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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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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999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08 14:46
조회
1,565
추천
6
글자
9쪽

그녀가 지금 이 세상에 없는, 바로 그 일만 제외한다면….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쥐가 파먹다 만 것 같았고, 의복은 옷이라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찢어지고 헤져 넝마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전신에 핏자국이 낭자하게 묻어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특이하게도 허리에 찬 거무튀튀한 검은 보통의 검보다 두 치 정도 더 길었다.


그 잿빛 점의 주인은 바로 환천幻天의 은잠조와 잠행조 때문에 무장산에서 악전고투를 벌이고 하산하는 무향이었다.


무향이 막 죽립의 사내를 스쳐 지나가려 했을 때 죽립의 사내가 감정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어조로 돌을 던지듯 말을 툭 던졌다.


“자네가 바로 요즘 제법 무명을 날리고 있다는 천뢰검 이무향인가?”


무향이 제자리에 우뚝 멈추어 섰다. 자신에게 말을 건 사내를 바라보며 지극히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소. 내가 천뢰검인지는 모르겠고, 내가 이무향임에는 틀림이 없소.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소.”


죽립의 사내가 무향의 말을 곧바로 받았다.


“네가 이무향이면 그냥 이곳을 지나갈 수는 없다. 나를 넘어야 이 길을 통과할 수 있다.”


무향이 곧장 그의 말을 되받으며 물었다.


“마천魔天에서 나왔소?”


사내가 무향의 말을 받았다.


“그렇다. 마천의 무천武天에서 왔다. 나는 곽력이라고 한다.”


무향은 그의 이름을 들어본 것 같았다. 무천武天은 흑천黑天, 환천幻天과 더불어 마천魔天의 삼천三天 중 하나였다.


특히 무천은 마천의 삼천 중에서도 순수한 무武를 추구하는 자들이 모인 집단으로 순수하게 무력으로만 따졌을 때 가장 강한 집단이었다.


곽력은 마천의 신진강호인 무천십혼武天十魂 중 일인인 구혼九魂이었다. 그의 별호는 귀명마도였다.


무향이 천천히 천뢰검을 빼 들며 말했다.


“귀하와 나 사이에는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 없겠군.”


곽력도 죽립을 벗어 나뭇가지에 걸고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도를 빼 들며 말했다.


“이건 귀명도라 하네. 조금 둔해 보여도 사람의 혼을 제압하는 공능이 있다네. 조심하게.”


그의 도는 일반 도보다 거의 두 배는 더 두꺼웠다. 힘을 위주로 하는 중도重刀였다. 그의 도에 검이 부닥칠 때 특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무향은 생각했다.


곽력이 귀명도에 내력을 주입하자 유부幽府에서 울리는 것 같은 귀곡성이 웅웅거렸다. 그 소리만 들어도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무향은 내력을 끌어올려 그 귀곡성에 대항하면서 천뢰검에 천뢰기를 잔뜩 주입했다.


우-르-르-콰-쾅!


천뢰검에서 귀명도의 귀곡성을 밀어내는 듯한 뇌성이 일었다.


곽력의 공격은 묵직하면서도 단순했다. 하지만 그의 묵직함과 단순함에는 부드러운 변화 또한 내포되어 있었다.


무향은 그의 중도를 받아낼 때마다 무거움 속에 내포한 유연성과 변화무쌍함 때문에 진땀을 흘렸다.


천뢰검의 뇌기雷氣로 귀명도의 무거움을 맞받아치는 순간, 그의 刀氣는 마치 뱀처럼 유연하게 변해 전신요혈을 파고들었다.


마치 무수한 꽃잎이 동시에 피었다 지듯 변초의 변초가 전신을 휘감아 왔다.


무거우면서도 유연하고 단순하면서도 변화무쌍한 귀명도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천뢰검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뇌성을 불러와야 했고 더 많은 뇌운을 피워야 했다.


곽력 또한 무향의 천뢰검이 쏟아내는 가공할 뇌기에 찰나도 방심하지 못하고 전력을 다했다. 초식의 교환이 거듭될수록 곽력의 자신만만했던 표정이 초조함으로 바뀌어 갔다.


전력을 다한 자신의 공격이 전혀 우위를 점하지 못하자 곽력은 도를 휘두르는 것에 더하여 수시로 권장拳掌까지 사용하는 변칙공격까지 불사했다.


그때마다 무향은 무무보허의 현란한 보법과 무무마형의 부드러운 권장으로 그의 변칙 공세마저 무화無化시켰다.


내공 면에서는 무향이 곽력에 다소 미치지 못했으나 무무보허의 신기막측한 보법과 무무마형의 예측 불가능한 공격이 내공의 차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수백여 초가 지나도록 둘 중 그 누구도 승부의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 주변의 초목과 풍광만이 초토화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돌연 곽력이 귀명도를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그의 머리카락은 더 이상 헝클어질 수 없을 정도로 헝클어져 있었고, 그의 검은 색 무복은 마치 불똥에 탄 것 같은 자잘한 구멍이 무수하게 뚫려 있었다. 천뢰검의 뇌기 때문이었다.


