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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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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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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살아남은 개의 취침 11

DUMMY

아이 씨발 [안전]. 스위치 돌리다 소리 들리는 거 아니야? 너희는 이미 돌렸어. 당기면 나가. 당기면 나에게 날아와. 나도 천천히 돌려. 돌려...


잠깐, 움직임.... 누군가 더 가까워졌어. 날 죽이려?


왜 안 쏘지? 수풀에 대고 쏴도 내가 맞을 지형인데?


뭐지? 일어나면 맞아? 지금 일어나면 맞아?


조용하네... 뭐지? 고개를 들어야 알 것인데, 지금 들면 총은 조준하고 있다. 몸을 돌려야 총이라도 쏘는데 어쩌시?... 맞다. 이건 주목 당하고 있는 거다. 누가 보고 있다. 정수리가 따갑다.


공중으로 올라 흔들리는 검은 손...

어? 나한테 흔드는 것 같은데?


오, 알았다.

어둠이 내려고 나서 매복을 깔았어...

근데 왜 손을 들어? 코 골지 말라고?


’너희 지금, 말하면 안 되지?‘

수기... 手技...


일단 손을 들어.

70% 정도... 나를 아군으로 보고 있어...


도박을 걸어. 내가 반응을 안 하면 저들에게 이상해. 놈들은 내가 들어오는 걸 못 봤어. 어떻게 손을 들지? 그냥 가볍게 알았다는 식으로? 그 외에 방법이 없지. 인긴들 수기가 비슷하겠지만, 알겠다는 가벼운 손 들기는 펑범하다. 높이 들지 말고 가볍게 살짝...


손이 간질거린다... 들리자마자 총알이 때릴 것 같다...


안 쏜다. 이거 안 볼 수가 없는?


검은색 사이의 어떤 검은색 수평선...


거기 신라시대 왕관 같은 머리 하나,


끄덕끄덕?... 됐냐?


무슨 손짓이지? 뭘 알래는 거야?


아래를 보라는 거야?


셋.

천천히 이동하는 셋.

나는 매복선과 저 셋의 중간에 있다.


누구지? 복장은 북한군 같은데, 북한군 정찰조야? 왜 저렇게 은밀히 이동해. 우리 퇴각을 알아차렸나? 아니면 우리 대대나 5대대? 아니면 장대산 관측조? OP 잔여 대원? 우리 대대에 나보다 뒤는 없을 건데.


혹시 아군?


아군 후위? 인민군복으로 갈아입은 5대대나 우리 대대?


무슨 상황이지? 인민군모는 확실히 보인다. 둘은 모자를 썼고 한 명은 맨머리.


그렇지! 내가 의문할 정도면 등 뒤의 북한군도 봤고, 적으로 인지했다면 벌써 쏘지 않았어? 지금 혼동하는 거야. 혼동할 수도 있는 것이고, 잘못하면 저그들끼리 아군 오발이지. 지금 여긴 북한군 부대가 혼재해. 여러 부대가 포위해서 우리를 섬멸하려다 섞였어. 시가전은 완벽하게 부대별로 섹터를 지키기 힘들어. 겹쳐야 정상이야. 아니면 포위선에 구멍이 뚫려.


이게 어쩌자는 거야. 꼼짝도 못 하겠네. 쉽게 끝날 상황이 아니야.


내가 경험한 바, 내가 접근할 때까지 이렇게 정숙할 수가 있지? 날 인민군으로 착각하는 건 맞다. 게다가 저 앞에 나타난 셋 때문에 나에 관해서 더 판단 안 한다. 어쩌면 나를 보고 쏠까도 주저했거나 방아쇠를 거의 당겼을지 모른다.


차가운 곡선의 금속 방아쇠. 총은 침묵하지만, 이 반원형 금속 선을 당기면 폭발한다. 화약이 터지고 총알을 뿜는다. 탄창이 빌 때까지 계속 뿜는다. 첫발이 터지면 평화는 끝.


아무리 저돌적인 군대라도 아군에 대한 오발은 쉬운 거 아니다. 일편 충격적인 결과다. 아군을 쏘는 것 외에는 전투란 게 어려울 것도 없다. 막상 일개 병사에게는 아주 단순하다.


