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aegeun61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검혼
그림/삽화
검혼
작품등록일 :
2022.05.14 14:25
최근연재일 :
2022.07.19 10: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3,808
추천수 :
489
글자수 :
241,019

작성
22.06.06 11:39
조회
1,623
추천
5
글자
9쪽

흐르는 물에 머리를 박고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삼켰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놈의 무위가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와는 확실히 달라. 우리가 받은 정보에는 겨우 일류 정도라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거의 절정에 도달한 것 같다. 확실히.”


“하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놈을 상대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래도 조심해야 하네. 가능하면 일대일로는 붙지 말게. 자칫하면 위태로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네.”


“놈의 신법을 보게. 정말 대단해. 순식간에 저곳까지 올라오다니. 서둘러야겠어.”


“자, 각자 위치로! 절대로 방심하지 말고. 계획에 없는 공격도 하지 말고···.”


“-----------------------------.”


“---------------------------------------.”


계곡을 타고 산정 바로 아래까지 치고 올라온 무향은 한 차례 깊은 한숨을 내 쉬고는 산정에 있는 봉우리들을 올려다보았다.


햇빛을 받은 거대한 바위들이 마치 갑주를 입은 천신天神들 같았다. 잠시 산정의 바위를 바라보던 무향이 쉴 곳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제야 그 지긋지긋하던 놈들을 따돌렸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마침 산정 바로 아래에 쉬기에 적당한 동굴 하나가 보였다.


무향은 그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던 허공에서 두 개의 시퍼럼 검이 섬전처럼 목과 가슴을 찔러왔다.


너무 다급한 나머지 무향은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수치로 여기는 뇌려타곤의 수법으로 바닥을 뒹굴며 가까스로 급습을 피했다. 자칫했으면 목이 달아나고 심장이 관통당할 뻔했던 순간이었다.


어깨와 옆구리가 살짝 베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상처는 쓰라리고 아렸다. 방심의 대가였다. 모골이 송연하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무향은 방금 검날이 튀어나온 허공을 바라보았다. 허공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멀쩡했다. 무향은 무슨 이런 황당한 마공魔功이 다 있는가 싶었다.


호흡을 가다듬기도 전에 이번에는 등줄기를 베어오는 강력한 살기를 느꼈다. 무향은 다급한 나머지 몸도 돌리지 않은 상태에서 천뢰검을 휘둘러 간신히 막았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공격하던 자들과는 달리 이들은 개개인의 무위도 그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천뢰검이 그들의 검기와 맞부닥칠 때 팔을 타고 전해오는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팔목이 시큰거리고 팔꿈치에 묵직한 동통까지 일었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보이지 않는 검을 상대하는 일은 보이는 검을 상대하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도대체 어떤 수법으로 놈들이 허공에 몸을 숨기는지를 알아야 대처할 수 있는데, 그걸 모르니 죽을 맛이었다. 무향은 반격은커녕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은잠술隱潛術이 자신의 신체를 지형지물로 동화同化시켜 상대를 속이는 기술이라면, 잠형술潛形術은 자연 현상에 자신을 동화시키는 고도의 술법이다.


잠형술은 은잠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자만이 익힐 수 있는 최고 최후의 살예술殺藝術이다.


간신히 은잠술을 펼치는 자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자마자 그것보다 몇 배나 더 지독한 잠형술이라니, 갈수록 태산이었다.


잠형조의 공격을 위태위태하게 견디면서 무향은 그들의 공격에 어떤 규칙성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은 무수한 상처를 입고 나서야 간신히 알아챈 것이었다.


저들의 잠형술潛形術이 공격 순서를 정해서 하는 합격술에 가까운 것도 파악했다. 저 잠형술을 깨트리기 위해선 그 순서가 교차되는 찰나의 허점을 노려야 한다고 무향은 생각했다.


그 허점에 순간적으로 전력을 집중한 후 생긴 빈틈을 이용해 우선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했다.


일단 안전한 곳을 찾아 상처를 치료하고 기력을 회복한 후 그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다시 고민해야 할 것 같았다.


