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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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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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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Hand to Mouth 비망록

DUMMY

”이게 됩니까?“


”시골 살면, 말이야, 스틱 다 몰게 돼.“


그르럭 그르럭...


”저는 스틱을 본 적도 몬 적도 없어서.“


”경운기부터 스틱이지 오토냐? 그거 기어 거는 거 정말 힘들어. 유압식이 아니야.“


”노인들도 모는데 유압이 안 들어갑니까?“


”경운기를 너무 자동화하면 가격이 비싸잖아. 막 굴려 먹을 거.“


”사수가 시골 출신인 줄은 몰랐습니다.“


”선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다 시골이지, 서울서 수백 년 산 집안이 얼마나 되겠냐.“


”어, 어, 걸립니다.“


”걸린다니까.“



”이제 어쩌시렵니까.“


”어쩌긴 뭐 어째. 일단 100m라도 타고 싶으면 타는 거지. 뒤에 실린 게 있잖아. 저거 어떻게 다 지고 가? 지금 못 집어가면 내일은 없어. 트럭이 여기 있어봐라. 일단 가다가 더는 위험하다 싶으면, 그때 차량을 숨겨둘 장소를 찾자. 보급창고 겸 기동수단으로 삼는 거지.“


”현대식 게릴라.“


”이런 맛도 있어야지. 걷는 거 더럽지 않냐?“


”그런데, 이래도 됩니까?“


”...위험하단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길을 따라 이걸 몰고 간다 말입니까?“


”잠깐 시동 좀 끄자.“


시동 켜기 전에는 못 들었던 째까까 째까까 새소리가 들리다. 촉박한 곳이라도 나무와 풀이 있는 곳이라 새가 있다. 불쌍한 새다. 풀이 있어야 벌레가 있고 벌레가 있어야 새도 사는데, 이 땅은 동물들도 주민과 비슷하다. 간신히, 간신히 산다.


”무리한다 이거지?“


”도로 타고 가면 죽는 거 아닙니까?“


”최대한 지연 생존해 비정규전을 수행하는 것이 올바르다? 전술적으로?“


”당연히 위험하지 않습니까.“


”이대로 하는 게 괜찮냐? 이래서 저격이나 되겠냐. 어떻게 은거를 해? 우리가 생존하려면 어차피 도로로 내려와야 한다. 산에서 칡 빨아? 잡아먹을 짐승이 있어? 여기저기 놈들이 돌아다니는데 아카보총으로 뭘 잡아? 멧돼지 잡는데 K-14 써? 어차피 도로야. 이렇게 안 하면 뭘 어떻게 할 있어? 그래, 이건 무리다. 하지만 약속하지. 무리하게 안 간다. 가다가 적당한 곳에 차 숨길 곳이 있으면 숨기고, 도로에서 안 보이게 숨기고 나머지는 걸어서 이동하자. 만약 운전하느라 내가 못 보면, 거기서 멈추고 위장하시죠! 그렇게 말해. 내 들을게.“


”진짜십니까?“


”지금이 평시면 네가 나에게 말도 못 걸었지. 지금은 아니다. 상의해야 한다. 명령권만 있지 우린 동등하다. 나도 너에게 기대야 한다. 농담 아니다. 하나보단 둘이 강하고 더 버틴다. 하여간, 네가 의견을 내면 거기까지만 하자. 현재 우리 팀이다. 내가 저격 넌 관측수, 사수는 관측수를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알지?“


”제가 강하게 주장하면 받아들이실 겁니까?“


”그래. 약속한다. 지도 꺼내 봐. 그런 의미에서 상의하고 가자.“


사수라고 부르고 싶었다.

그런데 사수는 오해하고 있었다.

나는 주특기 사수 부사수 개념으로 생각했고

사수는 그냥 사격팀의 사수(射手)로 생각했다.

나는 부사수/관측수로 저격을 더 배우고 싶었다.