상황 복잡하다. 등 뒤에 저들에게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저 셋. 여기 인민군들은 알고 있다. 우리가 종종 인민군복으로 갈아입어 위장한다는 것. 그리고 그 빈도나 늘어난다는 것. 이런 밤에는 더 불투명하다. 물어볼 수도 없다. 입을 연 놈이 가장 먼저 두개골에 박힌다.


’인민군이야 뭐야...‘


총이 잘 안 보인다. 뚜렷한 건 모자. 그래서 아직 디지털 픽셀을 입는 사람들도 인민군모 하나는 조끼에 쑤셔 넣고 다닌다. 바로 이런 때를 위함이다. 우리 벙거지 전술모는 나 적이오! 대놓고 누설하는 판이다.


일단 나는 저 셋을 바라보고 있어야 인민군이다. 그래야 인민군의 일원이 된다.


적 회피. 칼?


교전이 벌어지면 칼로 계속 죽인다?


북한군 오늘 밤 암구어?


등 뒤에서 발포하면 나도 발포하고 뛰어?


무언의 조여진 기분

코너에 몰린 느낌

벗어날 수 없다는 이 막힌 기분

그런데, 그러면서 편안하다.

이게 뭐지?


본 대로 맞다면, 난 이 자리에서 살아 끝나지 않는다


전우들과 다르게 왜 이렇게 죽음을 힘겹게 맞이해야 하지? 왜 이렇게 생각하다 죽게 만들지? 짜증 나게. 씨발 별이나 보고 죽고 싶은데 하늘은 먹물로 막히고.


비행기가 추락한다. 추락을 깨달은 순간, 나는 2분이면 바다에 떨어진다는 걸 알았다. 그런 상황이면 그냥 아는 거다. 과거가 휙휙 지나간다. 끝없이 이어질 기억이 추억이 주마등처럼 쏟아져 지나간다. 한 사람 한 사람 또렷한 얼굴, 한 장소 한 장소, 그 모든 것들. 터널효과처럼 서서히 명확하게 내 눈앞을 지나간다. 한 편의 영화...


그게 내 죽음이다.


그러나 근처에서 본 사람은 비행기기 휙~ 밑으로 떨어져 깨졌다. 폭발했다. 개 짧은 순간의 사고. 뉴스를 보니 산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이게 남이 보는 내 죽음이다.

나도 남의 죽음을 그렇게 봐왔다.

나는 사망하시고 너희는 뒤졌냐? 차이가 좀 있냐?


똑같이 사망하셨거나 똑같이 뒤진 거다. 공평하게. 자기 안에서 영화를 찍지 원.


후자의 단순한 관찰이 실제 그 죽음이고, 죽는 사람만 길게 길게 무엇이라도 있다고 시간을 질질 끄는 것. 초를 쪼개고 쪼개면서 마지막 시간을 버티는 것.


실제는

“비행기가 훅 떨어져 펑 터졌어!”


너도 나도 그렇게 죽는 거야.. OK?


뭐라고?

뭐? 죽으면 뭐?


먼저 간 사람을 보고 싶냐고? 만나게 되어 좋지 않냐고?

갑자기 뒤지기 싫네. 만나긴 개 좆을 만나. 징그럽게.

정신 차려 이 사람들아,


나 빼곤 다 남이야. 부모도 부모이기 전에 사람이고 자식도 자식이기 전에 사람이며, 연인도 애인이기 전에 사람이야. 서로 좀 다르겠지만, 사람이 정말로 어떤지는 극비로 보관되는 미국의 731부대 연구 자료를 참조하든지.


내가 죽는 건 결국 나만의 일이야.

왜 남을 생각하면서 죽을 때까지 힘들어야 해?

내가 죽갔다고 결심한 놈인데 남의 눈치를 봐.


승화원에 갈 때 너무 진지하지 마. 건강에 안 좋아. 그렇게 스펙타클하게 살다 간 인간이 고작 헬스클럽 탈의실 칸보다 좁은 승화원 칸에 영혼이 머물러 있다니 갑갑하지 않아? 거긴 가족 지인들의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는 곳일 뿐. 제사도 지나치게 공들이지 마. 어차피 산 놈이 먹을 거,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고. 예의지 그냥.


가장 멍청한 건 죽을듯한 고통으로 치료하며 끝까지 사는 것.


우리에겐 총폭탄 자폭 정신이 필요해.


