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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4,437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07 11:24
조회
1,601
추천
6
글자
9쪽

그가 떠난 자리에 한 줄기 서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꿈의 끝자락에서야 그것은 빗소리가 아니라 폭포 소리임을 무향은 간신히 알아챘다. 시끄러운 폭포 소리에 짜증을 내듯 투덜거리며 무향은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밀어 올렸다.


몸을 일으키자 이곳저곳이 몽둥이찜질을 당한 듯 쓰라리고 쑤셨다. 왼쪽 어깨와 오른쪽 옆구리의 벌어진 자상은 어젯밤 금창약을 듬뿍 발랐음에도 여전히 핏방울이 조금씩 배어 나왔다.


딱지가 앉으려면 시간이 한참 걸리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무향은 그 상처에 다시 한번 금창약을 넉넉히 발랐다. 그래도 지금 믿을 건 금창약 말고는 없었다.


어제는 난생처음 접하는 놈들의 이상한 무공에 너무 당황해서 제대로 대응조차 못했던 것 같다고 무향은 생각했다. 놈들의 허점을 정확히 파악해 공격하려고 하기보다 먼저 달아나려고만 했었다.


어떤 무공에도 빈틈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은잠술과 잠형술도 마찬가지다.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했다면 분명 약점과 허점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새와 나비가 앉지 않는 나무, 주변 바위의 결과 미세하게 다른 바위의 결, 주변의 바닥보다 더 마르거나 젖은 흙.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은잠술에도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그런 흔적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기氣로 대기와 빛의 결에 동화해 허공 속에 자신을 숨기는 잠형술도 은잠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잠형술은 사람의 오감을 속이는 착시현상을 이용한 사이한 사술邪術에 불과하다.


오감의 감각을 최대한 예민하게 만들어 자세히 느끼면 틀림없이 뭔가 허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숨어 있는 허공은 미세하게 바람의 길이 막힐 것이고, 빛 또한 굴절되거나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겁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런 걸 느낄 수만 있다면 승산은 저들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 어제 확인했듯이 그들 개개인의 무위는 나에게 미치지 못한다.


이제부터는 그들이 아니라 내가 먼저 친다.


당한 것 이상으로 되갚아 준다!


이자까지 붙여서! 몽땅!


금창약을 다 바른 무향이 동굴을 나오기 위해 일어서다가 뭔가를 보고 살짝 놀랐다. 동굴 맨 안쪽 구석에 인골이 한 구 있었다.


무향은 그냥 나가려다 인골 옆에 뭔가 망태기 같은 것이 있어서 가까이 다가갔다. 인골 옆에는 녹이 슬대로 슨 약초를 캐는 호미와 한 뼘 남짓 되는 칼이 있었다.


대나무로 만든 망태기도 다 싹은 채 나뒹굴고 있었다. 망태기 안에 이끼로 꽁꽁 싸맨 뭔가가 있었다. 무향은 조심스럽게 이끼를 뜯어냈다. 깜짝 놀랐다.


수백 년은 족히 넘은 산삼이었다. 산삼은 두툼하게 싼 이끼와 폭포의 습기 덕분인지 조금 수분이 빠져나가기는 했으나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향은 산삼에 코를 대어 보았다. 산삼의 진한 약향이 코를 찔렀다. 무향은 유골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 혼잣말하듯 웅얼거렸다.


“참 박복한 사람일세. 이런 귀물을 캐고서 어찌 이런 인적도 없는 곳에서 죽어버리다니···. 당신의 운을 내가 훔쳐서 미안하오. 그 힘을 반드시 좋은 일에 쓰리다.”


무향은 뇌두부터 산삼을 천천히 씹어먹었다. 첫맛은 썼지만 끝맛은 달았다. 짙고도 강한 약향이 식도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실뿌리까지 전부 삼키고 나자 돌연 속에서 불이 확 붙는 것 같았다.


무향은 급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천뢰기공으로 먼저 대주천천을 하고, 연이어 무무기공으로 대주천을 했다. 경락과 혈뿐 아니라 세맥까지 새로운 힘이 넘치는 것 같았다.


내공이 최소 수십 년은 더 늘어난 것 같았다. 동굴 입구에서 폭포 너머 산을 바라보던 무향이 한 마리 솔개처럼 동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무향이 떠난 자리에 한 줄기 서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 * *


촘촘한 바늘 같은 솔잎들을 통과한 아침 햇살이 바닥에 무수한 무늬를 그렸다. 난생처음 보는 상형문자 같았다. 가늠할 수 없는 막막한 자신의 앞날을 함부로 점치는 것 같은.


주변의 다른 나무보다 더 조용한 나무, 주변의 바닥보다 살짝 더 마르거나 젖은 땅. 바로 옆의 바위의 무늬와 미세하게 결이 다른 바위.


무향은 오른손으로 번개처럼 천뢰검을 뽑아 나무를 베는 동시에 왼손으로는 바위를 향해 무무기공을 전력으로 발출했다.