곽력의 몰골은 뜨거운 불구덩이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처참했다. 무수한 구멍에서 핏방울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무향의 몰골도 곽력에 못지않았다.


놀람과 경탄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곽력이 무향을 쳐다보며 입을 뗐다.


“이건 아무리 싸워도 끝나지 않을 싸움이네. 누구도 누구를 이길 수 없는 싸움이야. 더 이상 자네의 길을 막을 수단이 없으니 자네는 자네 갈 길을 가게.


하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자네의 길을 끊어버리겠네. 오늘 즐거웠네”


무향이 그를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빠른 판단을 내려 주어서 고맙소, 나는 일이 바빠서 이만 가보겠소, 다음에 봅시다.”


무향은 천뢰검을 검집에 넣자마자 무무보허를 최대한 전개해 순식간에 하나의 까마득한 소실점이 되었다.


사라지는 무향을 멀뚱히 바라보던 귀명마도 곽력이 무심결에 혼잣말을 웅얼거렸다.


“강호에 나온 지 불과 일 년도 채 안 되어 저 정도의 경지라니. 그리고 도대체 유래를 알 수 없는 그 이상한 무공은 또 뭐란 말인가?


마천은 저자에 대해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구나. 자칫하면 저자로 인해 마천의 원대한 계획이 틀어질 수도···.


아니다. 그건 아니다. 그 일은 마천이 얼마나 오랫동안 철저히 준비한 일인데···. 비록 무림맹 전체가 나선다 해도 달라질 건 없다.”


* * *


소주의 야화골이 천하에서 가장 화려하고 번화한 곳이라 굳게 믿으며 자란 무향은 낙양을 보자마자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는지 절감했다.


낙양의 번화가는 그 규묘와 화려함에 있어서 야화골은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대로를 나다니는 사람의 수부터 야화골을 압도했다. 사람이 사람의 등을 밀고 다닐 지경이였다.


길을 지나는 많은 사람이 자신을 힐끔거린다는 것을 무향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몰골이 어떤지 무향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몰골로는 무림맹은커녕 거리도 나다닐 수 없다. 문지기에게조차 내쳐짐을 당할 게 뻔했다. 어차피 오늘은 갈 수 없다.


복장과 용모부터 단정히 하고 내일 아침 일찍 가는 게 더 낫겠다고 무향은 생각했다.


점포들이 문을 닫기 전에 옷부터 한 벌 사 입고 목욕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무향은 걸음을 좀 더 재촉했다. 날이 점차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서둘러야 했다.


다행히 문을 닫지 않은 포목점이 서너 곳 있었다. 웃돈을 주고 누군가 맞춰놓은 옷을 한 벌 사 입었다.


객점에 딸린 욕실에서 목욕까지 한 무향은 저녁을 먹기 위해 객점으로 내려갔다. 한참 밥때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간신히 구석 자리 하나를 차지한 무향은 소홍주 한 병과 구운 오리고기 하나를 시켰다.


옆 탁자에는 삼십 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사내들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모두 네 명이었다.


가운데 앉은 황의인이 술잔을 탁자에 던지듯 내려놓으며 말했다.


“내일부터 무림맹에서 오대세가와 구대문파의 회합이 열리는 걸 자네들은 아는가? 이번 회합에서 삼 년 임기의 장로들을 새로 선출한다는군.


벌써 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네.”


“하긴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문파와 세가의 숫자는 넘쳐나니, 아마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많을 걸세. 자칫하면 칼부림이 날 수도 있을 걸세.”


황의인 바로 옆에 앉은 청의인이 말했다.


무향은 그들의 말을 주워듣다가 아차! 싶었다. 지금 무림맹의 일이 그런 식으로 돌아간다면 혹여 총사 여홍빈을 만나지도 못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이 앞섰다.


무향은 지지리도 복이 없다고 혀를 끌끌 찼다. 오는 날이 하필 장날이라고, 오대세가와 구대문파의 회합이라니 ···. 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더니···.


어쨌든 내일 가보면 알겠지 하고 생각하던 무향은 자신이 그렇게 운이 없는 놈이 아니라고 바꾸어 생각했다.


비록 천애고아로 태어나 처절하게 험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성인이 되자마자 천사 같은 그녀를 만나 진정한 삶에 눈을 뜨지 않았냐고 자신에게 반문했다.


그녀가 지금 이 세상에 없는, 바로 그 일만 제외한다면···.


이번 일만 해도 그랬다. 몇 차례 죽을 고지를 넘기기는 했지만 결국 모든 일이 전화위복이 되지 않았던가?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작가의말

치과에 다녀오느라 UP 시간이 좀 지체되었습니다. 독자님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독자님의 지지에 더 좋은 문장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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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7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7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6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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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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