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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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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4.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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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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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쪽

144

DUMMY

넓은 방 안. 사치스럽게 꾸며진 실내에서, 마찬가지로 품삯이 제법 나갈듯한 푹신한 소파에 앉아 인디아는 기다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짐을 꺼내 정리하던 리블리지도 금세 할 일이 떨어져 맞은편에 앉아 얌전히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잘 보면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초조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짐을 정리하며 진정을 꾀하려고도 했지만 잘 안된 듯하다. ‘생활감이 있는 편이 좋다’라는 의미불명의 명목을 만들었음에도.


‘후후. 굳이 [수납]의 마도구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 정리했는데 보람도 없구먼. 하지만······’


싱글벙글.


소심한 척 연기를 하느라 한참이나 볼 수 없었던 미소가 걸린 리블리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물건을 놔두던 때부터 줄곧 즐거운 듯 입가가 올라간 저 아이를 보노라면――



“――이것 또한 괜찮네.”

“네?”

“아니야. 그보다 온 것 같아.”


느껴지는 마력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똑똑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이윽고 방으로 들어온 자는 예상대로였다.


인디아는 곧장 다가오는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케트로 군?”

“약속은 잡을 수 있었다. 내일 3시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건만 승낙의 소식―― 그것도 꽤 이른 시간에 잡힌 약속에 활짝 꽃이 핀 듯 리블리지가 기뻐한다.



“보니 어땠어? 뭔가 낌새 같은 건?”

“별다른 건 없다. 사무적으로 대하기만 했다.”


그 ‘남자’만 마주했기에 뭐라 단정하긴 그렇다며 케트로가 덧붙인다.


‘하긴 그러한 티를 낼 리는 없으려나.’


티를 내든지 말든지 상관없다. 애당초 이곳에 온 목적은 꼬투리를 잡으려 한 것이 아니니.



“좋아. 그러면 각자 내일까지 잘 쉬어두라고.”






“리블리지······ 잘 쉬어두라고 했잖아.”

“자, 잘 쉬었어요.”


대답은 저렇지만 리블리지의 눈 밑엔 조금 기미가 져 있다.


주거 환경 자체는 괜찮았을 거다. 자신들이 머물게 된 곳은 귀빈관. 드물긴 해도 자식을 보러 베르다드에 찾아오는 고위 귀족을 위해 만들어 둔 곳이니 말이다. 관리도 나름 해두었기에 나쁘진 않다.


운과 케트로가 리블리지와 한 지붕 아래 지내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명목상 전원이 수행원. 멀리 떨어질 순 없다.


그래서 최대한 신경이 안 쓰이게끔 방도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배정했다. 남의 시선을 걱정할 필요도 없이 편히 지낼 환경은 잘 조성됐을 터.


‘그런데도 수면이 부족해 보이는 건 그저 흥분으로 인한 설침이겠지.’


물론 하루 못 잤다고 어떻게 될 리블리지는 아니다. 그렇지만 기왕 만나는 거 좀 더 깔끔한 상태가 좋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과 달리 어색한 듯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리블리지를 보니 입가가 작게 올라갔다.



“예쁘네. 잘 어울려.”

“고, 고마워요, 주교님.”


부끄러움에 볼이 불그스름해진 리블리지는 슬쩍 눈을 내리깔았다.


아아. 정말 잘 어울린다.


이 모습을 더 새겨 두고 싶기만 하다.


그러나 눈치도 없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니. 진짜 너무 눈치가 없다.



“휘유~! 우리 주교님 멘트 쥑이네. 한두 번 꼬셔본 솜씨가 아닌데?”

“쯧.”


혀를 차고 방해가 들어온 곳을 보았다.


능글맞은 눈으로 운이 히죽거리고 있었다.


짜증이 올라오지만 여기서 바보를 상대할 시간이 아깝다. 약속에 늦는 것도 좋지 않으니 몸을 돌렸다.


물론 상대할 시간이 아깝다는 거지 봐준다는 건 아니다.


걸음을 옮기며 곧장 마법을 사용했다.



“컥!”


단말마와 함께 충격파가 적중한 복부를 감싸며 운의 허리가 고꾸라졌다.



“가자.”


