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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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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3.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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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6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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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쪽

163

DUMMY

“오오! 슈페리얼 래퍼드가 아닙니까?!”


어느새 대화가 끝났었는지 뒤를 돌아보니 투기장의 당주라는 사내와 베르그가 다가오고 있었다. 목소리를 높인 것은 당주였다. 상당히 신이 난 모습이다.



“참말로 사나운 이걸 길들이다니. 공국의 조련술은 정말 대단하군요. 거기에 이토록 훌륭한 풍채의 말이라니.”

“아뇨. 둘 다 길들인 게 아니에요. 공국과는 관련도 없고요.”

“헛?!”


마치 있는 줄도 몰랐다는 양 당주가 화들짝 몸을 떨었다.


진정한 당주는 곧장 “애들이 있을 곳이 아니야! 얼른 꺼지지 못해?!” 라고 말할 줄 알았다.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였으니. 그러나 그는 침착하게 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보기만 했다. 아마 귀족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려는 게 아닐까.


알아보긴 쉬울 것이다. 현재 입고 있는 옷은 루비아가 준 옷이니까.


과연 공주님. 물려받은 것이긴 하나 어깨가 드러나는 청록색의 드레스는 만지기 무서울 정도로 고급스럽다. 정작 건네준 루비아는 버리려고 고민하던 거라 막 굴려도 된다고 했지만.


거기에 에르가 아직 쌀쌀하다며 상체를 덮는 겉옷도 준비해주었다. 이 하얀색의 겉옷은 아마 에르의 신 작품일 거다. 품질은 말할 것도 없다. 메인인 드레스의 개성을 해치지 않게 너무 과한 디자인도 아니고.


무엇보다 기다리고 있었으니 알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귀족으로 보인다는 게 반가운 건 아니지만.’



“역시나로군요. 위대한 제국도 독자적으로 사역하는 법을 터득했군요. 그건 참 좋습니다. 마수의 힘은 여러모로 굉장하니까요. 솔직히 조금 탐이 납니다. 하하.”


어찌 된 것인지. 당주는 몸을 획 돌리더니 베르그를 향해 말하였다.


귀족인 것을 떠나 말을 한 상대를 무시하는 건 무조건 결례다. 당황한 베르그는 이를 지적하려고 했다.


그러나 베르그의 입이 열리기 전에 먼저 당주의 말이 나왔다.



“어떻습니까? 전하. 간만에 이벤트 매치를 열까 하는데, 저 슈페리얼 래퍼드를 주금화 50냥, 군마는 주금화 100냥에 팔아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아. 군마는 당연히 짐차를 끄는 용도로 쓸 겁니다. 메인 매치 용으로 잡아 오는 몬스터는 대체로 무거우니까요.”

“무, 무슨! 저 마수들은――”

“――안 팔 건데요? 아뇨, 그전에 팔고 말고를 논할 거리조차 안 되는데요?”


깜짝 놀라 더듬는 베르그의 말을 끊은 리아는 차가운 시선을 올렸다.


당주는 저도 모르게 주춤, 발을 끌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다 이내 어린아이의 시선에 물러났다는―― 투기장을 운영하는 자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는지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호위들도 당주에게 모욕을 줬다고 생각했는지 같이 쏘아봤다.



“실례이지만, 전하. 사용인의 교육이 좀 필요할 거 같습니다. 아직 수습이라고는 하나 기본조차 안 되어 있지 않습니까. 어딜 감히 주인이 말하는 데에 끼어들기나 하고.”

“······.”


너무나 어이없는 소리에 베르그를 포함, 주위의 모두가 말을 잃었다. 루비아와 라프리트는 눈이 일자가 되어 열성적으로 토로한 당주를 노려봤다.


제법 안면을 트게 된 레스도 그러했다. 몹시 불쾌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감정이 별로 안 느껴지던 헤라드마저도 언짢은 듯이 보았다.


이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당주와 호위가 허둥댔다.



“저······ 전하, 무슨 일이신지······”

“하아. 자네, 마차에서 내리는 순서를 못 봤는가?”

“봐, 봤습니다. 분명 전하께서 마지막으로 내리셨지요.”


동의 한다는 듯이 호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모두가 탄식했다. 리아도.