무향은 그때부터 그들의 공격 순서와 방향을 속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다시 이십여 초를 교환했을 때 돌연 무향이 몸을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 순간 전심전력을 다한 천뢰섬이 서쪽의 대기를 벼락처럼 갈랐다.


우-르-르-콰-쾅!


으-윽-윽-윽!


엄청난 뇌성과 두 마디 비명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동시에 울려 퍼졌다. 뇌성은 무향의 천뢰검이 만든 것이고, 두 마디 비명은 서쪽 허공에 몸을 숨기고 있던 잠형인에게서 흘러 나온 것이었다.


무향은 무무보허 신법을 최대한 발휘해 틈이 생긴 서쪽 허공을 뚫고 순식간에 봉우리 하나를 넘어버렸다. 무향은 거의 한 시진 이상을 계속 달렸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무향은 초조했다. 서둘러 안전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은잠조와 잠형조들이 자신을 찾아내기 전에 어딘가 몸을 숨기고 기력을 회복해야만 했다.


이제 더 이상 달릴 힘도 없었다. 백여 장 너머에 어렴풋이 거대한 바위가 보였다. 폭과 높이가 거의 수십여 장은 충분히 될 것 같았다. 어딘가 몸을 숨길만 한 곳이 있을 것 같았다.


거대한 바위 사이에 사람 하나가 간신히 지나갈 틈이 보였다. 무향은 무작정 그 바위틈으로 달려 들어갔다. 낭패였다. 바위 뒷면은 까마득한 절벽이었다.


무향은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무향은 통로 중앙에 신장神將처럼 우뚝 버티고 섰다. 어차피 이 좁은 통로로는 한 놈씩밖에 들어오지 못한다. 이런 곳에서는 은잠술도 잠형술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


무향은 그곳에서 놈들을 모조리 처치할 생각이었다. 먼저 들어오는 놈부터 한 놈씩.


“놈이 저기 바위틈 속에 있다. 독 안에 든 쥐다. 아니, 돌 안에 든 쥐다.”


아니나 다를까. 무향을 먼저 발견한 한 놈이 동료를 독려하는 고함을 지르며 바위틈으로 달려 들어왔다. 무향은 오른손에는 천뢰기공을, 왼손에는 무무기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채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놈이 십여 장 정도 가까이 다가왔을 때 무향은 번개처럼 놈에게 달려들며 천뢰검으로는 천뢰파를, 왼손으로는 무무마형을 전개했다.


“크-아-아-악!”


놈이 다급하게 무형의 공격을 막았으나 천뢰검에 복부가 관통당하고 무무마형에 가슴이 박살나 피떡이 되어 나뒹굴었다. 즉사였다.


다시 한 놈이 달려 들어왔다. 또 다시 즉사였다. 그렇게 두 놈이 더 죽자 아무도 바위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무향이 밖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살그머니 입구로 나갔다.


열댓 명의 사내들이 입구를 멀찍이서 포위한 채 웅성거리고 있었다. 절호의 기회였다. 무향은 오른손에는 천뢰기공을, 왼손에는 무무기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무향은 무무보허를 최대한 전개해 놈들을 허공에서 덮쳤다. 천뢰환과 무무마형으로 놈들을 공격한 후 순식간에 놈들의 머리를 타 넘어 산 아래로 내달렸다.


“놈이 저리로 도망간다! 끝까지 뒤쫓아 척살하라!”


고함을 지르며 놈들이 무향을 쫓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신법은 무향의 무무보허에 한참 뒤처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향과 그들의 간격이 더 벌어졌다.


그러자 놈들 중 하나가 짧고 강하게 뭔가를 불었다. 근처에 있는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향은 전속력으로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족히 한 시진 이상을 달린 것 같았다. 밤이 깊었다. 무향은 별자리를 방향 삼아 계속 달렸다. 휙휙 스치는 노송들이 무향을 앞으로 떠밀어주는 원군 같았다.


다시 얼마를 더 달렸을까. 어디선가 희미하게 물소리가 들렸다. 물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목이 말랐다. 무향은 물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달렸다. 폭포였다.