스-스-걱, 콰-르-르-르-콰-쾅!


으-악-악! 크-아-아-악!


나무와 바위에서 치솟은 핏물이 솔숲에 분수처럼 흩뿌려졌다. 동시에 한 많은 이승을 하직하는 것 같은 두 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무향은 무무보허의 보법을 불규칙하게 밟으며 주변의 나무와 바위 그리고 바닥을 베고 부수고 뒤엎었다.


그때마다 나무와 바위, 땅바닥에서 핏물이 솟구치고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비명이 연거푸 터져 나왔다. 마치 나무와 바위 그리고 땅바닥 자체가 죽음의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무향이 정신없이 주변의 사물들을 베고 자르고 부수고 도륙하던 한순간, 나무와 바위와 땅바닥에서 두더지처럼 튀어나온 십여 명의 인형들이 허공으로 솟구쳐올라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무향은 그들을 전혀 뒤쫓을 생각 없이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곧이어 혼잣말을 하듯이 속으로 읊조렸다.


“살기 위해 도망치는 자를 굳이 뒤쫓아가서 죽이지 않는 것이 내 원칙이다!”


산봉우리 너머 산 중턱에 다다른 무향이 가만히 하늘 한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하늘 아래의 허공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주변의 공기 흐름과 다른 허공을, 갑자기 바람의 미세한 길이 막히는 허공을. 빛이 미세하게 굴절되어 뒤틀린 대기를.


가만히 허공을 노려보고 있던 무향이 마치 한 마리 솔개처럼 솟구쳐올라 벼락처럼 천뢰검을 휘두르고 찌르기 시작했다.


우-르-르-콰-콰-쾅-콰-앙!


시퍼런 천뢰검의 검기가 뇌성이 되어 울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돌연 핏물이 쏟아졌다. 뒤이어 폐부를 쥐어짜는 비명도 쏟아졌다. 그 비명의 끝자락에서 피와 비명이 빠져나간 시체가 땅바닥으로 투-두-둑, 떨어져 내렸다.


무향이 천뢰검을 꼬나쥐고 가공할 검무를 출 때마다 텅 빈 허공에서 어김없이 피와 외마디 비명과 그 피와 비명의 주인이 던져진 돌처럼 바닥으로 툭, 툭 떨어졌다.


채 일각도 안 되어 무향은 잠형조의 피로 목욕을 했다. 핏물이 뚝, 뚝 듣는 천뢰검을 휘두르는 무향의 모습은 방금 지옥에서 올라온 악령 같았다.


무향에 의해 난도질을 당하던 허공 속에서 돌연 삐-삐-익, 하는 짧고 새된 신호음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 신호음을 시작으로 하나둘 허공을 벗어던진 십여 명의 인형들이 사방으로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던 무향은 삼백여 장 정도 아래에 있는 계곡으로 내려가 세수를 하고 옷을 벗어 계곡물에 대충 빨아 내공으로 말린 후 다시 입었다.


옷은 심하게 찢어져 넝마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피로 염색이 되어서, 무향의 몰골은 치열한 전장에서 방금 탈출한 패잔병 같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비릿한 혈향이 무향의 코를 자극하던 바로 그 시간.


무림맹이 있는 낙양으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지나야 하는 오산의 초입.


등에 커다란 도를 맨 검은 무복을 입은 사내 하나가 돌연 하늘 속으로 왼손을 뻗어 다리에 서찰을 매단 전서구 한 마리를 낚아채고 있었다.


그 흑의의 사내는 아주 잘 벼린 한 자루 刀 같은 기도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구레나룻을 짙게 기른 강인한 사각턱의 사내가 죽립을 살짝 뒤로 젖힌 채 전서구의 발에 묶인 대나무 대롱에서 쪽지 하나를 꺼냈다.


쪽지의 글씨는 어떤 다급함 때문인지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휘갈겨져 있었다.


【놈의 무위는 처음의 예상을 훨씬 벗어남.

거의 절정에 도달해 있음.

검뿐 아니라 장법에도 능숙함.

놈이 사용하는 무공의 유래는 확인 불가함.

판단 착오로 인해 은잠조와 잠형조의 거의 반 이상이 궤멸 당함.

독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판단됨.

반노쌍살이 암습에 실패함.

현재 무장산을 지나 곧 오산 초입에 도달할 예정임.

무림맹에 도달하기 전 반드시 척살 요망】


쪽지를 다 읽은 사내는 삼매진화로 쪽지를 태워버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죽립을 다시 고쳐 쓰고는 무장산에서 오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멀리 무장산 중턱에서 잿빛 점 하나가 빠른 속도로 하산하는 것이 사내의 눈에 들어왔다. 그 잿빛 점은 점점 크기가 커지더니 어느새 사람의 형태를 갖추었다.


그 잿빛 점은 키가 보통 어른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더 컸다. 그의 몰골은 안쓰러울 정도로 형편이 없었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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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311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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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47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85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75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85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407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24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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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떠난 자리에 한 줄기 서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22.06.07 1,602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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