기다렸으니 알리라 생각했던 것이 틀렸다. 설마 베르그가 내린 시점에서 마차엔 관심하나 안 줬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어쩐지 인사가 빠르더라니.’


당주가 인사를 한 건 땅에 발이 닿자마자였다. 빠른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그러나 당주의 처지도 이해는 된다. 누가 어떻게 알고 베르그보다 뒤에 내릴 줄 알겠나? 그럴 사람은 황제와 위로 있는 두 황자밖에 없을 텐데.


방문을 알렸을 때도 베르그의 이름을 댔을 터. 그 위로 누군가가 더 있을 거라고는 예측하기 힘들다. 보통 제일 윗사람의 이름을 대는 게 일반적이니까.


이번이 여러모로 특이한 경우다. 칼윈이 미리 행정 처리를 했다고는 하나, 어제 처음 방문한 최고 국빈의 이름과 얼굴을 알 방도 따윈 없다. 나라의 행정과는 연이 없는 투기장 운영인이라면 더욱. 그렇기에 베르그의 이름을 댔을 것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날 사용인으로 봤을 수도 있고.’


골이 아픈 듯했으나 베르그도 이 점을 고려했는지 나무라지 않고 좋게 설명하였다.



“손님도 같이 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예······ 분명 회담 때문에 공국과 벨루디스에서 오신 사자분들이 함께 하신다고 전달받았습니다.”


당주는 그 사자로 예측되는 인물인 루비아와 라프리트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 리아는 쏙 빠져있었다.


베르그는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회담은 그렇다 치고. 어째서 손님이 한 명씩일 거라 단정하는 겐가?”


그제야 이해한 듯 당주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기 싫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어필하고 싶었나 그는 따지듯 물었다.


본인의 숨통을 조여올 질문을.



“그러하온데 어찌 마차의 뒤로 빠져 계셨던 겁니까?”

“자네도 두 눈으로 보지 않았나?”


이러나저러나 황자라는 입장상 백성의 실수가 마음에 걸린 베르그는 조심스럽게 비젠탈의 눈치를 살폈다.



“도대체 이 말이 무엇이길래······”

“비젠탈이라네.”

“비젠탈······ 아앗?! 그 비, 비젠탈이란 말입니까?!”

“이런 풍채를 지닌 말이 그 외에 달리 어디 있겠나?”


호위와 함께 경악하는 당주.


그러나 투기장의 운영인답다고 해야 하나, 곧 품평하듯 욕망이 담긴 눈빛으로 비젠탈의 전신을 살펴봤다. 덤으로 페리도. 덕분에 기분이 무척이나 나빠졌다.



“저 슈페리얼 래퍼드는······”

“그건······ 아니, 이렇게 된 김에 소개부터 먼저 하세. 여기 계신 분은 이스피리아 공이네. 벨루디스의 최고 국빈 신분이지. ――동시에 우리 제국의 최고 국빈이시기도 하네. 슈페리얼 래퍼드는 이스피리아 공의 동행이고.”


황자의 입에서 직접 나온 소리였음에도 두 나라의 최고 국빈이라는―― 기묘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가 믿기지 않는 듯하다. 당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얼이 빠진 얼굴을 했다.


보다 못해 칼윈이 준 신분증이라도 내밀어야 싶었는데, 그보다 먼저 당주가 정신을 차렸다.



“과연. 드래곤 슬레이어의 그······”

“알고 있었나?”

“업무 특성상 강자의 소식통엔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다만 용모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못하여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세스와의 일전은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이곳까지 정보가 퍼졌다 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베르그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투기장을 운영하는 엔가나라고 합니다.”


그리 서두를 땐 당주―― 엔가나는 머리를 깊게 숙였다.



“첫 만남부터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이스피리아 공. 귀공의 대명을 들은 순간부터 만남을 무척 고대했었는데, 이리되어 진심으로 유감입니다.”


리아는 잠시 당주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저도 자리를 비운 점이 있으니 당주님만의 잘못이 아니겠죠. 머리를 들어주세요.”

“말씀 감사합니다.”


송구하다는 양 엔가나는 몹시도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반성은 하지 않았겠지.’


반성할 마음씨의 사람이었다면 처음부터 따지고 들지도 않았을 거다. 겉보기로만 그럴싸하게 포장했을 뿐이었다. 처신엔 능숙해 보이니.


