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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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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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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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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9,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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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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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5-2

DUMMY

귀빈관 내.


으구구, 늙다리 같은 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은 인디아는 풀어지는 긴장감에 크게 숨을 토해냈다.



“진짜 수명이 준 느낌이네. 그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허튼소리를 늘어놓고 있으니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앉은 사람은 리블리지였는데, 그녀는 뭔가 생각이 많은 얼굴이었다.


그리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에게 심한 소리를 들었으니 무리는 아니리라.


조금 걱정이 들어 안쓰럽게 리블리지를 보았으나······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 자세히 보니 리블리지는 딱히 풀이 죽었거나 하지 않았다. 되려 꽤 만족스러운 듯 살짝 눈가가 늘어져 있었다.



“괜찮았나 봐?”


은근슬쩍 능글맞게 물으니 리블리지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네. 기억이 있든 없든, 언니는 언니더라고요. 오래간만에 한 소리 들었네요.”

“뭐, 네가 맘 상하지 않았으니 다행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봐도 너무 서둘렀더라.”


직설적인 발언에 리블리지의 얼굴이 바로 흐려졌다.



“······반성하고 있어요. 언니로선 저는 처음 보는 사람―― 아뇨, 오히려 원수와도 다를 바가 없는 입장인데. 언니도 분명 제대로 사과하라고 말씀하셨건만 반가운 마음에 너무 기분이 앞섰어요.”

“그렇긴 해. 죽이려 들 땐 언제고 강아지 같은 눈으로 친밀감 따위를 내비쳐서야 걔도 어이가 없을 만하겠지.”


이 말이 결정타였나 보다. 풀이 죽은 리블리지는 고개를 떨구었다.


너무 심했나 싶었던 인디아는 살짝 당황해서 위로의 말을 건네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이를 막듯 리블리지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 그치만 반가운 걸 어떡해요. 거기다 저리 쪼그마한 언니라니. ――진짜 귀여워서 미칠 뻔했다고요. 으으······ 언니께는 미안하지만 깨물고 꽉 안아보고 싶은 걸 참느라 고역이었어요. 말랑말랑해 보이는 볼도 너무 탐스럽고. 크고 이뻤던 언니도 최고지만, 지금은 너무 귀여워서 위험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야.”


‘응······. 괜찮은 거 같네.’


오기 전까지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 한시름 덜었다. 상상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티는 안 냈지만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주위에서 어슬렁거렸던 운과 아베라도 혼잣말의 내용을 듣고는 안심하여 웃었다.


이후로도 리블리지는 계속 혼잣말을 이어갔는데, 인디아는 이를 따스하게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값비싼 물건들로 소녀틱하게 꾸며진 방에서 루비아는 소파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언뜻 평온해 보이는 겉과 달리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은 당혹스러움. 라프리트를 돌려보내고 10분이 넘게 흘렀지만, 전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아니, 라프리트와 상담하고 나선 오히려 더 심해졌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여태 예상이 빗나간 적은 드물긴 해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완전 헛다리 짚은 적은 단연코 없다.


분명 그러했는데······ 오늘은 생의 특별한 날인지 놀라움의 연속이다.


한 달을 넘게 기다려 온 즐거운 이벤트였건만 이렇게 될 거라고는······



“설마 오늘이 인생 처음으로 실패를 겪는 날이었다니.”


단순한 실패도 아니다. 여전히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알 수조차도 없는 쓰디쓴 실패다.


보통 처음 겪는 일들엔 꽤 신선함을 느껴 즐겁건만, 이번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예측불허인 탓에 즐거움을 느낄 새도 없다.



“모르겠어. 정말 어디서부터 착각을 했던 거지?”


재차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봐도 답은 보이지 않는다. 사소한 짐작조차 가질 않는다.


――왜 해충들이 리아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지가.


단순한 호감이 아니다. 오히려 그랬다면 사도의 재림을 해냈기 때문으로 예측했을 거다.


해충들―― 인디아를 제외한 전원이 품고 있는 감정은 단순한 호감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특히 포용의 주교, 아베라에 이르러서는 너무나 많은 감정이 폭발하듯 팽창하여 다 읽지도 못할 정도였다.


