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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호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백하팔인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소문호
작품등록일 :
2021.10.08 02:05
최근연재일 :
2021.10.11 23:07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967
추천수 :
44
글자수 :
27,788

작성
21.10.10 17:25
조회
185
추천
5
글자
10쪽

6화 : 그것이 '약속'이니까

DUMMY

소비는 수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아니, 그···. 감녕공의 며, 명성이 워낙 높아서 건너 건너 들었지요.”


당황하니 말을 더듬게 되고 어눌해지기까지 했다. 염전에서 일하던 전생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하긴 뭐···. 금범적이니 뭐니 하면서 패거리질을 한참 했었으니 명성보단 악명이 워낙 높은 친구지요.”

“악명이라니요! 감녕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서 그러십니까!!”

“···예?”


한번 말이 꼬이자 내 말투는 걷잡을 수 없이 이상해졌다. 이번엔 소비가 그냥 하는 소리인데 쓸데없이 급발진을 했다.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나는 점점 이상해지는 소비의 표정을 보면서 깨달았다.


‘이런 시파, 이것도 매력 때문이구나!!’


삼국지에는 능력이 뛰어난데도 중용되지 못한 인물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예형, 양수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할말 안할말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맞는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는 것이었다. 또 등애처럼 말을 잘 못하고 더듬는 탓에 능력에 비해 저평가를 받은 인물도 있었다. 뭐가 됐든 전부 매력 하락 요소임은 분명하다.


지금의 나는 매력 1인 상태이니 이 모든 단점이 종합 예술을 선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당황하거나 중요한 말을 할 때마다 긴장도가 올라가 말이 헛나오거나 더듬게 되는 것이다.


원인을 파악했으니 최대한 이를 제어해야만 한다. 나는 한마디도 없이 소비를 말에 태우고, 묵묵히 달리기만 했다.


“감녕의 어떤 점을 알고 그러시는진 몰라도 이해합니다. 아까운 사람이지요. 지금은 형주목이신 유경승 밑에 있지만 찬밥 신세입니다. 그와 같이 용력을 지닌자를 고작 남양 부도위에 임명하다니···.”


침묵은 금이라고 했던가. 내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등 뒤에 탄 소비가 알아서 궁금한 정보를 술술 불어주었다. 하구항에 도착한 나는 말에서 내린 뒤 긴장을 가라앉히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정말 아까운 사람이 분명하군요. 하구독께서 아끼시는 걸보니 더 그렇게 보입니다.”

“예, 그렇잖아도 전부터 제가 모시고 있는 강하태수 황조님께 천거해주겠다고 이야기를 몇번 꺼냈습니다만···. 본인이 싫다는데 별 수 없지요.”

“이미 말씀을 하셨는데 거절했다는 겁니까?”

“예. 형주목 밑에 있어보니 자기보다 약한 자 밑에 있는 건 아무 의미없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자신보다 강하지 않은 자는 섬기지 않겠다나 뭐라나···.”


감녕이 황조에게 중용되지 못한 탓에 훗날 소비가 오(吳)로의 귀순을 방조한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이른 시기부터 그를 챙기고 있었다는 것은 몰랐다. 그러나 어차피 무력 괴물인 감녕은 나에겐 그림의 떡. 나는 현실적인 목표인 소비에게 서서히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쪽에 잠시 앉으시지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예? 무슨 말을···.”

“저는 일찍이 높은 뜻을 품었으나, 흉악한 외모로 인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제 외모를 비관해 죽기만을 바랬지요.”

“아···저런, 그렇게 뛰어난 무예를 지니시고도.”


나의 말에 소비가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묘한 동정심까지 보이는 걸보니 본인의 인격이 훌륭한 것과 별개로 눈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도독께서 제 얼굴을 보고도 저를 똑같이 대해 주시는 것은 물론 수적떼에게서 구해주려고까지 하셨으니, 제 평생 이런 대접은 처음 받아봤습니다.”

“대접이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손사래를 치는 소비의 모습에 나는 용기를 얻었다. 다짜고짜 등용을 하기엔 번번한 세력이 없으니, 말을 꾸며내는 것이 중요했다.


“사실 저는 단양군 시씨촌의 호족입니다. 능히 재물을 써서 군을 일으킬 수 있으나, 오늘 날까지 저와 뜻을 함께할 영웅을 만나지 못해 천하를 주유하는 중이었지요.”

“군을 일으킨다?”

“동탁이 죽은 뒤 이각과 곽사가 황제 폐하를 능멸하고 사직을 욕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에 분연히 군을 일으켜 핍박받는 폐하를 구해내고자 한 것입니다.”

“오호···!! 의기가 대단하십니다.”


다행히 소비는 호감을 보이는 듯했다. 관리의 품격을 중시여기는 태도로 보아 대의와 충의를 중히 여길 것이라는 예상이 어느 정도는 들어맞은 것이다. 나는 이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바로 말을 이었다.


“수개월 전, 폐하께서 저 역도들로부터 장안을 탈출하셨다는 소식은 공께서도 들으셨을 것입니다.”

“예···. 부끄러운 일입니다.”

“조조와 원술을 비롯한 여러 무리가 폐하를 모시겠다고 하나, 이미 공적을 다투며 서로 싸우고 있다 들었습니다. 충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라 볼 수 없는 것이지요.”

“으음···.”