단호히 리블리지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마음 약한 리블리지이니 운을 돌아보지만······ 자업자득이다. 부하의 고통은 한탄스러우나 무시하고 출입구를 향해 갔다.



“뭐하나, 카를로 운.”

“뭐······ 뭐하긴. 선배도 봤잖아? 부끄러움에 발린 주교님에게 당했어.”

“······꾸물거릴 거면 놔두고 가지.”

“자, 잠깐만! 조금만 회복할 시간을 줘, 선배.”


운의 참한 희생 덕분에 약간은 상쾌해진 기분으로 출발. 기다리긴 싫었는지 케트로도 바로 따라붙었다.


요란했던 엄살이 무색하게 생각보단 버틸만했는지 운도 금세 합류했고, 리블리지도 손을 놓고 수행원으로 돌아와 뒤로 정렬했다.


목적지인 서쪽 기숙사는 귀빈관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길진 않지만 제법 걸어가야 한다.


벌써 널리 소문이 돌진 않았겠지만 베르다드에서는 이색적일 자신들의 모습에 시선들이 모인다. 그것을 느끼며 인디아는 작게 말을 하였다.



“자자. 다들 얼굴 좀 펴. 우린 성국의 사자라고? 일을 벌일 것도 아니니 당당히 있어.”


다독이는 말에 케트로를 제외한 나머지가 작게 대답한다. 하지만 기껏 풀어진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는지 조금은 딱딱했다.


‘뭐, 어쩔 수 없으려나······ 고대하고 고대하던 만남의 순간이니.’


그렇지만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 어째서 처음 만났을 게 분명한 사람을 이리도 보고 싶어 하는 건지.


게다가 코흘리개 시절부터 보아온 자신이기에 안다. 사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운 또한 리블리지 못지않게 기대 중이라는 걸. 더불어 케트로도 드물게 묘한 긴장을 하고 있다.


정말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 단체로 뭔가를 잘못 먹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나 자신도 포함해서.


부정하려고 해봐도······


두근두근.


서쪽 기숙사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심박수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억제는 하고 있지만 어딘가 근질근질한 기분에 어울리지 않게 촐싹거릴까 걱정이다.



“주교님······?”

“읏. 아냐.”


얼버무렸지만 역시 감정에 예민한 리블리지다. 의아한 눈초리가 떨어지질 않는다.


하지만 보는 사람도 많고, 딱히 할 변명거리도 없다. 괜찮다는 말만을 하고 조용히 뛰는 심장을 진정해보려 했다.


리블리지도 자신에게 몰려드는 시선도 있고 하니 묻진 않고 넘어갔다.


‘근데 너무 시선이 몰리잖아! 리블리지를 감히 그딴 눈으로 보는 거냐?! 앙?! 너랑 너. 얼굴 기억해뒀어. 그리고 네 녀석은······ 흠. 봐주도록 할까. 짜식, 좋은 여자는 알아가지고.’


모여든 시선의 비율은 자신이 4, 리블리지가 5, 그리고 나머지 1.


전체적으로 리블리지에게 향하는 것이 태반이다.


이해는 한다.


――앞머리를 걷은 리블리지는 무지하게 이쁘니까.


청순한 생김새와 더불어, 왠지 어른스러운 분위기는 한창 어린 꼬맹이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닐 터다. 살며시 손짓 한 번만 하면 모두 나가떨어질 것이다.


‘당연히 개뼈다귀 같은 놈들에겐 허락하지 않을 거지만.’


전까지는 관심도 없다가 얼굴을 보고 이제 와 손바닥 뒤집듯 하다니······


상상만으로도 처분하고 싶어진다.


‘응? 잠깐. 이스피리아, 그 여자는······ 리블리지도 언니라고 할 정도로 친하고, 머리도 먼저 까라고······ 앗! 아냐, 아냐. 나 참. 무슨 소름 끼치는 생각을. 걔도 안 돼. 빨리 가기나 하자.’


닭살 돋은 팔을 재빨리 문지른 인디아는 조금 발걸음을 서둘렀다. 뒤에서 셋의 시선이 따갑게 박히지만······ 무시하도록 하자.