확실한 건 적의나 해를 가하려는 부정적인 감정은 아무도 품고 있지 않았다는 거다.


······그게 너무나도 이해가 안 간다.


조사하기로는 리아가 세인트리안에 준 피해는 금전적인 부분에선 적으나, 그 외적으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났다. 아마 세인트리안 역사상 대전쟁 이후로 가장 큰 피해이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보고서를 받아들었을 때는 너무 통쾌한 나머지 레딧츠를 붙잡고 무반주로 춤을 쳐버렸을 정도였다.


상층부인 인디아나 아베라가 이를 모르진 않을 터. 되려 그 피해를 절실히 느끼고 있을 거다.


그런데도 분노는커녕 그 어떤 적개심조차 없다. 그것도 모자라 절대 하루만으로는 생길 수 없는 진한 감정들을 품고 있었다. 인디아를 비롯한 전원이.


그렇기에 ‘해충 몰이’ 작전을 취소한다는 굴욕스러운 선택을 취했다.


‘해충 몰이’ 작전의 핵심 내용은 개수작을 부리는 해충들에게 압박감을 주는 것으로, 리아의 방으로 각국의 차세대 국가요인들이 모여 다음 세대의 중심은 누구인지 각인시키려는 의도였다.


쉽게 말하면 해충들의 시대는 끝을 고해가니 함부로 나대지 말라는 경고이다.


더불어 이 일을 널리 퍼뜨려 영웅으로 부상하고 있는 리아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다진다는 숨은 의도도 있었는데······ 정작 해충들이 적의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물론 작전 자체는 그대로 실행해도 됐다.


하지만 얻는 게 적다. 원래부터 싸울 의도 따위 없는 상대에게 트집을 잡아봐야 뭘 얻을 수 있겠는가.


기껏 해봐야 주객이 전도되어 리아의 영웅으로서 위치를 다지는 것밖에 못 할 거다. 거기다가 틀렸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오해가 생겨 이후 이상한 곳에서 괜한 문젯거리로 발전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딴 위험성은 지기도 싫을뿐더러, 수지도 맞지 않는다. 그런데다가 자신의 실패를 대놓고 제국과 벨루디스에 보인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라프리트만 조용히 데리고 온 거였는데······”


루비아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경이 쓰였던지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레딧츠가 슬며시 다가왔다.



“실례지만, 라프리트 님과의 담화를 통해서도 알아내신 게 없으십니까?”

“어······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리 말했음에도 곁에 선 레딧츠는 지긋이 바라봐온다.


역시 자신의 집사. 쉽게 넘길 순 없는 모양이다.



“으음. 이게 정이 든다는 건가? 의외로 라프리트와 놀아주던 나날들이 나쁘지만은 않았나 봐.”

“그렇다면 역시나.”

“······그래. 라프리트는 뭔가를 알고 있더라. 그렇지만 아직 추측의 영역인지 확신은 못 하는 듯했어. 어쨌든 걔도 제법 놀라고 있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주인님이 모르는 걸 알고 있는다는 것 자체가······”

“맞아.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긴 하지. 제아무리 왕형이라 해봤자 이 나를 뛰어넘을 리도 없고.”

“그 말씀은······ 다른 방면으로 정보를 얻고 있다는 뜻입니까?”

“뭐, 그렇게 되려나. 하지만 빅 브라더 이상의 정보꾼이 과연 있을까?”


조금 고민하던 레딧츠는 고개를 저었다.



“명성뿐인 자는 아니니 아마 없을 거라 사료됩니다.”

“그럼 해충들은? 접근한 놈들은 있었어?”

“세인트리안에서부터 감시자를 붙였습니다만, 접촉을 꾀하거나 한 자는 없었습니다. 벨루디스에서 만난 귀족들도 딱히 이변이라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라프리트만 사전에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게 되는 건가······”


동의한다는 의미로 레딧츠는 침묵했다.



“하아······ 어쩔까나.”


중얼거린 루비아는 눈을 감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아니, 솔직히 더 고민할 필요는 없다. 라프리트와 떠들고 있는 동안에 벌써 결론은 났었으니까.