조조가 다른 무리들을 물리치고 헌제를 완전히 옹립한 것은 196년 7월로, 아직 몇달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물론 나는 첫번째 백하팔인인 조표를 등용해야하므로 이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소비를 등용하는 데 써먹기에는 기가막힌 타이밍이었다.


“도독과 같이 의기가 뛰어나신 분께서 만약 저와 뜻을 함께해 주신다면, 저 시모(某)는 당장 군을 꾸려 폐하를 구하고 충심으로 모실 생각입니다.”

“예?! 뜻을 함께 하다니요?”


갑작스러운 등용 제안에 소비는 당황한 듯 되물었다.


“지금 공께서 섬기고 계신 황조나 유경승은 촌각을 다투는 폐하의 생사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들의 세를 불리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내 상사를 욕보이고 등을 돌릴 생각은 추호도 없소이다!”

“당연히 하구독의 관점에서는 그러시겠지요. 허나, 천하를 생각할 때 이들을 섬기는 것이 과연 충의에 맞는 일이겠습니까?”

“천하?”

“훗날 청사에 공의 이름이 새겨질 때에 ‘하구항을 잘 다스렸으나 폐하를 외면하는 유표와 황조의 무리를 쫓았다’고 기록되길 원하시진 않으시겠지요?”

“무엄하오!!”


노골적인 말에 감정이 격해졌는지 소비는 자리를 박차며 일어났다. 그러나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소비의 마음에 이미 의문이 일어났고, 이는 그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다시 잠자코 침묵을 지켰다.


“아무리 공의 뜻이 높다한들 내가 모시는 분을 외면할 수는 없소.”

“대의(大義)를 생각해보십시오. 도독.”

“공이 부르는 직책, 그것이 나의 자리요. 대의가 크다하여 내게 맡겨진 일을 외면하는 것은 나를 믿고 맡겨준 태수는 물론, 하구 백성들과의 소의(小義)를 저버리는 짓이란 말이오. 소의도 지키지 못하는 자가 어찌 대의를 지킬 수 있겠소?”


소비는 열띤 음성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의를 말했다. 뼛속까지 지방공무원다운 생각이었다. 물론 너무 모범적이어서 탈이었지만.


소비의 말에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던 나는 다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때려서 기절시킬까?’


주먹을 꽉 쥐어봤지만 그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저 성정에 기절했다 일어나면 더더욱 함께 할리가 없었다. 내가 계속 가만히 있자, 소비는 더 할말이 없다는 듯 돌아가려 했다.


“오늘 목숨을 빚진 것은 잊지 않겠소. 그럼.”

“잠, 잠깐만 기다리시오!!!”


일단 지르고 본 나의 말에 소비는 잠시 뒤를 돌아봤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만 했다. 하구항을 그렇게 지켜야 직성이 풀리시겠다 이거지?


“가, 감녕을 데, 데려오겠소!!”

“???”


긴장한 탓에 다시 감녕의 이름이 제멋대로 튀어나와 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한 실수는 아니었기에 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감녕을···. 공을 대신해 하구독에 앉히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공이 떠난다한들 하구의 공백이 생길 일도 없고, 배라면 이골이 나게 탄 사람이니 장강의 수적들을 잡는 데도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것입니다.”

“흐음···.”

“적임자를 추천한다면 공이 말씀하시는 소의를 지키는 일도 될테고, 감녕에게도 좋은 일이 될테니 일석이조지요.”


다행히 실수없이 생각을 풀어낸 탓인지 소비는 잠시 고민에 빠진 듯했다.


“공이 말씀하시는 바에 모순이 없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군요. 허나.”

“허나···?”

“내가 여러번 천거했음에도 스스로 거부하는 감녕을 어찌 하구독에 앉힐 수 있단 말입니까? 그보다 더 높은 자리를 준대도 불가한 일입니다.”


소비는 단호한 말투로 선을 그었다. 나보다 강한 자의 말만을 듣겠다는 중2병스러운 말을 해대는 감녕이니 어쨌든 황조의 밑으로는 들어올 턱이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젓는 소비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

“감녕은 제가 굴복시켜 데려오겠습니다.”

“예에??!!”

“공은 약조만 해주십시오. 만약 내가 감녕을 데려와 순순히 하구독에 앉힌다면, 나를 따라 가겠습니까?”

“허어···!!”


나의 제안에 소비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허허, 그게 가능하다면, 그리하지요.”

“약조하신 겁니다?”

“공이 말하는 바에 나 또한 공감하는 점이 많소. 허언하진 않으리다.”


소비에게 다짐을 받아둔 나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감녕이 있다는 남양군으로 가기 위해 말에 올랐다. 자정이 다 돼가는 시간이었지만, 한시가 급했기 때문이다. 말머리를 돌려 막 출발하려니 소비가 작별인사를 하며 말했다.


“공의 무예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몸 조심하시오. 내가 아는 감흥패라면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군.”

“난 도독을 반드시 내 사람으로 만들 것이니 그럴일은 없을 것이오.”

“허!···참. 신기한 일이군, 흥패를 굴복시킬 무예라면 그냥 그를 데려가는 것이 훨씬 나을텐데 왜 나같은 자를···.”

“···그것이 ‘약속’이니까···!”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하고는 힘차게 말을 몰았다. 내 사정을 알리없는 소비는 나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보며 서 있었다.


‘나의 포숙아 소비. 감녕 따윈 필요없지. 그대의 어정쩡한 능력이 내게는 한줄기 빛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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