그렇게 조용히,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서쪽 기숙사에 간신히 도착했다.


확실히 고위 귀족의 자제들만 머문다더니 사람이 확 줄었다.


하지만 긴장은 풀지 않는다. 사람의 수는 적다지만 영향력에 있어서는 아까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흠 잡히지 않게 똑바로 주교다운 여유로움을 내비친다.


방의 위치는 진작에 파악해뒀다. 헤매지 않고 곧장 나아갔다.



“이곳인가······”


쓸데없이 큰 쌍여닫이문 앞에 멈춰서 잠시 정신을 집중했다.


안에는 완벽히 압축된 마력이 하나 있다. 느껴지기로는 마력레벨이 대략 180가량이지 않을까 싶다.


이 마력의 주인은 아마 페일테스인가 뭔가 하는 마수종일 거다.


나머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만나기로 한 상대는 분명 안에 있을 거다. 단순히 이쪽이 느낄 수 없을 뿐, 약속을 어기진 않을 것이다.


‘열불이 나지만 그만한 실력 차라는 거겠지.’


살짝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인디아는 뒤를 쳐다봤다. 내방을 알리라고 신호를 줄 셈이었다. 담당자는 당연히 이 중에서 가장 짬밥이 떨어지는 운이다.


그런데 신호를 보내기 전, 한기를 느낀 것처럼 살짝 몸을 움찔한 리블리지가 보였다.



“왜 그래?”


혹시 상태가 나쁜 건지 물었건만 리블리지는 화들짝 놀라더니 손사래를 쳤다.


뭔가 생각하던 것과는 반응이 다르다.



“빨리 말해봐. 아직 시간은 남아있어.”

“어······ 뭔가가 있어서 그런 건 아녜요. 그저······”

“그저?”

“그······ 아주 살짝 느껴지는 정도지만 무서운 기운을 가진 마력이 있어서요.”

“무서운 기운이라······ 뭐, 확실히 엄청나긴 했지.”

“아, 아뇨. 언니가 아녜요.”

“응? 그럼 남자 쪽인가? 흠. 난 어느 쪽도 안 느껴지지만······ 과연, 확실히 잘 찾아온 모양이네.”


뭔가 납득이 안 되는 듯 리블리지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달리 이야기하는 건 없다.


마력 감지에 대한 건 이 멤버 중에선 리블리지가 가장 섬세하다. 광범위 탐지라면 케트로가 더 낫지만. 여하튼 자력으로 알 수 있는 건 없고, 이 시점에선 딱히 중요한 것도 아닌 듯하니 깊이 파고들진 않았다.



“다른 건 없지?”

“아, 네.”


고개를 끄덕이는 리블리지를 보며 운에게 신호를 보냈다.


웃음기가 쏙 빠진 운이 문을 두드리고, 마력은 여전히 느껴지지 않지만, 인기척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온 것은――


맥 빠질 정도로 징그럽게 잘생긴 훤칠한 신장의 남자였다.


인디아는 제법 세련되어 보이는 집사 복장인 그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기묘한 감탄을 했다.


‘이야······ 인간이 이따구로 생겨먹을 수도 있는 거구나.’


마법으로 가렸던 실체가 이거였다니. 되려 너무 엄청나기에 부러움조차 들지 않는다.


들었던 대로다. 아니, 어쩐지 올라온 정보들에 석연찮은 표현들이 많다 했더니. 이런 걸 글로 표현한다는 게 어디 쉽겠는가.


확실히 이 얼굴이라면 성국을 난장판으로 만들 목적이 아니더라도 가릴만하다. 어딜 가든 눈에 띌 테니 말이다. 보고 잊는다는 게 더 힘들지 않을까.


다른 사람일 가능성은 없다. 체형이나 분위기로 보나, 그때 그 남자가 분명하다.


그렇게 남몰래 분석하는 동안 운이 신관답게 정십자를 그리며 예를 취했다. 더럽게 안 어울린다.



“금일 방문을 예약한 인도의 주교, 인디아 빌 쿠리스리움 님입니다.”


찬크에르란 이름의 남자는 힐끔, 어제 왔었던 케트로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길을 비켜섰다.



“안으로.”