고통은 0.01초로 끝나. 폭약 촉발 속도 정도로 말끔하게. 버너로 들어가는 컨베이어벨트에 부동자세로 누워있을 필요 없어. 영혼이 있다면 얼마나 기분 개 같겠냐. 영혼이 고귀하다면 화장장에 와서 제 몸을 보겠니? 몸이 그리워? 치킨도 먹을 수 있는 몸이? 토치로 새카맣게 타는 거 보고 즐이냐.


다 자기들 머리에서 존나게 짜낸 다음 의미 부여는 금메달감이야.


왜 그럴까.


영혼을 위해 정성을 다하면서 지도 영혼이 꼭 있길 바라는 거 아냐?


니미 겟 더...


고통을 자처하는 인간들이여.

자처하여 상상하고 쥐어짜면서 고통스럽게 사는 인간들이여.

군인이 최고의 직업이여.

아무렴.

겟 더...

다만 평시가 아니라 전시.

군인에게 죽음만 있고 죽음의 고통이 없다.

고통을 느끼는 건 부상자다.


인생은 무 월광에 50kg 군장 암흑의 상공으로 내던지는 것처럼...

고난이 닥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고난을 부과하는 것처럼...


인생은 마지막 발 마지막 표적을 보는 순간처럼...

인생은 어둠 속에 검은 얼굴로 웅크려 총구를 빛내는 것처럼...


신라 왕관이 커진다.

저 괴물 같은 그림자.

머리가 괴물 같다.

야투경. 야투경을 썼다.


“멧돼지...”


내 손은 꺼내들었다.

디지털 픽셀 조각.


은색 금속은 다시 집으로, 삽도.

하마터면 목 경동맥을 찌를 뻔했다.

미안하다 우리 중대원들. 다음에 해줄게.


저승사자 같은 속삭임.

“신발은 왜 갈아 신냐?”


드디어 밝혀졌다.

암흑 속에서 그림자들이 일어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산 자체로 존재하고 있었다.


국적 불명 사람들이 줄줄이 우로...


답답하다.

후련하지가 않다.

나는 복귀에 반대한다.

단독이라도 작계로 복귀하고 싶다.

’오른쪽으로 가네...‘


DZ로 가서 두 명 찾아야 한다.

내가 매장한 팀원들 위치를 기록하려기에 따라간다.

그다음 어떤 일이 있어도 난 돌아온다.


이질적인 사람이다. 이질적인 사람이었다. 인간관계에 애로가 있다. 모든 것에 객관적이며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믿은 사람이 어쩌면 아무도 없다. 까놓고 보면 그렇다.


바로 그것에서 문제가 생겼다. 불만이 생겼다. 불만은 증오 수준. 불만 자체를 내가 이해를 못 했다. 여기가 싫은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길 싫어하는 게 아니다. 난 여기가 좋다.


나의 증오와 불만은, 내 문제다. 인간관계에 적응을 못 하고, 어쩌면 습관적으로 사람을 밀어내는 뿌리 깊은 심리. 친해지면 위험하다는 생각.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나에게 이롭다는 무의식.


나 같은 사람은 소수이고, 다수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끌어주겠지? 부대는 인간관계로만 보면 절대 거친 곳이 아니다. 오히려 다정한 곳이다. 다수가 성실하고 착하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이다. 그러한 성실이 여기 넘어와서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한 해낸 이유다. 그저 한다. 군말 군생각 없다. 항상 진심이었고 나만 겉돌았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내가 경계한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거기에 어느 순간 내가 잡혔다.


무섭다. 정이 들었다. 나는 지금 진심으로 분노한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지만, 모두가 넘어가면 죽는다고 생각했다. 대북작전 = 죽음. 못 돌아온다. 우린 서양의 특수전이 아니라 사기의 측면도 있다. 북한의 엄청난 특수전 시도에 우리도 맞불을 지르는 거다. 충격은 이남보다 이북이 크다. 이북은 국토 침탈을 당한 경험이 없다. 적어도 사민들이 알지 못한다. 뉴스는 통제되어 정복 불능의 신화적 공화국 영토라고 생각한다. 믿는다. 하도 오래 세뇌되어 정말로 믿는다.


우린 여기 살아서 총을 쏘는 자체가 작계다.


이렇게 내 마음을 옥죄는 증오와 분노를 해소하려면 보복한다. 공화국 말대로 백 배 천 배 보복의 천둥 벼락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내가 죽을 것 같다.


