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무 더워서 집에만 있는 게 다행인 요즘입니다.
작년 여름도 이렇게 더웠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아무튼, 트리트먼트 작업 중에 잠깐 머리 좀 식힐 겸 2권 분량에 있었던 연출에 관해서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최신화까지 전부 보고 오시길 바랍니다.
2권의 에피소드는 총 6개입니다.
[죽은 신입의 사회], [태양을 삼키다], [비옷을 입은 소드마스터], [체인소드 맨], [안드로이드는 전기고양이의 꿈을 꾸는가?], [미친 세계에서 살아가는 법] 까지죠.
1권 에피소드가 사이버펑크 세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용됐다면, 2권의 에피소드들은 거기서 한 발자국 나아가 질문을 던지는데 사용됐습니다.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인간을 정의하는 게 무엇일까?'라는, 사이버펑크 작품의 근원적인 질문을 말이죠.
[태양을 삼키다] 편에 등장한 스케빈저는 돈을 위해서라면, 자신들 구역의 위험을 제거하러 온 용병과 해결사도 죽이길 서슴지 않는 집단입니다. 하루하루 오염체의 공격에 시달리며 구역은 점점 황폐해져 가지만, 그런 것보다 돈이 중요하죠.
그들은 정부에서 49구역을 버렸다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로 인해 49구역은 버려질 수밖에 없는 구역이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외부인은 털어먹기 좋은 먹잇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고양이의 꿈을 꾸는가?] 편은 이 질문을 전편에 걸쳐서 대놓고 하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에피소드의 제목은 사이버펑크 영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인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필립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오마주했습니다.
원작이 던지는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를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파생된 질문은 결국 하나로 정리됩니다.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저는 개인적으로 이 질문이 사이버펑크를 관통하는 가장 커다란 질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정의될 수 있는 이유.
단순히 철학적으로만 보이는 이 질문이, 사이버펑크 세계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극도로 발달한 과학세계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서 쓰인 연출 역시 비슷한 의도로 많이 쓰였습니다.
가장 커다란 의도를 갖고 한 편 전체에 녹여낸 연출은, 3화에 쓰여진 오메가에 대한 지칭어와 닌자에 대한 지칭어가 있습니다.
처음 주인공이 오메가를 지칭할 때는 '그것'이라고 지칭을 하다가, 대화를 하면서 '그'로 바뀝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모르셨죠? 그와 반대로 닌자를 지칭할 땐 사람임을 알면서도 '그것'이라고 지칭합니다.
이 질문은 다음 에피소드인 [미친 세계에서 살아가는 법]까지 이어집니다.
높으신 분들의 검은돈을 위해 재개발 지역을 폭력으로 밀어버리려는 부패한 정부와 그런 정부에 당하는 빈민을 위해 싸우길 결심한 해방 전선의 대립.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블랙스컬의 학살에 가까운 공격.
동료의 죽음을 보며 분노하는 그라타에게 주인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이 정당한지, 무엇이 정의인지,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이죠.
다만,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경고합니다.
물론 주인공이 그랬듯, 저 역시 정의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 불과하니까요.
여운이라는 생각하는 즐거움을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비옷을 입은 소드마스터]의 2편의 도입부. '항구의 하늘은 모든 방송이 끝난 텔레비전 화면 색이었다.'는 사이버펑크 문학작품 중 가장 유명한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 도입부 오마주입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도입부 문장이라, 좀 더 임팩트있는 곳에 쓰고 싶었는데... 어렵더군요.
일단 여기까지가 짧게 나마 써본 연출 의도와 썰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은유와 비유를 통한 사물과 색깔, 빛 등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이건 너무 길어지기도 하고, 예전 게시판에서 1권이 끝나고 작가의 말로 대략적으로 남기기도 했었습니다.