말은 짧지만 찬크에르가 보이는 기품 탓에 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왠지 열받으니 똑같이 잘난 태도로 짧게 수고한다며 치하하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정면은 탁 트여 바로 넓은 거실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엔 기다리고 있는 자가 있었다.


――오늘 만날 약속을 잡은 이스피리아가.


그 특징적인 은발이 빛을 내는 듯한 소녀를 보자 뒤에서 숨을 삼키는 기척이 발해졌다. 리블리지와 아베라다.


‘어이어이. 진정들 하라고?’


차마 마법은 쓸 수 없어 마음속으로 빈 인디아는 천천히 걸음을 뗐다.


공손히 손을 모아 기다리고 있던 소녀는 가까워지자 사뿐히 예를 취했다.


하루 이틀 한 것이 아닌지 마치 고위 귀족처럼 깔끔하다. 옷차림은 백과 암의 원피스 같은 간이 드레스였지만 기품이 더해지니 이 이상 없을 정중한 차림으로 느껴진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스피리아라고 합니다.”


어디 하나 흐트러짐이 없는 깔끔한 미소.


께름칙한 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적개심 따위도 없다. 정말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다는 태도다.


‘뭐지······? 거짓말과는 별로 연이 없어 보였는데. 내가 잘못 판단했던 건가?’


어째 그렸던 인물상과는 좀 다르다. 하지만 사람을 잘못 찾아왔을 리도 없다. 눈앞에 있는 소녀야말로 자인 디바오러라 칭한 그 장본인이다.


이 술렁이는 감정이야말로 확실한 증거. 다른 사람은 아닐 거다.


거기다 직접 대면도 벌써 2번째다. 자신이 그렸었던 인물상이 틀렸다는 건 더 말도 안 된다. 괜히 ‘인도의 주교’가 된 게 아니다. 그 인간의 성품이 어떠한지 약간의 정보만을 토대로 정확히 그려낼 수 있는 이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나 나라를 운영할 때 가장 염려해야 요소는 내부―― 안에서의 붕괴다. 아무리 외부가 단단하더라도 내부에서 무너지기란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다.


그러므로 심판관이나 1급 신관 등, 상당한 지위에 오를 자들은 모두 자신에게 면담을 받는다. 이때 만들어진 인물상을 토대로 불순자가 권력을 쥐는 상황 자체를 미연에 방지해왔다.


이곳―― 벨루디스의 꼴이 나지 않으려고.


‘그러니 정확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틀린 적도 없고······ 응? 아하. 그렇게 된 건가.’


인디아는 자신을 살짝 올려다보고 있는 연분홍빛의 눈동자를 보았다. 그 안에는 여전히 작은 파문조차도 없다.


덕분에 확실해졌다.



“과연 처음 뵙는 거지요. 워낙 명성이 자자함에 제법 친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 말한 인디아는 정중히―― 주교로서 부끄럽지 않게 예를 취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건 이스피리아다. ――‘자인 디바오러’가 아닌 거다.


그렇기에 첫 대면.


이것이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티가 났을 이스피리아가 무심할 수 있는 이유였다. 어찌 됐든 진실이니.


솔직히 말장난이지만 만나준 것에 대한 성의도 보일 겸 어울려주도록 하자. 어차피 그런 걸 따지러 온 것도 아니고.


그러므로 경의를 내비쳤다. 이스피리아는 타국의 왕에 버금가는 취급인 최고 국빈이니. 타국이라면 모를까, 벨루디스 안에서는 그들의 법도를 따르는 게 옳다.


물론 무시해도 된다. 성국과 자신의 권위라면 그게 용납된다.


그렇지만 기왕 어울려주기로 한 거 확실하게 하자. 쩨쩨하게 구는 건 멋이 없으리라.



“우선 갑작스러운 약속임에도 너그러이 받아주신 점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세인트리안에서 온 인디아 빌 쿠리스리움입니다. 황송하게도 인도의 주교라 불리고 있지요.”

“······.”

“응?”


놀란 눈으로 보던 이스피리아가 허둥댄다.


왜 저런 건지는 짐작이 된다. 분명 자신이 이리 나올 줄 몰랐던 것이겠지. 정중히 경어까지 썼으니.


