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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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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4.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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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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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52-2

DUMMY

“왜 내가······”


저 혼자 남 일처럼 티타임을 가졌던 게 천벌이 되어 돌아온 것인가.


어째서 이렇게 된 건지 조금도 이해되지 않는 심정으로 리아는 멍하니 앞을 올려다봤다.


높디높게 올린 시야 비치는 건 군청색의 흑진주 같은, 멋들어진 갈기를 지닌 거대한 말―― 비젠탈이 있었다.


그렇다. 현재 리아가 있는 곳은 온갖 종류의 기마를 맡아주는 관리장―― 관사의 안이었다.


대낮부터 이곳에 온 이유는······ 당연히 강압적인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압력이란 바로 루비아. 어제 서로 좋게 좋게 끝맺은 베르그들과의 만남 이후 그녀는 한 가지의 부탁―― 아니, 명령을 하달하고 돌아갔다.


당연히 비젠탈을 만나러 오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오히려 만날 핑계가 생겨 반겨 마지않았다.


문제는 루비아의 부탁.


그야······ 마차를 끌어달라고 하는 말이 어디 쉽게 떨어지기나 하겠는가. 지성이 별로 없다면 지구에서처럼 평범히 데리고 나갔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물론 베르다드에 올 때 그가 끌어주는 마차에 타긴 했다. 하지만 그건 꽤 친할 터인 리카드가 부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화만 좀 나눠본 자신이랑은 다른 것이다.


이러하니 이곳에 오기 직전까지도 거칠 게 저항하며 반발했었다. 여차하면 공국에 갔을 때처럼 에인샤론드라도 부르면 되는 게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의견은 즉시 퇴짜를 맞았다.


에인샤론드를 타고 갈 수 있었던 건 중립국가인 벨루디스이니 가능했던 일로, 제국에는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한다.


착륙 허가는커녕 벌집이 되기 딱 좋다나 뭐라나.


외교적으로 큰 문제일뿐더러, 이를 추진한 베르그나 로즈린느는 잘못하면 반역죄로 처형당할 수도 있는 중범죄. 사회적인 것을 넘어 물리적으로도 저 둘의 현생을 끝장내기 딱 좋은 제안이란다.


무슨 원한이 있다고 그런 짓을 하겠는가. 에인샤론드를 부른다는 제안은 즉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한 건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따지고 들었다. 그러나 도리어 주말 안에 제국을 다녀오는 방법은 비젠탈을 이용한 것만이 전부라고 설득되기만 하였다.


결국 루비아와의 설전은 완벽한 패배. 등 떠밀리듯 이곳 관사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른다.


‘다 좋다 치지만, 왜 나까지 제국에? 이동 수단까지도 몽땅 내가 책임지게 됐고 말이야. 뭔가 불공평하지 않아?’



“역시 그만두시는 편이······”


거듭되는 한숨에 관리장을 담당하는 관리인인 바르잔토가 걱정스럽게 말을 건다.


리아로서도 절대 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지만 내뺀다는 선택을 할 순 없었다.


쌍심지를 켜는 루비아를 떠올린 리아는 흠칫 몸을 떨고는 한 발짝 비젠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마음을 굳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저······ 비, 비젠탈 씨? 너, 너무 화내지 마시고 들어주세요.”


거기까지 말한 리아는 몰려오는 긴장감에 크게 심호흡하였다.



“호, 혹시 괘, 괜찮으시다면······ 마······마차 좀······ 끌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말을 하고도 이게 무슨 짓이냐며 리아는 몸서리쳤다.


그런 황당한 부탁을 들은 비젠탈은 차분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묵묵히 보기만 하니 화난 게 아닌가 싶었던 리아는 움츠러들고는 더더욱 빠르게 몸서리를 쳤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들려왔다.



《알았다.》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노신사 같은 차분하고 굵직한 목소리는 분명 부탁을 받아들인다고 말하였다.


믿기지 않아 기억을 몇 번이나 되돌려보았지만, 제대로 들은 게 맞았다. 비젠탈은 마차를 끌어준다고 한 것이다.


기쁨이 차오른 리아는 따라와 준 페리를 끌어안았다. 성가시다는 듯 몸부림을 치긴 했지만 흥분한 리아를 막은 순 없었다. 겨드랑이가 붙잡힌 페리는 일명―― 날아라, 날아라 비행기를 한동안 타게 되었다.


가장 힘들 것이라 예상했던 비젠탈이 승낙하자 나머지 일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승차감이 훌륭했던 마차를 빌려달라 요구하니 리카드는 너무나도 선뜻 건네주었고, 타국으로의 외출 허가 또한 그가 당일에 전부 처리해줬다.


이후 보고를 하러 간 루비아에게 듣기로는 상당히 이례적인 속도라며 놀라기도 했다. 필시 리카드가 꽤 애썼을 거라고 드물게 칭찬도 하였다.



“아. 그리고요. 돌아오는 길에 레오노반 전하와 마주쳐서 인사도 했어요!”

“그, 그랬습니까? 바빠 보이신다고 했더니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고생하셨어요.”

“헤헤. 고마워요.”


리카드가 직접 손봤다는 호사로운 마차 안. 옆자리에 앉은 라프리트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당최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얼떨떨하면서도 노고를 위로한다.


심성이 착한 그녀답다. 멋대로 일을 진행한 주제에 준비 과정을 모두 떠넘긴 누구와는 정말 너무 다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맞은편에 앉은 사람에게서 날카롭게 쏘는 말이 나왔다.



“그 누구는 혹시 날 말하는 걸까나?”

“치, 치사해요! 혼자 생각을 읽지 말라고요!”