... 물론 장문의 작가의 말을 보시고 독자분들이 대탈출하시긴 했지만...(따로 공지로 글을 남기는 이유입니다ㅠㅠ)
다들 주말 마무리 잘 하시고, 저는 연재분으로 내일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안녀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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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후기]
여기까지가 1권의 내용입니다.
오늘은 혹시나 모르셨던, 또는 궁금해할 작품 내 연출에 대해서 짧게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주인공의 이름을 작중 인물들이 처음 부를 때, 왜 (Present)라고 따로 표기하냐... 라는 질문을 많이 하셔서 여기에 먼저 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아마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꽤 많으실 것 같은데, 주인공 이름인 ‘현재’의 영어단어 Present는 다른 뜻으로 ‘선물’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극 중 각성능력을 기프트(Gift). 즉, ‘선물’이라고 부릅니다.
둘 다 선물이라는 뜻이고, 주인공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강해질지 이름에서부터 보여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의도한 다른 뜻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선물’이라는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마 단번에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라. 이 작품의 주제입니다.
주인공 이름이 현재인 이유입니다.
...
로제의 이름은, 모두 알고 계시듯 장미라는 뜻입니다. 아름답지만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흔히 인물을 묘사할 때 많이 쓰죠.
로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에겐 그런 모습을 보이진 않지만, 첫만남 씬에서 총을 들고 협박하는 갱을 꺼지라고 쫓아냈을 정도로 강단이 있는 성격입니다. 이후에도 시니컬한 성격이 드문드문 드러나지만, 주인공과 얽히면 그게 많이 무뎌지는 느낌입니다. 그 이유는 작중에도 설명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언급될 것입니다.
이브의 이름은 다들 아시듯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과 이브의 그 이브입니다.
주인공이 왜 AI에게 이브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참고로 소울 시티의 AI인 제네시스의 뜻은 ‘창세기’입니다. (찡긋!)
로제의 사무실 천장벽화 ‘천지창조’는 인간(우주)의 탄생부터 타락, 멸망, 그리고 구원까지 그려진 작품입니다. 저는 이 중에서 마지막 그림인 노아의 방주에 주목했습니다.
작중에서도 짧게 언급되지만, 인간의 타락 때문에 대홍수로 인간세상이 멸망하고 노아일가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이었는데... 신의 의도와 다르게 그 사이에 또 다시 인간이 타락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이버펑크 세상과 너무 알맞은 그림이라서, 이 그림이 지금 작품 세계관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핵전쟁 이후 간신히 살아남은 인간들이 또 다시 타락하는... 이제는 신조차 포기한 그런 막장 세계요.
또 뭐가 있을까요? 음... 초반부 연출을 보셨으면 대부분 눈치채셨을 거라 생각하는데... 주인공의 상징으로는 ‘달’을 사용했습니다. 1화부터 시작해서 시간대가 밤이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달인 이유는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다른 빛을 받아야만 빛이 나기 때문입니다.
이브는 ‘별’이 상징인데, 추후 별보다 더 어울리는 그 이상의 상징으로 변할 예정입니다. 당연히 별과도 관련이 있긴 있습니다.
로제는 당연히 '장미'가 상징입니다. ‘태풍속 장미꽃처럼 위태롭지만 고고하며,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지만 아름답다.’ 로제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처음 캐릭터 시트에 적은 글입니다.
제가 주로 빛을 이용해서 연출을 하곤 하는데... 의도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빛=희망’이라는 베이스를 깔고 연출을 합니다.
초반부 감자농장 씬의 연출은 절망->희망으로 변하는 모습을, 칭다오 갱들과 싸울 때의 손전등 불빛이 갈라져 물 아래로 잠기는 건, 희망이 사라졌다는(갱 입장에서) 연출이었습니다.
다이손은... 다들 눈치채셨죠? 우리들의 플렉스 장소. 다이소가 다이손의 어원이었습니다. 솔직히 다이소=만물상. 인정?
여기까지 1권 내의 주요 연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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