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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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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4,001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13 16:53
조회
1,461
추천
8
글자
9쪽

봄의 실수처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봄의 꿈이 흐드러지게 핀 강가에서 무향이 그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를 기다리는 무향의 목이 그녀가 오기로 한 길 쪽으로 길게 늘어난 것 같았다.


아! 그녀가 드디어, 아니 마침내 저만치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봄의 실수처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그녀가 나를 위해 도시락을 싸 왔다. 기녀 누님들이 가져다주던 이것저것 뒤섞인 보기만 화려한 그런 음식이 아니었다. 가지런하고 단정한 그녀의 내면이 오롯이 담긴 음식이었다.


그 도시락 속에는 무향이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기와집과 가족이 오순도순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먹지 말고 계속 도시락 속을 바라만 보고 싶었다. 집과 가족이 눈앞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도록.


그녀가 삶은 고기 한 점을 집어주면서 말했다.


“음식을 다시 만들면 집과 가족이 다시 생기니까 걱정하지 말고 많이 드세요.”


무향이 음식을 받아 입에 넣었다. 고기를 씹을 때마다 입속에서 그녀와 함께하는 미래도 같이 씹히는 것 같았다.


수양버들의 잔가지가 흐르는 수면에 그림을 그리듯이 그녀의 미소 이상의 미소가 무향의 밝은 표정에 의미 이상의 의미를 새겨넣고 있었다.


그 의미를 이해하려는 무향의 몰입을 방해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내상을 입고도 웃고 있다니 참으로 희한한 사람일세.


이보게 이제 정신이 좀 드는가?”


무향이 천천히 눈을 떴다. 누군가 자신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머리에 하얀색의 관모를 쓴 족히 육십 이상은 된 노인이었다.


무향의 상태를 살피던 노인이 말했다.


“이제 침을 뽑겠네. 얼마나 심한 내상을 입었기에 꼬박 한나절을 혼절하누.


이 사람아! 천무대주가 감히 누구인 줄 알고 그렇게 버팅기나, 버팅기길···.


천무대주가 조금만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자네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일세.


도대체 얼마나 간절한 사연이 있는지···.


일어날 수 있으면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게.


자네를 무오대사에게 데려다 줄 사람이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네.”


무향이 천천히 일어나 의원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치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랄게 뭐 있는가.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게 이곳에서 내가 하는 일인걸. 부디 앞으로는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게.”


자신을 걱정하는 의원의 말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읍을 하고는 무향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드디어 마경의 비밀에 대해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향은 몸이 조금도 아픈 줄 몰랐다.


“마경이 도대체 무슨 책인지를 알아야 왜 자신이 죽임을 당하고, 그녀가 자살하고, 이가장이 멸문했는지 알 수 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무향이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어린 무사가 무향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무오대사가 있는 장로전은 맹의 다른 전각들보다 훨씬 운치가 있었다. 장로들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배려한 설계 같았다.


특히 장로전 앞에 있는 대나무 숲은 건물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댓잎 서걱이는 소리가 복잡한 생각까지 헹궈주는 것 같았다.


무림맹의 장로이자 소림의 삼 선승(三 禪僧) 중 일인인 무오대사는 세수가 육십이 훨씬 넘은 사람이었다.


가슴 언저리까지 늘어뜨려진 기다란 흰 수염은 그의 풍모를 탈속한 신선처럼 보이게 했다.


무오대사가 무향에게 차를 따라주며 물었다.


“천무대주와의 비무는 오래도록 세간에 회자 될 걸세. 그 나이에 그런 무위를 지니다니. 그래 사문은 어디인가?”


“사문과 스승은 없습니다. 누대로 가문에 내려오는 잡다한 것들을 혼자 정리하고 변형한 것입니다.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무오대사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향의 얼굴을 쳐다봤다.


몇 차례 고개를 끄떡이던 무오대사가 얼굴에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소협은 대체 무슨 연유로, 몰라도 되는 아니 모를수록 더 나은 마경에 대해 그리 집착하는가?”


“대사님, 저에게는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절박한 사연이 있습니다.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무향의 표정을 찬찬히 살피던 무오대사가 다시 물었다.


“그 사연을 나에게 설명해줄 수 있겠나?”


잠시 망설이던 무향이 결심했다. 상대의 비밀을 끌어내려면 내 비밀을 먼저 내보여야 한다. 그게 사람 사이의 소통이자 거래다.


무향은 흑호와 가영과 이가장의 사건 들 중에서 불필요한 것들은 빼고, 꼭 필요한 것들만 적절하게 편집해서 말했다.