피식 웃은 인디아는 뒤를 가리켰다.


여기서 끝내도 되겠지만······ 좀 더 골려주고 싶다.



“동행한 자들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왼쪽부터 리블리지, 아베라 자르 디비치온, 카를로 운, 케트로 세르칸체입니다. 모두 1급 신관들입니다. 이후 기억해주시길.”

“어······라?”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뇨. 정중한 인사 감사합니다, 이스피리아예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


정십자를 그려 인사를 하는 이들에게 이스피리아도 치맛자락을 잡고는 사뿐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지 힐끔힐끔, 이스피리아의 시선이 아베라에게로 향한다.


인디아도 슬쩍 곁눈질로 아베라를 보았다.


솔직히 그녀가 한 선택은 너무 의아하다. 이스피리아가 성국에 왔던 때에도 이해 못할 반응을 하였고.


하지만 이것만큼은 자신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그것만큼은 확실히 알겠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도록 하자.


그런 결의를 읽은 것처럼 바로 찬크에르가 살짝 기척을 내 이스피리아에게 눈치를 줬다.



“아! 죄송해요. 손님들을 서 있게 만들고. 이쪽으로 오세요.”


흠칫흠칫, 이스피리아의 시선이 마구 방황한다.


‘어이, 이봐! 당황했다지만 그래도 되는 거야? 아니, 그전에 당황한 티를 내도 돼? 이래서야 난 사실 너희를 알고 있다고 자백하는 꼴인데.’


어처구니없는 기분으로 인디아는 등을 돌린 이스피리아를 보고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스피리아가 있던 곳의 ‘옆’을 봤다.


그곳엔 이스피리아와 닮은 소년이 서 있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안타깝게도 잊힌 모양이다.



“실례지만, 이분은?”


묻는 말에 이스피리아가 돌아섰다. 그리고 의아한 듯 고개를 돌리다······ 난감하게 웃고 있는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앗! 죄, 죄송해요! 이, 이런 실수를. 아, 아이리스도 미안해.”

“아뇨. 그보다······”

“아, 응.”


침착함을 되찾은 이스피리아가 손바닥을 펴 아이리스를 가리켰다.



“이쪽은 제 가족인 아이리스라고 해요.”

“아이리스라 합니다. 고명하신 인도의 주교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좀 전의 무례는 대신 사죄드리니 너그러이 용서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용서하고 말 것도 없네. 바쁜 시간을 내어준 귀공들에게 그러한 걸 바래서야 은의도 모르는 자가 아니겠나.”

“감사합니다.”


깔끔하기 그지없는 대처. 나중에 말이 나오지 않게 사전에 차단해버린 정확한 판단. 예법에 있어서도 빈틈이 없다.


과연 눈에 띄진 않았지만 우수하다는 잿빛의 정보는 틀림이 없는 듯하다.


천천히 머리를 든 아이리스에겐 조금의 긴장도 없다. 왠지 여유로운 자세도 그렇고 이쪽이야말로 정말 대귀족의 자제처럼 보인달까.


――되려 자기가 뿌듯해하는 누구보단 훨씬.


‘분명 중등부의 동생이라 들었거늘······’


인물상을 그리는 데에는 이골이 난 자신이다.


지금의 사건을 보니 일을 벌이는 누나와 뒷수습을 몰래 하는 동생이 저절로 연상된다. 말만 동생이지 거의 하는 일은 오빠에 가깝지 않을까.


‘보건대 나중에 성장하면 분명 아이리스의 신장이 더 클 터이니 더 그래 보이겠네.’


이스피리아도 크긴 하겠지만 벌써 16세. 20세까지도 성장은 하겠지만 여자임을 고려한다면 커 봤자 확연한 차이는 없으리라.


‘행동뿐만이 아니라 겉보기에도 아이리스는 오빠처럼 보이게 되겠지.’


인디아는 제법 측은한 눈이 되어 안내하는 아이리스를 따라갔다. 그러면서 동시에 뒤쪽에 신경을 할애했다.


――가족이란 단어가 나오자마자 동요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리블리지에게.


