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817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10 10:47
조회
1,501
추천
6
글자
9쪽

마치 액운을 방지하게 하는 부적 같기도 한.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큰 낭패를 당할 뻔했습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신지요.”


“저는 괜찮습니다만, 제 시녀가 놈들에게 대들다가 저리되었습니다. 소협에게 큰 은공을 입었습니다”


여인이 공손하게 읍을 하며 무향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녀의 말하는 품새나 태도에서 단아한 기품이 넘쳐흘렀다. 귀한 집에서 잘 자란 여인 같았다.


무향은 쓰러진 그녀의 시비에게 다가갔다. 그녀를 반쯤 일으켜 앉히고는 등에 장심을 대고 진기를 불어넣었다. 잠시 후 그녀는 한 사발 선혈을 발 앞에 토해내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의 시녀가 깨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녹의 경장을 입은 여인이 무향에게 또 한 번 크게 고마움을 표했다.


“소협, 참으로 크나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저는 정소초라 합니다. 은공의 함자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그녀는 너무나 진지하게 두 눈 가득 무향의 얼굴을 담고는 고요하고 깊은 눈빛으로 무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품 있는 고상한 눈빛에 진지함까지 더 해진 그녀의 눈길은 절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무향이 사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소저, 전혀 부담 가지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우연히 비명을 듣고 달려온 일밖에 한 게 없습니다. 누구라도 저처럼 했을 겁니다.


저는 강소에 사는 이무향이라고 합니다.”


바로 그 순간, 담벼락에 처박혀 널브러져 있던 놈들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서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무향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안심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한 놈이 무향에게 분노에 찬 고함을 버럭 질렀다.


“네 놈 이름이 이무향이라고! 그래, 어디 두고 보자. 네놈이 우리를 건드리고도 무사히 이 낙양 땅을 벗어날 수 있는지···.”


그 말을 끝으로 사내들은 어디론가 부리나케 줄행랑을 놓았다. 무향은 혹시나 하는 우려 때문에 여인들을 대로까지 데려다주었다.


여인들은 무향에게 몇 번이나 거듭 이 은공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천천히 멀어져갔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 보지 못했는데 녹의 경장을 입은 여인의 걸음걸이가 조금 이상했다.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번 일 때문에 다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걸을 때마다 조금 기우뚱하는 것 같았다.


걸을 때마다 살짝 어긋나는 가는 발목과 뒷무릎이 주는 불안한 불균형이 무향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그건 바로 그녀를 생각나게 하는 걸음걸이였다. 마치 액운을 방지하게 하는 부적 같기도 한.


무향은 그녀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다 다른 뒷골목이나 구경할까 싶어 몸을 돌렸다. 바로 그때 그녀들이 머물렀던 자리에서 뭔가 반짝거리는 것이 무향의 눈에 들어왔다.


집어 들었다. 두 치가 채 안 되는 옥패였다. 은은한 연둣빛이 나는 아주 고급스러운 것이었다. 앞면에는 금방이라도 날갯짓하며 날아갈 것 같은 봉황이 일정한 깊이로 음각되어 있었다.


뒷면에는 왕王 자가 새겨져 있었다. 왕부王府의 여인인가 하고 무향은 생각했다. 무향은 그녀들에게 옥패를 전해주기 위해 서둘러 대로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녀들은 땅으로 꺼졌거나 하늘로 증발한 것처럼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무향은 어쩔 수 없이 옥패를 품속에 갈무리하고 다른 뒷골목을 구경하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그 골목도 다른 뒷골목과 별반 다른 건 없었다.


무향이 골목의 막다른 곳까지 갔다가 돌아 나오기 위해 막 몸을 돌렸을 때 막다른 기와집의 커다란 대문이 열리며 왠 초로의 노인이 밖으로 나왔다.


염소수염을 기른 노인은 작은 체구에 적게 보아도 족히 육십은 넘어 보였다. 노인이 골목을 벗어나려는 무향을 바라보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소협, 예까지 왔으면 한 번 구경이라도 하고 갈 것이지 왜 그냥 가누. 이리 들어와 구경해!”


무향은 노인의 말에 갑자기 멍해졌다. 노인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노인을 멀뚱히 쳐다보던 무향이 말했다.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저 말입니까?”


노인이 무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이 골목에 소협 말고 누가 또 있나. 소협은 이곳이 어디인 줄 모르고 왔는가. 내 비싸게 받지 않을 테니 들어와 구경이라도 하게.”


무향은 이게 도대체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싶었다. 노인의 말마따나 뭘 구경하라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무향은 노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곧당 무향을 데리고 건물 뒤로 가더니 곧바로 철문 하나를 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계단을 다 내려간 무향은 입을 딱 벌였다.


몰래 무기를 파는 암전이었다. 별의별 무기가 다 있었다. 이곳의 무기를 모두 합치면 어지간한 방파 하나쯤은 무장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무향은 곧장 비도가 전시된 곳으로 갔다. 단우천이 준 <무흔비도>를 한 번 수련해 볼 작정이었다. 은신한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데 효과적일 것 같아서였다.


비도를 쭉 둘러보던 무향은 채 반 뼘이 안 되는 비도가 촘촘히 박힌 가죽끈 두 개에 눈길이 멈추었다. 하나의 가죽끈에 열두 개의 비도가 박혀 있었다.


양쪽 팔목이나 팔뚝에 차면 안성맞춤이었다. 무향은 비도를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유등의 불빛에 찬찬히 비추어보았다.


오래 손질하지 않아 전체적으로 푸른 녹이 많이 끼어 있기는 했으나 날이 아주 예리했다.