무리인 듯 모두는 각자라고 생각했다. 그건 지금도 진심이다.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일원, 나도 무의식중에 그들 안에 있었다. 그것이 고통스럽다. 성실하고 순진한? 사람들이 죽었다. 저승길 가는 모습을 보지도 못했다. 눈을 감겨 주거나 망자 가는 길에 좋은 말 한마디 못 해줬다.


죽는 건 간단하다.

간단하고 빠르게 죽는다.


사람이 믿으면 안 되는 기초 상식이, 어인 일인지 나만 안 죽고 오래 갈 것 같다는 착각. 그런 놈도 자기가 가장 먼저 죽는다는 생각을 완성하기도 전에 죽는다.


자기 철옹성 이론만 버리면 자유롭다.


난 오래전에 버렸다고 주장했지만, 바로 지금, 지금 버렸다. 정말로 버렸다.


그런데 돌아가자고?


슬며시 빠져나갈까? 슬며시 나만 왼쪽으로 스며들어 작계로 돌아갈까? 마음은 당연히 오른쪽이지. 구라는 안 쳐. 하지만 어떤 것이 주인일지 모르는 내 마음 하나는 왼쪽이다.


‘자유.’


얼굴을 검게 칠하고, 목과 귀도 검게 칠하고, 손도 하얗게 보일까 장갑을 끼고, 마지막 밥을 먹고,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마지막 껌을 씹고, 밤. 밤 속으로, 어둠 속으로 높이, 높이. 긴장과 기대감. 없다고 할 수 없는 기대감. 그렇게 떴다. 그다음은 시공간의 실종. 끝도 없이 반복되는 대형 선풍기 굉음과 흔들림. 롤링 피칭, 순간순간 밑으로 푸욱 꺼지는 무중력 경험.


‘오늘따라 씨발 뱅기가 왜 이러냐.’


전술강하가 아닌 전투 강하. 날따라 민감도 하였는지 도사견이 물기 직전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중저음 사이렌처럼... 도살의 협박 같다. 수송기가 방향을 틀 때 달라지는 선풍기 소리도 느꼈다. 좌우로 몇 번을 틀었는지 몰라. 매산리 기구처럼 이리 출렁 저리 출렁. 그렇게 날카롭게 방향 바꾸는 경험도 처음이다. 조종사도 목숨을 건 거다. 안에 사람들이 불편하건 말건 격추 아니면 생존!


평시 훈련에는 편하디편한 비단길을 날았다. 강하가 전술비행으로 오래 날 때 – 귀 아프고 속은 쏠리면서 어서 나가고 싶다! 조종사도 로드마스터도 비슷한 심정인가. 어서 뿌리고 남으로 튀고 싶다? 전투기처럼 틀며 미끄러진다. 한번은 거의 일어서는 줄 알았다. 수송기 저쪽으로 날아가는 줄 알았다.


‘비행기 안에서 죽는 건, 개 좆이다. 이 씨발 제발.’


숱하게 말하던 공중침투의 위험성.


‘적지에 들어가면 간신히 들어가는 거지.’


와중에 에너지바 꺼내서 씹는 새끼를 봤다.


‘게릴라 같은 자식. 대단하다.’


먹고 죽은 놈은 때깔도 좋다?


‘이대로 죽거나 추락하면 미트볼 스파게티 깡통이다.’


파이프와 철판이 소스로 버무려진 인간 고기 깡통. 피와 뼈와 살과 내장을 한 데 버무린 깡통. 언 놈이 먹을 것이 아니니 일단 버무리고 보는 거지.


‘씨발, 뭐 이리 돌아가. 걍 직행하지!’


제단이 보인다.

신부가 양손으로 황금색 잔을 높이 든다.

이는 너희의 피와 살이다.


피에타. 피에타. 롱기누스의 창이 내 옆구리를 찌르리라.

돌아오지 못할 터널로 들어간다.


자정에 가게를 닫으며 등을 거의 다 끈 명도, 미등과 적색등으로 점철된 침침한 내부. 노란색 끈을 잡은 몸은 사방으로 흔들리고 매달리고, 대형 기계는 마지막 기력을 쥐어짜는 듯 높은 치잘음으로 귀가 멍하고, 순간, 저 앞의 기체 문에서 먼지가 퍽 터진다. 1번이 나갔다. 2번부터 요동치기 시작해 순서대로 출렁임의 차례가 온다.