무향은 흐르는 물에 머리를 박고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삼켰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머리를 들고 폭포를 올려다보았다. 높이가 이십여 장은 족히 되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폭포의 뒤편 중간쯤이 주변보다 유독 시커먼 곳이 무향의 눈에 들어왔다. 다른 공간이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하고 말고 할 것이 없었다. 무향은 그 자세 그대로 땅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그랬다. 역시 동굴이었다.


무향은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동굴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졌다. 십여 장쯤 안으로 들어가자 한꺼번에 대여섯 사람이 쉬기에도 충분한 공간이 나왔다.


무향은 즉시 보료를 깔고 퍼질러 앉았다. 품속에서 금창약을 꺼내 수십 곳을 발랐다. 왼쪽 어깨와 오른쪽 옆구리의 자상刺傷이 특히 심했다. 금창약을 바르니 더 쓰라리고 아렸다.


금창약을 다 바르자마자 무향은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몇 차례에 걸쳐 대주천과 소주천을 하고 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무향은 보따리를 풀고 술 한 병과 건포를 꺼냈다. 배까지 채우고 나자 잠이 쏟아졌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무향은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시끄러운 빗소리가 사나운 꿈자리를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 기어이 꿈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겠다는 듯이.


하지만 그 소리는 빗소리보다는 훨씬 세차고 힘찬 다른 소리였다.




그의 뱀 같은 징그러운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람의 저쪽, 구름의 이쪽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8 상처 입은 사람은 괄호를 치듯 자신을 그 안에 가둔다 22.07.19 244 2 10쪽
57 세상에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22.07.15 419 5 9쪽
56 여태껏 나는 이보다 훨씬 더한 것도 겪고 살아남았다 22.07.12 546 3 9쪽
55 본능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22.07.06 762 4 9쪽
54 아주 기분 나쁜 이상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22.07.04 833 2 9쪽
53 자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22.07.01 963 3 9쪽
52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처럼 해가 지고 있었다. 22.06.28 1,051 3 9쪽
51 하늘이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22.06.24 1,149 3 9쪽
50 아직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22.06.21 1,245 4 9쪽
49 언제쯤 나는, 내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22.06.18 1,331 7 10쪽
48 비명이 새의 영혼처럼 하얀 갈대꽃을 떠났다. 22.06.18 1,290 6 9쪽
4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22.06.18 1,299 5 9쪽
46 당장 그 금琴을 그치지 못할까! 22.06.17 1,322 6 9쪽
45 그리고 고색창연한 금琴 하나가 놓여있었다. +2 22.06.17 1,334 6 9쪽
44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22.06.16 1,374 5 9쪽
43 세가는 세가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22.06.16 1,363 7 9쪽
42 누가 알아도 결국 알게 되어 있는 게 비밀의 속성이다. 22.06.15 1,373 6 9쪽
41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22.06.15 1,396 6 9쪽
40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22.06.14 1,413 6 9쪽
39 숲을 때리다 보면 뱀이 나올 것이다. 22.06.14 1,425 5 10쪽
38 봄의 실수처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1 22.06.13 1,458 8 9쪽
37 내가 저 그림을 전부 이해하면 그녀가 나에게 올까? +1 22.06.13 1,453 7 9쪽
36 자네 방금 마경魔經이라 했는가! 22.06.12 1,466 6 9쪽
35 어떤 이유로도 절대 마천과 엮이지 마시오. 22.06.12 1,450 5 9쪽
34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개새끼들은 다 어디 갔느냐! +1 22.06.11 1,483 5 9쪽
33 마치 액운을 방지하게 하는 부적 같기도 한. 22.06.10 1,501 6 9쪽
32 때론 자비를 베푸는 것도 죄를 짓는 것이다. 22.06.09 1,533 6 9쪽
31 그녀가 지금 이 세상에 없는, 바로 그 일만 제외한다면…. 22.06.08 1,562 6 9쪽
30 그가 떠난 자리에 한 줄기 서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22.06.07 1,587 6 9쪽
» 흐르는 물에 머리를 박고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삼켰다. 22.06.06 1,624 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