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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사냥꾼 님의 서재입니다.

짝녀가 내 친구와 이어지게 해달라고 부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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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귀사냥꾼
작품등록일 :
2022.02.15 01:57
최근연재일 :
2022.04.24 13:14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245
추천수 :
5
글자수 :
193,712

작성
22.02.15 02:02
조회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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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1화

DUMMY

"흐아아아아아암."


늘어지게 하품하며 기지개를 펴려다가 지금 상황을 생각해내고는 얼른 손을 내렸다. 오랜 방학 생활의 탓일까? 오늘따라 상당히 일어나기 힘들다. 매일 12시에서나 일어나는 것에 적응되었던 몸은 등교하는 동안 계속해서 피곤하다고 아우성이었다.


오늘은 첫 등교일.


오늘 나는 고등학생이 된다. 아직까지 중학생에 익숙한 나로서는 조금 기분이 새롭다. 등교 시간에 버스를 탄다는 것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정말이지 새로움의 연속이다.


평소 내가 타던 버스는 북적거릴 때가 많기는 했지만 지금은 뭐랄까......정말로 신세계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든다.


평소에는 그래도 자리가 한 두 개는 비어 있었지만 지금은 자리가 없다못해 버스 안이 학생들로 꽉 차 있다.


그냥 꽉 차 있는 것도 아니다. 한 치도 발 디딜 틈이 없이 밀착되어 있다. 더 타기도 힘들 정도로 꽉 차 있는데도 다음 정거장에서 새로운 학생들이 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마치 종량제 봉투에 억지로 꾹꾹 눌러 담는, 그런 느낌이다.


"끄으으으으응......."


새로운 학생들이 타게 됨으로써 기존에도 없던 공간은 더욱 없어졌다. 옆 사람들의 옷들의 감촉까지 느껴진다. 앞의 키 큰 사람의 등에 얼굴이 뭉개진다.


"아, 죄송합니다....."


나지막하게 사과의 말을 담고 옆의 사람과 최대한 몸과 몸이 안 닿게 떨어뜨린다. 하지만 그건 헛수고나 다름없었다.


버스가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내 얼굴과 몸은 다른 사람에 의해 뭉개져갔다.


이 상태로 30분만 있으면 속으로 욕지거리가 나올 거 같다. 아니, 지금도 내심 욕하고 싶긴 하다.


한 정거장 한 정거장 지날 때마다 얼굴이 뭉개지는 정도가 더 심해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목적지인 초현고등학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 이번 정거장은 초현고등학교. 초현고등학교. 내리실 분은..........


방송이 들리고 주변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여럿 들린다.


초현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이제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일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이제 사람들이 대량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생각에 대한 안도이리라.


삐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인형의 솜이 터져 나오듯 버스 뒷문에서 터져 나온다.


문하고 거리가 조금 있던 나는 억지로 길을 열며 "죄송합니다! 내릴게요!" 라고 연신 외쳐 대며 어찌저찌 내릴 수 있었다.


"으으으으읏차...!"


오랜 시간 몸이 눌려 있어서 크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푼다.


진짜 지옥이었다. 출근길, 등굣길이 지옥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며 허풍이 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에서야 그게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고 속으로 사죄를 표하고는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초현고등학교.


간판이 크게 써져 있다.


앞으로 내가 다니게 될 학교다.


뭐랄까 저절로 가슴이 들뜬다. 마치 소풍을 앞둔 어린이 같다.


나는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하게 될까.


조금은 기대가 된다.





드르르륵.


반의 뒷문을 열고 들어간다. 지각 5분 전에 들어갔기 때문에 빈자리가 많지는 않았다.


어디에 앉을까 하고 둘러보다가 나는 곧 우진이를 찾을 수 있었다.


우진이랑은 가끔 체육복이나 교과서를 빌리는 사이 정도 였기 때문에 달리 친한 애가 있나 살펴봤지만 우리 반 남자애들 중에서는 우진이 외에 같은 중학교 출신이었던 남자 애들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우진이 옆자리에다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내가 가방을 내려놓자, 우진이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하이."


"어, 진서. 7반인가 봐?"


"엉. 그렇게 됐네. 아, 앉아도 되지?"


"뭘 그런 걸 물어보냐."


그러고는 피식 웃으면서 앉으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따로 옆에 앉을 애가 있나 싶어 물어본 거였지만 다행히도 없는 모양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전체적으로 어색한 기류가 돈다. 평소 친하던 애랑 같은 반이 된 거 같은 애들도 몇몇 있어 보였지만 대부분은 나랑 우진이처럼 안면만 알고 있던 애들인 듯했다. 그 외에도 아예 아는 사람이 없는 듯 혼자서 핸드폰을 하는 애들도 몇 명 보였다.