마음에 들었다. 노인에게 얼마냐고 물었다. 은자로 이백 냥이라고 말했다. 무향은 깜짝 놀랐다. 무향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고 되묻자 노인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건 주인만 잘 만나면 은자 오백 냥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것이오. 내가 소협이 마음에 들어 그거 주다시피 하는 것이오.


그 비도의 재질은 일반 철이 아니오. 하나 빼서 들어보시오. 얼마나 무거운지···. 그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금강석이 섞인 것이오.”


무향이 비도를 하나 빼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보았다. 과연 일반 철의 두 배 무게는 되는 것 같았다.


무향은 고개를 끄떡이고는 두 말 않고 은자 이백 냥짜리 전표를 품속에서 꺼내 노인에게 건넸다.


비도가 촘촘히 박힌 가죽 띠를 양 팔목에 차자 팔이 묵직했다. 무향은 다른 무기들을 대충 힐끔거리며 밖으로 나가다가 이상한 장갑 하나를 발견했다.


그 장갑을 끼면 비도를 수련할 때 비도의 날에 손을 베지 않을 것 같았다. 손끝으로 슬쩍 만져보았다, 도대체 무슨 가죽으로 만들어졌는지 너무나 얇고 부드러웠다.


손에 껴보았다. 마치 원래의 피부처럼 짝 달라붙었다. 다시 벗기 싫었다. 무향이 노인에게 얼마면 되냐고 물었다.


노인이 무향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냥 가지고 가시오. 당신이 그 장갑의 주인인 것 같으니···.”


무향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노인을 바라보자 노인이 슬쩍 곁눈질로 무향을 쳐다보며 하던 말을 이었다.


“내가 부르는 비도 값을 소협이 한 푼도 깍지 않고 선뜻 지불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 그러니, 그 장갑은 내가 선심을 서는 것이니 그냥 가지시오.”


무향이 노인에게 고맙다고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무향은 장난삼아 장갑을 낀 채 무무기공을 슬쩍 운기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장갑이 손에 흡수되어버렸다.


무향은 너무 당황해서 무무기공을 극성으로 운기했다. 그래도 장갑은 손밖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장갑이 피부 속에 있다는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전혀 불편하지도 않았다.


골목을 거의 다 돌아 나왔을 때 무향이 장난삼아 무무기공을 살짝 운기하면서 손으로 옆에 있에 있는 느티나무를 푹 찔렀다.


무향은 깜짝 놀랐다. 손이 노송을 뚫고 반대편으로 나와 있었다.


얼른 손을 회수한 무향은 이게 도대체 무슨 조화인가 싶었다. 무향은 자신이 대단한 기물奇物을 얻은 것 같았다. 갑자기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무향은 뒷골목을 벗어난 줄도 몰랐다. 어느새 대로였다. 막 대로를 나왔을 때 누군가 자신을 향해 욕지기를 내뱉는 소리를 들었다.


어떤 놈들인가 싶어 무향이 고개를 홱 돌렸다. 뒷골목에서 여인들을 희롱하다 자신에게 두들겨 맞고 도망친 바로 그놈들이었다.


어디서 동료를 데려왔는지 모두 열댓 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흉광을 이글거리며 무향을 노려보고 있었다.


무향이 잔뜩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일갈했다.


“네놈들이 아직 매가 부족한 모양이구나. 잘못을 저지르다 혼쭐이 났으면 어디 조용한 곳에 처박혀 자숙이나 할 것이지, 감히 복수를 하겠다고 동료까지 데려와···.


오늘 내가 네놈들의 그 썩어빠진 정신을 완전히 개조시켜주마! 단단히 각오해라!”


무향의 경고를 일부러 무시하기라도 하듯이 한 놈이 흉광을 이글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8 상처 입은 사람은 괄호를 치듯 자신을 그 안에 가둔다 22.07.19 244 2 10쪽
57 세상에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22.07.15 420 5 9쪽
56 여태껏 나는 이보다 훨씬 더한 것도 겪고 살아남았다 22.07.12 546 3 9쪽
55 본능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22.07.06 762 4 9쪽
54 아주 기분 나쁜 이상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22.07.04 833 2 9쪽
53 자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22.07.01 963 3 9쪽
52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51 3 9쪽
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50 3 9쪽
50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45 4 9쪽
49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31 7 10쪽
48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22.06.18 1,290 6 9쪽
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299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3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4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4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3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4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396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3 6 9쪽
39 숲을 때리다 보면 뱀이 나올 것이다. 22.06.14 1,426 5 10쪽
38 봄의 실수처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1 22.06.13 1,458 8 9쪽
37 내가 저 그림을 전부 이해하면 그녀가 나에게 올까? +1 22.06.13 1,453 7 9쪽
36 자네 방금 마경魔經이라 했는가! 22.06.12 1,466 6 9쪽
35 어떤 이유로도 절대 마천과 엮이지 마시오. 22.06.12 1,451 5 9쪽
34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개새끼들은 다 어디 갔느냐! +1 22.06.11 1,483 5 9쪽
» 마치 액운을 방지하게 하는 부적 같기도 한. 22.06.10 1,502 6 9쪽
32 때론 자비를 베푸는 것도 죄를 짓는 것이다. 22.06.09 1,534 6 9쪽
31 그녀가 지금 이 세상에 없는, 바로 그 일만 제외한다면…. 22.06.08 1,562 6 9쪽
30 그가 떠난 자리에 한 줄기 서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22.06.07 1,587 6 9쪽
29 흐르는 물에 머리를 박고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삼켰다. 22.06.06 1,624 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