히딩크가 말했다. 기술도 좋고 다 좋은데, 한국선수들은 공만 잡으면 너무 긴장한다고.


우리도 같지. 기체문에서 1번이 먼지를 털고 나가면, 사람들은 거의 뛴다. 뛰려고 한다. 매산리 DZ 길이를 알면서도 산 너머 날아갈 조급증처럼 문을 향해 달린다.


군대가 편한 것은, 생각이 길지 않다는 거. 듣고 바로 한다. 생각이 없으니 심적 고통이 적다. 그렇다고 군대가 편한 것은 아니나, 밖은 의심하고 ’생각‘해야 했다. 충성하면 바보 되는 거 넌 몰랐냐? 너무 굴리면 또 적으로 생각한다. 그 의리의 바닷속에 결론은 : 모두 자기 생각만 한다. 모두 자기 이득대로 움직인다. 뿌리는 자기 이득과 자기 안위. 크게 보면 자기 빼고는 죽든지 말든지 상관없는 거다. 머리가 안 구르면 병신된다.


군대는 군말 없다. 오면 오고 가면 간다. 야간 무장강하는 항상 무서웠다. 아주 변함없이 뚜렷하게 두려웠다. 그러나 그뿐이다. 여기가 북한이건 남한이건 크게 안 다르다. 북한이란 상징보다는 강하 사고만 안 나길 바란다. 생명줄 사고, 주낙 고장, 공중 충돌, 대미를 장식하는 접지 발모가지 조심.


하면 하고 말 없으면 안 한다. 그뿐. 돌아선 사람 뒤통수를 보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은 천국이다. 생각할 시간조차 없기도 했다.


용기는 생각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냥 하는 거다.


“GO! GO!”


무음, 무성영화.

소리 따위는 없다.

계속 앞이 빠지고,


마지막으로 문 앞에서 내 생명줄을 향해 손을 뻗는 사람을 본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 눈. 눈은 많은 걸 담고 있다. 어둠 속에 도사린 눈은 많은 걸 담고 있었다. 공포, 기대, 측은함, 너를 마지막으로 본다는 이별. 그 눈길 교환은 생각보다 길었다. 눈의 주인은 내 생명줄을 낚아채 정박줄 끝으로 밀고,


내 몸이 오른쪽으로 틀자 내부보다 더 컴컴한 사각형 블랙홀이 보인다. 보통은 별이나 시가 불빛이 보였다. 대한민국에서 온전히 컴컴한 곳은 없다. 토지를 대지로 전용하여 자꾸 건물이 지어지며 부대 주둔지의 목을 조인다. 자꾸 파고 들어온다. 오래전 제대한 사람들이 다시 찾으면 논밭이었던 곳에 건물들이 빡빡하다.


지금은 모든 빛, 그 어떤 광원도 없다.

무 월광. 기상 정보가 약간 흐린 것으로 기억.

몸은 블랙홀로 나가고,


머지않아 거대한 힘이 옆으로, 수송기 후미로 민다. 군장이 가벼울 때는 후미를 향해 사선으로 나가며 자세를 고정하지만, 몸이 돌면서 – 낙하산이 펴져도 산줄이 꼬여 좌우로 빙빙 돌다가 접지할까 봐 사선으로 자세를 고정하며 나갔는데, 못한다. 너무 무겁다. 문을 나가자 마자 그래도 사족을 멈춰야 산줄이 안 꼬인다. 문을 나가고도 허우적거리면 몸이 더 돌아서 낙하산이 펴져도 산줄이 꼬인다. 좌우로 빙빙빙 접지.


바람이 훅~ 치고,

고개를 왼쪽으로 틀자 서서히 몸이 돌며 날아간다.


이 순간, 오직 이 순간만이 두려우면서 군 생활의 기쁨이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건드리지도 못하는 상태.


낙하산이 펴지고 산개검사! 구령이 나오면 곧바로 접지. 그러면 내가 아니라 다시 부대의 구성품이 된다.


나는 난다.

나는 날아간다.

무게감이 사라졌다.

자연에게 150kg 정도 무게는 별 것 아니다.


빛나는 승리의 길은 이 블랙홀에 있다.

이 불랙홀의 유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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