흔히 보이는 학기초의 모습이다.


드르륵.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자연스레 그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가진 여자애가 들어왔다. 성예린이다.


자연스레 벌어지려 하는 입을 고개를 두어 번 흔들어 진정시킨다.


벌써부터 학교생활이 잘 풀릴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아니, 이미 잘 풀린 거 같다.


"아는 애야?"


내가 예린한테 시선이 향해 있는 걸 본 모양이었다.


"응? 어.....뭐. 아는 애지."


"누군데?"


우진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있어. 넌 몰라도 돼. 아니지. 알지마."


굳이 경쟁자를 만들 필요는 없겠지. 예린을 아는 순간,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테니까.


우진도 딱히 그렇게 알고 싶은 건 아니었는지 시선을 핸드폰으로 돌렸다.

따라라따라라딴.


학교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에 맞춰 교실 앞문이 열렸다. 30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성이 들어왔고 그에 맞춰 교실은 조용해졌다.


담임 선생님으로 추정되는 그 사람은 교실을 한번 쓱 둘러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오, 좋아 좋아. 조용하니 좋네요. 저번 학교는 시끄러워 죽는 줄 알았거든요. 음....일단 출석부터 불러볼게요. 있으면 대답해요."


그러고는 출석부를 꺼내더니 한 명씩 호명했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그에 맞춰 "네."라고 대답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고 30명 쯤 부르고 나서 그는 출석부를 닫았다.


"좋아요. 다 온 거 같네요. 일단 저는 이석준이고요. 그 외 궁금한 거 질문....."


- 아아, 입학식을 강당에서 할 예정이니 지금 강당으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은 갔다 와서 하도록 하죠."


말이 끊긴 걸 자연스럽게 넘긴 담임 선생님은 복도로 나와서는 대충 정렬시키고 강당으로 이동했다.







기나긴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와서 간단하게 담임 선생님과 얘기를 나눈 후에 곧바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입학식이니 조금은 일찍 끝날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기대와는 달리 수업은 정상 수업을 하였고 모든 수업이 끝났을 때는 시계가 4시 10분을 가리켰다.


매일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12시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떴던 내 몸은 갑작스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수업 시간 내내 졸기만 했다.


"흐아아아암. 졸려라."


하품을 연신 해대는 나를 보고 우진이는 웃으면서 물었다.


"계속 자더만. 몇 시에 잤어?"


"몇 시에 잤더라......3시?"


"......대단하다. 4시간쯤 잔거네?"


"엉.....밤낮 바꿔야되는데 클났네."


이따가 알바도 가야 되는데 이 상태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은 좀 일찍 자."


"노력해볼게."


그 후,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고 종례는 간단하게 끝났다.


이제 집에 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담임 선생님이 "아, 오늘 청소는 1번부터 10번까지가 하는 걸로 하자." 라고 덧붙이는 바람에 번호가 1번인 나는 청소를 하게 됐다.


"그....그럴 수가......"


우진이는 세상이 멸망이라도 한 듯 책상에 엎어지는 나를 보더니 피식 웃고는 "먼저 간다."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고는 교실에서 나갔다.


하.....불공평하다. 성이 강 씨다 보니 항상 번호가 1번 아니면 2번이다. 따라서 입학식 날에 청소를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번호 말고 다른 걸로 좀 정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다른 걸로 정한다한들 며칠 차이 나지도 않을 테지만 그 며칠이 내겐 소중한 것이다. 망가진 생활 패턴으로 노동하는 것과 조금이라도 정상으로 돌아온 생활 패턴으로 노동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그래 봤자 막상 청소날이 되면 또 투덜거릴 거 같긴 하지만 말이다.


한숨을 내쉬며 청소도구함으로 향했다.





"어, 거기 잠깐만."


청소를 모두 마치고 가방을 들었을 때,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럴 때는 따로 일을 시킬 경우가 많던데....


불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뒤를 돌아 상대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담임 선생님이 정확히 나를 보면서 오라는 듯 손짓을 하고 있다.


토낄까?


아냐, 그러다가 1년 내내 귀찮아진다.


왜 또 하필.....


주변에 다른 애들도 있는데 왜......


오늘따라 운이 없다.


담임쌤 말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어쩔 수 없이 터벅터벅 걸어갔다.


