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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다닷 님의 서재입니다.

여의복을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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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희다닷
작품등록일 :
2023.05.15 01:59
최근연재일 :
2023.05.16 17:15
연재수 :
2 회
조회수 :
132
추천수 :
4
글자수 :
5,833

작성
23.05.16 17:15
조회
67
추천
1
글자
12쪽

제1장 여의복을 입다

DUMMY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꿈을 꾸고 마침내 현실로 돌아왔다. 눈을 뜨자 익숙한 하늘 모양의 천장이 보인다. 온통 하늘색에 하얀 구름이 그려진 천장 벽지였다. 그런데 어째 온몸이 축축하다. 일어나 보니 침대가 흠뻑 젖어있었다.


"응? 핏자국..?"


다리 사이로 보이는 붉은 핏자국에 지난 꿈이 떠올랐다. 역시나 선명하지 않았다. 그냥 이런 꿈을 꿨었던 것 같은데? 하는 느낌뿐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내 첫 경험이었지.


'으,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한데..'


그러나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도, 몸매도, 목소리도 그저 모든 것이 까맣기만 하다.


"그나저나 이건 뭐지..?"


품에 안겨있는 무언가를 슥 들어올려 봤다. 하얀 옷이었다. 그것도 게임에서나 볼 법한 후드가 달린 하얀 로브였다. 그러자 불현듯 어떤 목소리가 떠올랐다. 마치 직접 듣는 것처럼 선명하다.


-여의복을 줄게.

-그게 뭔데?

-내 모든 것..?


"아..!?"


그제서야 내 품에 소중하게 안겨 있는 새하얀 옷의 정체를 알 것만 같았다. 이건 꿈속의 그녀가 내게 준다던 여의복인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근데 이게 말이 돼?? 꿈에서 준 물건이 현실에 있다고??


눈을 껌뻑여 본다.


껌뻑껌뻑


아마도 여의복이라고 추정되는 이 새하얀 옷은 아무리 눈을 깜빡여 봐도 어딘가로 사라지지 않고 내 품에 쏙 들어와 있었다. 볼을 꼬집어 봤다. 역시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이게 꿈이 아니라는 소리겠지.


"이게 말이 되나..?"


그도 그럴 것이 여의복은 꿈속에서 나와 사랑을 나눴던 여인이 내게 건네준 옷이었다. 그리고 그게 현실에 있는 상황이지.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잠깐만 그럼 이 핏자국은 설마..?'


서둘러서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켰다. 어쩐지 옷 얘기를 하면 주정뱅이 취급을 받을 것만 같아서 옷 이야기만 빼고 이불에 남은 핏자국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다.


대충 사랑을 나누는 꿈을 꿨는데 일어나 보니 이불에 핏자국이 있더라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바로 답글이 달렸다.


-지나가던 언니: 질문자님, 초경이신가 봐요, 귀여워라 ㅋㅋ

-지나가던 언니2: 저도 초경 때 그런 꿈 꿨어요! 진짜 귀여우시당 ㅎㅎ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생리적인 현상입니당!!

-지나가던 언니22: 커엽.. ㅋㅋ


"..."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자가 아니라고 정정해 주었다. 그러자 바로 달리는 답글들..


-방구석폐인: 게이라는 증거입니다, 자살하세요 ㅋㅋㅋ

-영등포의 진리: 모든 것은 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질문자의 고민도 결국 도와 연결되어 있다는 소리지요, 자세한 상담은 아래 번호로 연락주세요.

-건강항문병원: 항문 쪽으로 암이 의심됩니다, 자세한 검사는 저희 병원으로 내원을 하셔서..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제대로 된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나는 살며시 여의복을 들어서 다시 한번 살펴봤다.


"흠, 꿈이 아니었나..?"


그러나 그 또한 말이 되지 않았다. 분명 꿈에서는 100일간에 사랑을 나눴던 것 같은데 현실에서는 잠자고 난 뒤, 바로 다음 날 아침이었기 때문이다.


"..."


어쩐지 현타가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불 빨래 어쩔 거야!!


"쩝.."


뭐, 혼자 사는 남자들이 다 그렇듯 나는 젖어있는 이불들을 대충 세탁기 앞에 던져 놨다. 당장 세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불이 아니더라도 밀려있는 빨래들이 엄청나게 많았거든.


게다가 자꾸만 몸이 끈적거리는 통에 일단 나부터 씻어야 했다.


"그래, 일단 씻자."


