은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고, 가주도 곧 바뀔 것인데, 어떤 가주에게 부탁을 한단 말이냐!


얘들아! 저놈을 당장 쳐 죽여라!”


놈의 말이 채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세 명의 복면인들이 검을 빼 들고 한꺼번에 무향에게 우르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향의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느려도 너무 느렸다.


무향의 눈에 그들의 검로가 대문짝만하게 보였다. 그 넓은 빈틈으로 권과 장을 벼락처럼 내질렀다.


퍼-퍼-퍼-퍽, 으-윽-악!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세 마디 비명이 바가지가 으깨지는 듯한 둔탁한 파열음 속에서 거의 동시에 튀어나왔다. 단 일초였다. 그걸로 끝이었다.


세 명의 흑의 복면인은 마치 터진 공처럼 뒤로 날아가 벽에 부닥치고는 그대로 널브러졌다. 세 명 모두 제 앞섶에 연신 시뻘건 핏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무향의 무위를 목도한 사자란 놈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했다. 손에 쥐고 있는 검신이 사시나무 떨듯 심하게 덜덜 떨렸다. 그가 더듬거리는 어조로 간신히 입을 뗐다.


“네, 네,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종리세가에 너, 너 같은 놈이 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네놈이 모르는 걸 왜 내 탓을 하느냐? 네놈의 귀와 눈을 탓해야지.”


“감히 나를 놀리다니···.”


말과 동시에 놈의 검이 무향의 목젖을 사납게 찔러왔다. 무향은 피할 생각도 없이 제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검 끝이 목젖의 지척에 이르렀을 때 왼손으로 검을 잡아채 갔다.


상대가 맨손으로 자신의 검을 잡으려고 하자 놈의 입가에 한 줄기 회심의 미소를 흘리며 아예 무향의 손모가지를 잘라버릴 심산으로 검 끝에 진력을 더 주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향은 처음과 똑같은 무심한 표정으로 놈의 검을 잡아갔다. 낙양 뒷골목 암전에서 산 수갑手甲의 힘을 굳게 믿으며.


잠시 후, 조금 전까지 희색이 만면하던 놈의 안색이 순식간에 사색으로 돌변했다.


상대의 손아귀에 잡힌 검이 마치 철벽에 박힌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뒤틀고 비틀어도 검의 손잡이를 쥔 팔목만 아플 뿐 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그렇다고 명색이 무사인 자가 검을 버릴 수는 더더욱 없었다. 미치고 폴짝 뛸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너무 쪽팔려 죽을 지경이었다.


놈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 바로 그 순간 무향이 검끝을 쥐고 있던 왼손에 힘을 살짝 더 주입했다. 뚜-두-둑 소리를 내며 검이 반토막 났다.


화들짝 놀라 뒤로 주춤 물러서는 놈을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무향이 오른손으로 그자의 마혈을 눌러버렸다.


놈은 오른손에 반쯤 부러진 검을 쥔 바로 그 자세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어, 썩은 나무토막이 강풍에 쓰러지듯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무향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연신 피를 토하고 있던 나머지 세 놈도 차례로 마혈痲穴을 짚어버렸다.


그들 모두를 마치 짐 자루처럼 집어던져 한쪽 구석에 끌어모은 무향이 말만 할 수 있게 아혈啞穴을 풀어주었다. 얼음장같이 냉랭한 어조로 무향이 겁박했다.


“먼저 대답하는 놈만 무사할 것이다. 처음에는 팔, 그다음에는 다리, 마지막에는 목을 뽑아버릴 것이다.


나는 절대로 두 번 말하는 성격이 아니다. 현명하게 판단해라!”


무향이 첫 번째 질문을 했다.


“내부의 간자가 누구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퍽-퍽-퍽-퍽!


악-악-악-아-악!


무향은 네 놈의 왼팔을 발로 밟아 거의 동시에 분질러버렸다.


무향이 첫 번째 질문을 다시 물었다.


“이 총관입니다.”


네 놈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무향이 곧바로 두 번째 질문을 했다.


“모반의 주모자가 누구냐?”


“그-그건···.”


무향이 막 한 놈들의 발목을 밟아 부러뜨리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크-극-큭-크-윽!


네 마디 비명이 거의 동시에 네 놈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눌린 스프링이 튀어 오르듯 무향의 신형이 섬전처럼 장원의 지붕으로 치솟았다.


이미 아무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아까보다 더 새까만 밤과 싸늘한 가을바람뿐이었다.