발걸음도 완전히 멈춰 서 있던 것을 운이 살짝 두드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까의 이스피리아처럼 힐끔 아이리스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만 이상한 건 품고 있는 그 감정이다. 리블리지에게서 느껴지는 건 경악과 당혹, 그리고 놀라움이었다.


동생에게 뭐가 있나 의문이 생겼지만······


‘그건 나중에 물어보면 되고. 그보다 진짜 있구나. 정말 용케도 저걸 키우고 있네.’


거실에 있는 탁자로 안내되고 눈을 돌려 보았다. 근처 널찍한 소파 위에 앞발을 베고 누워있는 동물을. 정말 한가로이 잘도 늘어져 있다.


그 늘어져 있는 동물의 정체는 페일테스 라는 이름의 슈페리얼 래퍼드로, 소문대로 얌전하다.


지금도 갑자기 들어온 자신들을 쳐다보기만 할 뿐, 성미가 급하고 사나운 습성 따윈 전혀 내비치지 않는다.


‘밖에서 느껴지던 마력은 이 녀석의 것이었나――’


그런 생각을 하던 인디아는 깜짝 놀랐다.


혹시나 하는 기분으로 감각을 집중했다. 그러나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아이리스의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리블리지가 괜히 아이리스를 본 게 아니었던 거다. 이 어린 소년이―― 분명 무서운 기운을 내포한 마력의 주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저 소년, 아이리스는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됐다.


인도의 주교인 자신보다도.


마력을 느낄 수 없다는 건 그러한 의미였다. 마력조작이 상대보다 월등해야지만 가능한 일인 것이다.


[마력은폐] 같은 마법으로 차단하는 예도 있지만, 애당초 마법을 쓰는 것이니 이처럼 완전히 가리는 건 불가능하다.


마법을 쓸 때조차 아무런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이스피리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아닐 거다. 그랬다면 리블리지가 마력을 느꼈을 리도 없을 테니.


즉, 순수 본인의 실력.


‘이스피리아만이 아니라 동생조차도 이러다니······’


그제야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깨달았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괴물들의 소굴이란 것을.


알고는 있었고, 해를 끼칠 생각도 없었기에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조금은 긴장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머지는 대기하고, 권하는 의자에 앉은 인디아는 앞을 봤다.


아까의 생각 때문인지 핏덩이나 다름없는 어린 꼬마들이 꽤 다르게 보인다.


그렇게 살짝 마른침을 삼키고 있으니 이스피리아 앞에 찻잔이 놓이고 차가 따라진다. 테이블 중앙에도 그릇에 담긴 다과들이 놓였다.


아이리스에게도 조용히 기척을 내고 다가온 여성 사용인이 꽤 훌륭한 기품을 뽐내며 차를 따라주었다.


그 여성 사용인은 이윽고 테이블을 돌아 인디아에게도 다가왔다.



“감사하네.”


그리 예를 표한 인디아는 고개를 돌렸다가······ 무심코 입을 꽉 다물었다. 그렇지만 경악스러운 감정만큼은 어쩔 수 없어 눈을 부릅떴다.


‘미, 미친······’


차를 따라주는 자태조차도 너무나 아름다운 여성 사용인.


얼굴 자체는 처음 보는 것이지만, 이스피리아 때와 마찬가지다. 보랏빛이 감도는 금발의 이 여성 사용인은 ――델리안 아세트 세니알이다.


이 감각, 느낌. 확실하다. 마력 또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감사를 받은 답례로 상냥하게 눈웃음을 짓는 이 여자는 분명 그 갈라사르의 마녀다.


성국에서 같이 행동했으니 아는 사이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사용인으로 부리고 있었을 줄이야.


‘언제······ 언제부터 사용인으로?’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정보 수집을 게을리한 게 후회된다.


‘정보에 사용인은 한 명이었어. 그렇다는 건 그 후에 추가됐다는 게 돼. 우리가 못 들었으니 돌아오면서 그대로 합류를 한 건가? 아,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렇다. 중요한 건―― 이들이 한 편으로서 행동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성국에서 대화하던 내용으로 추측건대 분명 일시적인 동맹이었을 터. 그것이 연장되어 지금의 형태가 됐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게 뭐가 대수랴. 지금 이들이 한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비상이거늘.