무향의 절절한 사연을 듣고 난 무오대사가 연민과 동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무향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시 후 대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경에 전해지는 이야기는 사실일 수도 있고, 전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네. 반은 전설이고 반은 신화 같은 것이지.


내가 아는 것도 주워들은 이야기들 뿐이야. 마경은 중원의 것이라기보다는 천축의 것에 더 가깝네. 아마 마경에 써진 글자도 한자가 아니라 범어일 것이네.


아주 오래전 달마께서 천축에서 중원으로 오시다가 어떤 곳에서 아주 사악한 악마적인 힘의 발호를 느꼈다네.


한동안 고민을 하던 달마께서 불법을 포교하기 위해 중원으로 가지고 오던 부처님의 법보와 사리로 그 힘을 봉인했다고 하네.


그 후 달마께서는 후세에 또다시 그런 악마적 힘이 인세에 발호할까 걱정되어 그런 사실을 기록한 책자를 소림사 어딘가에 남겼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었네.


마경은 바로 그 서책일세. 세월이 흐르면서 누가 퍼뜨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마경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네.


마경의 비밀을 풀면 달마가 봉인한 ‘절대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지금껏 아무도 봉인을 해지한 자가 없으니, 그 ‘절대적 힘’이 무엇인지도 아무도 모르지.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조차도···.


나는 오히려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마경의 비밀’이라는 전설을 이용해 어떤 알 수 없는 흉계를 획책하고 있는 무리의 간악한 심계心界가 더 두렵다네.


‘마경의 비밀’이라는 말이 강호에 횡횡할수록 힘을 최고의 가치로 추앙하는 무림인들의 탐욕은 점점 더 커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네.


모두가 그 힘을 얻기 위해 서로 정면충돌을 한다면 그 끝은 무림의 공멸이네. 어떤 문파와 세가도 그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네. 무서운 일이지.


무림맹이 하고자 하는 일은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일세. 그래서 우선 마경에 대한 소문이 강호에 퍼지는 것을 철저히 막고자 했네.


맹주와 총사가 소협에게 마경에 대해 함구한 것도 바로 그런 사정 때문이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소림사 어딘가에 있어야 할 마경이 왜 이가장이라는 엉뚱한 곳에 있었냐는 것일세.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


만일 그 일이 황궁과 관련되어 있다면 정말 무서운 사태가 야기될 수 있네. 그런 일은 제발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


마경이 어떤 경로로 이가장까지 흘러갔는지 그 연유를 밝히는 것이 사건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나는 판단하네.”


무오대사의 긴 이야기가 끝나자 무향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대사님, 요즘 강호에 마천이 뒤를 봐주고 있는 <천지회>라는 세력이 중원 상권의 요지마다 발호해서 기존 상권과 피 터지는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천지회>와 마천과 마경이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잠시 창밖을 응시하던 무오대사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맹주도 요즈음 <천지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네.


백도 문파나 세가에서 운영하던 사업장들이 하나둘 <천지회>에 잠식당하다 보면 결국 백도는 서서히 자금줄이 말라서 사멸할 걸세.


백도와 관련된 사업장들에서 맹에 내는 회비가 줄어들면, 맹 역시 운영비가 모자라 서서히 규모를 줄이다가 언젠가는 와해 될 것이고.


맹이 그걸 모를 리 없지. 그래서 맹에서도 어떻게 그들을 상대할지 고민 중이네. 아마 곧 <천지회>에 대응할 조직이 대대적으로 꾸려질 걸세.


어떤 일을 하든지 황금은 무조건 필요하지. 일이 비밀스럽거나 은밀할수록 더 많은 황금이 들어가지.


지금 마천에서 어떤 간악한 흉계를 은밀히 꾸미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네.”


무향이 마지막으로 마천과 천지회의 약점이 무엇인지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그건 그들을 상대하면서 스스로 찾아내야 할 문제라고 무향은 생각했다.


무향은 무오대사에게 공손하게 예를 갖추고는 장로원을 물러났다. 대나무 사이를 누비는 서걱이는 바람 소리가 마치 누군가 자신에게 던지는 비도의 파공음 같다고 무향은 생각했다.


* * *


무향은 맹에서 유씨세가로 돌아가는 길 내내 자신이 무림맹에서 뭘 얻어가는지를 생각해봤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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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 k808_ahj
    작성일
    22.06.16 00:22
    No. 1

    이런 문장... 고운 시를 읽는 느낌입니다
    봄의 실수처럼~ 많은것을 생각케 하는 표현이네요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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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실수처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1 22.06.13 1,462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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