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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리뷰


[미드 리뷰] 왕좌의 게임 시즌7 총평

왕좌의 게임 시즌7이 많은 관심과 찬사 속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전반적으로 화려한 전투신에 대해 환호하는 가운데 스토리 면에서는 조금 허술해졌다는 비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시즌7은 원작자인 조지 R.R 마틴이 빠지면서 그 공백이 여실히 느껴졌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 제작진이 여러 모로 애를 쓴 것은 분명하지만 조지 R.R 마틴의 공백을 메꾸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드라마 제작진이 이 드라마의 주제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 드라마의 주제는 이렇게 볼 수 있다.


1.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

2. 권력이란 무엇인가


사실 굳이 둘로 나눴을 뿐이고 따지고보면 하나인 주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드라마 제작진이 조지 R.R 마틴의 이러한 주제 의식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드라마의 스토리에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세르세이라는 캐릭터가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하게 되었다.


이번 시즌7이 앞으로의 시즌8과 여태까지의 시즌을 연결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나마 시즌7의 2화까지는 어느정도 잘 나가는 듯 싶었는데 그 이후부터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제작진이 조지 R.R 마틴의 복심을 읽어내지 못했기에 발생한 문제들이었다.


결과적으로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역사의 흐름과 권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이것을 시청자에게 던져주지 못했다.


대신 화이트워커 군단의 침입과 이를 막으려는 인간의 군대와의 격돌이라는, 흔하디 흔한 모험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우선 이 드라마가 잘 살아나려면 시즌7에서 세르세이의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는데 집중했어야 했다.


특히 킹스랜딩이라는, 수도가 가지는 역량을 보여줬어야 했다.


이미 킹스랜딩은 스타니스 바라테온이 침입해왔을 때 그 역량을 한 차례 보여준 적이 있다.


조프리라는 무능함의 극치를 달리는 왕을 두고서도 킹스랜딩의 물자와 인재풀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마지막에는 각 지방 영주들의 지원으로 전세를 역전시키며 수도는 수도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시즌7의 2화까지도 어느 정도 보여준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몰래 킹스랜딩으로 잠입해들어가는 야라의 군함을 습격하는 유론의 함대가 강력한 화포로 공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철군도는 본래 해적으로서 약탈을 생업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화포로 공격하는 것은 자신들의 스타일이 아님을 유추할 수 있다.


강철군도는 왜구와 비슷한 전략전술을 사용하는 집단일 것이다.


실제로 야라도 강철군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지만 이점을 간과했기 때문에 유론의 기습 공격에 무방비로 당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유론의 함대에 실려있던 화포는 강철군도의 그것이 아니라 킹스랜딩의 자산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수도 킹스랜딩의 무기와 자산, 인재풀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를 불러일으켰으나.


아쉽게도 그 이후 이것을 보강해주는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결국 반쪽짜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서 세르세이라는 캐릭터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사실 시즌6까지 세르세이가 그 악의에도 불구하고 건재했던 것은 나름대로 킹스랜딩의 자산과 인재풀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는 세르세이가 종교 원리주의자인 하이 스패로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미친왕이 수도의 지하에 깔아놨다는 와일드파이어와 마에스터 콰이번 등의 활약으로 아예 자신의 정적인 종교 원리주의자들과 귀족 집단을 일거에 쓸어버리는 모습.


킹스랜딩의 자산과 인재풀로 자신의 정적들을 한번에 제거하고 불리했던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역전시켰다는 점에서 그녀의 역량은 충분히 기대할 만한 것이었다.


특히 세르세이는 인재 등용에 있어서 기존의 관습과 전통, 권위에 구애받지 않고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마에스터 콰이번이라 할 수 있다.


권력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공포와 무자비함에 의존하고 또한 인재 등용에 있어서도 기존의 상식을 거부한다는 그 본성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 아이러니하게도 악녀 중의 악녀인 세르세이인 것이다.


또한 세르세이의 행보는 종교가 중요한 통치의 근간이 되는 중세 사회에서 이를 거부하고 제거한다는 점에서 근대성을 가지고 있기까지 하다.


그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권력의 속성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근대 사회로의 이행에 기여하는 모습은 캐릭터에 입체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는 선의로 가득찬 인물이었던 롭 스타크를 비롯한 스타크 가문이 온갖 수모와 좌절을 다 겪으며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은 선의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걸랑, 이라는 작가의 주제 의식을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더욱 극명해진다.


이러한 점에서 세르세이가 시즌7에서 인재를 제대로 등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미 상당수의 귀족들이 하이 스패로우와 함께 제거되는 과정에서 그 가문의 후계자들이 죽어 나갔는데도 이것을 활용하지 못한 것은 특히 문제가 큰 부분이었다.


조지 R.R 마틴이 이렇게 귀족까지 다 죽여버린 이유는 향후 세르세이가 파격적인 인사를 할 것이라는 복선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아마도 마틴옹은 그 동안 차남이거나 딸이라는 이유로, 심지어는 서자라는 이유로 후계 구도에서 배제되었던 인재들을 세르세이가 적극적이고도 파격적으로 등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음이 분명하다고 본다.


문제는 어쨌든 드라마 제작진이 이것을 파악하지 못한데 있다.


이렇게 세르세이라는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면서 더 문제가 발생했는데 결과적으로 대너리스와의 전쟁에서 심각하게 수세에 몰리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특히 드래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절절 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너무도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미 원작자인 조지 R.R 마틴은 이 부분에서도 복선을 깔아놓은 바가 있다.


세르세이의 아버지인 티윈 라니스터는 드래곤이 대단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최근 전쟁에서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적은 없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이 부분도 마틴옹께서 향후 세르세이가 정치력을 발휘해 킹스랜딩의 물자와 무기와 인재풀을 가동시켜 나름 대응수단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라고 봐야 하는데...


어쨌거나 드라마 제작진이 마틴옹의 복심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결과적으로 그것들은 다 묻히고 말았다.


이렇게 세르세이를 위한 시즌6까지의 각종 복선과 포석들이 모두 묻혀버리면서 결과적으로 세르세이라는 캐릭터는 그냥 십대 미국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악녀 정도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더욱 거대하고 범접하기 힘든 사악함을 내뿜는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고나 할까...


왕좌의 게임판 여자 조조의 탄생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만 남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드마라 제작진이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 권력이란 무엇인가. 이 두 가지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때문이라 하겠다.


본인들도 자신들의 역량이 부족함을 알아 결국 시즌7은 7회로, 시즌8은 6회로 성급히 마무리하려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세르세이가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한 인재등용 및 킹스랜딩의 물자와 인재풀의 활용이란 면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오로지 계략에만 의존하여 악녀스러운 모습만 보여줌으로써 드라마의 활력이 떨어진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렇게 됨으로써 반대편 진영에 있는 대너리스와 존 스노우도 활력을 잃고, 더 나아가 중세에서 근대 사회로의 이행이라는 거시적인 큰 흐름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게 될 것 같다.


하긴 이걸 드라마 제작진이 다 알면 소설가는 뭘 먹고 살겠나.


마틴옹께서도 그러니까 안 알려준 거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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