씻고 나오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컴퓨터 책상 위에 올려둔 하얀 여의복이었다. 대충 머리만 말린 뒤 알몸으로 여의복을 들어봤다.


'..한 번 입어 볼까?'


밖에서는 절대 입지 못할 옷이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게임 속 마법사들이나 입고 다닐 법한 옷을 현실에서 입고 돌아다니지는 못할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여의복.. 어쩐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입어 보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묘한 매력이 있었다.


'통짜 형태의 옷이네..'


먼저 목 부분에 발을 넣어 여의복을 입었다. 가랑이 사이로 따스한 내피가 안정적으로 달라붙는 것을 보아하니 여의복 자체에 달린 속옷인 것 같았다.


마무리로 후드와 연결된 천 부분을 가운데로 모아 쇄골 앞에서 단추를 잠그자, 두 발을 넣을 수 있을만큼 넓었던 목구멍이 깔끔하게 가려지며 여의복 패션이 완성되었다.


"오, 진짜 마법사 같네..!"


전신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봤다. 완전히 하얀색 로브였다면 어쩐지 밋밋했겠지만 여의복 끝자락마다 짙은 남색 실선이 고급지게 장식되어 있어서 옷이 참 멋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 얼굴,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굉장히 잘생겼다. 근데 남자답게 잘생겼다는 느낌이 아니라 매우 귀여우면서 잘생긴 얼굴이었달까? 그러다 보니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형들도 귀엽다고 좋아했고, 누나들도 귀엽다고 좋아했으니까. 그나마 사소한 문제라면 건방지게, 나보다 어린 녀석들도 나를 귀여워했다는 것? 뭐, 동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튼 나는 170cm의 작은 키를 가진 스무 살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가장 점수가 낮았던 일본어학과를 지원했고 이제는 당당한 한국대의 신입생이 되었지.


"윽? 모닝똥의 신호인가??"


건강의 상징인 모닝똥의 신호가 기운 차게 왼쪽 아랫배를 자극해 왔다. 서둘러서 화장실로 뛰어가며 여의복의 단추를 풀었다. 아니, 풀려고 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단추가 풀어지지 않았다. 용을 써도 옷이 벗어지지 않는다. 최후의 수단인 가위를 꺼내들었다. 옷은 잘리지 않았다. 칼을 써도 소용이 없었다.


"미친..!?"


꾸르르르륵..!


"크헙..!?"


다급하게 여의복의 치마를 들춘 뒤 일체형이던 속옷을 옆으로 당겨봤다. 자석에 붙은 듯 꼼짝을 하지 않는 속옷이었다.


꾸륵.. 꾸르르륵..!


"아, 안 돼.. 제발..!"


꾸르르륵..!


"흐옥..!?"


..혹시 꽉 낀 팬티를 입고 똥을 싸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응? 알고 싶지 않다고?


어, 그래.. 나도 알고 싶지 않았었지..


그렇게 나는 여의복에 똥을 쌌다.


그 후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의복을 벗기 위해 별짓을 다 해 봤지만 여의복은 벗으려야 벗을 수 있는 옷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119를 불러서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이미 옷에 똥을 지린 상황이라 누구를 부를 수조차 없었다.


이건 20년 인생 중 최대의 고비이자 가장 고독하고도 처절한 싸움이었다.


"제발, 벗겨져라 제발!"


끙끙


온몸에는 땀이 범벅이다. 주변에는 가위부터 시작해서 식칼에, 커터칼에, 망치에, 심지어 톱까지.. 여의복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총 출동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여의복에 상처를 줄 수 없었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을 할 노릇.


'..X발, 당장 내일 학교에 가야 되는데.. X됐다.'


욕이 나오지 않으려야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똥싼 옷을 입고 학교에 간다고? 그것도 이런 로브를 입고?

에라,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고 말지. 물론 그럴 용기는 없지만..


밥도 못 먹고 진짜 화장실에서 별 쇼를 다했다. 이 꼴을 하고 밥이 입으로 넘어갈 리도 없었고 말이다.


물론 그것도 이틀 연속 굶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오, 신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똥싼 여의복을 입은 채로 눈물을 쏟다가 잠이 들었다. 그것도 화장실에서.. 다시 깨어난 것은 자정 무렵이었다.


-쿤, 내 목소리 들려?


"으음..?"


-쿤, 나야, 란이, 내 목소리 안 들려?


