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퀵바

천소의 서재입니다.

전체 글


[낙서장] 사공의 작은 꿈 속

♠밀의 꿈


 6살 이었던가 10살 이었던가 하는 것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솔직히 기억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계속 이상한 꿈을 꾸고 있었다.


 삑삑거리는 그런 이명이 귓가를 울린다. 어떨때는 윙-하는 소리가 나거나 찰그락 거리는 그릇 부딛히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 상황에는 이런 소리가 어울린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누나!'


 초조함, 걱정, 슬픔, 두려움. 그런 감정들로 가득찬 목소리와 얼굴.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를 본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팔을 들어 그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살짝 들리던 팔은 땅으로부터 10cm도 채 떨어지지 못하고 도로 추락하고 만다. 팔 뿐만 이 아니라 고개 또한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저쪽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꼬마아이가 하나 있다. 무엇하나 알 수 없는 꿈속이지만 어째서인지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꼬마아이가 하나.


 언젠가부터 몸속에서부터 들려오던 고동이 사라지고 있었다. 아직 한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전신마취를 한다면 이런 기분이 들까 생각해 보았다.


 삐- 그런 이명이 몸을 울리고 있었다. 몸이 아닌 어느 깊숙한 곳에서는 누군가 이제 쉬어도 좋다고 속살거리고 있다. 정말이지,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다.


 암흑, 이라는 생각이 들고나자 눈물을 흘리며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아직 채 동이 트지 않았는지 떠져 있는 눈에는 여전히 어둠이 비치고, 아련히 기물(奇物)들의 괴성이 들린다.


 이불 속에서 몸을 꼼지락 거려 소매로 눈가를 훔쳐내고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등을 집어 들었다. 막 잠에서 깨어서인지 잠시 깜빡이며 불안해 보이던 등은 곧 은은한 빛을 내며 방안을 밝힌다.


 어둡다고는 해도 별 물건도 없는 방안을 살피지 못할 정도도 아니였고, 별달리 어둠을 무서워 하는 성정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꿈을 꾼 다음에는 습관적으로 등을 집어 든다.


 덥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불을 걷어차지 못하고 꾸물거리고 있다. 뼈을 에는 추위도, 녹아 버릴 것 같은 더위도 이제는 먼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염력을 사용하면 주위의 온도를 어느정도 체온에 맞춰 줄 수 있었으니.


 몸을 일으키자 이불이 아래로 흘러내린다. 밀이라는 이름의 원인이기도 한 황금빛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뻗고, 꼬여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대충 고사리같은 손빗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해보려다 금세 포기하고 손을 떨군다. 얼추 정리가 되기야 했지만 거울도 없는 상태로 머리카락을 완전히 정돈하기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염력을 사용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는 해도 도제가 되지 못하면 스승들의 눈에는 다 같은 꼬맹이,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정돈해 주겠지.


 그런 생각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느릿느릿 겉옷을 입고있자 점점 창호지가 노르스름한 빛을 낸다. 자신도 모르게 이제 등불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등이 꺼지며 방안으로 창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방문이 불그스레한 빛을 내고 있었다.


 뒤늦게서야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펴고는 창문과 방문을 동시에 열어젖혔다. 처음에는 힘조절을 잘못해서 몇 번 경첩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지만 이제는 세밀한 조작도 제법이다.


 "좋은 아침, 빨리 일어났네."


 막 달력을 돌리던 참인지 스승 하나가 마당에 서있다가 밀을 보고 슬며시 웃어주었다. 스승의 손짓에 꼬여있던 머리카락이 금세 풀어내렸다.


 "좋은 아침!"


 활짝 웃으며 한 손을 쭉 내밀었다. 금세 옆방의 문이 열리며 언제나 처럼 옷도 제대로 여미지 않은 가림이 마당으로 폴짝 내려앉는다.


 가림과 스승이 서로 좋은 아침이라며 인사를 나누고 스승이 가림의 옷을 매무시 한다. 금세 나루며 벼리며 같은 건물을 쓰는 5명의 아이들이 모두 잠에서 깨어 마당으로 내려선다.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적어주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 낙서장 | 사공의 작은 꿈 속 18-01-12
2 낙서장 | 작은 아이의 기행 18-01-05
1 낙서장 | 아이의 이름으로 17-12-30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