Hand to Mouth 비망록


북조선 전역에 나 같은 놈이 상당하리라

아직도 편제가 유지되는 팀이 얼마나 될까

무리에서 떨어져

이렇게 도사려 보직이 저격수로 변경된 디지털 픽셀들

결국, 생존자들은 이렇게 남는 거다

이렇게라도 누굴 쏘고 공격하지 않으면 반역이다

반역? 갑자기 단어가 죽여주네

반역 같은 게 어딨나

반역이 떠올라야 반역도 하지 않나?

그냥 하던 거 하는 거지

좋은 버릇이야

Shoot & Kill

Soldier’s paradise



Hand to Mouth...

하루 벌어 하루 먹는다는 영어 관용구.

일용 노동자란 말, 처지가 곤궁하고 가난하단 말이지.


지금이 핸드가 마우스로 직행하고 그렇다. 때 묻어 더러운 핸드가 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란 마우스로 고고싱. 내 살만 아니면 다 먹을 수 있단 말이지.


’세상아, 순순히 내놓아라, 피를 볼 것이다.‘


보이면, 생각보다 손이 먼저 잡아서 먹는 것이 하루하루. 사람이 사는 대지에 그렇게 손아귀가 잡을 것이 없다. 과실수 없는 녹색은 아무 도움이 없다. 이 척박한 자연 속에 인공적 가옥을 뒤져도 없다. 가옥을 보면 뭐가 있어도 이상할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바라는 건 감자 정도? 무 옥수수라도?


인간이 하루하루 이렇게 많이 먹었나, 자기가 먹는 총량을 모으면 얼마나 많은지 놀랄 거다. 오래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러한 양 가늠이 되리라.


그 충족 양을 전시에 필요충분을 꼬박꼬박 해결할 순 없지만, 인간이 자기 먹을 걸 평생 지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모두 배때지가 갈라진 피트니스 선수 몸이 될 장점은 있다. 얼굴 피부가 얇디얇아졌으니 식스팩 사이에 낄 뭐가 있겠는가. 북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 왔으니 공화국 몸매 되는 거지.


이게 민주주의라니... 개도 민주주의 공화국이 있고 소도 민주주의 공화국이 있음이 분명하다. 멀쩡하던 서울 사람도 여기선 개 염소 노루 잡아서 도륙해 먹을 거다. 뱀은 반가우나 먹을 살이 너무 적다. 1m 넘는 뱀 내장을 털면 고기랍시고 손가락 두 개 정도.


허기는 양심까지 교집합 하지 않는다. 허기는 평시나 체면으로 누를 수 있다. 자고로 젠틀맨이란 : “가장 배고플 때 천천히 먹을 수 있는 자제심이 아닐까? 아들아.”


가방끈 길지 않아서 다행이야.

먹을 것만 떠올라.

먹을 것만 눈앞에 선하다.

먹으면 죽을 것 같은데도 말이야.

나는 얼마나 먹어 왔나. 얼마나 먹으면서 이 상태 몸을 유지해 왔나.


식료품이 집에 배달되기도 하기에, 마트에서 들고 오는 총량 무게를 일일이 검수할 수 없기에 계산이 애매하고, 그것도 나눠서 들고 다니니 그리 무겁지 않다.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양이 많으면 배달, 못 들고 올 만큼 카드를 긁진 않으니까. 우린 몰라. 우리가 얼마나 먹어제끼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먹나. 유명한 히트 서적 헝그리 플래넷처럼 한 달 치부터 쌓아볼까? 차 없이 카트 없이 안 된다. 마트 옆에 사는 가정이 흔한가? 먹어도 끝이 없는, 하물며 젊은 사람들은 어떤가. 군부대는 개떼 인간들을 위하여 쌀 야채 고기를 쏟아붓는 거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식당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위장들을 위하여.


Hand to Mouth...

사나흘 아무것도 못 먹었다.

물만 좀 마셨다.

그리고 난 아직 안 쓰러졌다.

아직 쏠 수 있다.

5천 발은 쏘고도 남을 힘은 존재한다.

이유 : 내가 쏘고 싶기 때문이다.