‘아니, 그렇지만도 않은가? 진짜 처신을 잘했으면 이런 일 자체가 벌어질 리가 없었을 테니 말이야. 저 어설픈 귀족식 복장도 좀 더 깔끔하게 됐을 거고.’


조금 걱정된다. 이런 자일수록 뻔뻔하고, 짜증 나도록 귀찮게 굴어댈 확률이 높으니까.


그러나 모처럼의 초대를 망칠 순 없어 리아는 눈빛으로 베르그에게 신호를 보냈다.



“자자. 그럼 정리도 된 듯하니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나?”

“아아. 그렇죠. 내 정신 좀 봐라. 전하, 따라오시지요. 곧 경기가 시작됩니다. 여러분들도. 마차와······ 비젠탈은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사람을 세워두겠습니다.”

“고맙네.”


천천히 걷기 시작하는 엔가나를 따라 일행들도 움직였다.



“저 비젠탈 씨, 금방 다녀올게요. 미안해요, 맨날 기다리게만 해서.”

《괜찮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음 갈 곳은 되도록 비젠탈이 기다리지 않는 곳으로 가자고 해야 하나.


재차 미안함에 고개를 숙인 리아는 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겨우 옮겼다.



“페리도 미안해요.”

《네가 왜 사과하냐? 저 간사한 녀석이 잘못한 거지.》

“후후. 페리도 느꼈었나 보네요?”

《잘난 척하지 마라. 너보다 먼저 알았다. 난 보자마자 알았으니까. 그리고 저런 녀석들은 남긴 먹이를 주워 먹기 위해 집요하게 구니 조심해야 할 거야. 지금도 봐라. 너는 기다리지도 않은 채 그냥 가잖냐. 생각이라는 게 있는 놈이라면 한 번쯤은 돌아봤을 텐데. 네 아들도 안중에 없고.》


그것 말고도 슬쩍슬쩍 델리안을 탐욕스럽게 쳐다보기도 하지만.


그러나 언급하지 않고 리아는 능글맞게 물었다.



“충고해 주는 거예요?”

《그러겠냐? 나한테까지 불똥 튀지 말라는 거지.》

“솔직하지 못하긴. 어쨌든 고마워요, 페리.”


살짝 미소 지은 리아는 페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르도 고마워요, 걱정해줘서.”


에르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한 사람 더. 감사를 전해야 하는 분이 있지 참.’


리아는 앞서 나가는 일행의 뒤를 따라붙었다.


델리안과 아이리스, 친구들이 마음에 걸렸었는지 슬쩍 돌아본다. 리아는 그런 그들에게 괜찮다는 뉘앙스로 눈짓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로즈를 호위하고 있는 가베인의 팔 옷깃을 살짝 잡아당겼다.



“고마워요, 가베인 씨. 화내줘서.”


가베인, 그는 엔가나가 무례하게 굴기 전부터―― 리아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때부터 화를 내주고 있었다.


물론 겉으로 티가 나진 않았다. 그렇지만 몸속에 있는 마력은 그의 감정에 호응하여 폭발할 듯 꿈틀대고 있었다. 이를 통해 가베인이 화를 냈다는 것을 알아봤다.


왜 그가 이렇게 화를 낸 건지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대충 짚이긴 해도.


뭐가 됐든 감사를 전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므로 머리를 숙이는 데에도 저항이 없었다.


예를 받은 가베인의 눈이 살짝 커졌다. 뜬금없음에 놀라는 것 같기도, 알아챈 것에 놀라는 것 같기도 하다.



“별말씀을······”


가베인은 로즈도 모를 정도로 작게 답하며 묵례했다.


그것으로 끝.


하지만 딱히 뭔가를 바라고 전한 감사가 아니다. 리아는 만족하고는 호위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의 팔을 놓았다.


그 순간 정말 짧았지만 가베인의 눈에 옅은 아쉬움이 배어있었다.






엔가나를 따라와 도착한 곳은 투기장의 훤히 잘 보이는 명당. 축구장에서의 VIP 같은 룸이었다.


아니, 그냥 VIP룸이라고 하면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전방이 훤히 뚫려, 관객석과 드문드문 핏자국이 눌어붙은 경기장에서도 잘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마치 주인공을 앉혀놔야 할 것만 같은 이 30평 남짓한 방에―― 그것도 바깥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육중한 중역 의자가 7개 놓여있었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저 중 하나는 자신의 자리라는 걸.