"이거 재활용 분리수거거든? 마침 오늘이 재활용수거날이라 부탁 좀 할게."


"근데 왜 입학식인데 분리수거를.....?"


"전에 이 반 썼던 놈들이 안 버렸더라고. 부탁 좀 할게."


"저 근데 분리수거장 위치도 모르는데....."


"아 그거라면....."


그러고는 담임쌤은 한 여학생을 데려왔다. 그리고 나는 데려온 여학생을 보고 흠칫 놀랐다.


"얘가 안내해줄 거야. 양이 적었으면 그냥 얘 시켰을 텐데 좀 많더라고 힘이 부족할 거 같아서."


"아, 아닙니다! 제가 해야죠! 예."


순식간에 바뀐 내 반응에 담임쌤이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예린의 얼굴을 보더니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부탁 좀 할게. 하고 바로 귀가해."


"넵!"


아까 했던 말 취소다. 오늘따라 운이 좋구만.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분리수거통을 들었다.





담임 선생님이 가고 나서 예린과 나만 남아 분리수거장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안녕. 나 기억해?"


어쩜 목소리도 사근사근 예쁠까. 정말 착한 마음씨에 목소리도 곱고 얼굴도 예쁘고. 다 가졌네 다 가졌어.


입가가 자연스레 풀어진다.


"저기? 듣고 있어?"


"아, 넵. 듣고 있습죠. 근데 뭐라고 하셨더라....."


"안 듣고 있었네!"


"에이, 아닙니다~ 듣고 있었습니다~"


"근데 내가 한 말을 왜 몰라?"


"그건 말이죠. 여기 요놈 요놈 보이십니까?"


나는 간신 같은 말투로 왼쪽 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귀 말하는 거야?"


"그렇죠 그렇죠. 틀림없이 이 왼쪽 귀로 다 들었는데....아니 글쎄! 요놈이 다 흘려 버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놈 짓입니다. 이놈 짓!"


그러고는 잘못한 건 이놈이라는 듯 "에라이, 나쁜 놈아."라고 말하며 오른쪽 귀를 손으로 때렸다.


내 모습이 웃겼는지 예린이 "푸훕."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어쩐지 좀 뿌듯하다.


"아하하. 그래, 그런 걸로 하자. 그래서 나 기억해?"


"아, 응. 성예린 이잖아? 우리 학교 여신님."


"아니, 여신님은 무슨......그렇게 띄워줘도 뭐 안 나온다?"


투덜거리며 내 어깨를 찰싹찰싹 때린다. 그러는 거 치곤 입가가 상당히 풀어지셨는데요?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아, 물론 맞아서 기분이 좋다는 건 아니다.


어쨌든 왜 기분이 좋냐면 자기를 기억하냐는 물음에는 결국 예린은 나를 아니까 하는 말이다. 예린이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을 뿐이다.


"아, 저기다. 저기가 분리수거장."


어느새 다 왔는지 예린이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조금 아쉽다. 왜 이렇게 거리가 짧은 거냐!


"후딱 버리고 올게."


"어? 아냐. 같이 버려야지. 다 드는 건 무거워서 못 하지만 따로따로는 들 수 있으니까."


여러분 여기 천사가 있습니다. 아, 여신님이었던가? 그냥 둘 다 하라지 뭐.


그렇게 4칸으로 되어 있는 분리수거통을 분류에 맞게 각자 두 칸씩 버렸다.


예린과 나는 근처 세수대에서 손을 씻고 가볍게 털었다.


"집 어느 방향이야?"


"아, 나는 저쪽 방향. 너는?"


"난 이 쪽인데....완전히 반대 방향이네."


"그래? 아쉽네."


크으윽, 정말로 아쉽다. 더 같이 있을 명분도 없고 헤어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예린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괜찮다면 근처 카페에서 얘기 좀 하다 가지 않을래?"


아니, 이게 웬 떡이야.


"아, 물론 시간 괜찮으면 이긴 한데. 안 될까?"


그러고는 나를 살짝 올려다본다. 그 뭐냐. 이걸 보고 치켜뜨기 라고 하던가? 미인이 하니까 파괴력이 장난 아니다.


그 모습에 조금 흥분해 버리고 말았다.


"넵! 물론임다! 시간 완전 많슴다!"


"그래? 잘 됐다.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었거든."


배시시 웃는다. 진짜 천사가 따로 없다. 자연스레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애써 두근거리는 걸 들키지 않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예린을 따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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