몸이 힘들다. 너무너무 힘들다. 자꾸 눕고만 싶다. 저 남쪽에 있을 때는, 아무리 뭐래도 이틀만 푹 쉬면 풀렸다. 쉬면서 잘 먹기도 하니까. 몸의 이런 반응은 전에 경험한 바 없다. 정확히 말하면 소화가 안 되는 것 같다. 내 속이 나에게 토라졌는가. 어느 때, 얻은 것을 급하게 먹고 나니 밤새 앓았다. 토하지는 않았지만, 위장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속이 뭉칠 때 고통스러워 나도 모르게 신음했다. 그 뒤로 그렇다. 의무(주특기)라도 있으면 물어보겠지만, 아무리 봐도 몸이 전체적으로 안 좋고, 뭐가, 뭐가 좀 막힌 기분이다.


먹을 것도 없었지만 속이 안 좋다. 속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훌륭한 몸 외관과 운동에만 신경 쓸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날 꿈도 못 꾸었다. 먹고 싶으나, 먹으면 탈이 나서 죽을 것 같다. 다른 동네 물을 갈아 마셔서 그런 정도가 아니다. 속에서 찌르는 고통이 온다. 속에 쥐가 날 때 숨이 턱! 막힌다. 그나마 아무것도 안 먹을 때는 낫다.


분명 소화에 문제가 있다. 물만 먹어도 힘들다. 물을 마시기 전에 얼마나 쓰라릴까 이를 악물고 마셔야 한다. 입에서만 달고 곧장 고통이...


다른 사람들은 우리 부대에 관심을 가지고, 당연히 우리도 관심거리가 있고, 우린 대체로 정보사나 북한 특수부대, 정찰국 같은 거다. 어떤 훈련을 받고, 별 의미 없더라도 어떤 걸 먹는지도 궁금하긴 하다. 잘 먹겠지? 남들도 우리가 잘 먹는다고 생각한다. 어느 때 보병부대에서 밥을 먹는데, 야전에 있다가 배식 밥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거기 취사병은 눈빛은 : 잘 차려 먹을 사람들이 왜 저러지?


잘 차려 먹어? 인근 육군부대와 공통 보급부대에서 거의 공통으로 수령해서 취사한다. 부대에 와서 식판 보고 실망하는 사람 꽤 많았지. 처음에는 저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몰랐어. 밥? 주면 된 거야. 배부르면 된 거야. 이거 먹고도 11m 로프 죽죽 올라가요. 배식 월급 육군과 동일. 말하면 거짓말이라 한다. 같은 부사관과 얘기해야 알아듣는다. 충격을 받는 사람도 보았다.


’이게 별로라고? 왕건이도 많은데? ‘특’자 식사일 줄 알았다고?‘


[북한 상황에 대비하여 식사 조절 중]

[배부르면 북한에서 적응 못 한다]


정찰국. 슬며시 가서 훈련을 참관하고 싶었다. 개 궁금하다. 뭐, 우리보다 당연히 힘들겠지. 그쪽은 콜레스테롤 섭취 어떠하시오?


그런 내용을 읽은 적 있다. 과거 무장간첩들이 소화제를 휴대했다는 것. 뭐? 소화제를 가지고 다녀? 도피/탈출 상황이라면 굶주려서 삼키기만 해도 소화가 될 것 같을 사람들이 왜 소화제를?.. 그 외에도 상당히 과학적이었다. 부상이나 탈이 날 경우를 대비해 꽤 많은 약을 가지고 다녔다는 거다. 진통제, 아스피린, 마이신. 소화제, 해열제 등등. 웃기지 않은가? 아니, 안 웃기지. 지금 나를 보면 과학적인 거지. 그런 경험이 꽤 있었으니 상부에서 가지고 다니라 한 거 아니겠어?

요즘 그런 생각 한다. 그깟 소화제나 아스피린 무게가 얼마나 된다고. 좀 넣고 오는 건 어땠나.