“그럼 너도 재주껏 읽어. 누가 읽지 말라고 했어?”

“······.”


매번 느끼지만 그녀, 루비아에게 말빨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


처참한 패배를 인정한 리아는 얌전히 찌그러져 있기로 했다. 하나 적립했다는 루비아의 중얼거림도 조금은 무섭고.



“그런데 루비아 님. 어째서 저까지 끌어들이신 겁니까?”

“다 알면서 묻네.”

“명분 때문이라는 건 압니다. 비젠탈 씨를 대동했는데 벨루디스의 사람이 빠질 순 없으니까요.”

“그래. 이른바 관리 감독이지. 그런 게 필요하나 의문밖에 안 들긴 해도. 뭐, 그러니 겨우 너 하나만을 동행시킨 거겠지만.”

“하지만 용케 비젠탈 씨가 부탁을 받아들이셨네요.”

“뭐어······”


루비아는 명확한 대답 대신 이쪽을 쳐다봤다. 라프리트도 그녀를 따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당연히 부담스러웠던 리아는 은근슬쩍 왼편의 라프리트와 거리를 벌리면서 반대편에 있는 에르에게 달라붙었다.


이러한 뜻을 알아준 것인지 라프리트는 별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요? 뭘 꾸미고 있는 거죠?”

“남이 들으면 오해할 소리 좀 하지 마라. 그냥 우리나라에 올 때랑 비슷한 거야.”

“충분히 꿍꿍이속이 가득하네요.”

“······.”


기가 찬 것인지 잠시 침묵을 보이던 루비아. 그러나 곧 맥이 빠진 것인지 의욕 없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어쨌든 네 예상대로야. 제국에 볼일이 있는데 넌 이래저래 관록은 없으니까 데려왔어. 괜한 경계는 영 성가시잖아? 적당히 저 말괄량이 황녀님에게 어울려준다는 모양새로 비치겠지. 너라면 리아도 편할 테고.”

“오오. 루비아 씨······”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해서 그런가. 루비아가 해준 배려가 엄청 감동스럽다. 물론 다 떠넘긴 원한은 잊지 않았기에 바로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지만.



“쯧.”

“여, 여하튼 그래서 비젠탈 씨를 데려왔군요.”

“그래. 2대나 연결한 마차를 이끌고 주말 안에 돌아올 기마 같은 건 비젠탈이 유일할 테니.”


그렇다. 마차는 리카드가 빌려준 것과 황자들이 타고온 마차. 이 2대를 서로 연결해 놓은 상태였다.


굳이 이렇게 한 이유는 대단한 게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좁았기 때문이었다.


리카드의 마차는 6인승. 그나마 리아와 아이리스가 작은 데다가 다른 사람들도 덩치가 크지 않으니 8명이 탈 수 있었다. 참고로 앞좌석엔 유젯과 루비아, 아이리스와 델리안이. 뒷좌석엔 안네와 라프리트 그리고 리아와 에르 순서였다.


애당초 큰 마차를 타면 다 해결될 일이긴 했지만, 여기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루비아가 말해주었다.


첫 번째로는 속도.


일반 마차로는 고르지 못한 바닥 때문에 타고 있는 사람은 엄청난 고통을 겪는 데다가, 마차에 가해지는 데미지도 상당하다고 했다.


엉덩이의 고통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재수 없으면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는 꼴도 당한다고 한다.


비젠탈이 이끄는 속도라면 말할 것도 없다. 도중에 수리는커녕 얼마 가지도 못해 마차는 바로 쓰지 못하게 돼버릴 거란다. 타고 있는 사람은 더욱 처참해지고. 멀미 정도야 기본일 거다.


그래서 내구성 및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땅을 고르게 하는 마법이 달린 특제 마차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쉽게 말하면 비젠탈의 급에 맞는 마차가 필요하단 소리이다.


두 번째는 정치적인 이유였다.


한 장소에 타국의 사람끼리 오랜 시간 같이 있는 건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 수 있기에 권장하지 않는다는 모양이다. 미혼의 젊은 남녀들이라면 더욱이나.


다만 자국 내의 사람이나 동성들끼리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하니 참으로 묘한 예법이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다소 문제점이 있긴 하나 이 두 가지에 비하면 사소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갑작스럽게 잡힌 거다. 미리 이런 예정이 잡혀 있었더라면 위 조건에 맞는 마차를 리카드가 준비해줬을지도 모르나, 대형 마차의 공수와 개조에 소비되는 시일이 있으니 아무리 그라도 현실적으로는 무리다.


그래서 칸도 나누는 겸해서 곧장 할 수 있는 황자의 마차를 개수하기로 한 것인데, 이를 리카드가 바쁜 시간을 내 급하게 준비해줬다.


마광석이 듬뿍 들어가는 게 한두 푼 할 것이 아님에도 너무 선뜻 해주길래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그가 말하기로는, 사용된 술식의 분석은 시간적 여유 따윈 없을 테고, 분해한다면 재설치는 도저히 못 할 테니 상관없다고 했다.


굉장한 자신감의 표출이었는데, 덤으로 리카드는 돌아온다면 전부 회수해 처음과 완전 똑같이 만들 거라며, 부디 부담가지지 말고 편히 다녀오라고 미소로 전송해주었다.


본인의 실력에 그만큼 자부심이 있다는 뜻이겠지만 덕분에 살았다. 정 안되면 직접 개조하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그나저나 황손 씨는 괜찮으려나? 시속 450km쯤은 되는 거 같은데······ 멀미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창밖,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풍경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 리아는 아직 대화를 주고받는 친구들을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뒤 차량에서 들리는 헛구역질은 조금도 신경에 두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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