그러나 심히 부담되었던 리아는 일일이 숫자를 세보았다.



“뭐하냐? 얼른 앉지 않고.”

“어······ 어디에요?”

“어디긴 어디야. 상석이지.”

“네······?”


리아는 돌아봤다. 놓여있는 의자 중에서도 한껏 치장된 의자를······


몇 번을 다시 봐도 화려하다.


――그래. 마치 황제가 앉을 것처럼.


저런 곳에 앉을쏘냐. 바라는 곳은 가장 구석진 끝자리. 거기라면 그나마 주목도가 덜하다.


이러한 뜻을 담아 리아는 항의했다. 물론 주위에 엔가나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이 있다 보니 속사이듯 작은 음성이었다.



“제가 왜요?! 황자님이 앉아야죠!”

“그거야말로 왜? 너 최고 국빈이야. 베르그보다도 네가 위라고.”

“어······ 루비아 씨, 화났어요?”

“그래 보여?”

“네. 무진장하게.”

“호······ 너 진짜 의외의 특기가 있는데?”

“그, 그럼?”


루비아는 꽃이 핀 듯 활짝 웃었다.



“정답. 그러니까 토 달지 말고 냉큼 가서 앉아.”

“시, 싫어요!”


몹시도 드문 완강한 저항에 루비아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물러서 줬다.


‘웬일이시지?’


루비아치고는 있을 수 없게 시원스러웠다. 그러나 저 눈에 띄는 자리에 앉지 않게 된 거다. 리아는 속으로 환희를 내지르며 기뻐했다.


그 기쁨이 오래가지 않았지만······



“베르그 전하? 전하께선 어디에 착석하실는지요? 왼쪽, 오른쪽, 어느 쪽이 좋으셔요?”


‘왼쪽? 오른쪽?’


당연히 제일 상석인 가운데에 앉는 게 아닌가? 거기엔 왼쪽, 오른쪽이랄 것이 없다.


의아할 뿐인 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는데, 정작 질문을 받은 베르그는 고민도 없이 산뜻한 표정으로 오른쪽 자리를 가리켰다.



“소베르비아 공주께서 왼쪽에 앉으시지요. 그늘이 져서 잘 보일 겁니다.”

“어머? 오른쪽은 양달이 지나요? 그럼 전하께서 불편하신 게······”

“심한 건 아닙니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니 기왕 오신 거 편히 관람하시면서 즐겨주시지요.”

“그렇군요. 배려 감사합니다, 전하.”


그리 대화를 마친 루비아가 리아에게 권했다. 악마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사악한 미소로······



“자아~ 리아 양? 먼저 앉아 주시겠어요? 그래야 저희도 앉지요.”


귀족의 상식이자 예의다. 상위자가 앉지 않는 한 하위자는 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상위자다. 루비아는 아직 포기한 게 아니었다.


물론 루비아에게 틀린 점은 하나 없다. 최고 국빈이라는 직책은 일국의 왕으로서 모셔진다. 분명하게 여기 있는 멤버 중에서는 가장 상위자다.


하지만 리아의 원래 태생은 평민이다. 순순히 따를 순 없다. 그렇게 하기엔 진짜 공주님과 왕자님들 사이에서 너무나 뻘쭘하다.


‘그, 그래! 난 루비아 씨만치 뻔뻔하지 않다고!’


절박한 심정으로 리아는 라프리트를 봤다. 그녀는 여러모로 공주와도 비슷한 직책. 발언력이 있다. 거기에 아이리스와도 견줄 수 있는 천사다. 반드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줄 것이다.


리아는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무참히 무너졌다. 라프리트가 미안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던 거다.


천사마저 포기한 것이다. 더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는 악마의 옥좌로만 보이는 저 끔찍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운명을 받아들인 건 아니지만, 계속 서 있을 수는 없다. 리아는 잔뜩 울상이 되어 발을 끌듯 천천히 걸었다.


하지만 이를 제지하는 엔가나의 외침이 울렸다.



“왜 상석에 저 꼬마―― 이스피리아 공이?”