’그거 뭡니까? 비닐봉지.‘


’영양제. 바이타민, 옙.‘


’영양제를 말입니까?‘


’우리에게 적어준 작계가 끝날 때 전쟁이 끝날 거라 생각하니?‘


’그렇게까지 부정적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


’고작 작계 기간만 버티면 된다 해도, 비빔밥이나 건빵이라도 투하해줄 것 같니?‘


’우리가, 적을, 북한군을, 그렇게 오래...‘


’모르는 거지. 살려면 기력이 있어야지. 평시에 먹는 영양제는 속 쓰리고 영양 과다만 일으킨다더라. 하지만 전시, 그리고 저~~~ 그놈의 땅. 영양 과다 될 일은 없어. 전혀.‘


웃겼었다. 군인이 말이다.


’하루하루 떨어진다. 너 내륙전술훈련도 트럭이 먹을 거 실어다 줘서 버틴 거야. 초기침투 행군 동안 우리가 며칠 치 식량을 지고 다녔는지 생각해 봐. 머리가 빠가냐? 이틀만 넘어가는 작전이면 그린베레도 네이비씰도 영양제 먹어. 난 적 보급품 노획 안 믿어. 말만 편하게 하는 거지!‘


군장에 알약을?


그러나 가져왔어도 난 잃어버렸다. 군장은 나에게 잠깐 활동하고 이별을 고했다. 가져왔다면 군장이 아니라 특전조끼 어디 구석에 쑤셔 넣어야 했다.


소화제.

생각해보면 간단해. 무척이나 움직인 신진대사로 소화도 빠르겠지만, 정찰국이나 간첩들은 긴장된 상태에서 먹어야 했고, 정말 추운 상태에서 찬 것을 먹어야 했다. 사람이 먹고 난 직후는 몸이 소화에 전념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이 소화에 좋다. 그런 사람들은 쉴 수가 없다. 특수작전은 쉬는 시간을 설정하지 않는다. 시간이 돈이며 내 목숨이다. 잠을 안 자더라고 빨리 성취하는 게 휴식의 지름길이다. 쉬면 작전 포기한 거다.


의무: ’소화에 가장 좋은 건, 몸을 따듯하게 하고 가만히 있는 거야. 그러면 신체가 소화하는 데만 집중하고, 당연히 소화가 잘 흘러. 먹은 직후 움직이면 소화에 쓸 에너지와 집중력이 몸 전체로 가면서 자연스런 소화 루틴이 깨진다. 산책도 식사 후 여유를 두고 소화가 시작된 시점에 하는 것이 좋다. [배가 부르다] 생각이 들 때 바로 걸으면 오히려 소화에 안 좋다고. 소화도 상당한 신체활동이기 때문이야.‘


’의사야 뭐야. 진짜야?‘


’가진 게 없는 의무인데 상식이라도 좋아야지. 공부해. 나.‘


’그건 그렇고 소화제 좀 줘봐.‘


’의무낭 거? 안돼 임마. 나중에 수량 채우기 빡쳐.‘


’씨발, 의무가 소화제라도 좀 줘봐라.‘


’사수한테 뒤져. 새로 온 (여단) 의무대장 순순치 않아.‘


’너 사수도 허준 저리 가라, 침도 놓고 소화제 진통제 잘 풀더만.‘


’IQ 최저가 화기가 진짜. 가만~~~히 있으면 소화돼! 좀 따주랴?‘


’그래. 손가락이라도 좀 찔러봐.‘


’어느 쪽이 결려?‘


’이쪽. 왼쪽.‘


’그럼 오른손을 따자.‘


’뭔 소리야?‘


’한방에선 인체가 X-자, 반대로 봐. 왼 다리 아프면 오른팔에 놔서 기를 푸는 거야. 왼 다리 막힌 곳의 대칭을 풀어줘서 흐름을 좋게 해. 그래야 낫는 거여. 빨리 회복하는 거여. 다리 아프다고 다리만 놓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기가 돌아야 해. 인체가 그렇게 X-자로 작용하고 대칭으로 잡아주니까 인간이 균형을 잡는 거라고.‘


동기 새끼. 죽었나?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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