무향은 다시 장원의 대청으로 날아내렸다. 놀라운 솜씨였다. 네 개의 비도가 정확히 네놈의 목젖을 꿰뚫어버렸다.


그들의 품속을 샅샅이 뒤졌다. 잔돈푼과 비수 몇 자루, 天자가 음각된 시커먼 목패와 서찰 하나가 사자란 자의 품속에서 나왔다.


서찰에는 거사의 날짜와 시각, 행동 요령 등이 적혀 있었다. 서찰의 하단에는 이 총관의 서명이 날인되어 있었다.


종리세가의 객실로 돌아온 무향은 종리현 앞으로 서찰을 한 통 썼다. 자신이 쓴 서찰과 이 총관의 서찰을 침대 위에 나란히 올려놓고는 종리세가를 나왔다.


이만하면 밥값 정도는 충분히 한 것 같다고 무향은 속으로 웅얼거리듯 말했다.


“내가 보았다고 내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세상의 모든 일에 내가 관여할 수도, 관여할 필요도 없다.


종리세가의 일은 종리세가의 방식과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


가능하면 남의 힘을 빌리지 않아야 자기 것을 오래 지킬 수 있다.”


* * *


관도에는 낙엽이 수북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와그작와그작하는 낙엽 밟히는 소리가 발목을 타고 귓바퀴까지 올라왔다.


그 소리가 나무의 유골을 밟는 것 같아 무향은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나뭇잎이든 사람이든 세월을 이길 수는 없다. 그렇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세월에 진다. 지면서 사는 것이 유한한 인간의 삶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서로 이기지 못해, 아귀다툼을 하는 것일까?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아무리 타인에게 이겨도 결국 지는 것임을 사람들은 왜 모른단 말인가?


무향은 근래 들어 자꾸 감상에 빠지는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계절 탓인가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강호행에 대한 회의 때문인 것 같았다.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리고 내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강호의 생리가 덧없고 덧없다는 생각이 잊을만하면 뇌리를 엄습을 해왔다.


상대가 아무리 세상에 둘도 없는 악인일지라도 함부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건 절대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바로 이런 더러운 기분 때문에 수많은 강호의 기인이사들이 어느 날 갑자기 금분세수金盆洗手를 하고 미련없이 강호를 떠났는가, 하고 무향은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일평생 그렇게 힘들게 쌓았던 명성과 부를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무향은 자신은 그들과 처지가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든 걸 이룬 후 그런 단호한 결정을 했지만, 자신은 아직 채 시작도 하지 않았다.


무향은 개도 물어가지 않을 시답잖은 감상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자신이 오늘 당장 넘어야 할 험한 산을 바라보았다.


우이산. 저 산만 넘으면 유씨세가가 있는 강소다. 무향은 일단 거기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무향은 자신의 결심을 다지기라도 하듯 걸어가는 동안에도 번갈아 가며 천뢰기공과 무무기공을 운기했다. 한결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산 중턱쯤 다다랐을 때 머리가 허옇게 센 노인이 야산을 개간한 밭에서 김을 매고 있었다. 연신 돌을 골라내고 있었다. 돌이 워낙 많아 힘이 많이 들 것 같다고, 무향은 안타까워했다.


그 노인을 막 스쳐 지나는 순간 심장으로 가공할 살기가 쏘아져왔다. 때마침 무향은 무무기공을 운기하고 있었다.


무향은 무무기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간신히 그 살기에 저항했다. 무향은 입가에 한 줄기 가느다란 핏물을 흘리며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나 간신히 신형을 바로잡았다.


그 엄청난 살기의 진원지는 바로 그 늙은 농부의 호미였다. 무향을 몸을 돌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노인을 노려보았다.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저 노인은 다짜고짜 나를 공격한 것인가. 무향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 노인의 무위는 자신으로서는 도무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닌가?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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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52 3 9쪽
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51 3 9쪽
50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46 4 9쪽
49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32 7 10쪽
48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22.06.18 1,291 6 9쪽
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300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4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5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5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4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5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398 6 9쪽
»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5 6 9쪽
39 숲을 때리다 보면 뱀이 나올 것이다. 22.06.14 1,427 5 10쪽
38 봄의 실수처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1 22.06.13 1,459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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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어떤 이유로도 절대 마천과 엮이지 마시오. 22.06.12 1,452 5 9쪽
34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개새끼들은 다 어디 갔느냐! +1 22.06.11 1,48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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