너무나도 아름다운 목소리가 머릿속을 메웠다. 귀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바로 꿈속의 그녀다. 그녀의 이름은 '란'이었나 보다.


"쿤이라면 혹시 나를 말하는 거야..?"


-응, 애칭으로 그렇게 부르기로 했잖아? 기억 안 나?


애칭이라니.. 확실히 뜨거웠던 사랑을 나눴었으니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억에는 없지만.. 그저 잊고 싶지 않을 만큼 좋았다는 정도만 기억이 났다.


"지금 어딨어? 어디서 얘기하는 거야??"


-여의복이야, 쿤이 지금 입고 있는 옷, 그게 바로 나야.


"어, 엇? 사람 아니었어??"


-말하자면 길어, 그보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 쿤. 매일 밤 12시에 딱 10분 동안만 대화를 나눌 수 있거든.


나는 잠자코 란의 이야기를 들었다. 듣자 하니 여의복은 일주일에 한 번 자정 시간에 란에게 명령해서 초능력 하나를 얻을 수 있단다. 아무 초능력이나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내가 직접 사용하거나 목격했던 능력들만 얻을 수 있다고..


"에..?? 그럼 있으나 마나 아니야?? 초능력을 내가 어디서 봐??"


-쿤은 게임을 좋아한다며? 거기에서 사용한 능력들도 가능해.


"헐, 설마 그럼 메테오 같은 마법도 가능하다는 거야??"


-쿤이 게임에서 직접 경험해 봤다면 가능해, 근데 그런 것보다 나 좀 깨끗하게 해 주면 안 돼..? 나 아래쪽이 불편해..


시선을 내렸다. 어쩐지 충격적인 장면에 좀처럼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이건 차마 일기에도 쓸 수 없는 일이었다.


'제길, 이런 걸 깨끗하게 해 주는 게임 스킬 따위가 있을 리가 없잖아..'


..가 아니라 있었다, 힐링샤워! 모스트 사가라는 게임에서 치유사가 사용하는 스킬인데 스킬 설명에 대상을 깨끗이 하고 치유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치유사를 플레이해 보지는 않았지만 치유사로부터 힐링샤워를 받은 적이 매우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스트 사가에서 내가 플레이한 직업이 전사였거든.


"명령은 어떻게 하는 건데??"


-나한테 스킬 이름을 말하면 돼.


"그럼 힐링샤워."


-힐링샤워라는 거지? 알았어, 쿤의 기억을 토대로 여의복이 능력을 부여할 거야, 잠시만..


잠시 후 여의복의 우측 가슴 쪽에 엄지손톱만한 문자 하나가 생성되더니 짙은 남색의 빛이 일순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번쩍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해, 쿤이 직접 입으로 능력의 이름을 말해서 명령하든가 아니면 마음속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지금 바로 능력을 사용해 줄래..?


슬쩍 참담한 아래쪽을 확인한 나는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서 능력을 사용했다. 차마 입으로 말하지 않고 마음으로 힐링샤워를 사용했다. 그러자 머리 위로 반짝이는 물들이 쏟아지더니 그대로 온몸을 적시며 화장실 바닥으로 사라졌다.


촤아아아아아악


"읏!?"


분명 온몸이 홀딱 젖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젖지 않았다. 여의복은 뽀송뽀송해졌고 피부에는 수분이 충만해져서 윤기가 좔좔 흘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거..


바로 오물이 깨끗하게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와, 쩐다..!"


어쩐지 상쾌한 기분에 온 마음이 뿌듯해졌다. 게다가 피로함까지 씻은 듯이 사라진 덕분에 절로 웃음까지 났다.


-쿤..


"응??"


-내가 비록 여의복에 갇혀 있지만 숙녀라는 사실마저 잊은 건 아니지..?


"갇힌 거였어!?"


놀랐다. 란이 옷이 아니라 사실은 옷에 갇힌 사람이었다니..

그러나 나보다 더 놀란 듯 소리치는 란이다.


-뭐야, 그럼 진짜 옷인 줄 알았어!?


"응.."


-...


우리 둘은 잠시간 말이 없었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란이었다.


-쿤, 내가 아무리 쿤의 여자라지만.. 조금만 섬세하게 다뤄주면 안 돼..? 계속 이러면 나도 부끄럽단 말이야..


"뭐가..?"


-아래쪽..


"아..!?"


애국가를 불렀다. 어쩐지 여의복의 내피가 몸에 꼭꼭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도 다시 불러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여의복을 얻었고 애국자가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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