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지금까지 상상이론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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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 일보 10주년 특집 : 상상이론
상상이론. 시간도 공간처럼 x, y, z축을 가질 수 있다는 가설을 토대로 우주 만물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이거북 박사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세상을 공유하지 않고 따로 산다고 한다. 그는 시간이 하나가 아닌 것처럼 세상도 딱 하나만 있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왜 어떤 사람에게 동시에 일어난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동시에 일어나지 않을까? 동시의 상대성 또는 파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시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원자시계는 이를 실제로 증명해냈다. 아인슈타인의 말이 옳았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이유가 뭘까? 왜 시간은 상대적인 값을 가져야만 할까? 그때 당시, 시간이 하나라고만 알았던 시절에는 그 이유를 빛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옳았다. 그러나 만약 시간이 하나가 아니라면? 그는 미친 짓인 줄 알면서도 이 현상을 더 지켜보았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빛은 어디까지나 그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 세계 밖의 현상까지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만약 세계 밖도 존재한다면, 이것과는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시간이 따로 노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시간을 세분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육체가 아닌 정보라면, 우리는 이 세상 안에서 살지 않고 밖에서 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이 세상에 잠시 머물고 있을 뿐, 이 세상 출신이 아니란 얘기가 된다.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정보다. 그러므로 정보가 이동하려면 당연히 이동할 장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세상이 딱 하나라면 이동할 수 없다. 따라서 시간을 개개인이 다르게 체험하기 위해서는 세상도 하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이 이미 존재한다면 우리가 할 일은 단지 그 세계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밖에는 없다. 즉 이런 현상 때문에 사람은 자기가 본 것만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게 바로 상상이론이다.
인류는 시간 개념이 바뀔 때마다 세상을 보는 눈을 더욱 크게 뜰 수 있었다. 뉴턴의 절대 시간이 지배하던 세상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적인 시간에게 패배하였고, 그 결과 인류는 눈부시게 빛나는 과학의 발전을 일궈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시간은 또 한 번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다른 시간 개념의 존재는 인류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 당신이 짐작하는 것이 맞다. 그것은 인류가 그토록 원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평화.’
새로운 시간 개념은 평화를 가지고 우리에게 찾아왔다. 마침내 싸움을 멈출 때가 온 것이다.
인류는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다. 자기주장만 옳다고 여긴 탓에 살기 위해 죽여야만 했다. 그들은 이게 유일한 정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정했다. 인류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반드시 정답이 있어야만 하는 객관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문제를 바꿨다.
상상이론은 이 문제를 주관식으로 바꿀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선택한 답은 유일한 정답이 아니라 단지 또 다른 답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개념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온갖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설령 시간이 하나가 아니라도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수학공식 하나 없는 이론은 개똥철학에 불과하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옳다고. 즉 당신이 보는 세상이 바로 당신이 믿는 세상이라고. 그러니 내 말을 믿지 말고 당신이 믿는 진실을 믿으라고.
그가 예언한 끈마법이 대중화된 지금은 이 이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물론 이 이론을 부정하는 세계도 존재한다. 어쩌면 당신이 사는 세상이 그럴지도 모른다.
시간은 정말로 하나밖에 없을까?
이거북 박사는 죽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진심으로 평화를 바란 그의 최후답다고 할까. 그가 죽은 지 100년이 흐른 지금, 적어도 내가 사는 세상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니 당신이 사는 세상도 이렇게 되기를 바란다. 부디 평화가 영원하기를.
만약 당신이 이 글을 봤다면, 그건 당신이 이미 내가 쓴 마법의 포로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당신 스스로 이 책을 불러냈다는 말도 된다.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자, 이제 당신이 할 일은 하나다. 리모컨을 쥐고, 당신이 원하는 인생을 선택할 것.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바꿔라. 지금 당장 다른 채널을 선택하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은 이미 다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답을 만들지 마라. 이미 있으니까. 천재는 답을 만들지 않고 찾는다. 그래서 천재인 것이다.
기억하라.
당신 인생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이다.
관찰자 일보 기자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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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 일요일 오전. 갖가지 모습으로 활짝 핀 뭉게구름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었다. 하늘은 푸른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듯 파란색으로만 색칠했고, 파도처럼 불어오는 바람이 슬픔을 기쁨으로 바꿔주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의 한 결혼식장은 오늘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과연 오늘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호기심 가득한 어린 아이의 눈동자가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안내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신랑 이거북.
신부 김토끼.
오늘의 주인공은 거북이었다. 그는 지혜의 도움으로 김토끼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와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단번에 그녀가 자신의 아내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김토끼 역시 자신의 남편이 될 남자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들의 첫 만남 때 있었던 대화는 이러했다.
“저기, 우리가 혹시─.”
“거북 씨.”
“네?”
“아는 사람한테 들은 얘긴데, 비밀은 비밀로 남겨둘 때가 가장 좋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만나서 참 반가워요. 어쩌면… 우리가 천생연분일지도 모르죠.”
토끼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윙크를 날렸고, 거북이는 그녀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랑해요.”
“…… 이 바보가!”
비록 처음 만났지만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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