갑작스럽게 외친 반대 의견에 다들 ‘이 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라는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물론 리아는 아니었다. 리아만은 속으로 열심히 그를 응원했다.


‘그래! 왜 내가 저길 앉아야 해?! 좋아요. 더, 더! 더 힘을 내봐요, 엔가―― 어쩌구 하는 아저씨! 꼬마라고 한 건 봐 드릴게요!’



“자네, 아까 나의 이야기를 벌써 까먹은 건가?”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고 국빈이라고는 하나 어찌 전하를 제쳐두고······”


기세 좋게 나온 엔가나―― 엔가 어쩌구의 말은 날카롭게 쏘아보는 베르그의 눈빛에 점차 작아졌다.


‘아, 안돼! 쫄지 말란 말이야! 남자가 칼을 빼 들었으면 무라도 잘라야 한다는 말도 몰라?! 계속해서 항변해! 날 위해 포기하지 마!!’


열렬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엔가 어쩌구는 침묵하고야 말았다. 그를 흘겨본 베르그는 몸을 돌려 정중히 가슴에 손을 얹어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스피리아 공. 조금 전에 이어 또다시 결례를······”

“아. 거기서 그만 두―― 응? 아아. 아뇨. 사과하지 않으셔도――”

“――정말 그러네요. 대체 교육이 어찌 된 건지 원. 기본조차 안 되어 있지 않습니까? 감히 왕자와 공주가 있는 자리에서 함부로 끼어들기나 하고. 당주이면 귀족을 나름 만났을 텐데 이리도 예의가 없을 줄은······. 혹시 수습 기간인 신참 당주이어요?”


명백히 비꼬는 말―― 아까 본인이 한 말을 따라 한 언사에 엔가 어쩌구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러나 그는 따져 들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소베르비아 루 몬테르. 일국의 공주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루비아의 말은 베르그에게 향한 것이다. 그러니 엔가 어쩌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지금 막 한마디 들은 참이었으니 더더욱.


당연히 이 모든 건 리아에게 악재였다. 말이 잘린 건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그만둬요, 루비아 씨. 이럴 때만 착해지지 마요. 동아줄을 자르지 말라고요. 엔가 어쩌구 아저씨 완전 기가 죽었잖아요! 아까 저를 무시하던 행동을 그대로 갚아준 건 좀 고맙지만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항변하지만, 어차피 마음속에서만이다. 들릴 일도 없이 둘의 대화는 이어졌다.


희망을 잃은 리아가 멍때리는 동안 대화는 금방 끝났다.


요약하자면 엔가 어쩌구는 40년이 넘게 당주로 있었다고 하며, 황가에 충정이 지나쳐 벌어진 일이니 제발 용서해달라 정도가 되겠다.


그 장본인인 엔가 어쩌구도 주변의 압박 때문에 머리를 숙였다.



“거듭 결례를 저질러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스피리아―― 님.”


호칭도 ‘공’에서 ‘님’으로 상승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로 말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여전히 반성은 없는 듯하나 걸고넘어지긴 좀 귀찮다.


이쯤에서 대강 넘어가자. 실질적으로 피해를 본 것도 아니고.


라프리트와 레스는 좀 불만이 남은 듯도 하였으나, 이쪽의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했는지 조용히 수긍해줬다. 왠지 루비아와 에르의 낌새가 조금 묘했지만.


그렇게 나름은 온화하게 사건이 종료되고,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꿀꺽.


마음을 정한 건 아니다. 그러나 선택권은 없어 보인다.


또다시 울상이 된 리아는 뚜벅뚜벅 악마의 옥좌로 향했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서 술렁임이 일어났다. 대부분―― 아니, 전원 누구냐고 쑥덕거리는 것이었다.


원치도 않는 관심에 리아는 울상이었던 얼굴이 굳었다.


‘와······ 투기장 인기 좋구나. 사람들 많은 것 좀 보소. 그러고 보면 여긴 즐길 오락 같은 게 별로 없었지?’


오엘문리아도 사람 사는 곳이라 오락은 나름 가짓수가 다양하긴 했다. 그러나 전세계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전자오락을 해봤던 리아에게는 아무래도 재미가 떨어지게만 느껴졌다.



“아니. 현실 도피해봐야 어쩔 수 없지. 앉기나 하자.”