사실 이전부터도 혹시나 하는 기분은 있었다. 그런데도 고민하는 건, 그 내용이 너무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런 게 가당키나 할는지 의심밖에 안 든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판단해보면 그 외에는 있을 수 없다는 결론만이 도출된다.


‘그러면 왕형은 단순한 눈가림 용이었다는 건가.’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놔두라는 것처럼 아주 전형적인 방법이다. 물론 나름 정보꾼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하고 포섭했겠지만, 결론대로라면 눈가림의 역할 또한 비중이 적진 않을 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 대한 대항책으로서 말이다.


과대망상은 아닐 것이다. 왕형의 존재를 쉽사리 포착할 수 있는 자는 매우 드무니······.


암살의 대가인 카딜라신디는 정보전에도 매우 능한 집단이지만, 그들로도 왕형의 존재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왕형과 라프리트를 연관 짓는다는 건 꿈에서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게 가능한 건 오직 자신뿐이다.


자신과 제법 비등한 지적 능력을 지닌 찬크에르도 분명 가능은 할 테지만, 그는 리아의 남편이다. 라프리트의 경계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누굴 목적으로 준비한 눈속임인지는 명확하다.


‘애당초 라프리트는 나에게 적의를 갖고 있었으니 틀림이 없겠지. 그 적의조차도 이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 해준 밑거름이 되긴 했지만.’


모든 퍼즐은 맞춰졌다. 라프리트가 무얼 숨기려 한지는 확실해졌다.


다만, 함부로 들추기가 어쩐지 망설여진다.



“모르겠군······ 만약 진짜라면, 혼자 가지고 있기보다는 공유하는 편이 훨씬 이득일 텐데 왜 그러지 않은 거지?”


――뭔가 이유가 있다는 건가.


라프리트는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우수한 편에 속한다. 이를 모를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혼자 가지고 있는 쪽을 택했다. 공유하지 않은 건 분명하다. 만약 다른 자들과―― 후작이나 아크티알과 공유했다면 벨루디스가 현 상황으로 됐을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라프리트가 가지고 있는 건 그만한 것이었다. 현재의 판도를 뒤바꾸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수십 차례 고뇌에 고뇌를 거듭해보았으나······ 도저히 그 진위를 알 수가 없다.



“레딧츠. 하나 물어볼게.”

“예. 말씀하십시오.”

“직감이라는 거. 그거 믿을 만한 거야?”


자신과는 너무나 연이 없는 단어가 나오자 레딧츠는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렇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직감이 꼭 맞는다고는 할 순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꺼림칙한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직감이란 경험에 기반을 둔 것이니.”

“즉, 모른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이 체험한 경험들은 어지간한 인간들과는 궤를 달리하는바. 마음에 걸리신다면 알아보시는 편이 좋지 않나, 짧은 소견을 말해봅니다.”

“흐음.”


레딧츠는 저리 말해주었으나, 역시나 관여하기가 주저된다.


한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루비아는 상체를 일으켰다.


어찌할지 답을 내렸다. 이를 입에 올렸다.



“라프리트의 조사를 해줘.”

“송구합니다만, 그건 금지하신 게?”

“아니, 말이 좀 짧았네. 주변을 조사해달란 이야기야.”

“주변이라 하심은?”

“말 그대로. 라프리트의 주변인들―― 안네나 리벨리타스의 관계자들 말이야. 어느 정도는 들켜도 괜찮아.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배경들을 알아봐 줘. 라프리트를 직접적으로 조사하진 말고. 한 입으로 두말하긴 영 그렇잖아?”

“분부대로.”


사실 굳이 알아볼 필요는 없다. 답 자체는 거의 99%에 달하는 확신을 얻었으니.


하지만 이게 직감이라는 건가, 어설프게 접근하는 건 위험할 거라는 알 수 없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그 어떤 근거도 없건만.


자신답지 않다는 기분은 들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라프리트가 들고 있는 패는 그만큼 대단한 것이니.


사용인을 불러 명을 내리는 레딧츠의 뒷모습을 보며 루비아는 과연 어떠한 정보들이 올지를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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