‘우와······ 여긴 진짜 괴물들의 소굴이었구나.’


생겼었던 긴장감은 모조리 날아갔다.


그야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혼자서도 성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놈들인데 한편이 되기까지 한 건데. 마음만 먹는다면 이 셋이서 모든 인간의 국가를 함락할 수도 있으리라.


진짜 미친 전력이다. 이런 녀석들이 갑자기 뚝 떨어지듯 나타나다니 웬 재앙인가 싶다.


그나마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 정도가 안심할 수 있는 점이랄까······


이딴 괴물들을 상대로 자신이 긴장해봐야 뭘 할 수 있겠는가. 그보다는 되려 맘 편히 있는 게 괜히 서로 자극도 하지 않고 좋을 것이다.


크게 고개를 주억거린 인디아는 깔끔한 미소로 찻잔을 들었다.


마음을 비우도록 하자. 죽이려 했다면 진작에 죽였을 거다.


‘그래. 편안히 가는 게 좋지. 응. 그게 최고지. 싸울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보다 이거 무슨 품종이냐. 맛과 향이 나쁘지 않네.’


올려다본 하늘은 밝았―― 아니, 깔끔하게 마감된 천장은 참으로 맑디맑았다.



“······.”


잠시 잊고 싶은 현실에서 도피했던 인디아는 찻잔 너머로 앞을 봤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싱글싱글 웃고 있는 이스피리아나 다른 이들 모두 적의는 없어 보인다.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이스피리아, 쟨 왜 학원에 다니는 거냐?’


스승이라는 찬크에르가 있고, 여차하면 저 마녀에게 배워도 될 거다. 저 둘의 교육이 베르다드보다 수준이 떨어질 리도 없고. 아니, 지금도 괴물인데 더 배울 게 있나 싶다.


그런 황망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


정중히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울렸다.


두들겨진 문의 밖에서는 나름 익숙한 자의 마력이 느껴진다.


인디아는 정말 머리를 감싸 쥐고 싶은 기분을 맛봤다. 아무리 자신이 있다지만 지금 찾아온 방문자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신의 시련이라도 되는 건가. 진짜 끝도 없다.


물론 결정권은 방의 주인인 이스피리아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말을 둘러대겠지.


대충 뭐라 할지 짐작이 갔던 인디아는 한숨을 내쉬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방안으로 새롭게 찾아온 방문자가 들어섰다.



“어머? 드문 분이 선약을 잡으셨네요. 베르다드에 오셨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마치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듯 능청스러운 말투.


문을 열고 맞이해준 델리안에게 있다는 것을 들었을 텐데 참으로 뻔뻔하다.


진짜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기분이 물씬 올라오지만, 기어코 참아냈다. 대신 진한 미소로 대응해주었다.



“오랜만이로군, 소베르비아 공주.”

“예. 오랜만에 뵈어요, ――인디아 주교님.”


마주 예를 보이는 그녀, 왕족다운 품위를 보인 소베르비아는―― 명백히 방해할 요량으로 찾아왔다는 양 시커먼 미소 짓고 있었다.






‘후후. 좋아. 당황하고 있군. 기분 끝내주네.’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찌르르, 쾌감이 내달린다. 조금 예상했던 것보다도 크게.


당연히 그게 싫다는 건 아니다. 예상했던 범주를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닌데다, 이토록 유쾌하건만 어찌 싫겠는가.


다만 너무 여운이 긴 건 조금 곤란하다. 암만 즐겁더라도 일단은 인사를 나누는 중이니.


그러나 주체가 되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오늘 이날은 체험학습 사건의 진범을 안 순간부터 그토록 고대하던 바로 그 순간이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무려 한 달을 넘게 기다려온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자신이라 하더라도 쌓이고 쌓인 감정들이 절정에 이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거다.


그렇기에 무심코 생각하고 만다.


이게 리아가 중얼거리던 그 ‘쩐다’라는 게 아닐까 하고.


정말, 진심으로 언제까지고 보고 싶어진다. 인디아의 저 미간에 진 주름을.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기억에 남기는 것으로 타협한 소베르비아는 왼쪽 치맛자락을 잡고 넘기며 사뿐히 고개를 숙였다.