자포자기한 리아는 천천히 불길함이 가득한 악마의 옥좌에 앉았다.


술렁거림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건 약과였다. 베르그가 등장하고 오른쪽 옆자리에 앉자, 영문을 알 수 없음에 비명과도 가깝게 변했다.


‘베르그 씨의 얼굴을 모른다면 이런 반응도 없었겠지만.’



“전하께선 자주 투기장에 오셨나 봐요?”

“자주는 아니네만. 가끔 폐하와 함께 행사가 있을 때 들르는 정도라네.”

“그, 그런 것치고는 다들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나도 의외였네. 다들 별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본인도 얼떨떨한 듯한 베르그.


확실히 황자라는 좋은 핏줄인 만큼 진한 적갈색의 머리칼이 흔들리는 그는 무척이나 잘생겼다. 차분한 인상에 어울리게 턱선도 잘 빠졌다. 몸도 제국 출신인지라 제법 다부졌다. 솔직히 전체적으로 꽤 부럽다.


그런 베르그이니 직책과 함께 듣는다면 잊기란 힘들지 않을까 한다. 그의 자신감 없는 모습과 달리.


흠흠. 리아가 고개를 주억거리는 사이 다들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마차에서 내릴 때와 마찬가지로 순서가 있는지, 루비아가 먼저 앉고 베르그 옆엔 로즈가, 다음엔 루비아 옆에 라프리트 순이었다. 맨 끝 양옆에는 레스와 헤라드가 앉았다.


라프리트에게 기본적인 예절을 배우긴 했으나, 이건 빠져있었던 터라 새롭게 배우게 됐다.


모두가 앉고 나자 이윽고 귓가에 잘 박히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래 기다려주셨습니다! 귀빈들께서도 모두 참석해주신바, 이제 곧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됩니다! 물론 내기 또한 진행되오니 다들 현명한 투자를 해주십시오!”


관객들은 기대된다는 양 관심을 거두고 저들끼리 떠들어댔다.


대다수의 시선이 떨어지자 리아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도 살짝 풀려 뻣뻣하게 굳은 미소를 유지하던 것도 느슨해졌다.


진행자의 선언대로 경기는 곧 시작되었다.


2주년마다 실시되는 무왕을 뽑는 가장 유명한 대회는 내년이라고 한다. 그전까지는 무왕과는 별개의 순위 결정전을 치르는데, 이번 경기는 본선이라고 할 수 있는 32강의 첫 경기였다.


각자의 소개에 맞추어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등장했다. 경기방식은 1:1 대결로 각 코너 끝에서 한 사람씩 나왔다.


예선을 통과한 사람들답게 둘 다 제법 관록이 느껴졌다.


‘우와. 우뢰 라는 이명이 있는 거야? 진짜 창피하겠다······. 앗. 상대편 아저씨, 너무 부러워할 필요 없어요. 없는 게 좋은 거예요.’


긴장하던 것도 잊고, 리아는 먼저 나와 상대의 소개를 은근히 부럽다는 듯 듣고 있던 신입 도전자를 응원했다.



“이스피리아 공도 걸 텐가?”

“아. 내기 말인가요?”

“그렇네. 누구에게 걸겠나?”


딱히 이런 거에 돈을 쓰고 싶진 않지만 모처럼 권유해준 거다. 조금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신입이신 분이 이길 거 같네요.”


의외의 대답이었나, 베르그는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상대는 8연속 본선에 진출한 강자라네. 전 대회 19위였고.”

“그래서겠죠. 너무 해이해졌어요. 아마 최근엔 먹고 놀기만 했을걸요? 근육들이 다 풀려있어요. 그러니 방심하지만 않으면 거의 이길 거예요.”

“그런 걸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는 건가?”

“저도 다 거쳐왔던 길이니까요.”

“과연······. 흠. 그렇다면 무신류의 신예로써 눈여겨봐야 하나······”

“무신류요?”

“아아. 제국에 있는 큰 문파 중의 하나인데――”


설명하는 도중 큰 종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들어야겠다. 곧장 집중하는 베르그에게 재차 묻기도 그러고.


‘별로 안 오셨다는 말과 달리 꽤 빠지셨나 보네. 눈여겨본다고도 했고. 하긴 남자라면 강함이라는 것에 사족을 못 쓸 테니.’


