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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세이즈 님의 서재입니다.

기씨 삼국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락세이즈
작품등록일 :
2023.02.01 22:41
최근연재일 :
2023.04.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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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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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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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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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와해

DUMMY

“전진! 앞으로 나아가라!”




서황이 이끄는 부대와 마주친 곽사는 예상치 못한 흉노족 기병대의 모습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돌진을 명했다.




적의 숫자가 소수였으며, 또한 자신들을 보자마자 부리나케 내빼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놈들을 쫓아라! 누구든 황제를 붙잡는 자는 3계급 특진이다!”




중원의 패자가 정해지지 않고 정세가 혼란스러운 이때, 황제를 억류하고 장안에서 버티며 계속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이것이 이각, 곽사 무리의 계산.




게다가 서황이 여기 있다는 건 황제가 이쪽 방향 앞에 있을 거란 얘기이니 이보다 더 일이 잘 풀릴 순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렇게 기세를 끌어올린 것도 잠시, 갑자기 측면에서 수많은 군대가 자신들을 향해 돌진오는 게 아닌가?




“복병인가?”




아차! 싶었다.




만약 서황의 도주가 계산된 움직이라면, 완전히 허를 찔린 셈이었으니까.




“아, 아닙니다. 저들은···이각님의 부대 같은데요..?!”


“뭐가 어째?”




이각의 군세가 옆에서 끼어드는 바람에, 곽사의 부대는 행군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거리인가? 황제가 바로 코앞인데!”




곽사와 마주친 이각은 약간 뻘쭘한 태도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이쪽 전방에 적군이 나타났단 소식을 듣고, 원호해주러 온 걸세.”


“개소리! 내가 황제를 붙잡을 것 같으니 훼방을 두러 온 거겠지.”




두 사람은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다투기 시작했다.




“출병 전에 가후와 했던 약조를 잊은 건가?”




황제가 장안을 탈출했을 때, 이각과 곽사 무리는 서로 자신이 추격군을 이끌겠다며 나섰다.




당연히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이 과정에서 번조는 황제의 탈출을 도와줬단 누명을 쓰고 곽사의 손에 참살당했고, 장안 전체가 내전에 휩싸일 위기에 처했다.




“그러하면 두 분이 동시에 출병하시지요.”




이때 나섰던 것이 바로 여포를 쫓아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가후였다.




“단, 함께 나가되, 서로 방향을 달리하여 개입하지 않는 겁니다. 어차피 황상의 어가엔 소수의 호위병만 있을 테니 병력의 모자람은 없을 터.”




그러는 동안 자신과 장제는 후방 홍농에서 치중 지원 및 만약을 대비해 대기하겠다는 계책이었다.




“이러는 동안 황제가 다른 군벌의 손에 넘어가면 최악의 사태가 되니, 서둘러 결정하시지요.”




결국 이각과 곽사는 일단 가후의 의견을 받아들여 서둘러 출병했으나, 결국 황제를 눈 앞에 두고 합의는 무너지고 말았다.




“얼른 좌익으로 꺼지시게! 대사마 관직까지 오른 자가 한 입으로 두 말해서야 되겠는가?”




곽사의 비꼼에도 이각은 한치도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 관직이 더 높으니, 여기선 나를 따르는 게 옳지 않겠나?”




서로 한 차의 양보도 없이 아웅다웅 하는 사이, 사방에서 갑자기 급박한 보고가 쏟아졌다.




“이각님! 우리 앞에 있던 기령군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곽사님! 후퇴하던 서황군이 기수를 돌려 이쪽으로 돌진 중!”




그제서야 두 사람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지시를 내렸다.




“응전, 응전하라!”


“어차피 놈들은 다해야 고작 5천, 찍어 눌러버려!”




허나 바로 이어진 소식에, 둘은 동시에 안색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녀석들이 활을 들고 있습니다!”




잠시 후 이각, 곽사의 머리 위해 수천 발의 화살비가 쏟아져 내렸다.




***




“기가 막히는구나!”




서황은 순식간에 전황이 역전되는 광경을 보며 감탄했다.




“자네들 대장의 선견지명은 대단해!”




일부러 싸우지 않고 도주하면, 이각의 군대가 쫓아와 서로 충돌할 거란 기령의 말이 그대로 적중했었다.




자신을 미끼로 삼은 것은 약간 꺼림직 했지만, 그래도 결과가 좋았으니 납득할 수 밖에.




기령의 칭찬을 들은 호주천은 코를 으쓱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 대장. 용병 틀리는 법 없다.”




병력의 수로만 따지면 2만 대 5천.




허나 적군은 전방과 측면이 포위당해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병력은 그의 절반도 채 되지 못했다.




게다가 그 와중에 서로 통솔자가 달라, 신속하게 응전도 불가한 상황.


여기에 서둘러 황제를 추격하기 위해 전부 경장 장비를 갖췄던 지라 화살에 더더욱 속수무책.




이런 요소들이 더해지자, 적들은 문자 그대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갔다.




“장군. 적군 사기 무너졌다.”




한바탕 화살을 쏟아낸 호주천이 서황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무엇을 망설이나?”


“아···!”




그의 의중을 눈치챈 서황은, 도끼를 번쩍 들고 쩌렁쩌렁 외쳤다.




“이각, 곽사! 쓰레기 같은 간신 놈들아, 지금 서황이 목을 베러 가주마!”




서황이 앞으로 돌진하고 나서자, 호주천을 비롯한 흉노족 기병대들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함성과 함께 튀어나갔다.