베르다드엔 자신을 포함, 각 나라의 주요 인사들이 있다. 제아무리 해충들이라도 이것을 무시할 순 없다. 보는 눈이 많기에 예의상 인사를 하러 올 것이다.


다시금 예를 표한 건 이것을 위해서였다.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하지 말고 한 번에 끝내자고.


이를 제안하려고 했다.


그래. 했었다.


하지만······


인디아를 다시 본 순간에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이런 적은 거의 없기에―― 아니, 처음 있는 일이라 소베르비아는 큰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조금 전 기분 좋게 내달리던 쾌감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다.


‘어째서······?’


멍청하니 마음속에 물음표를 띄우고는 멍하니 함께 온 이들을 봤다.


짐작하기로는 리아를 추궁하기 위해 데려온 심판관이나 주교급의 인사들일 터다. 실제로 포용의 주교인 아베라도 있다.


그런 그들을 재차 살펴보았지만······ 역시 잘못 보지 않았다.


그 이전에 애당초 그런 일 따윈 벌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이 눈이 틀렸다는 건 있을 수 없으므로.


최근 속일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건 이미 다 보안을 끝마쳐놨다. 같은 방식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이 아니고선 속일 순 없으리라. 그리고 그건 저들에겐 불가능하다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럼 이건 뭐란 말인가.


물음표의 개수가 한 4배는 증가한 기분이다.


소베르비아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리아에게 미행을 들킨 이래 최속으로 두뇌를 풀가동 시켰다.


경이로운 사고력을 바탕으로 모든 방면의 정보를 종합하여 추측하고, 또 그 추측으로 새로운 추측을 만들어 내며, 있을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가정해보았다.


초 단위의 지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그려낸 상황은 수천 가지에 달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모든 것을 그렸음에도 알 수 없었다.


――해충들이 왜 찾아온 건지를.


동요하는 반응에 레딧츠가 움찔하는 게 느껴지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린 소베르비아는 더듬더듬, 멈췄던 입을 다시 움직였다.



“실례했어요. 친구를 어서 만나고 싶단 마음이 조금 앞서 버렸네요. 부디 편히들 말씀 나누시길. 전 다음 차례를 기다리도록 하죠.”


설마 여기서 물러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인디아는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보였다.



“어······ 배려 가, 감사하다네. 이후 면회에서 제대로 감사를 전하도록 하겠네.”

“그때를 기쁜 마음으로 고대하겠어요. 그러면 이만. 리아 양도 다음에.”


그것을 끝으로 살짝 묵례한 소베르비아는 즉시 몸을 돌렸다.


묘한 행동이 마음에 걸렸는지 델리안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마중했지만, 괜찮다는 뜻을 눈짓으로 알리고는 밖으로 나왔다.


문이 닫히는 걸 확인하고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아깝다.



“레딧츠. ‘해충 몰이’ 작전은 취소. 도련님들과 레오노반에게 전해줘.”

“예.”


고개를 숙인 레딧츠는 바로 반지―― 단거리 통신의 마도구로 내용을 전파했다. 다른 자들이 찾아가 내용을 전해주겠지.


또 한 명의 작전의 참가자인 라프리트는 리아의 바로 옆방이다. 직접 알려주기 위해 찾아갔다. 의견도 들을 겸.


레딧츠가 문을 두들기자 곧바로 열렸다.


슬슬 작전대로 출발하려고 했는지 문 앞에 선 안네의 뒤로 라프리트가 보인다.



“루비아 님? 왜 여기에? 먼저 가시는 게 아니었나요?”

“복도에서 떠들기도 그러니 잠깐 따라와. 거기서 설명할게.”

“어딜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내 방. 여긴 바로 옆에 해충이 있잖아.”


들릴만한 상황은 피하고 싶다는 걸 안 라프리트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 탓에 조용히 따라오기만 하는 라프리트. 그러나 대체 왜 그러는 건지 궁금증이 가시질 않아 리아의 방에서 제법 떨어지자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했어.”


그것만을 전한 소베르비아는 입을 닫고 걸음을 서둘렀다.


작가의말

루비아 : 응? 으응? 으으으응? 으으으으응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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