남자란 그런 것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끌릴 수밖에 없는 소요인 거다.


깊게 공감하며 리아는 경기장을 내려다봤다.


시작과 동시에 양 선수는 상대를 향해 달려갔다.


대결에 딱히 규칙은 없었다. 대인용 공격 마법만 아니라면 뭐든 허용된다는 모양이다. 그 외에는 상대를 죽이면 실격이 전부였다. 핏자국을 봤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잔혹한 구경거리이지 않을까 싶다.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있으니 두 선수가 맞붙었다.


선제공격을 한 건 신입 도전자였다. 그는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겸 빠르게 롱소드를 내려쳤다.


한 손마다 토마호크처럼 생긴 외날 도끼를 든 19위의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었다. 그리고 도끼를 겹쳐 날아드는 롱소드를 막아냈다.


쇳소리가 크게 난다. 동시에 “윽!” 하는 신음이 치솟는다.


롱소드에 담긴 힘은 생각보다 많았다. 이를 오인했기에 19위의 남자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을 것이다. 좀만 잘못됐으면 방금 일격으로 경기가 끝났을 거다.


기회를 포착한 신입 도전자는 몰아붙였다.


사방팔방으로 들어오는 공격에 기세를 잃은 19위의 남자는 허겁지겁 받아내기에 급급했다.


일방적인 경기 흐름. 관객들은 야유 또는 열화와 같은 환호를 보냈다. 이에 힘을 얻은 것인지 신입 도전자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더 이상 받아낼 수 없게 된 19위의 남자는 바닥을 굴러 칼날을 피해냈다.


찬스다. 신입 도전자는 자세가 무너진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거리는 짧다. 순식간에 육박한 신입 도전자는 승리를 확신하며 겨눈 롱소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너무 이른 확신이었다. 남자는 오히려 신입 도전자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노련하다고도 해야 하리라. 반응하기 어려운 그 틈에 남자는 왼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던졌다.


꽤 부메랑 같이 생겼다 했더니 잘 날아간다. 딱히 그게 아니더라도 저 거리라면 뭔들 잘 날아가겠지만.


맞으면 치명상이다.


당황한 신입 도전자는 허겁지겁 쓰러지듯 상체를 뒤로 눕혔다. 대처가 늦지는 않아 도끼는 배 위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손에 들고 있던 롱소드를 내동댕이쳤다.


분명 멈추기엔 늦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무기를 잃었다.


전세가 역전되자 야유하던 관객들은 좋아서 꽥꽥 소리를 질렀다. 남자도 본인이 유리해졌음을 알고 씨익 웃었다.


실제로도 신입 도전자는 불리해 보였다. 무기가 없는 그에 비해 남자는 들고 있었으니. 더군다나 날렸던 도끼마저도 빙글빙글 돌아 남자에게로 돌아왔다.


이는 남자가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 형태의 마도구 덕분으로, 거기에 담긴 마법은 지정한 물건을 돌아오게 하는 것이었다.


다만 막 돌아오게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힘의 진행 방향을 바꿔 돌아오게 할 뿐이었다. 그래서 남자도 온 힘을 다해 던진 것이었다. 살살 던지면 돌아올 힘이 부족해 도중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막상 알고 나면 간단하지만, 발상은 나쁘지 않네.’


이후로는 처음과는 반대로 일방적인 전개가 펼쳐졌다. 무차별적으로 도끼를 휘두르고 던지는 남자의 공격을 피해 신입 도전자는 정신없이 회피에만 전념했다.



“이거 그만 경기를 종료해야 하는 게 아닌가?”


승산은 없다고 봤는지 베르그가 넌지시 물었다. 그와 함께 한 걸음 물러나 경기를 관람하고 있던 엔가 어쩌구에게서 피식 웃는 소리가 났다. 예측이 틀린 것을 비웃는 게 아닐까.


‘무례하구먼.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뇨. 도전자 아저씨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기회를 엿보고 있죠.”

“으음. 그런가?”

“잘 생각해보세요. 여태 맞은 공격이 있나요?”

“아니······ 그건 없네만. 하지만 정말로?”

“네. 기다리면 틈이 날 거예요.”

“설마 일부러 체력을 빼는 건가?!”