“와아아아!”




때마침 우익에서 기령 또한 이에 호응하듯 돌격하자, 이각과 곽사 무리는 더는 버티지 못했다.




“퇴, 퇴각! 전군 퇴각하라!”


“후방에 장제에게 구원군을 요청해라!”




이 와중에도 그들은 서로 먼저 탈출하겠다며 싸우고 있었다.




“내 지위가 더 높음을 잊었는가?!”


“누구 때문에 이 지경이 됐는데!”




덕분에 그만 기령과 서황의 접근을 허락하고 말았다.




“너희 두 놈 다 여기서 목을 내놓고 가거라!”




서황의 도끼는 이미 수많은 적의 수급을 베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양봉을 따라 어가를 호위한 지 몇 달 동안 내내 도망만 다니다가, 드디어 치욕을 갚을 차례가 왔던 것.




“치잇···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목숨이 위험해진 이각은 순간적으로 곽사를 어깨를 잡고 뒤로 밀었다.




“어, 어..?!”




푸욱!




그걸로 끝장이었다.




곽사의 머리통은 서황의 도끼에 의해 수직으로 갈라졌고, 제대로 된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뒈졌다.




“너희는 모두 나를 지켜라!”




곽사가 죽으며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이각이 저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저 놈을 놓쳐서는 안 되네!”




서황의 급박한 외침에, 기령은 한쪽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십시오.”




기령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 주무기인 삼첨도 대신 등 뒤에 매고 있던 짧은 수극을 손에 들었다.




휙!




손을 떠난 수극은 그야말로 번개처럼 병사들 사이를 가르더니, 이내 맹렬히 도망치던 이각의 뒤통수를 꿰뚫었다.




털썩···!




외마디 말이라도 남겼던 곽사와는 달리, 이각은 자신의 죽음을 인지조차 못하고 두 눈을 뜬 채 사망했다.




“대, 대단하군!”




귀신 같은 투척 솜씨에 놀란 서황에게, 기령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주변에 이런 수법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아 흉내 내 보았는데, 아직 멀었습니다.”


“자네···생각보다 무서운 친구로군.”




아무튼 이각과 곽사, 두 사람의 간신이 거의 동시에 사망하면서, 전투의 승패는 정해졌다.




지휘관을 잃은 병사들은 허겁지겁 홍농 방향을 향해 달아났고, 기령도 더는 쫓지 않았다.




“포로로 잡아봐야 먹일 입만 늘어날 테니 그냥 보내도록 하죠.”


“허나 놈들이 재정비하고 추격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럴 바엔 차라리···”




서황이 도끼를 꽉 쥐자, 기령은 그의 손목에 자신의 손을 살짝 올렸다.




“아마 더 이상 장안으로부터 추격은 없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군.”




좀 전의 전투 역시 전부 기령의 예측대로 진행됐으니, 서황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




“역시 이렇게 됐는가···”




홍농에서 대기 중이던 장제는, 이각과 곽사의 패잔병들이 몰려오는 꼴을 보며 혀를 찼다.




“모든 게 가후, 자네 생각대로군.”


“마치 제가 이런 사태를 바랬다는 듯이 말하진 마십시오. 전 분명 경고했습니다.”


“두 녀석이 그 경고를 듣지 않을 것도 예측했겠지. 안 그런가?”


“딱히 제 예측대로 된 것도 아닙니다.”




가후는 마치 일부러 화제를 돌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벌써부터 파국을 맞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거든요. 제 생각엔 최소 한 달 정도는 더 나아갈 줄 알았습니다.”




또한 그들을 격파한 상대가 조조가 아니란 것도 예상 밖이었지만, 그 부분은 굳이 발설하지 않았다.




“어쨌든 우리는 실패했을 것이야. 그렇지 않나?”




장제의 집요한 질문에, 가후는 결국 수긍하고 말았다.




“장군께선 무언가 눈치채신 모양이군요.”


“내 비록 지모는 없지만, 친구는 많지. 황제의 탈출을 부추긴 것이 실은 자네인 걸 알고 있네. 번조가 아니라.”


“알면서도 왜 가만히 계셨습니까?”


“그야 어차피 우리의 패망은 시간 문제였으니까.”




네 사람의 권력 다툼은 갈수록 심화되었고, 장안 조정의 권위는 그보다 더 심하게 추락 중이었다.




동탁 시절부터 이어진 심한 약탈로 백성들은 도망갔고, 세수 또한 거의 끊긴 상황.




급한대로 군벌들에게 관직을 팔아 조공을 받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내가 자네를 눈 감아줬으니, 마땅히 내게 살 길을 줘야하겠지?”


“흠···그게 공평하겠군요.”




가후는 그에게 남양, 즉 완성으로 갈 것을 권했다.




“손견이 죽은 후 사실상 빈땅이니, 거기서 제기하시길 바랍니다.”


“허나 오래 버티진 못하겠지.”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계책입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만 더 부탁하겠네.”




장제는 가후의 눈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내 처와 가족들의 목숨을 책임져 주게.”




마지막 가는 이의 절절한 부탁을, 가후는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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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헌제 구원전 +7 23.03.31 936 22 10쪽
57 합의 +4 23.03.30 930 29 10쪽
56 전투식량 +2 23.03.29 898 29 10쪽
55 밀가루의 비밀 +2 23.03.28 911 28 10쪽
54 압박 +6 23.03.27 955 22 10쪽
53 병참의 중요성 +1 23.03.25 1,031 3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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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상산 조자룡 +1 23.03.20 1,128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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