“맞아요. 공격에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건 아시죠? 저리 격하게 움직이니 금세 지치겠죠. 거기다 요즘 게을렀으니 어떻게든 빨리 끝내고 싶어 조바심이 들 거예요. 그에 비해 도전자 아저씨는 여유로워요.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체력을 온존하고 있죠.”

“그러면 곧······”

“승부가 갈리겠죠.”



과연 그러려나 싶은 뉘앙스로 엔가 어쩌구가 어깨를 들썩이는 게 느껴진다.


그것을 무시하고 리아는 진지하게 경기장을 보는 베르그를 따라 두 선수를 쳐다봤다. 슬슬 때가 됐다. 남자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다급해진 남자는 도끼를 던짐과 동시에 신입 도전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이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신입 도전자는 날아오는 도끼를 맨손으로 쳐내면서 다른 손은 대각선으로 길게 내려쳤다.


남자가 반응하기엔 늦었다. 도끼를 내려치는 것보다 먼저 신입 도전자의 손이 지나쳐갔다.



“크헉!”


몸통이 대각선으로 베인 남자의 몸에서 선혈이 솟구친다. 힘겹게 자세를 잡으려고는 하나 힘이 빠진 상태에서는 힘들다.


변수를 남기지 않기 위해 도끼마저 빼앗은 신입 도전자가 남자의 앞에 섰다.


승패가 정해졌다.


――그때 관객 중 일부가 비명을 질렀다.


신입 도전자의 시야 밖, 던졌던 도끼가 돌아오고 있었던 거다.


이것이 남자가 노렸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노렸던 한 수. 그 또한 순순히 패배할 마음 따윈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역전승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어······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으니까.’


예상은 적중했다.


다가오는 도끼의 존재를 진작에 파악했던 신입 도전자는 휘리릭, 도끼를 돌려 날아오는 도끼에 얽듯 갖다 댔다. 그것만으로 날아오던 힘은 완벽히 상쇄되어 자연스럽게 신입 도전자의 손에 떨어졌다. 회전하는 도끼를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어야만 가능한 곡예였다.


눈앞에서 이를 직접 본 남자가 더 잘 느꼈을 것이다. 마지막 노림수까지 모두 파훼된 그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정말로 이스피리아 공의 말대로 끝났군그려.”


투기장을 들썩거리게 하는 함성과 함께 베르그가 감탄한 듯 중얼거린다.


그러나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너무나 뻔한 결과였다.


시작하기 전에 살펴본 남자의 마력레벨은 66. 대충 베르다드의 1학년 중 상위권 수준이다.


그에 비해 신입 도전자의 마력레벨은 142였다.


마력레벨이 전부가 아니라 할지라도 이만큼이나 차이가 나면 전투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걸음걸이에서부터 실력 자체에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결과를 맞히지 못하면 되레 그게 이상할 지경이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으니 대충 운이 좋았다며 얼버무렸다.


‘응. 혀를 차는 엔가 어쩌구 아저씨는 못 본 척하자고?’



“아. 근데 다친 사람들은 어디서 치료하나요?”

“투기장에서 고용한 치유사가 있네. 시합이 끝나고 그들에게 치유를 받지.”

“흉터는 안 남나요?”

“깊은 상처만 아니라면 흉터는 남지 않을 거라네. 제법 실력이 좋은 치유사를 들였다고 했으니 말이야. 그렇지 않나?”

“예, 전하. 어렵게 2급 치유사를 고용했습니다.”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자의든 아니든 대중 앞에 섰다. 바라보는 눈들이 많으니 라프리트에게 배운 대로 고상하게 말로만 감사를 전했다. 최고 국빈에 어울리게 머리 따윈 숙이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엔가 어쩌구는 흠칫했다. 아마 눈도 동그랗게 뜨고 있지 않을까. 돌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세인트리안과 친하다더니 여긴 제대로 치유사가 활동하는구나. 벨루디스처럼 마구 덤터기만 씌우지 않고.’


더럽고 치사하다고 생각하면서 리아는 경기장을 쳐다봤다.


경기장엔 다수의 직원이 들어와 푹 패인 바닥을 마법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매 경기가 끝난 뒤 이런 식으로 보수를 하는가 보다.


상당히 숙련됐을 그들의 작업은 빨랐다. 금세 정리되고 바로 다음 경기가 펼쳐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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